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쇼 케이스에서 있었던 일.
“아버님, 활동의 중지 없이 계속 이어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재계약을 해야 하셔야 합니다.
의무활동 1년이 끝이 나면 엔오원의 멤버 최준영일 때의 무게감과 솔로 가수 최준영이란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그 무게감이 너무나도 가벼워지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미리 저와 계약을 해서 의무활동 중에 내년을 위한 준비를 같이해야 합니다. 여보세요? 아버님 듣고 계시지요?”
“네, 김상현 실장님. 이야기 다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준영이의 소속사인 힉스 엔터 사장님도 재계약을 위해 여러 조건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10개월이나 계약 기간도 남아 있는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닐까요?”
“그건 아버님이 너무 연예계 쪽을 모르시기 때문에 10개월이나 남았다고 이야기하시는 겁니다.
인기 있는 가수라면 이미 다음 분기에 대한 활동 스케줄이 짜여야 하고, 1년 후의 음반발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와 있어야 그 계획대로 실행이 되는 겁니다.
남은 10개월이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닙니다. 어서 재계약을 하고 나서 미리 1년 후의 계획을 수립해야 준영이가 크게 될 수 있습니다.”
“흠. 제가 그쪽 산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일단 준영이에게 판단을 다 맡겨두었습니다. 부모가 뭐든 다 나서기에는 좀 애매하네요.
준영이가 실장님과 계약을 하고 싶다고 이야길 하면 그때 계약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일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라 전화 이만 끊겠습니다. 다음 주 데뷔 쇼케이스도 일 때문에 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딸깍]
“햐, 이거 쉽게 안 넘어오네. 준영이는 아버지 핑계를 대고, 아버지는 준영이를 핑계로 대고 있으니 누굴 설득해야 하는 거야. 시바.
민호보다 준영이 이놈이 좀 더 쉬울 것 같았는데, 해보니 이놈이 더 어렵네.
민호 어머니와는 이번 주말에 만나서 조건 보여주고 구워삶으면 될 것 같고. 빨리 이 둘과 계약을 맺어야 내년에 돈을 좀 만질 텐데.”
“김 실장님 어서 오세요. 지금 차 출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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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타워 레코드는 왜 지하 주차장이 따로 없냐. 사인회에 못 들어온 애들이 집에도 안 가고 이렇게 진을 치고 있었네. 또 팬들이 터널 만들고 있다. 어떻게 빠져나가지.”
“레코드 샵들이 어렵다 보니 임대료 비싼 복합 상가에서도 밀려나고, 일반 빌딩에 입점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매니저들 먼저 길 만들어! 어서 다음 스케줄 가자.”
<꺄! 민호 오빠!>
<시타야!> <루이스 오빠 이거요!> <손 한번만요!>
매니저 형들이 만들어 준 길을 통해서 빠져나가는데, 팬들이 몰리자 금세 매니저들이 만들어 준 길이 뭉개져 사라져 버렸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잠시만요!”
“좀 비켜주세요. 지나갈게요! 죄송해요.”
나와 대현형 시타형, 원섭형은 겨우겨우 도로에 주차된 차에 올라탈수 있었다. “휴..지하 주차장에서 따로 승하차 할 수 없는 행사장은 진짜 헬이네요.”
“그러게. 어? 민호형 잡혔다. 끌려들어 가는데. 어쩌지. 아 다행히 태평이가 잡았다. 길이 안 나서 우리 차로 온다. 차 문 열고 밀착 좀 해.”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도 민호형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인사를 착실히 했다.
“우리 이제 가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 조심히 집에 가요~”
“인사 집어치우고 빨리 차에 타. 너 때문에 더 혼잡하잖아.
야! 빨리 남은 애들 실어! 그리고, 다 실었으면 바로 출발해!
야 빨리 안타! 진석아! 애들 빨리 실으라고! 빨리 출발해. 인사 좀 그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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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오원 매니저들 주옥같지 않냐? 오빠들 짐짝 취급하면서 차에 실어라고 하질 않나. 민호 오빠가 팬들에게 인사하는 걸 보곤, 인사 따위 집어치우라고 하지 않나. 완전 개념을 밥 말아 먹은 듯.>
┗씹동감 엔오원 매니저들 너무 팬들을 험하게 다룸. 막 다가오지 못하게 구석에 몰아세우고. 밀치고. 개짜증. 누가 보면 나 테러범이라고 오해했을 듯.
┗난 멤버들 짐짝 취급하면서 실어라는 말에 급 빡침.
┗그 매니저는 어디 소속사임?
┗대상 프랜차이즈 소속임.
┗그런 매니저가 있으니 대상 프랜차이즈에서 뜨는 가수가 없는 듯.
