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67화 (67/237)

# 67

MSM도 바뀌어야 한다.

“이번 주 화제가요 영예의 1위는 ‘빨간 펀치’의 ‘사랑 여행’입니다!”

밝게 웃으며 1위를 발표하는 MC들의 외침에, 우리들은 쓸쓸히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 엔오원의 첫 싱글 곡이었던 ‘My Love’는 4주 연속 2위만을 하며 공식적인 음악방송 활동을 끝마쳤다.

민호형은 물론이고, 다들 1위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게 보였지만, 경쟁상대가 너무 나빴다.

다음 주부터는 노래가 음악방송 순위에 들더라도, 음악방송에는 출연하지 않고, 이제껏 음악방송 스케줄로 인해 하지 못했던, 주말 행사에 집중하며 수익을 뽑아야 할 때였다.

사실 음악방송의 출연료는 회당 지급이 되는 출연료로 팀 멤버가 많건 작건, 무대에 동원된 댄서들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10만 원 내외였다.

매니저와 스태프, 가수들 밥값도 나오지 않는 출연료였다.

하지만, 전국으로 방송되며, 실 수요자인 팬들은 꼭 보는 음악프로그램이라 홍보를 위해선 무조건 나와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더구나, 출연을 위해 뒤에서 벌어지는 접대와 로비까지 계산한다면 오히려 몇백만 원의 돈을 내면서 나오는 방송무대였다.

“이제 음악프로그램 활동은 마무리한다며? 그럼 오늘이 끝인 거야?”

오늘도 1위를 한 빨간 펀치의 앵콜 송을 끝까지 무대 끄트머리에 남아서 다 듣고 내려오는데, 빨간 펀치의 이채연이 나를 불러 세웠다.

“네, 누나. 아마도 이제는 행사 위주로 주말 일정이 잡힐 거라, 보기 힘들 것 같아요. 이제 앵콜 송 듣는 것도 마지막이네요. 노래 라이브로 정말 잘 들었어요.”

“그럼 연락처 좀 찍어주고 가.”

이채연이 핸드폰을 나에게 내밀면서 연락처를 찍어 달라고 하는데, 기분이 좋았다.

“누나! 저 지금 연락처 헌팅 당하는 거예요?”

“응? 네가 전에 이야기했잖아. 앨범 나올 때 피할 수 있게 먼저 연락 달라고. 연락하려면 연락처가 있어야지.”

“아 네.”

괜히 김칫국을 마셨다는 생각에 급히 연락처를 찍어 줬다.

“사실, 그것도 있지만, 우리가 연예인 중에서 친한 사람이 없어서.

라디오에서 전화 연결할 수 있는 연예인이 누구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연락할 수 있는 연예인이 없어서 정말 난감했거든.

그래서 나중에 라디오 방송이라고 연락 갈 수도 있을 거야. 좀 부탁해.”

“아 네. 스케줄 문제만 없다면 꼭 전화 받을게요. 서로 품앗이 하죠. 저도 연락처 저장했습니다.”

지금도 빨간 펀치는 잘나가고 있지만, 나중에 목을 다친 이후에도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빨간 펀치였기에,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왕 연락처를 주고받았으니 자주 연락해서 제대로 된 인맥으로 만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도 들었다.

*

*

“야 김기봉! 뭐가 그리 싱글벙글하냐? MSM 본사로 옮긴 게 그리 좋냐? 잔이나 받아.”

“기분 좋지. 너도 알잖아. 내가 매니지 하는 윤소원.”

“그래 알지. 트러블 메이커로 방송국에서도 다 알고 있어.”

“그거야! 그거! 내가 매니지먼트를 하는 연예인이 내 주위 사람 대부분이 다 알고 있다는 거. 그런 연예인을 내가 매니지먼트 하고 있다는거.

소원이나 엔오원과 찍은 사진을 카톡에 올려두면, 몇 년간 연락 없던 애들도 연락이 온다. 넌 이런 내 마음 모를 거다.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행복하다. 재미있어.”

“그래 확실히 예전이랑 차이가 나긴 하네. 전에 PLUS에 들어가서 트로트 가수 김주미 선생님 매니지먼트 할때는 너 얼굴이 썩어들어 갔었어. 지금은 꽃이 폈네.”

“그래. 그거도 있고, 내가 처음 김주미 선생님 매니저로 일할 때 선배 매니저들에게 들은 게 신인가수를 매니지 하게 되면, 매일이 새롭고 재미있다고 들었거든. 이제까진 그런 것을 느낄 기회가 없었는데, 신인가수를 매니지먼트 해보니 진짜 키우는 재미가 있어.

출연하는 고정프로그램을 늘려가는 재미가 이렇게 재미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물론, 내가 키운게 아니라, 회사와 팬들이 키워주고 있지만.

나중에 진짜 내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렸을 때 진짜 내가 발탁한 애들이 이렇게 커간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요즘은 매일 상상도 한다.”

