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63화 (63/237)

# 63

왜 안 되는 거죠?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오늘 재미있었어요. 대본에 없는 질문을 해도 재치있게 잘 받아주고, 괜찮았어요. 다음에 또 봐요.”

“네. 칭찬 감사합니다.”

밤 12시가 넘어 라디오 프로그램의 스케줄까지 끝이 나자. 그제야 긴 하루의 일과가 끝이 났다.

“애들아! 연습실 가서 일요일 SBC 화제가요 무대 준비해야 하니깐 빨리 이동하자.”

“어? 김기봉? 야 기봉아!”

“오 철호냐? 오랜만이다. 너 라디오국 쪽은 웬일이야? 예능국 운영지원 아니었어?”

“야, 난 KBC 직원이니깐 이 건물에 있는 거지. 넌 PLUS 엔터에서 MSM 본사로 옮겼다고 하더니, 걸그룹 대신에 어떻게 엔오원을 매니저를 하고 있는 거냐? 그리고 이번에 부탁한 거 못 들어줘서 미안하다야. 나 힘도 빽도 없는 거 알잖아.

그건 그렇고, 이야 애들 다 잘 생겼다.”

“아, 우리 MSM 소속인 애가 있거든. 아 참, 너희들 인사해. KBC 예능국 운영지원팀에 있는 내 대학교 동창 송철호야. 오옷~ 대리 달았네. 언제 단거냐?

이제 송철호 대리님이다. 혹시라도 KBC 방송국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줄 직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이 아저씨 찾아가면 될 거야.”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하하하. KBC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고, 급하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고 해.”

“저...송대리님. 윤소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진짜 금요일 저녁에 하는 ‘음악축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을 못 하는 건가요?

“으응? 아, 이건 답하기 애매하다야. 기봉이 네가 나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시킨 거 아냐? 그것도 막내를 자객으로 쓰다니.”

“야, 난 너 만날지도 몰랐다. 그리고, 네가 먼저 아는척했거든요.”

“김 대리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요.

기획사 사장님들께 이야길 들어보니, KBC에서 기존 아이돌 중에서 멤버들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할 예정이라고 해서 저희 출연을 금지 시켰다고 들어서요. 진짜 그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가요?

그리고, 그게 진짜라면 어떻게 해야 우리의 출연 금지가 풀릴 수 있을까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이야, 직사포 스트레이트로 날려버리네. 주위에 우리들 말곤 없지?

일단 기획사에 도는 소문은 사실이야. 예능국에서는 김민호처럼 데뷔했는데, 뜨지 못한 팀들의 아이돌들을 지원받아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더 콜업’ 이란 이름까지 정해졌어.

그러다 보니, 기획사들에 일일이 공문을 다 보내서 오디션에 참가할 아이돌 팀들을 지금 끌어모으고 있어.

그래서 대부분의 기획사가 알게 된 거고.

사실 너희들이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 출연 금지되었다는 결정이 난건 없는데, PD들이나 출연 섭외담당들이 알아서 피하는 거지. 암묵적인 거야.

우리 KBC가 공영방송이다 보니 위에 찍히면 저 시골 송신소 같은 힘든 곳으로 발령 날수도 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럼 음악축제 출연을 위해서는 그 프로그램 담당 PD가 아닌, 예능국 국장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군요.”

“그래, 그거 말곤 방법이 없지. PD 마음대로 되었다면, 이미 기획사에서 작업을 쳤지. 예능국 전체의 암묵적인 룰을 어길 정도의 강단은 PD도 없거든. 어 나 찾는 전화 온다. 가봐야겠다.

일단 기봉아, 너 회사 옮긴 거랑 나 대리 단 기념으로 다음에 찐하게 한잔하자. 연락할게.”

*

*

“소원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KBC 음악축제에 못 나가는 걸 그렇게 고민하지 마.

이렇게 KBC 라디오부터 시작해서 심야시간대에 출연하고, 음악방송 외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다 보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음악축제 에 출연할 수 있을 거다.”

연습실로 가는 길에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생에서 1시즌의 데뷔팀은 진짜 KBC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었다.

