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65화 (65/237)

# 65

너 관리 좀 받자. - 무료공개 마지막편

“여러분과 함께 즐기는 우리들의 음악축제 7월 둘째 주 1위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앨범 판매 점수고요. SNS 점수, 음원 점수입니다.

네에~ 3위는요. ‘뉴에이스’의 It’s Lucky 입니다.

1위는 ‘빨간 펀치’의 ‘사랑 여행’이 4주 연속 1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2위는 첫 랭크인된 엔오원의 My Love입니다.

음악을 즐기고 싶을 땐 여러분의 음악축제에서 모두 같이 봐요~”

KBC의 음악축제에 급하게 출연하게 되었기에 나온 김에 혹시나 1위 수상의 영광까지 내심 기대를 하긴 했다.

하지만, 4주 전부터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인 ‘빨간 펀치’란 여성듀오가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방송의 모든 가요 음악 프로를 석권하고 있었다. 음악축제에서 집계하는 점수에서도 음원 점수에서 1,000점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빨간 펀치’도 원래 4인조 밴드로 오디션 출신이긴 했다. 최종본선에도 가보지 못하고 탈락했으나 그 가능성을 보고 기획사가 픽업해서 여성 듀오로 재편해서 대박이 난 케이스였다.

“그동안 출연해 보지 못한 KBC 음악축제에 나왔다는 건 좋은데, 역시나 우리 앞을 3주 넘게 빨간 펀치가 막고 있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이러다 1위를 한 번도 못해보고 이번 곡 활동이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생각도 든다.”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에 ‘이우현’이란 가수는 12주 연속 2위를 했다고도 하잖아요. 그거에 비하면 3주 연속 2위인 우리는 양호 한 거죠.

2위를 한 것도 대단하긴 한데 우리보다 2주 먼저 나와서 4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게 대단하긴 하네요.”

민호형과 루이스형이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1위 앵콜 송에 대한 공약으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걸어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알지만,

네가 떠나버린 이후에라도,

웃으며 뒤돌아볼 수 있게 함께 가줘.

난 아직도 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으니깐.

난 아직도 기다릴 수 있으니깐.

우리가 함께 걷던 그 담장에서 난 당신이 한 말을 들었으니깐.

난 아직도 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으니깐.

적어도 오늘만은 그 말이 내 머릿속을 헤매니깐....]

“노래가 좋긴 좋다. 20살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저런 감성이 나올 수 있는 거지? 대단하다.”

1위 앵콜 곡을 들으며 무대를 내려가려는데, 회귀 전의 기억이 생각났다.

지금 이 목소리의 라이브를 들을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라이브를 들어야 했다.

작은 기획사에서 대박이 터진 싱어송라이터이다 보니 무리한 행사와 콘서트로 인해 성대 결절에 몇 번 걸리고 나서 목소리가 변하게 될 터였다.

지금의 계속 듣고 싶어지는 밝은 소녀의 목소리가 아닌, 허스키한 블루스풍의 목소리로 변하게 되는데, 목소리 상태가 심각해서 몇 년 후에는 자기 데뷔곡을 자기가 원키로 부르지 못하게 될 수준까지 가게 되었었다.

“앵콜 송을 무대에서 끝까지 들어줘서 고마워요.”

“아예. 선배님 노래 정말 잘 들었습니다. 1위 축하드립니다.

무대를 내려갔어야 하는데, 무대를 내려가지 못할 정도로 노래가 좋았습니다.”

“호호호 우리 노랠 잘 들어 주니 우리가 더 고맙죠. 엔오원의 ‘My Love’도 잘 듣고 있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우리가 계속 1위를 하고 있어서...”

“뭐 다음 주에는 잘 되겠지요. 다음엔 누나들을 피할 수 있게 앨범 나오기 전에 미리 연락 좀 해주세요. 하하하”

빨간 펀치 누나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내려오니 매니저 형이 나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원래라면,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서 내일 SBC의 ‘화제가요’에 나가는 무대 연습을 해야 했는데, 무작정 나만 데리고 급하게 움직였다.

*

*

“어른들하고 이렇게 있는 게 불편해?”

“아, 아닙니다. 안 불편합니다. 괜찮습니다. 음악방송에서 땀을 흘리고 나서 혹시나 냄새가 날까 싶어서 그거 때문에 좀 그래서요. 하하.”

애써 괜찮다고 이야길 하고 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매니저 기봉이 형이 나를 데리고 향한 곳에는 대형 국산 고급 차가 있었는데, 기사님이 열어 준 문을 통해 올라타니 MSM 본사 전상일 본부장이 앉아 있었다.