“김 실장님. 이거 보십시오. 팬 페이지에서 불만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전에 MSM에서 팬들 머리 때리면서 비키라고 해서 난리가 난 거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은 뭐 무시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지만, 계속 이런 게 쌓이면 엔오원 이미지가 안 좋은 쪽으로 고착될 수도 있습니다.
신경 좀 써주십시오.”
“하하하 워낙에 팬들이 좋다고 달려들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신경 좀 쓰겠습니다. 후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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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야, 그날은 진짜 미안했다. CF 정산은 아직인데, 네 계좌로 100만 원 보냈어. 나중에 CF 정산이 되면 엄마 몰래 용돈 빵빵하게 더 주마.
그걸로 친구들이랑 같이 이번 쇼케이스 보러와라. 엄마 아빠는 학교 때문에 못 온다고 하니 너랑 친구들이랑 와서 쇼케이스 보고 형 집에서 자고 하면 될 거야.
아마도, 쇼케이스 이후에 따로 사인해주고 만나는 건 안 되겠지만, 미리 굿즈는 챙겨줄 수 있을 거야.”
“이야~ 100만 원이나 보냈어? 이러면 모든 게 다 용서되지. 헤헤
그날 새벽에 잠자는데 전화로 욕 듣고 진짜 나도 왕짜증이었어. 그런데 이렇게 용돈도 받고 좋네! 좋아.
안 그래도 친구랑 가려고 엄마·아빠한테도 다 허락 맡아뒀어.
그리고, 선비 김도 병맛 김이라고 나름 우리 학교 애들도 패러디 찍고 해. 오빠가 보내준 김도 잘 먹고 있고.”
“그래? 다행이다. 나름대로 광고반응이 좋다고 김 회사에서 서비스로 용달차 한 대분을 줬는데, 맛은 있더라.
그건 그렇고, 이번에 티져는 들어보니 어떻든? 네 친구 그 페이스북이랑 인스타에 팔로워 엄청 많다는 그 혜린이란 친구는 뭐라고 하든?”
“꽤 괜찮다고 하던데. 특별히 같은 시기에 컴백하는 기존 가수들이 없으면 1위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
“그래? 다행이네. 쇼케이스때 꼭 그 혜린이도 같이 와서 노래 다 듣고 홍보 좀 해달라고 부탁 좀 해.”
“그건 걱정하지 마. 대신에 부산 내려오면 꼭 같이 사진 찍어줘야 해.”
“응.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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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 앨범이랑 텀블러랑 진짜 가방 한가득 받았어. 지혜 덕분에 쇼케이스도 오고. 진짜 멋진 날이다.
어? 지혜야. 저기 저 사람 배우 최재식 아냐?”
“어디? 어? 맞는 거 같은데. 설마 쇼케이스장에서 영화 찍는 건가?”
“모자에 안경 쓴 거로 봐서는 혼자 몰래 온 거 같은데. 신기하다. 한국에서 탑5에 들어가는 연기파 남자 배우가 이번에 데뷔하는 남자 아이돌의 쇼케이스에 오다니.”
“혹시 엔오원 멤버중에 조카나 사촌 동생 같은 친인척이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깐 우리처럼 일찍 객석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오~ 그럴 수 있겠다. 아직 시간도 남았는데, 최재식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사진 같이 찍어도 되는지 물어봐 보자.”
“어 그러자.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고.”
“저..최재식 아저씨 맞으시죠? 사진 좀 같이 찍어주시면 안 돼요?”
“어? 너네 부산 애들이구나. 쇼케이스 때문에 서울 온 거야?”
“네. 기념할 수 있게 사진 좀 찍어주세요.”
“그래. 같이 찍자꾸나. 혹시 엔오원중에 누굴 제일 좋아해?”
“저희는 소원이 오빠죠. 이 애가 소원이 오빠 진짜 여동생이에요. 그래서 쇼케이스 좌석도 받고, 이렇게 CD랑 굿즈도 받았어요.”
“오 그래? 가족들에게는 그렇게 굿즈를 주는 거야?”
“다 주는지는 모르겠는데, 오빠가 공식굿즈 나오는 건 다 챙겨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얼른 사진 찍자 아저씨는 어딜 잠시 가봐야 할 것 같네.”
*
*
“국민아이돌 – 프로듀스99의 진행을 맡았던 이정이입니다.
드디어 여러분들의 투표로 만들어진 각본 없는 드라마의 결과물로 엔오원(NO.1)이 정식으로 데뷔하는 날입니다.
프로그램에 이어 쇼케이스까지 진행을 맡게 되어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들도 기쁘시죠?”
“네에~~”
“이곳에 와주신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엔오원의 첫 싱글 곡 ‘My Love’도 쇼케이스와 동시에 공개가 됩니다. 신곡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쇼케이스를 즐겨주시고, 엔오원이 이름 그대로 정상에 서는 날까지 모두 다 함께해주세요.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불러보겠습니다. 엔오원! 나와 주세요!”