데뷔 후 9개월인가 10개월 이후에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이유로 겨우 출연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케이블 오디션 방송 데뷔팀의 출연이 한번 통과되자, 시즌 2부터의 데뷔팀은 쉽게 모든 방송국에 다 출연을 할 수 있었다.

사실, 1위 후보이니 출연이 확정되었다고 기사도 나오고 했지만, 실상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지를 못하니 팬들이 항의전화를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왜 출연 안 하느냐고 조직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제작진이 손을 들어 버린 거였다.

이후 어쩔 수 없이 1위 후보에 올랐다는 핑계로 모든 출연 금지를 풀어준 것이었는데, 우리는 음원 순위와 음반판매 순위가 1위권이라 과연 다음 주에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시즌1 데뷔팀처럼 9~10개월간 출연을 못 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리고, 음악축제에 나가지 못한다면 연말에 하는 가요 대 축제에도 자동으로 출연이 안 되는 것이라, 어떻게든 출연을 해야 했다.

연습이 끝나고 숙소에 와서도 항의전화나 팬들의 집단행동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 잠이 들었다.

*

*

“수영은 전신운동이면서 호흡과 심폐지구력을 키우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야.

물론, 물에 뜨는 것만 해도 힘든 사람이 있지만, ‘우리 MSM 출신은 모두 다 수영이 가능한 아이돌이다.’ 라고 알려졌으니깐 너도 배워야 해.”

“다행히 수영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생존 수영이라 영법이 예쁘지는 않습니다.”

“할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네. SBC의 ‘정글로 간다.’ 예능 때문에 이젠 수영, 스킨스쿠버는 아이돌의 기본이 되어 가고 있어. 일단 수영은 가능하다고 하니, 폼을 보고 반을 정하고 폼 수정을 하는 것으로 하자. 몸 풀고 한번 레인 끝까지 다녀와 봐.”

“야야 정은채다. 우와~”

“래시가드 입었는데도 어마어마하네.”

“역시 지방 파에서는 정은채가 최고 존엄이네. 몸매 나오는 역으로 데뷔하면 장난 아니겠다.”

“기숙사처럼 같이 지내는 지방파가 부러운 이유구만.”

수영 폼을 지적받아 고치고 있는데, 옆에 남자애들의 말에 나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남자라면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고정되는 몸매와 얼굴이었다.

그런데, 전생의 기억으로는 아무리 기억해봐도 정은채란 유명 배우가 없었는데...내가 29살까지 있었으니 그러면, 10년 넘게 무명이었다는 말이었는데, 저 얼굴에 저 몸매로 무명이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마도, 중간에 연예인이 아닌 다른 진로로 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윤소원 쟤는 왜 여기 있냐? 부산 출신 아니었어? 지방파는 저쪽 풀장 아니야?”

“지방파는 다 기숙사 생활인데, 쟤는 기숙사 생활 않거든.

그러다 보니 우리랑 저쪽 어디에도 속하는 게 없는 거지.”

“아싸라도 데뷔하고 싶다. CF도 찍었고, 부럽다.

연습할 때는 아싸가 되겠지만 부럽다. 난 언제 데뷔할까. 휴..급 우울해지네.”

“그럼, 내가 너 아프리카 TV에서 데뷔시켜주마. 일단 그거로 화제 되면 너도 이미 데뷔한 연예인 되는 거지. 어때? 데뷔 쉽지? 외부에서 화제가 되면 내부에서도 입지가 올라가는 거야.”

“아, 재미없어 꺼져!”

그러고 보니, 이른 아침에 억지로 MSM의 트레이닝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저렇게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아는 연습생이 아무도 없었다.

같은 반인 은채나 수나는 여자라서 가까이하기엔 좀 힘들었고, 연습생들이 수도파와 지방파로 파벌이 나뉘어 있기에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늘 혼자였다.

일반적인 연습생이라면 적응이 좀 괜찮을 터였겠지만, 이미 데뷔를 했고, 음악방송의 1위 후보에 오를 정도의 성공을 거둔 팀의 멤버이다 보니 연습생들과는 쉽게 친해지기 힘들었다.

더구나, 오랜 시간 있지 못하고, 제대로 이야기도 해보기 전에 매니저 형을 따라 스케줄을 가야 해서 더 그랬다.