“지금 중식당으로 가는 길인데,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네, 아직 안 먹었습니다.”

“활동하는데 힘든 점이나 그런 건 없고?”

“네, 매니저님도 서포터 잘해주시고, 특별히 힘들거나 그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전 본부장은 나와의 친분을 쌓기 위한 용도(?)의 질문을 해오는데, 뭔가 몇 년만의 본 외국에 사시는 큰아버지와 오랜만에 대화를 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대충 친분용 질문들이 떨어질 때 차가 목적지에 도착을 한 것 같았다.

“예약하신 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검은색의 오피스 정장을 입은 20대 후반 여직원의 안내를 따라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는데, 호텔 전문 중식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내부 실내장식이 중국 취향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벽 곳곳에 붉은색의 종이에 금색으로 복(福)가 적혀진 포스터 같은 것이 쭉 이어져 있었다.

“응? 전 본부장님 아니십니까? 여긴 잘 안 오시더니. 웬일이십니까?”

“아, 레온의 김사장이구만. 방송국 분들이랑 식사하러 온 거야? 난 우리 애 밥 한 끼 사 먹이려고 데리고 왔지.”

“본부장님이 소속사 연예인을 데리고 왔다고요? 이거 놀랄만한 일인데요. 십여 년 전의 ‘솔아’ 이후 처음으로 소속사 애를 데리고 온 거 아닙니까?

그 정도로 주목을 받는 친구인가요?

어? 그러고 보니, 이 친구 그 친구 맞죠? 트러블 메이커!”

“아~ 쟤가 걔야?”

“왜 거 있잖아. KBC 권 국장한테 들이댔다는 또ㄹ...아이돌.”

“오, 그 애야? 용기 있네. 꼽창으로 소문난 권 국장에게 다이렉트로 뛰어들었다니 대단한데.”

“허허 SBC 쪽에도 소문이 벌써 다 나버린 겁이니까?”

“전 본부장님 같은 기획사 분들에게는 이게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방송국 사람들에겐 웬만큼 쇼킹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아마 KBC 방송국에 역대급 레전드로 남을 겁니다.”

“그만큼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애입니다. 좋게 말하면 또라이지요.

나중에 또라이 같이 분량 뽑아내는 역할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주십시오.”

“전 본부장님이 여기서 밥까지 사 먹일 정도면 뭔가 있긴 있겠네요.

트러블 메이커가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다음에 방송국에서 뵙겠습니다.”

본부장과 매니저 형이 인사를 하자 나도 90도 폴더인사로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전 본부장님 눈에는 뭔가가 보이는 건가? 트러블 메이커를 데리고 밥을 사 먹이고?”

“우리야 일단 한번 써보면 알게 되겠지. 분량 따내는 또라이 인지, 분량 실종되는 민폐가 될지.”

우리에게 지정된 룸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다 들리게 크게 떠드는데, 이제까진 아주 당당했지만, 저런 소리를 들으니 살짝 위축되는 것도 있긴 있었다.

“저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마, 트러블 메이커란 말도 깊게 생각하지 말고.

사실 트러블 메이커란 닉네임은 화제성 있는 아이돌에는 한 번씩 다 붙는 말이야. 오히려 트러블 메이커로 불리지 못하면 그냥 묻히는 아이돌이라고 봐도 될 거야.

어떻게 보면 좀 흔해 빠진 표현이지.

옛날 SHOT이 활동할 때도, 트러블 메이커로 불린 문휘철이 있었고, 지금 잘나가는 SGY엔터 빅턴의 막내인 승현이도 트러블 메이커로 불릴 때가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그렇게 부르진 않잖아.

이 트러블 메이커라는 이름은 거쳐 가는 이름이야. 트러블 메이커를 넘어, 슈퍼스타니 젊은이들의 우상이니 하는 단어로 올라가는 거지.

시대의 아이콘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고나 할까.

물론, 트러블 메이커에서 슈퍼스타가 되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사람이 더 많지.

그런데, 요즘 며칠 자세히 살펴보니, 너는 트러블 메이커를 넘어서 슈퍼스타가 될 것 같은 아우라가 살짝 보이긴 해. 아, 음식 나왔네. 음식 먹고 하지.”

나에게 뭔가 보인다는 전 본부장의 말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잔뜩 기대했는데, 음식이 나오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중국 음식이 코스 요리로 계속 나왔지만,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빨리 식사를 마쳤고, 그런 나의 식사 페이스에 둘 다 식사를 빨리 끝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 미래를 보는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싹수가 보이는 연습생은 어느 정도는 알아본다고 자부하거든.