MC 이정이가 무대를 내려가고, 무대를 비추던 조명이 모두 꺼졌다.
그리고, 무대 뒤 대형 LED 화면에 ‘D-197’ 라는 숫자가 나오며, 엔오원 멤버들이 Nnet 방송국에 제출했던 지원서들이 화면 가득히 나오기 시작했다.
“어? 소원 오빠 친분 있는 연예인에 오뷰티 걸 애린이다.”
“나도 봤어. 중학교 동창이라는데.”
“헐, 연습생 생활도 아예 안 했다고 해서 아예 이쪽에 속해 있는 여자들과 접점이 없을 것 같아서 애정 했는데. 앗! 시타 오빠는 배우 김민아?”
“와, 전부 다 아는 여자 연예인은 다 있네. 다들 체크 표시해!”
LED 화면에 떠 있는 숫자가 197에서 1에 가까워지며, 프로듀스99 방송 중에 찍었던 사진과 개인 인터뷰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기 연습을 한다며 웃기려고 노력하는 태평이 형의 모습에는 다들 웃었으며, 댄스 연습에서 민호형에 의해 내 다리 찢기가 흑백 영상으로 나오며 힘든 표정이 나올 때는 다들 같이 아파했다.
준영 형의 생존왕 같은 마지막 순위에 걸려서 다음 미션으로 진출하는 모습에는 다들 자식을 바라봐 주는 뿌듯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D-1이 되자 LED 화면이 검게 변해 버렸고. 그 자리에 ‘NO.1’ 글씨가 떠오르기 시작함과 동시에 무대 아래에서 리프트를 타고 한 명씩 점프로 날아오르듯이 무대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나오자, 프로듀스99의 테마곡인 ‘주인공’의 전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저 무대는 좋은 거지.
지금을 놓치지 마, 너와 내가 연결되는 이 순간을
모두가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야
우리의 꿈과 너의 꿈을 서로 나눌 이 순간
지금의 나를 알아보게 될 거야
지금의 우리를 알아가게 될 거야
지금이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몰라.
I want you take on me~!
너의 얼굴을 보며 더 밝은 꿈과 미래를 같이 보고 싶어.
나를 더 빛나게 도와줘~
take on me! 다시 나를 바라봐!
take on me! 더 빛이 날 거야!
take on me! 나를 느껴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워준 8천여 명의 관객들이 모두다 떼창으로 같이 노래를 불러 줬다.
우리의 노래를 이렇게 사랑해 주고, 모두가 가사를 알고 힘차게 불러주자 팬들의 사랑이 가슴에 와 닿았다.
방금 시작된 쇼 케이스 시작 무대임에도 눈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떼창은 ‘주인공’ 한곡 뿐만 아니라, 방송에 쓰인 모든 곡을 다 같이 불러줬는데, 신곡인 My Love를 부를 때는 다들 노래를 듣는다고 집중한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팬들의 모습에 너무 기뻤다.
‘이 많은 팬의 사랑을 우리는 받고 있는 거야. 이 멋진 멤버들과 터무니 없을 정도로 행복한 데뷔를 우리가 했구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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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축하드립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엔오원 쇼케이스, 네이버 TV 라이브, 두비두 라이브다 올라갔고, My love도 차트에 실시간 2위로 바로 진입했습니다. 다들 호평입니다.
누적 스트리밍이 쌓이기 시작한다면 1~2시간 안에 일간 차트 1위도 하게 될 겁니다.
엔오원의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그룹으로는 이런 성공 사례가 처음입니다. 다들 축하드립니다!!”
1시간이 넘는 데뷔 쇼케이스 무대를 하고 내려오니 이미 대기실 인근에 있던 관계자들이 서로 축하를 해준다고 난리였다.
첫 데뷔 쇼케이스라고 가족들까지 대기실에 들어와 있다 보니 시장같이 시끌벅적했지만, 나름의 정과 흥이 있어서 모두 다 즐거웠다.
난 동생과 친구들이 와서 객석에서 무대를 본다고 가족들이 대기실에 없었고, 준영형과 대현형도 가족이 일 때문에 오지 못 했는지 셋이서 같이 쉬고 있었다.
“어? 저분 배우 최재식 씨 아니에요?”
“오 진짜다. 최재식 배우 딸이 엔오원 좋아해서 사인받으러 오신 건가?”
‘오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을 주로 하는, 대 배우가 우리 대기실에 왜 왔지? 어? 이쪽으로 오네. 뭐지?’
“아..아버지..오셨.어..요?”
“에? 아.버.지??”
옆에서 같이 쉬던 준영 형이 갑자기 일어서서 최재식 배우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자 나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 모두가 얼음이 된 듯 굳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