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72화 (72/237)

# 72

마이 리틀 채널. (1)

“야! 다들 어서 와 지금 시작한다.”

연습실 여기저기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7명이 이 소릴 듣고 티비 앞으로 모였다.

<전설의 가수들이 남긴 명곡을 현대의 감각으로 후배들이 다시 부르는, 전설의 명곡입니다.....두번째 무대는 ‘애희’를 부를 엔오원의 윤소원군입니다!.....

...와~! 올 상반기 최고 득표로 이수애 선생님의 전설의 명곡 우승은 윤소원군입니다! 그럼 다음 주...>

“다들 어때?”

“일단 노래는 잘하는데요. 태정이 만큼 하는 거 같아요. 서울시사일보의 최기자님이 호들갑을 떨면서 이번 주 전설의 명곡을 꼭 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저 정도는 제가 연습생으로 있었던 SGY에도 2~3명은 있었어요.”

“태정이도 같은 생각이야?”

“뭐 저랑 비교했을 때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연예계 취재 짬밥 10년이나 먹었다는 최기자님도 일반인이다 보니 뭐 그냥 고음 지르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했던 거 같네요. 어? 방송 끝인데, 따로 한 번 더 보여주는데요. 뭐지?”

“어? 음향이 나가는데, 방송사고인가? 오~ 그대로 무반주로 노래하는데 오~ 아!”

“어? 와~아~”

전설의 명곡 방송이 끝나고, 광고가 나오는데도 티비를 보며 둘러앉아 있던 7명 중 그 누구도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방송 끝에 뭐냐? 그러면, 이 방송 끝에 나왔던 방송사고 무대가 원래 첫 무대였던 거잖아. 대단한데.”

“오 핵 소름! 쟤 성악하던 애 아냐? 아니, 성악하던 사람도 저런 성량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거야.”

“서울시사일보 최기자님은 이 무대를 꼭 보라고 한 거였구나. 와 진짜 요 근래 본 공연무대 중에서 최고다. 뒷골이 찌릿찌릿할 정도인데.”

“어? 태정아 어디 가냐?”

<쾅>

“새끼 문도 세게 닫고 나가네.”

“태정이는 충격을 좀 세게 받은 거 같은데.”

“뭐, 오히려 더 잘되었지. 티비에 나오던 아이돌 가창력은 다 자기 밑이라고 깔보던 애인데, 저런 괴물 같은 무대를 했던 사람에게 자기랑 특별히 다른 것도 없다고 먼저 말했잖아.

자기가 뱉은 말인데, 방금 무대를 보고 비교해보니 못 이길 것 같아서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겠지.

뭐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그런 이치를 이번에 깨달았다면 오히려 더 좋은 거고.”

“우리 로어(Roar)가 ‘더 콜업’에 나가서 데뷔 멤버에 들어가려면 엔오원 애들을 압도할 수 뭔가가 있어야 해.

그런 부분에서 오늘 저 윤소원의 무대는 태정이에게 좋은 약으로 자극제가 될 수 있겠지. 휴대폰 그만 보고 연습하자. 자 다들 일어서!”

“역시나 저런 괴물 같은 무대를 해버리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바로 올라왔네. 이야 부럽다. 부러움에 지면 안되지. 우리에겐 진짜 연습밖에 없다. 타도 프로듀스99! 타도 엔오원!!”

*

*

“음, 다 좋은 데 노래를 부르기 전에 감정을 먼저 잡고 시작하지 않고, 노래의 흐름과 가사에 따라 즉흥적으로 따라붙는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네요. 저러면 감정이 격해져서 과장하는 느낌이 날 때도 있으니 주의를 시켜야겠군요.

굳이 단점 꼽으라고 한다면 이거 말곤 없을 것 같습니다. 보컬 스쿨에서 잘 가르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거 외에는 따로 지적할만한 게 없네요.

즉흥적인 흥을 가지고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면, 그 분위기를 같이 따라갈 눈치 빠른 애들을 팀원으로 뽑아야 할 것 같네요.”

“그럼, 두 분은 몇 인조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9인조로 구성을 하죠. 엔오원도 9명이니깐 티비를 대충 보는 애들은 이 팀인지 저 팀인지 구분 안될 겁니다. 묻어가기 전략으로 가도록 하죠.”

“네. 데뷔 팀의 메인 보컬은 윤소원으로 정해졌으니, 나머지 8명을 뽑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

*

“방송 시작 초반에는 멤버들을 소개하고, 369같은 게임을 진행하실 예정이라는 거죠?”