뭐, 다른 연습생과는 다르게, 데뷔 후 MSM으로 들어온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긴 했다.

그리고, 농담 따먹기를 하는 연습생들의 대화에서 오늘 좋은 방법도 생각이 났기에 나쁘지만은 않았다.

*

*

“소원아, 진짜 할거냐?”

“네, 매니저 형. 친형과 그 친구들이 일주일 넘게 확인을 했데요.

아마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언제 KBC 음악축제에 출연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 활동 기간은 이제 11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꼭 음악축제에 출연하고 싶어요. 그리고, 연말에 하는 KBC의 가요 대 축제도 꼭 출연하고 싶고요.”

“야, 그래도 상대가 KBC 예능국장이야. 이거 대형 사고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도 뒷감당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외부의 힘을 좀 빌리기 위해서 준비를 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선은 안 넘을 테니깐요. 믿어보세요. 커피 드리고 해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잖아요.

아, 저기 오네요. 우린 갈 테니까 형은 회사문제가 있으니깐 숨어있으세요.”

“오늘 간 그 집 순두부찌개가 너무 짰어. 영 별로였어. 내일 이 팀장이 좀 잘하는 집 좀 알아봐.”

“권기호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신인그룹 엔오원입니다. 특별히 좋아하시는 커피 준비했습니다.”

9명이 인사를 크게 하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커피를 국장과 옆에 있는 3명에게 나누어 줬다. 커피를 쥐어 드리며 인사를 하니 우리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허허,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일단 고마워요. 이름이 엔오원이면,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그 그룹 맞지?”

“네 맞습니다. 국장님. 저희 음악축제에 출연 좀 시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준비한 멘트로 크게 이야기를 하자 방송국 지상 주차장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국 근처이다 보니 군데군데 찍사, 직캠러들이 있었다.

“허허허 여기서 이런다고 해결이 되나. 갑자기 이러면 안 되지. 적법한 단계를 밟아서 오세요.”

“국장님 주위에 보는 눈이 많습니다. 그냥 안으로 들어가시죠.

매니저들은 같이 안 왔어요? 이거 굉장히 경우에 어긋나는 일인데. 이러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음악축제에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출연 금지가 되었다고 이야길 듣고, 적법한 절차를 밟으면 내년에나 출연이 가능할 것 같아서.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음악 축제 무대에 꼭 서고 싶습니다.”

“허허허. 난감하네. 커피도 그렇고, 주위를 보니 이런 환경을 만들었구먼.

흠. 신곡 발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한가하게 이렇게 찾아와서 인사할 시간은 되는구먼. 아이돌이 한가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누구 때문에 금요일 저녁 스케줄이 비워진 채로 있는지 아십니까?’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일부러 음악축제에 출연을 하기 위해 금요일 오후를 다 비워두고 있습니다. 음악방송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음악축제에 꼭 서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흠 그럼 먼저 여기에 모여주신 분들에게 자네들 노래를 한번 보여줘 봐. 그걸 보고 내가 판단을 하지. 무반주에 주차장에서 하는 라이브가 본 실력일 테니까.”

실력을 한번 보겠다는 말 한마디에 일이 잘 풀려서 출연이 결정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바로 줄을 맞추어 서고 노래를 시작했다.

[Can you feel me?

내 마음속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너를

나는 매일매일 맴맴 돌아.

나답진 않지?

내 손길과 네 손길이 맞닿을 때

나는 매일매일 두근대.

이런 행복을 나는 매일 상상해...]

“꺄! 오빠 무반주도 좋아요!”

“대박, 마이크도 없는데, 성량이 장난 없네. 장난 없어. 우와!”

급하게 주차장에서 이루어진 무대였지만, 노래가 끝이 나자 다들 만족했는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어? 매니저 형. 국장님은요?”

“아까 1절 시작하고, 너희가 팬들에게 시선 돌릴 때 그냥 건물로 들어가시더라. 역시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은 베테랑이야.

출연시켜 달라고 찾아온 가수에게 노래시키고 도망을 치다니.”

“휴. 제일 좋게 일이 풀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꼬인 게 풀리는 건 안 될 것 같네요.

그러면 플랜 B로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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