그 덕에 MSM에서 회장님과 많은 아이돌을 발굴해서 키웠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물론, 이번에 데뷔한 ‘NTC321’의 시스템이나 개념 자체가 난해하고 인기몰이를 못 하고, 실패했다고 욕을 듣고 있긴 해.

그래도 난 내 눈을 아직도 믿고 있어.

그래서, 너를 트러블 메이커에서 진짜 슈퍼스타로 올라갈 수 있게 회사에서 시스템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내일부터 MSM의 모든 연습생들이 부러워하는 전문관리를 받게 될 거다.

어떻게 보면 밖에서 굴러 들어온 애라서, 시간 날 때 대충 수업에 넣는 모양새로 너를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이젠 다를 거야.

기봉이는 엔오원의 일정을 위해 계속 매니저로 따라붙을 것이고, 별도로 개인 스케줄을 담당하는 매니저와 메이크업도 붙을 거다.

이젠 굴러들어온 돌이 아닌, MSM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아티스트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거다. 네가 행하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할 거다.”

단순히, 전 본부장이 식사하며, ‘남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으니 잘해봐’ 하는 그런 칭찬이 있는 식사를 생각했는데, 나란 존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이 생기게 되고, MSM을 대표하는 아이돌로서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강조하자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기분 좋음보단 부담감이 더 컸다.

MSM에서 10년 차 이상 된 슈퍼스타들이 그들의 유명세로 인해 감내해야 했던 사건·사고,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트러블 메이커에서 슈퍼스타가 되지 못하는 이유 대부분은 결국 자기 관리가 부족해서야.

그 관리를 우리가 확실하게 해줄 테니, 넌 네 속에 들어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재능을 불태워봐. 네가 뭘 배우고 싶다고 하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그걸 배울 수 있을 테고, 어떤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면 그 일을 직접하고 있는 프로와 연결을 시켜 줄 거다.

MSM에서도 이 전문관리를 받는 아티스트는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이 기회를 통해 슈퍼스타로 올라서길 바라마.”

“저 본부장님. 혹시 이 관리가 김상현 실장님이 우리 팀에게 했던 옛날 방식의 타이트한 관리인가요?”

“기봉이에게 듣기로는 상현이의 옛날 방식을 아주 싫어한다고 하더군.

옛날 방식의 타이트한 관리도 나쁜 게 아니야 다만, 그 대상에 따라 맞고 안 맞고 하는 상성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마조히스트(masochist) 성향이 있는 애들은 오히려 시킨 대로만 하면 되는 옛날 방식을 더 좋아해.

하지만, 강한 성격의 개성을 가진 너 같은 트러블 메이커들은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억누르면 안 되는 거야.

너 같은 애들은 일정한 수준의 가이드 라인을 정해주고, 그 가이드 라인 안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미국식 매니지먼트를 해줘야 잘 관리가 되겠지.

미국식의 자유를 주는 전문관리를 해줄 테니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매니지먼트 팀의 중심은 매니저가 아니라 바로 너니깐.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다 될 거다.”

*

*

“매니저 형 여기 세워 주시면 됩니다. 더 이상은 골목이 좁아서 차를 돌리기 힘들 거에요.”

“사복은 그럼 형 집에도 있는 거지? 내일 아침 9시에 픽업 올 테니깐 전화기 켜두고. 그럼 먼저 들어가.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 난 갈게.”

“네, 내일 봐요.”

형의 집으로 걸어가며 갑자기 나에게 팀을 붙여서 전문 관리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MSM의 현 상황이 먼저 생각이 났다.

남자 그룹 EOS의 대 인기 이후 데뷔한 걸그룹 블루코튼은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걸그룹의 넘버원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려운 감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데뷔한 NTC321는 본인 입으로 직접 이야기했듯이 뜨지 못해서 욕까지 먹고 있었다.

확실히, MSM은 기존의 10년 이상 된 슈퍼그룹들의 해체와 군입대 등으로 입지가 줄어들었고, EOS의 경우에는 멤버의 탈퇴 문제로 인기가 한풀 꺾인 모양새였다.

뒤따르고 있는 다른 대형 기획사들의 승승장구와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전 본부장은 아마도 외부에서 굴러온 돌인 나에게 전문관리를 결심한 것 같았다.

천지를 모르고 날뛰는 또라이긴 해도 화제성은 있으니, 다른 그룹에 들어가는 비용의 10~20%만 투자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것 같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선 것 같았다.

아니면, 진짜 단순하게 국장들에게 덤벼드는 돌발상황을 막기 위해 매니저를 추가 배치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 소원이냐?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왔네. 밥은?”

“형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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