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71화 (71/237)

# 71

전설의 명곡. (3)

“와우~! 제가 정말 웬만해서는 이러지 않는데, 남자를 보고서 소름이 돋는 건 처음이에요.

방송사고로 인해 마이크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제가 있는 이쪽은 물론이고, 저 끝까지 노랫소리가 다 들렸어요.

거기 노래 다 들렸죠? 그렇죠? 정말 대단한 성량이에요.

거기다, 가성처럼 올라가는 목소리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아? 이수애 선생님도 하실 말씀이 계시다고요?”

“나도 정말 만족했어요.

사실, 오늘 개인적으로 빨간 펀치가 나오지 않고, 남자 아이돌이 대신 나온다는 말에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세션보는 동생들이 기대할 만하다고, 해서 약간은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내가 잘못한 거 같아.

정말!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감, 기쁨이 2배야 2배!

나이도 어린 친구인데, 어쩜 이렇게 간드러지지도 않고, 감정을 잘 전달하는지 모르겠네.

정말 나는 대만족이에요. 오늘 심사위원단들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내 마음속의 1위는 윤소원군이에요. 1위에요. 1위!”

사회자인 김동협과 이수애선생님이 감탄을 하며 칭찬을 해주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고, 기분이 좋아져서 방송사고에 대한 일 따위는 금세 잊어버릴 정도였다.

“장비, 시스템 확인 다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녹화 가겠습니다!”

<와아아아~ 와아~>

다시 시작된 녹화는 아까와는 달리 방청객의 환호에서부터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악기 세션들은 물론, 카메라도 이전과는 다르게 더 집중해서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자, 나도 몰입을 해서 다시 찍을 수 있었다.

“정말, 탈 아이돌이에요. 탈 아이돌!

저는 물론이고, 이수애 선생님과 심사위원단 분들 모두가 만족해하는 무대였습니다. 저기 응원차 와 있는 엔오원 멤버들도 좋았다고 난리가 났네요. 하하하.

자 과연 명곡 판정단의 선택은 어떤 선택을 했을지. 그럼, 보여주세요~!”

<드드드두두두>

“과연 첫 무대에서 411표를 득표한 이하연씨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아네~! 753표로 두 번째 무대를 꾸며준 윤소원군의 승리입니다.

압도적인 득표에요!”

앞선 방송사고 무대에서 보여준 무대만큼 극적인 무대 연출은 없었지만, 이미 그 무대를 본 방청객 심사위원단은 나에게 압도적인 표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날 나의 753표 이상을 받은 게스트는 없었다.

“박 PD님은 감을 다 잊어버린 것 같은데요. 이걸 왜 편집하라고 하는 거예요?”

“양념친 윤소원이 분량?”

“네 맞아요. 제가 편집하면서 마이크 사고 난 거 이거 그대로 방송 말미에 붙여야 한다고 하니깐, 모양이 나쁘다고 하지 말래요.

이걸로 편집해서 예고편에 뿌려도 충분히 화제의 떡밥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날리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빨간 펀치 성대결절로 못 나오게 된 걸 박 PD랑 제대로 된 상의 없이 윤소원이를 대타로 결정 냈다고 해서 그게 기분이 나빴던 것 같더라.

그래서, 양념을 좀 심하게 친 거고. 그런데 그 양념을 다 받아먹는 괴물 같은 놈이 있을지는 박 PD도 몰랐던 거지. 그래서 더 마이크 사고 난 걸 못쓰게 하는 걸 거야.

자기 의도대로 방송이 진행 안 되면 꽁하는 사람이라, 그냥 그 영상 따로 킵해둬. 나중에 특집 때나 쓸 수 있을 거야.”

“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뭐.”

*

*

“박 PD님 오늘 방송사고 난 거 임팩트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연예계 설왕설래에 편집 영상으로 좀 올릴 수 있게, 오늘 방송사고 난 영상 좀 주세요. 이제까지 적어드린 기사보다 더 화끈하게 적어드리겠습니다.”

“마이크 없이 무대에서 관객석 끝까지 울릴 정도의 파격적인 가창력이니만큼 화제가 될 겁니다. 저도 연예계 짬밥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런 멋진 무대는 처음 봅니다.”

평상시에는 받아먹은 게 있다 보니, 오기 싫은 걸 억지로 와서 기사를 적는다는 게 표가 나는 기자들이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화제가 될 만하다고 느꼈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 기사를 더 적어주겠다고 난리였다.

너무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이야길 하기엔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이라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냥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보다도 더 우리를 많이 부르시더니, 이런 깜짝 쇼를 준비하셨을지 몰랐습니다.”