“에잇 상상력 빈곤한 놈. 겨우 그걸 상상하냐? 나 같으면 MSM 본사에서 볼 수 있는 여자 연예인들 보면서 좋은 상상을 해보겠구만.”

“근데, 실제 본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자 연예인은 거의 없어. 남자 연예인도 마찬가지고. 매일 출퇴근하는 게 아니다 보니, 진짜 가끔 볼 수 있어.“

“여자 연예인을 자주 못 본다니 상상력이 빈곤할 수밖에 없겠네.

그런데, 그건 알고 있어라. 연예계에서 정신병 얻어서 그만두는 매니저들 대부분은 하나하나 늘려가던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부터 빠지게 되면서, 그걸 참지 못하고, 녹화가 없는 날엔 불안해서 결국 병생기는거다.

몇 명한테 이야기 들어보니 약 없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아이돌들 스트레스로 정신 상담받을 때 너도 미리 상담을 받아.”

“그래, 요즘 나도 정신적으로 부쩍 느끼고 있어.

하지만, 나이 많으신 트로트 가수들 매니저 했을 때보다는 10배, 100배는 더 좋은 것 같아. 헤헤헤.”

“넌 웃는 것도 딱 멍청해 보이는 것이 진짜 맨발의 기봉이네. 2탄 찍는 오디션 하면 너 진짜 한번 해봐라.”

“그럴까? 아 참 나 이제 가봐야겠다. 내일 아침 스케줄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해. 내일부터 새벽 댄스 스쿨도 가야 하거든. 나 그만 갈게. 술 잘 먹었다.”

“야! 네가 사기로 했잖아!”

*

*

“오늘은 여기까지. 새로 들어온 소원이가 의외로 잘 따라와서 오늘 연습할 기본 동작은 다 했어요.

다들 앉아서 근육 마사지 서로 해주면서 마무리 스트레칭하세요.”

“소원이 너 의외로 잘 따라오는데. TV에선 몸치더니 몸치가 아니네.”

“편집이 악마의 편집이었다니깐. 댄스 근본이 없어서 그렇지, 나름 몸은 잘 움직였는데, 그걸 강조하는 편집 때문에 몸치로 보인 거였다니깐.”

“널 가르친 민호 오빠나 선생님들의 고생이 눈에 갑자기 보이는 것 같은데. 오늘 학교 갈 거지?”

“그래, 매니저 형이 태워준다니깐 다 같이 가자.”

“그런데, 넌 데뷔 멤버로 이름이 불렸을 때, 어땠어? 방송 보니깐 김태평은 하늘에서 팡파르가 울리는 것 같았다고.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고 하던데, 데뷔가 결정 나면서 너도 진짜 그렇게 뭐가 확 달라졌어?”

질문한 이수나는 물론이고, MSM 댄스 스쿨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은채를 비롯한 대부분의 연습생이 귀를 쫑긋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들이다 보니, 데뷔한 연예인들의 인터뷰를 듣고는 궁금한 게 많은 눈치였다.

“나도 진짜 데뷔가 결정이 나고 바로 팀이 데뷔한다고 들었을 때, 뭔가 나에게 큰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난 그대로였어.

그냥, 주위환경만 바뀔 뿐이야.

음. 쉽게 이야기하면 중학교 졸업할 때는 이제 중2병 걸린 중학생이 아니라, 성인 흉내를 낼 수도 있는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당당하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마음속으로는 사복을 입으면 막 담배도 살 수 있을 것 같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술집도 뚫어서 술도 몰래 마시러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고등학생이 된다고 해도 그냥 교복과 학교만 바뀌는 거지 바뀌는 건 없잖아.

데뷔도 마찬가지야. 나 자신은 바뀌는 게 없어. 그냥 내 주변의 환경만 바뀔 뿐이야.

그런데, 그 바뀌는 환경이 매니저 형이 매일 차로 픽업을 해주고, 코디 누나가 옷을 챙겨서 입혀주고, 메이크업 누나가 피부관리와 음료수 빨대까지 입에 물려주는 손가락 하나로 다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야.

거기다, 인기도 있고, CF 출연료 같은 큰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슈퍼스타라면 본인도 그 환경에 맞게 바뀌게 되겠지.”

“크흑, 평민에서 바로 귀족이 되는 거긴 하네.”

“그러니 다들 데뷔를 하면 연예인 병이 걸리는 거구나.”

“햐 데뷔하고 싶다.”

“그런데, MSM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들이 나가는 걸 막고 있지?”

“대형 기획사들은 다 막고 있지. 너희 팀 루이스 오빠도 처음에 프로듀스99에 나갔을 때는 JYG소속이었다가 안된다고 하자, 결국 소속사를 옮기기도 했잖아.”

“대형 기획사는 이게 문제야. 데뷔만 바라보고 기다리기엔 참 힘든데. 무작정 기다려라,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기약 없이 기다리라고만 하니.

한번 연습생들끼리 뭉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단체로 문의라도 해봐.

