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66화 (66/237)

# 66

달라져 버린 미래. - 유료시작편

“형! 치킨 상자랑 이 맥주캔들은 뭐야? 쓰레기 좀 치우고 살아. 그리고 또 치킨을 배달시킨 거야?”

“집에선 늘 치킨을 밥 대신 먹고 있지. 너도 같이 먹자. 맥주는 안 되겠지? 몰래 마실래? 그냥, 콜라로 줄까?”

“콜라로 줘. 근데, 형 뱃살 장난 아니게 늘었어. 대박!

뿔테안경까지 딱 이미지상으로 오덕인데. 도대체 한 달 동안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무슨 일이긴. 일 때문에 그러지. 이 두둠해진 인격도 늘 밤늦게까지 모니터링 하고 일한다고 이렇게 나와 버렸다.

네가 부탁한 그런 온라인 작업 치는 게 표시 안 나게 하려면 결국 프로그램 안 쓰고 노가다하는거 밖에 없어서 어쩔 수가 없어. 프로그램 돌리면 바로 표시가 나버리고.”

“그래도, 형 너무 달라졌어. 그 깔끔했던 우리 기원이 형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 기원이가 오덕이 되었지. 후후후.”

웃으면서 티 안쪽으로 손을 넣어 배를 쓰다듬는 형을 보니, 깔끔하게 옷을 입고, 모범생 같았던 형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처럼 가벼운 노트북이 있던 책상에는 큰 모니터 4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앞에 앉아서는 형이 운영하는 아이돌피버 페이지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탈은 물론이고, 여러 커뮤니티의 페이지들이 열려서 새 글이 뜨고 있었다.

“학교에서 내어준 창업동아리 실은 4명만 들어가도 꽉 들어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각자 집에서 일하고 있어.”

“어? 이 정장들은 못 보던 거네.”

“아, 이제 직접영업도 하고, 투자자를 만나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일도 하다 보니, 정장도 필요해서 이월상품 할인하는 곳에 가서 몇 벌 샀어.

투자를 제대로 받아야 사무실을 얻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투자받기가 진짜 하늘의 별 따기야. 미국이나 중국에 많다는 엔젤투자자는 도대체 한국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다.”

한 달 만에 온 나와 치킨을 같이 먹기 위해 밥상을 차리고 있는 티쳐츠에 반바지 차림의 형을 보니, 내 기억 속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건설사에서 일하다 나중에 공무원이 되는 흰 셔츠와 넥타이가 어울리던 뿔테의 젠틀했던 기억 속의 형은 환상 속의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젠, 치킨과 맥주를 사랑하고,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곤 빨리 같이 먹자고 헤헤거리는 백수 같은 형이 되어 버렸다.

“광고계약이나 마케팅 대행해주고 받은 돈은 컴퓨터 사고, 애들 생활비로 쓰다 보니 사무실 얻을 돈을 못 구하고 있어. 4명이 시작한 게 이제는 8명이야. 꾸준히 의뢰도 들어오고 있긴 한데, 그만큼 컴퓨터 앞에 살아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스트레스 때문에 좀 힘드네.”

“내가 김 CF 비용 나오면 돈 빌려줄 테니까 사무실 알아봐. 집에서 일하니깐 형이 더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여기 치킨 맛있다.”

“그렇지? 내가 이 동네 치킨을 다 시켜 먹어봤잖냐. 치킨 홍보도 말이지...”

형과 치킨을 먹고 침대에 누웠는데, 나로 인해 진로가 변해버린 형과 그로 인한 나비 효과로 달라질 우리 가족의 일로 머리가 복잡했다.

MSM에서 해준다는 전문관리까지 생각하다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

*

“우와~ 소원이 회사에서 메이크업담당까지 붙여준 거야? 어? 새로운 매니저님까지? 이야 어제 본사에 가더니 오늘부터 대우가 다르구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아마도, 회사에서 사고 많이 친다고 관리하시는 분들을 붙여주신 것 같아요.”

멤버 형들에겐 웃으면서 이리되었다고 했지만, 혼자서 4명의 스태프를 데리고 다니니 좀 난감하긴 했다.

“로드매니저로 운전과 개인 일정을 주로 챙길 안수일이라고 합니다.

