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대 오디션 시대.
“전 본부장. 아니 상일아. 우리가 이제껏 해온, 나름 정도(正道)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이젠 낡아빠진 구닥다리 방식이 되어 버린 거냐?”
“회장님 구닥다리가 아닙니다.
아직도, 일본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우리의 트레이닝 방법과 매니지먼트를 배우기 위해 연수까지 오고 있습니다.
절대 우리 MSM의 방법이 틀린 방법은 아닙니다.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직구만 던질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대하는 타자는 스윙 스피드가 올라가고, 힘도 좋아졌는데, 투수가 매일 똑같이 ‘승부는 빠른 직구다!’ 하면서, 직구만 던져서는 이길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상대하는 타자들이 강해졌으니, 투수도 커브,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도 던지고, 빠른 직구 다음에 느린 체인지업도 던지고 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직구가 아무리 빠르고, 좋다고 해도 언젠가는 상대 타자에게 따라잡혀서 홈런을 맞을 수도 있는 겁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직구 같은 매니지먼트 방법은 다른 기획사에 분석을 당해서 예전처럼 직구 하나만으로 타자를 삼진 잡아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구 같은 데뷔 방법으로 주위를 한번 환기 시킬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변화구라...SGY, JYG도 우리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들을 안 내보내고 있지?”
“네. 그러니 우리가 먼저 변화를 시작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에 더해서 아예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우리가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중에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제작 참여를 해보자고?”
“네. 이미, 우리 MSM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 드라마 및 뮤지컬에 제작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제작투자를 하는 만큼 우리 소속의 아티스트들이 캐스팅에서 이득을 보고 있고,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아주 만족스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에도 투자자로 참여를 하여 우리 측에 이득인 방향으로 핸들링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 놓고, 우리가 참여할 수는 없으니 우리 하위 레이블을 내세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를 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좋은 방법이야. 투자한 만큼 알아서 그쪽에서 편집에서 편의를 봐 줄테니. 팬 몰이 하기엔 좋을테지.
좋아!
밖에 나가서 먼저 인지도를 만들고,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내부에서 데뷔 팀을 만드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한번 공략해 보자고.
이 비서. 지금 본사 과장급 이상은 대 회의실로 다 모이라고 연락해. 30분안에 다 모이라고.
그럼, 실험 삼아 윤소원이를 중심으로 하는 팀원들을 한번 모아봐.
의무활동이 끝난 다음에 바로 팀으로 데뷔할 수 있게 연습생들 데뷔 조를 준비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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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메일로 ‘여기는 아이돌 캠프!’ 보도자료 들어왔습니다. 홍보실에서 바로 작업치게 토스합니다.”
선비 김의 CF비가 포함된 정산금액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정산서에 사인을 하러 본사에 들렸더니, 마케팅팀과 홍보팀이 소란스러웠다.
내가 전상일 본부장에게 급하게 만들어 제출한 기획안이 통과되었고, 그로인한 후 폭풍인지는 몰라도 만들어진다는 소문만 있었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 편성까지 확정이 되어서 언론에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거기다 MSM과 주주 관계로 묶여 있는 ES엔터에서 프로그램의 투자후원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은채와 수나가 포함된 여자 연습생 4명이 ‘아이돌 캠프’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형! 계좌 불러. 오늘 정산받았어. 내가 형의 엔젤투자자가 되어 줄게.”
“오~ 정산이 벌써 된 거야? TV에서 보니깐 아이돌들 정산은 데뷔하고도 몇 년이나 걸려서 돈을 받는다던데.”
“그건 연습생 때 들어간 비용 때문에 그런거고, 난 그런 부분이 없다보니 빨리 해주는거래.
엄마, 아빠한테 돈 드린다고 연락하니깐, 엄마, 아빠는 괜찮다고 내가 번돈 나보고 다 쓰라고 해서 난 형에게 투자하려고, 대신에 나중에 잘되면 이자 붙여서 갚아야해.”
“그래, 알았다. 이자 팍팍 붙여서 줄수 있게 열심히 하마. 고맙다.”
나는 거의 매일 매니저 형이 주위에 붙어있고, 의식주를 다 공짜처럼 해결이 가능하니 돈쓸곳이 없었다.
잔고 30만원을 남겨두곤, 오늘 정산받은 3100만 원과 전에 KY통신의 CF로 받았던 돈까지 모두 다 형에게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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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 이거 봐 내 이름 나왔어.”
“어디? 진짜다. 나도 있고, 은채랑 수나까지 다 신문기사에 언급되어있어. 어~ 막 기분이 이상해. 고작 이런 거로 마음이 뛰다니.”
[MSM도 이제는 연습생을 오디션 프로그램에 공개하기로 결정!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MSM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들을 출전시키기로 내부방침이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본보가 극비리에 입수했다.
그리고 변경된 내부방침에 따라 다음 달 방송되는 ‘여기는 아이돌 캠프’에 5년 이상 MSM에서 연습해온 연습생 4명을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공개된 프로필을 보면, 정은채 연습생은 연습 기간 6년차로...이수나 연습생은...]