“역시 박 PD님입니다.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저 정도 가창력이면 이제 ‘전설의 명곡’ 무대에 윤소원 군이 자주 나오게 되는 거 아닙니까? 이거 화제가 되었던 ‘문명찬’에 이어서 윤소원군이 ‘전설의 명곡’ 에이스가 되는 겁니까?”

‘제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결과가 이런 거지. 시파.

아니지. 아니야. 이렇게 되는 게 나에겐 또 이득이잖아. 이왕 이리된 거 태세전환이다’

“어..어..그럼. 당연하지. 허허허.

나도 윤소원이 잘한다는 소문을 듣긴 들었고, 다른 가수들의 추천을 받기도 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사실 나도 몰랐어. 자네들이 보기에도 정말 잘하는 거 같지?

그리고, 이 정도 실력이면 당연히 이제 우리 프로그램의 간판이 되는 거지 뭐. 하하하. 그래, 당연하지.

김 기자가 좀 기사 잘 적어서 올려줘. 이제 우리 간판이야. 간판!

더구나 MSM 소속이니깐 아마 그쪽 회사에서도 나중에 뭔가가 나올 거야.

그리고 이번 금요일 저녁에 회식 있으니깐 다들 오는 거 잊지 말구. 허허허 우리 소원이 잘 들 좀 부탁해. 하하하”

*

*

“야! 부 편집! 윤소원이 방송사고 난 거 편집 다 했어?

제대로 편집해서 방송 말미에 삽입할 수 있게 만들고, 이수에 선생님이 기립 박수치면서 황홀해 하는 표정으로 노래 듣는 걸 예고편에 넣어.

그리고, 기자들이 리뷰 영상으로 기사 올리는 데 쓰고 싶다니깐 여기 이쪽으로 편집된 영상들 보내주고.”

“네? 날리는 게 아니라, 더 넣으라고요?”

“그래 인마. 이제 윤소원이가 우리 프로그램의 간판이 될 거니깐 이제 알아서 멘트자막 넣고 재주껏 띄울 수 있게 만들어. 크흠. 흠. 난 이만 간다.”

“뭐야? 안티처럼 까더니 또 이젠 극 애정을 주는 거야? 무슨 탈룰라 한 거야 뭐야? 도통 알 수가 없네.”

“부편집장님. 이거 혹시 그거 아닐까요? 갱년기 후유증 같은 그런 거?

박 PD님 나이가 되면 호르몬이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감정도 왔다 갔다 한다더라고요.

아마도 그 호르몬 때문에 싫어했다가 좋아했다가 하는 거 같습니다.”

“캬 갱년기 무섭네! 무서워~ 난 저렇게 안 돼야 할 텐데.”

*

*

“오늘 저녁은 다들 굶어야 한다.”

“에? 기봉이형 왜요? 다들 몸무게 잘 지키고 있어요.”

“아, 설마 컴백 날짜가 잡힌 거예요? 그래서 굶는 거예요?”

“우~ 너무하다! 저녁도 샐러드에 귀리 빵 반쪽인데.”

“컴백날짜가 정해지긴 했어. 보름 후 MBS 방송에서 컴백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저녁 굶는 건 컴백때문이 아니라 내일 치킨 CF 촬영이 있어. 오늘 최종 사인했다. 대세 아이돌들만 한다는 치킨CF야.

내일 다들 치킨 먹는 걸 찍어야 해서 오늘 저녁 굶기는 거야. 진짜 맛있게 먹어야 하니깐.”

“오예 치킨이다~ CF면 이게 또 얼마야.”

“기꺼이 굶겠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보름 후라면 MBS의 ‘음악센터’ 프로그램 녹화하는 날짜랑 안 맞는데요. 월요일 날 MBS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컴백하는거에요?”

“민호 예리하네. 그래 맞아. MBS의 ‘마이 리틀 채널’로 컴백을 하기로 했다.

그날 녹화를 하게 되면 실제 방송은 다시 10일 딜레이 되기 때문에 우리의 공중파 음악방송 컴백은 3주 후다.”

“어? ‘마이 리틀 채널’이라면 그거 두비두 인터넷 방송처럼 시청자들과 채팅하면서 방송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 그런 방송 맞아. 그런데, 그 방송에 나가서 재미를 제대로 본 아이돌은 없잖아요. 진행력이나 순발력, 재미가 없다면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방송이라고 회사에서 이야기 하던데요.”

“그리고, 예전과 비교하면 인기도 많이 떨어져서 이젠 시청률이 4%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리스크가 더 큰 거 아니에요?”