급할 때는 경호원의 역할도 같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쪽은 메이크업을 담당하시는 최우희씨입니다. 방송과 행사가 있을 때만 따라붙으실 거에요.”

기봉이 형은 둘만 있을 때는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그런지 다시 말투가 예전으로 사무적으로 돌아가 있었다.

안수일 매니저는 키가 180이 넘고 짧은 머리에 덩치도 큰 것이 왠지 전직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더 그쪽 인상으로 보였다.

“일단 이쪽으로 누우세요. 어제 뭘 먹고 잤는지 얼굴이 부었네요.

목적지 가는 동안 쿨팩 마사지로 붓기부터 뺄게요.”

메이크업을 하는 최우희누나는 이미 연예인들을 많이 다루어 봤는지 능수능란했다.

뒤로 젖혀진 의자에 눕히곤, 쿨팩 마사지를 해주고, 입에 음료수 빨대까지 물려주니 이런 스태프들로 인해 내가 진짜 슈퍼스타가 된 것 같았다.

이래서 연예인들이 내가 말이야~ 하는 연예인 병에 걸리는 것 같았다.

“SBC ‘화제가요’ 리허설 후 대기 타임에 잡지 인터뷰가 잡혀있고, 방송 후에는 KBC의 ‘더 콜업’ 작가와의 사전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고....”

차에서 내려서 방송국으로 오는데도 매니저 2명과 여자 스태프 2명이 앞뒤로 서서 오니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물론, 방송국에 들어와선 신인이다 보니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허리를 굽혔지만, 확실히 나를 케어해주는 사람이 많아지니 힘이 받는 느낌은 있었다.

4명의 스태프를 거느리고 인사를 하며 지나가니 다들 나를 알아봐 주고 인사를 받아주었지만, 나와 비슷하게 대기실 방향으로 들어온 신인 아이돌들의 인사는 대부분이 무시하듯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그랬다.

엔오원의 경우 데뷔와 함께 프로듀스99의 인기에 힘입어 대부분의 음원 차트에서 1~2위를 질주하며 1위 후보에 올랐는데, 그랬기에 음악방송의 출연이 쉽게 결정되었고, 노래의 편집 없이 3분 54초 그대로 원곡이 방송될수 있었다.

하지만, 중소 기획사의 경우에는 3분 컷에 맞추어 노래를 2분 59초로 편집해서 방송에 출연해야 했다.

몇 개월, 심하면 1년 넘게 준비했던 데뷔무대가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2분 59초에 맞추어 져서 끝을 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대기실의 경우에도 멤버와 스태프들의 인원수를 무시하고 인기가 있으면 큰 대기실에 자동배정이었고, 신인 12인조 그룹의 경우에는 4평도 안 되는 작은 대기실에서 몇 시간을 대기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으며 빛나는 인기 아이돌이 있는 만큼 그 빛의 뒤 그늘에서 빛을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돌이 있었다.

“자 소원이도 왔으니깐 인사 돌자!”

데뷔 3주차 신인이다 보니 모든 출연자에게 우리가 인사를 하는 게 맞았지만, 데뷔가 몇 개월 차이가 나지 않을 때는 서로서로 이름을 알리며 잘 부탁한다고 인사 배틀을 했다.

“이번에 데뷔한 엔오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 데뷔한 신인 ‘뉴 라운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우리보다 늦게 데뷔한 아이돌도 있었는데, 태평형의 기획사인 밀리 투어에서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던 연습생들이 있어서 서로 잘되자고 기념사진을 찍어서 올리며 서로 홍보도 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방송에서도 1위는 ‘빨간 펀치’ 누나들이 차지했다.

*

*

“저희 엔오원은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선택을 받은 그룹이라, 우리의 뒤에는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서 계십니다.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사랑에 어긋나지 않게 정정당당하게 ‘더 콜업’의 데뷔 팀과 대결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엔오원과 ‘더 콜업’의 데뷔팀과의 경쟁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오케이. 촬영은 끝났고요. 개별 인터뷰 들어갈게요. 민호군부터 시작할게요.”

1차 촬영 후 대기시간이 되자, 휴대폰으로 오늘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고 팬들에게 독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며 온라인 관리를 했다.

“민호형 속이 말이 아닐 것 같다.”