[Nnet ‘국민아이돌 – 프로듀스99’로 만든 인기 ‘여기는 아이돌 캠프’로 이어가나?
오디션 프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프로듀스99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는 여자 아이돌 그룹을 트레이닝 하는 ‘여기는 아이돌 캠프’ 가 금요일 저녁 밤을 책임질 예정이다.
책임 프로듀서인 김영일 PD는 출연하기로 한 연습생들의 모습을 본 이후 KBC의 ‘더 콜업’과의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인터뷰에 임했...]
나도 기사들을 찾아보고 있으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도 ‘여기는 아이돌 캠프’가 순위권에 들어와 있었다.
네이버 메인페이지의 언론사 연예계 뉴스에 방송 홍보 기사가 노출되고 있었고, ‘더 콜업’과의 경쟁에 관해서도 기사가 올라와 있기에, 두 프로그램 모두가 이익이 되는 홍보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홍보팀에서도 제대로 홍보작업을 했는지, 아이돌 캠프와 우리 회사 연습생의 프로필, 사복 차림의 사진들이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올라와 있었다.
[MSM은 왜 이런 진주들을 숨겨두고 있었냐? 이렇게 쭉쭉 빵빵 인 애들을 숨겨두고 데뷔를 안 시키다니 이 정도면 직무유기 아니냐?]
┗그러게, 가슴도 좋고, 골반도 지리는데. 섹시컨셉 나오면 가요계 평정 가능.
┗이 애들 고등학생이더라, 미성년자에게 섹드립 치다 재수 없으면 경찰서 정모 할 수도 있다. 조심해라.
┗고딩? 가슴발육이 장난 아닌데? 앗, 판사님 우리 집고양이가 누른 거예요. 그래서 이 애 이름이 뭐라고?
┗정은채, 뒤에 귀여운 애가 이수나.
┗은채라는 애는 운동화 신었는데도 비율 오지네.
뭐, 역시나 섹드립으로 고통은 받을지언정 이렇게라도 이름이 알려지는 게 이득이었다.
잘빠진 몸매를 계속 보려고 투표를 해주고, 그걸로 데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였다. 여가수에겐 섹시도 하나의 무기이니 충분히 어필하는것도 생각해 볼 만했다.
“소원아 고마워! 다 네 덕분이야. 진짜 올해 데뷔 조에 못 들면 연습생 탈퇴하려고도 했었거든.
그런데, 네 덕분에 이렇게 방송도 나갈 수 있게 되었어. 네가 우릴 잡아준 거나 마찬가지야. 정말 고마워.”
“나도 고마워. 사실 은채랑 나랑 다른 기획사에서 연말 데뷔하는 걸그룹에 넣어 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안받고, 고민 중이었거든.
이렇게 방송에 나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고마워!”
“방송 잘되고, 데뷔 정식으로 해서 정산받으면 고기 사주기로 약속!”
“약속! 두 번 사줄게. 두 번!”
“난 세 번 사줄게!”
은채와 수나 이야길 듣고 보니, 왜 이렇게 이쁜 애가 전생에선 연예인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유추가 되었다.
아마도, 내가 없었다면 저 고민 끝에 다른 기획사로 넘어가 어중간한 데뷔와 더불어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리는 걸그룹의 운명이었을지도 몰랐다.
원래는 없던 방송프로그램을 만들고, 원래는 사라졌어야 했을 사람을 연예계의 전면에 나오게 만든 것에 대한 우쭐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들이 내가 알고 있던 전생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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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이제 더 이상 안 됩니다. 채연이도 목에 한계가 왔고, 원희도 진통제가 없으면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면 어쩌자고? 5주 연속 1위 가수인 ‘빨간 펀치’가 ‘전설의 명곡’ ‘이수애’ 편에 나가기로 결정이 났다고 신문기사까지 다 나갔잖아.
그런데, 빵구 내자고? 말이 되는 소릴 해! 목은 다음 주부터 쉬면 되니깐 어떻게든 전설의 명곡에 나가야 해.
더구나 이수애씨의 ‘애희’를 우리가 받았잖아. 이수애씨에게 ‘애희’란 곡은 자기의 인생 곡이야.
그런 곡을 우리가 하기로 했는데, 인제 와서 목 상태가 안 좋아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냐?
박 PD 그놈 성깔 더러운 거 너도 알잖아.”
“하지만, 사장님 더 이상 노래하게 하면 애들 목성 대 다 나갑니다.
지금도 성대결절 걸리고 나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스케줄 뛰고 있는 애들이에요.”
“야! 네가 의사야? 네가 이비인후과 의사야? 전문의야? 왜 매니저 새끼가 이렇게 개겨? 너 그만둘래? 엉? 그만두고 싶어?
5년 동안 같이 일했고, 네가 애들 가능성 있다고 캐스팅을 하자고 해서 잘 데리고 온건 다 네 공이긴 해.