이번에 Nnet에서 ‘더 콜업’의 여자팀에 대항하기 위해서 따로 걸 그룹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말도 있거든.

예전이었다면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였을 테지만, 나라는 존재가 있잖아. 전례가 있으니 바뀔수도 있어.

MSM에 이미 오디션 출신의 아이돌이 있는데, 왜 연습생은 거기에 못 나가느냐고 단체로 건의라도 해봐.”

“그럼 네가 총대를 메고 앞장서봐. 우린 밉보이면 그날 바로 날아가는 연습생이지만, 넌 쫓겨날 리 없잖아.”

“안 그래도 나 전 본부장님한테 찍혀서 트러블 메이커로 불리는데, 그거까지 하게 되면 나도 어디로 끌려가서 감금될지도 몰라.”

“그래도, 네가 좀 해줘. 우린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수나는 물론이고 은채나 다른 연습생들도 기대 가득한 눈빛을 나에게 보내다 보니 쉽게 또 안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흠. 알았어. 그럼 내가 말은 한번 드려볼게.”

*

*

“이걸 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네. 그냥 말로 대충 설득을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파워포인트로 의견서를 드리면 좀 더 쉽게 의도를 파악하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MSM의 위기이니, 시대의 흐름에 맞게 연습생들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내보내야 한다 라...흐름이라...

MSM의 연습생이니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 수 있게 5년 차 이상의 수준급 연습생을 내보내고, 의무활동 동안 쌓아온 인지도를 이용해 새로운 팀을 만들어 재데뷔 시킨다는 방법도 나름 좋아. 마음에 들어.”

“그렇죠? 이제 MSM도 바뀌어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너를 통해서 나온 의견과 기획이라서 불만이야.

이건 한마디로 몇 개월 남지 않은 엔오원 활동 이후 윤소원을 다른 연습생과 같이 묶어서 데뷔시켜야 한다는 거로 보이거든.

자기 자신을 위한 이득을 연습생을 통해 챙기려는 게 너무 뻔히 보이잖아.”

“그..그런 의도도 사실 조금 있긴 있습니다. 하하하”

“그게 마음에 안 들어. 오히려, 이런 제안이 책임 매니저나 데뷔준비팀, 미래 전략팀에서 만들어지고, 올라와야 하는데, 원래 이런 준비를 해야 하는 놈들은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그게 불만이야.”

전 본부장은 내 사심이 조금 들어간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싶었지만, 이런 기획을 먼저 들고 와야 할 부서들에게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전혀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것 같았다.

“여기 네가 적었듯이 지금은 우리 MSM의 침체기야.

그런데, 이런 침체기를 그냥 세대교체의 성장통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획을 만들어 내야 하는 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어.

회사가 커지면서 오류를 줄이기 위해 경영컨설팅을 받고, 뛰어나다는 인재들을 뽑았지만, 엔터 사업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니라, 대기업 사무직원들만 남아 있는 그냥 회사가 되어 버렸어.

뭐, 이런 대기업의 약점과도 같은 책임지지 않기로 인해서 네가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면 이제껏 쌓아온 우리 MSM이 무너지지 않으란 보장도 없어.

부서에서 올라오는 화려한 PPT만 보다가, 조잡한 PPT 실력의 보기 싫은 기획안이지만, 진짜 기획이란 게 여기에 담겨 있는 것을 보니 나 자신도 너무 겉멋에 치중했다는 생각도 들어.

내가 말이야. 처음 우리 회장님을 만났을 때만 해도, 아주 실용적인 사람이었어.

이런, 정장에 셔츠는 무슨, 청바지에 운동화 집업 후드티 한 장으로 한 달을 버티고 했었단 말이야. 그런, 현장 중심의 업무를 이 기획안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어....”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습생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위한 기획안을 만들었고, 기획안 설명을 위해 비서에게 겨우 5분의 미팅 허락을 받아서 전상일 본부장을 만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리고, 내 기획을 듣고선 칭찬하더니, 어느 순간부턴 옛날의 추억이 섞인 ‘내가 예전에 말이지.’의 마법이 발동되어 버렸다.

전 본부장의 일대기를 책상 앞에 서서 30분 가까이 들어야 했다.

“그래, 트러블 메이커라고 생각한 소원이가, 제시한 이 기획안이 아주 마음에 들어. 우리가 이제껏 유지한 MSM 내의 경쟁을 통한 데뷔팀 구성의 법칙을 바꿀 때가 온 것 같아.

연습생을 세미 데뷔시켜서 인지도를 쌓아오게 만들고, 그 구심점을 해줄 수 있는 연습생에게 맞게 데뷔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좋아 보여.

그리고, 외부에 내보냈는데도 인기를 끌어오지 못했다면 재능이 그것밖에 안 되는 아이로 옥석이 가려지겠지.

내가 이 건에 대해서 고민해 보겠어.”

“저..본부장님 그 고민이 언제 결정이 될까요? Nnet에서 여자 연습생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거기부터 출연을 시키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고민은 이미 끝났어. 어떻게 추진할지만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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