“왜요? 오전에 저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아까 더 콜업 작가님이랑 사전 인터뷰때 들어보니깐 민호형과 같이 데뷔를 했던 팀의 멤버들이 더 콜업에 나온다고 하더라.

민호 형이 10년 전 고등학생 때 데뷔했던 ‘휘두르기’ 출신 1명, 전 기획사에서 데뷔했던 ‘엔프랭크’에서 2명, 지금 기획사에서 데뷔했던 ‘디오라마’ 에서도 2명이 나온 데.

같은 선상에 서서 같이 연습했던, 그룹의 멤버가 이제는 음악방송의 1위 후보로 올라가 있는데, 자기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 얼마나 슬프겠냐?

그런 팀원들을 봐야 하는 민호형도 왠지 뻘쭘할 것 같고.

뭐, 서로 찝찝할 거야. 분명히 이거에 대해서 인터뷰하며 질문할 거고.

참, 오디션 프로그램이 잔인해.”

“윤소원군 인터뷰를 위해 이쪽으로 오세요!”

“오 뷰티 걸의 애린이와 동창이고, 프로듀스99 원서에 친한 연예인으로 애린양 이름을 적어냈죠?”

이건 뭐지? 왜 갑자기 애린이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네, 중학교 동창이고, 프로듀스99에 지원할 수 있게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애린이 이야기가 나오는 건가요? 설마, 더 콜업에 애린이가 나오는 건가요?”

“아? 아직 이야기 못 들었어요? 오 뷰티걸에서 애린양과 정희양이 참여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자세한 건 나도 모르는데, Nnet 방송국에서도 ‘더 콜업’과 대결을 하는 엔오원의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고, 별도의 여자아이돌 팀과 대결을 펼칠 여자그룹을 뽑는 오디션을 추가로 개최하기로 내부 결정이 난 상태라고 했어요.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엔오원이 인기가 있고, 그 인기에 편승해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여러 개 만들어지고 있다 보니, 이렇게 두 방송사의 협업도 이상한 건 아니에요. 서로 홍보를 하고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는 거니깐요.”

“뭔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네요. 어제 개인 스케줄이 있어서 외부에 있다 보니 제대로 듣지를 못했어요.”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서, 여자 아이돌 팀에 애린 양이 지원했더라고요.

소원군이 알고 있는 애린 양에 대한 이야기와 뭔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데뷔는 오뷰티걸이 먼저이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또 소원군이 선배이니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 같은 걸 이야기해주시면 됩니다.”

분명, 작가와 이야길 하며, 인터뷰했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던 전생의 기억들과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뭐라고 인터뷰를 한 지도 모른 채 인터뷰가 끝이 났다.

연습실로 돌아오는데, 핸드폰으로 ‘더 콜업’ 관련 기사들이 올라왔다고 매니저들에게 연락들이 오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방송사 간 협업시도!]

[프로듀스99와 더 콜업의 정면승부! 엔오원 VS ??? 상대는 누구?]

[과거 ‘SHOT’과 ‘클래스 식스’의 뒤를 잊는 아이돌 라이벌 시대 개막, 팬들은 마냥 즐거워!]

내가 공중파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음악축제에 출연을 하고, 차후 연말에 음악 대 축제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에, KBC 예능국장에게 직접 적으로 찾아간 일이 이렇게까지 흐름을 뒤틀어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무난하게 탑급은 아니라도 대표적인 한류 여자 걸그룹이 되는 오 뷰티걸의 애린에게 까지 나비 효과가 나타난 것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더 콜업에는 오뷰티걸이 참여하지 않았는데,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는 더 콜업에 참여한다는 그룹들의 이름들이 방송국 유출이라는 이름으로 뿌려졌는데,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그룹도 있었고, 아예 처음 보는 그룹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그룹은 역시나 오 뷰티걸이었다.

네이버에서도 실시간 검색어에 애린이와 같이 지원한 정희라는 멤버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엔오원을 응원하는 팀과 언더독 효과 때문인지 뜨지못한 아이돌 그룹들의 팬들이 결집이 되어 서로 싸움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팬들 간의 트러블로 자연스레 홍보가 되길 원하는 KBC 방송국의 계획이 성공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주 음악프로가 이번 신곡의 마지막 활동이라는 통보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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