“네, 이때까지 했던 방송을 엔오원 멤버들과 모니터링 했는데, 결국 전반전, 후반전 필요 없이 후반전 마지막 10분이 제일 중요하더라고, 전반전에는 다른 채널들과 비슷한 진행을 하고, 춤과 노래는 방송 말미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방송 말미에 춤과 노래로 시청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군요.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게스트로 빨간 펀치가 나오는 건가요? 거긴 목 때문에 입원해서 활동 중지라고 하던데, 게스트 출연이 가능하다고 하던가요?”

“네, 목을 쉬게 해서 그런지 다음 주부터는 다시 방송활동을 재개한다고 하더군요. 와서 한 곡 정도만 부를 예정이라 화제 몰이만 할 예정입니다.”

“뭐, 우리 방송국 입장에선 그렇게 오는 것만 해도 고맙죠.”

“그런데, 방송무대나 그런 건 다 녹화 당일 오전에 알려주시는 건가요?”

“네, 다른 채널 진행자분들의 요청이라서요.

미리 녹화정보가 아이돌 팬클럽에 알려지면 현장에 팬들이 너무 몰려서 안된다고 형평성을 문제 삼아서요. 일전에 빅턴이 나왔을 때 팬클럽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난리가 났었거든요.

이게 별거 아닌데, 팬클럽 때문에 밀리고 밀려서, 본인의 채널이 꼴찌인 6등이나 5등을 하게 되면 기분이 많이 나빠지기 때문에 좀 민감합니다.

이해를 좀 해주세요.”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작가님 녹화 날 뵙겠습니다.”

*

*

“어? 매니저 형! 이 차를 타야 하는 거 맞아요?”

“그래, 이 차가 맞아. 마이크 달고, 바로 올라타. 바로 이동할 예정이야.”

“헐. 설마, 이 트럭으로 우리 납치하는 건 아니죠? 그냥 납치라고 하기엔 차가 엄청 큰데, 이게 뭐하는 거지?”

“와, 게릴라 콘서트도 아니고 이건 또 무슨 컨셉인지 모르겠네.

일단 애들아 다들 타자. 짐칸에 의자와 안전벨트도 되어 있고, 스태프들도 안에 다들 계시네. 지금 촬영하는 건 생방송 하곤 상관없는 거지요?”

민호 형이 솔선수범하듯이 트럭에 오르자 다들 트럭의 짐칸이 개조된 곳으로 올라탔다.

“우오, 움직인다. 설마 임진각이나 강화도 같은 먼 곳으로 가는 건 아니죠?”

“와! 나 임진각 안 가봤는데, 이렇게 가보는 건가? 지금 오후 4시가 넘어서 임진각 도착하면 어두울 것 같은데.”

다들 이런 트럭의 짐칸에 타보는 건 또 처음이다 보니 금세 10대 20대 초반의 비글미가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 도착했습니다. 아직 한 채널이 오지 않으셔서 대기를 좀 하셔야 합니다.”

숙소에서 채 30분도 달리지 않았는데,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니 임진각 같은 서울을 벗어난 장소는 아니었다.

그리곤, 무전기로 스태프들이 말을 주고받더니 차에서 다들 내려 버렸다.

“어? 우리는요?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예요?”

스태프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고, 그냥 우리가 트럭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

“이거 우리 새우잡이로 팔려가는 건가? 뭐지?”

“예전에 무모한 도전 방송처럼 어딘가에 가두어두고 관찰 카메라 같은걸 하는 거 아니에요?”

태평 형의 이야기에 다들 이리저리 돌아보며 카메라를 찾았는데, 카메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5분, 10분이 지나자 호기심을 끌 만한 게 없으니, 그냥 의자에 앉아서 다들 잠이 들어 버렸다.

[퓨슝~ 피슝~~슈우우우~]

“응? 어? 이건 뭐야?”

갑자기 트럭 짐칸 벽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며 트럭 짐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헐, 이 트럭이 그 윙트럭? 윙바디 트럭? 그거인가 보다. 옆면이 위로 열리는 날개 트럭 그거 있잖아.”

“오, 그럼 설마, 이 트럭이 우리 무대가 되는 거 아니에요?”