공도 세우고 잘한다고 너에게 전권을 맡겨뒀더니, 뭐? 애들 쉬게 해야 한다고? 네가 뭔데, 왜? 이젠 내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야! 내가 사장이야 인마.
애들 전설의 명곡에 꼭 세워! 돈은 안되지만, 10대 20대에 한정되어있는 인지도를 전설의 명곡에 나가서 ‘애희’로 40~50대에게까지 인지도를 쌓아야 한단 말이야.
알겠어? 애들 진통 소염제 먹이고, 잘 타일러서 스케줄대로 진행해. 더 이상 토 달지 마!”
빨간 펀치의 매니저이자 그녀들을 캐스팅한 이호진은 속에서 솟구치는 화를 참는다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음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 자리를 꾹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 오빠. 사장님이 우리 쉴 수 있게 해준대요? 쿨럭 쿨럭.”
“그리고, 사장님이 지정해준 그 병원 말고 다른 데 가면 안 돼요? 아프지 말라고 진통제만 주는 거 같고, 노래 부를 수 있게 기침은 안 나오게 해주지만, 목 안이 따끔거리고 아리고 하는 건 여전해요.”
“애들아...대표님이 전설의 명곡 무대는 어쩔 수 없이 꼭 서라고 하신다. 미안하다.”
“나 진짜 목이 따끔거려서 아픈데. 히잉. 그럼, 사장님이 지정해준 병원 말고, 다른 병원에 가보면 안 돼요?”
“아는 병원이 있어?”
“네, 엔오원의 소원이가 자기가 목 관리를 위해서, 다니는 병원이라고 알려줬어요. 거기 한번 가서 진짜 우리 목이 아픈데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래. 그 정도는 힘없는 내가 해줄 수 있겠다. 차에 타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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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관리하는 가수 목이 이 상태가 될 때까지 매니저가 방치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건 소염진통제만으로는 치료가 안 되는 겁니다.
매니저도 문제지만, 가수라면 자기 목이 아픈 걸 알잖아요. 왜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참았어요? 목이 따끔거리고 해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 같은데.”
“네 의사 선생님 맞아요. 진짜 이렇게 말을 할 때도 목이 따끔거리고 아려요.”
“두 명 다 무조건 일주일 입원해서 목을 쉬게 하고 성대를 매일 관찰해서 경과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절대 고음 내지 말고, 될 수 있으면 대화도 필담으로 하세요. 최대한 목을 쉬게 해서 부기가 빠져야 해요.
매니저님! 최악의 경우에 부기가 안 빠지면 수술까지도 고려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그럼, 오늘 스케줄은 안 되겠지요?”
“오늘뿐만 아니라, 최소 이번 주는 무조건 둘 다 쉬어야 할 정도의 목 상태입니다. 살짝 부은 게 있지만, 정상이라고 했다는 그 병원은 완전 돌팔이 같으니깐 앞으로 거긴 절대 가지 마세요. 가수 생명 잡아먹을 곳이에요.”
“허허. 오늘 남은 스케줄이 있는데...스케줄 중지하는데 근거 자료가 필요해서 그러니 이걸로 진단서 발급이 될까요?”
“네 발급해드리죠. 일단 스케줄가서 진단서 보여주고, 그거 끝나면 입원을 하세요. 안 그러면 혹사당한 성대가 부은 채로 굳어버려서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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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애희’를 대신 부를 가수는 있습니까? 당연히 ‘빨간 펀치’ 정도 되는 유명세와 다들 인정해 줄 만한 가창력이 있는 가수여야겠지요.
그런, 가수가 없다면 우리도 그냥은 못 넘어갑니다. 이미 방송 예고편도 다 나갔고, 기사도 다 나갔는데, 지금 변경하면 그 피해는 어떻게 할겁니까? 누가 책임질 거에요?
빨간 펀치처럼 유명세 있고, 노래 잘 부르는 가수를 대타로 세우든지 아니면 근성으로 무대에 서든지 하세요.”
“아유 박 PD님 저희 애들 좀 살려주십시오. 진단서 보십시오. 가수인데, 가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허 참. 그 건 그쪽 사정이고. 왜 소속가수 목을 그리 관리했어요?
관리 못 한 책임은 그쪽 회사에 있는 거잖아요.”
“박 PD님 저희 사정 좀 응? 보십시오. 말을 못하니깐 필담으로 글을 적어 주지 않습니까? 혹시, 엔오원이 대타로 서면 안 되냐는데, 혹시 엔오원이면 안 되겠습니까?”
“엔오원? 그 아이돌들? 그 애들이 이수애씨의 ‘애희’를 부를 수 있겠어?
흠. 뭐, 확실히 빨간 펀치에 못지않은 화제성이긴 한데..고민되네.”
“아, 박 PD님 엔오원 전체가 아니라, 윤소원 혼자 무대에 서는 건 안 되냐고 물어보는데요.”
“윤소원? 권 국장님에게 들이댄 그 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