“아 형~ 설마 저 믿고 방송 섭외 오케이 한 거예요? 햐~이거 나의 진행 흑염룡을 또 봉인해제해야 하나. 후후후”

“소원인 오바하지 말고, 이번에 하는 방송이 ‘마이 리틀 채널’의 대 변혁 방송이라고 하더라.

처음에 이 방송이 생겼을 때는 신선한 방송이라고 엄청 화제였잖아 TV방송과 인터넷 방송의 연계라는 기념비적인 방송이었고, 방송관련 상도 많이 탔지.

하지만, 너희도 알고 있듯이 시청률이 이젠 4% 밑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김진경 PD가 이젠 신선함이 떨어진 방송을 끝내길 원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방송사에선 그전에 대대적인 변화를 한번 해보고 인기가 다시 돌아온다면 바뀐 컨셉으로 또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

그래서 신선함을 위해서 이번에 컴백하는 우리에게 섭외가 왔고.

그쪽에서 이야기해주기로는 이제껏 했던 ‘마이 리틀 채널’ 방송과는 완전 다르다고 하거든.

기존 방송은 각 채널마다 그냥 방을 주고, 방에서 각자가 컨텐츠 방송을 하며 인터넷 시청률을 따졌는데, 이번엔 공연장 같은 곳에서 6개의 방송팀이 서로 마주 보면서 동시 진행을 한다고 하더라.”

“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기존처럼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건 맞는데, 중앙에 천 명의 관객을 두고 각 팀의 특별무대가 관객들을 둘러싸듯이 만들어 진다고 해.

그리고, 천 명의 관객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특별무대 앞에 몇 명이 모이는지에 따라 점수를 평가한다고 하더라.”

“헐, 원룸처럼 방에서 방송이 이루어 지는 게 아니라,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무대를 만들어 운영하는 거라니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인데요. 그것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방송이 되는 거고.”

“와! 뭐 이런 방송 컨셉이 있는 거지? 그러면 앰프 크게 설치해서 빵빵하게 틀면 우리에게 다 오는 거 아니에요? 그때 한번 보니깐 요리하고, 마술 부리고 하던 방송들이니깐 우리보단 정적 일 거잖아요. 그럼, 우리에게 유리한 거 같은데?”

“그래도 그 사람들은 고정 팬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가 오히려 불리할 것 같은데.”

매니저와 멤버형들이 마이 리틀 채널 방송의 대 변혁에 대해서 이야길 하는데, 내 기억 속에도 있던 방송이었고, 이 특별 방송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긴 났다.

두 시간 동안 종이접기 아저씨와 미용실 아줌마, 대머리 의상디자이너가 나와서 서로의 컨텐츠를 관객들에게 봐달라고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 방송도 획기적이긴 했지만, 우승을 누가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고, 방송 이후 조용히 ‘마이 리틀 채널’ 방송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봐서는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인기를 얻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들 두 시간의 공개 라이브 방송에서 어떤 컨텐츠를 해야 좋을지 생각을 좀 해봐.

2시간 동안 노래 부르고 춤추면 너희들이 못 버텨.”

“그 특집방송에 우리와 같이 나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어디 보자. 응? 다른 게스트들은 다 마이 리틀 채널에 나왔던 사람들이라서 컨텐츠 이름도 따로 있네.

요리연구가 박정원의 ‘슈가보이와 함께’, 의상디자이너 황장혁의 ‘모두가 다 모델’, 헤어디자이너 다홍의 ‘기적의 포장술’. 마술사 김정결의 ‘누구나 하는 간단 마술’, 방송인 이구라의 ‘모두의 방송’이네.

이 5명은 이 방송의 터줏대감들이야. 그러고 보니 태평이 말처럼 다들 우리보다 정적인 콘텐츠들인데.”

“그러면 좀 쉬울 수도 있겠네요. 우리 팬클럽에 미리 공지를 하면 관객으로 많이들 참여하기도 할 거고, 다들 정적이니 우리가 음향을 크게 틀고 노래를 하면 되겠네요.”

“흠. 그래서 영업 실장들이 섭외에 응한 거겠지. 그래도 2시간 동안 진행을 해야 하는 거라 다들 하고 싶은 컨텐츠가 있으면 이번 주까지 이야기해줘. 그리고, 컴백 후 ‘전설의 명곡’ 무대도 이미 출연 확정이 되었어.

이번에는 다 같이 출연하는 거니깐 미리 방청객으로 가족들 부를 사람은 인원수 확인해서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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