트럭 짐칸 벽이 진짜 햇빛 가림막처럼 위로 서서히 올라가자, 올라가는 짐칸 벽이 가리고 있던 바깥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 와~> <꺄아~ 엔오원이다~!>

전면을 보니 우리가 타고 온 옆면이 열리는 윙바디 트럭 6대가 서로 꼬리를 물고 6각형을 만들고 있었고, 트럭으로 만들어진 6각형 안에 방청객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6각형 위의 하늘에는 큰 기중기 같은 고가사다리차의 짐칸에 만들어진 중계석 같은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스포츠 캐스터출신으로 중계방송에 일가견이 있는 박성주 진행자가 중계석에 앉아 있었다.

“방송이란 원래 경쟁을 하며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가 방송을 보고 즐겁게 즐기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각 채널 간의 경쟁은 불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누가 누가 잘하냐를 가리는 건 또 재미가 있거든요. 하하하.

그런 재미를 위해 오늘 ‘마이 리틀 채널’에서 특별한 방송을 진행해 보려 합니다.

이곳, 여의도 공원에 모여주신 10대 250분, 20대 250분, 30대 250분, 40대 250분. 총 1,000분의 방청객을 앞에 두고 펼쳐지는 방청객분들의 지지율을 뺏어오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 순위의 집계방식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여주신 1,000분의 방청객분들은 한 명당 100명으로 집계가 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현장에 오신 방청객분들의 지지를 받을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다들 준비되셨죠?”

그럼, 새롭게 변화된 ‘마이 리틀 채널’의 시작을 알려드립니다! 쏘세요!!”

[쾅쾅꽝~! 꽈꽝!]

박성주 진행자가 ‘쏘세요’를 외치는 순간, 갑자기 하늘 위로 축포가 쏘아지고, 꽃가루도 동시에 하늘을 수 놓았다.

<와아~ 어디로 가야 하는거야?> <뭐부터 보지?>

이 축포 소리와 바로 앞으로 몰려드는 관객들의 소릴 듣고서야 우리는 인터넷 생방송이 시작되었다는 게 피부에 와 닿았다.

“새롭게 ‘마이 리틀 채널’에 합류한 엔오원은 어서 움직여 주세요!

사실, 지금 시청자 여러분이 알아두셔야 할 건, 아이돌 채널의 경우 팬클럽 분들의 호응이 크기 때문에 미리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엔오원의 경우에는 이런 트럭에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리지도 않았어요.

팬클럽에 대한 핸디캡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핸디캡을 뚫고 대세 아이돌답게 1위를 할 수 있을지도 오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 슈가보이는 벌써 칼질 들어가나요?”

맞은편의 트럭에서는 벌써 방송을 신경쓰는지, 당근을 화려하게 칼질하고 있는 요리사 아저씨가 보였고, 대머리 의상디자이너는 자기 이마에 지지해 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립스틱으로 ‘GG’를 그리고 있었다.

“와! 형들 우리가 한 방 먹은 거 같아요. 저 의상디자이너분도 그렇고, 방송과는 다르게 다들 돌아이 같아요.”

“그러게, 분명 이전에 했던 방송에서는 미리 출연자들끼리 모여서 이야길 하고 그러던데, 대변혁이라더니 그런 게 일절 없이 바로 방송을 시작해 버리네. 우리에겐 핸디캡도 있고. 난감한데.”

앞에 세워진 LED 차량에서 채팅도 바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참...민호형 생각해 보니 우리 순서를 변경해야 할 것 같아요.

평균연령이 20~30대로 한정을 해서 컨텐츠 계획을 잡았는데, 10대, 20대, 30대, 40대가 각각 250명씩이라면 방송 끝부분에 우리가 춤과 노래로 시선을 끌려고 해도 30, 40대는 우리에게 오지 않을 거예요.

처음 우리가 누구인지 춤과 노래로 30, 40대분들에게 알리고, 끝에 한 번 더 해서 그분들을 다시 끌어 들이는 거로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저기 개그맨 쪽을 보니 이야기 위주의 개그는 전혀 먹히지 않네.

대부분이 요리와 마술 쪽으로 움직이는 동적인 콘텐츠로 쏠리고 있는 게 보이네.

자! 다들 순서 변경하자. 바로 프로듀스99 미션곡으로 시작하자! MR은 어떻게 트는거야?”

핸디캡 때문에 급하게 방송을 시작하다 보니 트럭으로 만든 임시 무대 앞으로 10대, 20대 관객들이 몰려들었음에도 제대로 시작을 하지 못했다.

우리 담당 스태프가 프로듀스99의 테마곡인 ‘주인공’ MR을 틀어주자 그제야 진형을 맞추어 우리의 방송이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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