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60화 (60/237)

# 60

이미지.

“쟤지 쟤 맞지?”

“어 맞네. 윤소원. 어제 본 영상이랑 매치가 잘 안 되네. 엄청 병신 같아 보이던데. 학식 받아서 먹을 때도 그리 먹으려나? 궁금하네. 한번 먹여볼까?”

“미친, 들리겠다. 쉿.”

“에휴...”

이리 저질러진 일이라 한숨만 계속 나왔다.

새벽에 동생에게 왜 이 동영상을 올렸냐고 화를 내봤지만, 이미 작년에 가족, 친척들이 있는 밴드에도 올렸던 영상이라 그냥 올렸다고 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찍힌 영상이 없었다면 울면서 밥 먹는 영상도 두드러지지 않았을 터였기에 모든 게 다 동생 책임이라고 하기도 그랬다.

학교에서 조회시간에 노래 부르는 걸 찍은 반 친구를 찾아내서 책임을 물으려고 해도 이미 원본을 지웠기에 책임을 묻는 것도 애매했다.

매니저 형은 일단 회사에 가서 퍼져버린 영상들을 다 지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본다고 했지만, 이미 퍼진 걸 지우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지도 몰랐다.

김실장은 이때다 싶었는지 인터넷 방송으로 흥하면, 다시 인터넷 방송으로 무너진다고, 핸드폰 압수와 온라인 활동을 관리하는 고전적 매니지먼트가 더 좋다고 침을 튀기며 다른 매니저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나는 그저 신곡을 내는 팀에 피해가 최소한이 되길 빌었다.

*

*

“메인 보컬을 바꾸어야 합니다. 김민호나 최준영으로 보컬을 변경해야 해요.”

“김실장님 민호는 포지션이 댄스입니다. 그리고 준영이는 보컬이지만, 신곡과는 보컬 컬러가 아예 맞지를 않습니다.”

“노래를 편곡하더라도 준영이에게 맞추어야지. 투표결과도 준영이가 더 인기 있었잖아?

힉스엔터 최매니저 안 그래?”

“아유, 저희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일정이 너무 빠듯합니다. 보컬을 변경하게 되면 다시 편곡에, 녹음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게 됩니다. 신곡 데뷔까지 14일 남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시간이야 만들면 되지. 김기봉 대리가 MSM 소속 애를 배제한다고 하니 너무 안된다고 그러는데. 내가 은밀히 알아보니 MSM에서도 소원이 영상보고 골치 아파한다고 다 들었어.

그냥 준영이로 바꾸고 다시 녹음하는 거로 하지. 각 회사 대표들이랑 프로듀서에게는 내가 이야기를 할게. 뭐 이번에 프로듀서 하기로 한 ‘음파라잇’도 MSM 계열이니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김기봉 대리는 모르겠지만, 이미 MSM 과장, 부장들이랑도 이야기를 끝냈어.”

“네?”

“허허. 내가 본부장님 부사수였다니깐 그래네. 지금 또 본부장님 전화가 오잖아. 네 본부장님 하하하. 네 말씀하세요. 네.네. 에? 아 그..그렇습니까? 갑자기 그렇게 또 바꾸시면 제 입장이..아예예..아 그러면...바꾸어야지요 그렇지요. 에..에..알겠습니다.”

“본부장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흠..흠 그냥 소원이로 하라고 하시네. 이거 원..허허 참. 나 나가 볼게.”

자신이 이야기 한 것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어 버린 것인지 김 실장은 그대로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김기봉 대리님 이거 보세요. 이거 때문이네요. 아는 기자가 문자 보내줬네요. 축하합니다.”

*

*

“상무님. 리서치 회사 3곳에 의뢰한 결과가 나왔는데, 모두 동일한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동성 ‘선비김’은 선비가 가지는 곧고 딱딱한 이미지로 인해 제품 선택이 망설여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CF를 올곧은 선비도 침을 흘리며 뛰어들 정도로 맛있는 김으로 했잖아. 쓰고 있던 갓을 벗어 던지고 도포까지 걷어가면서 먹을 정도로 맛있다고 애니메이션 연출을 했음에도 이미지 변화가 안 되는 거야? 우리 라이벌 양반네 김은 지금도 잘 나가잖아?”

“애니메이션 캐릭터 자체가 그렇게 친근감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비’라는 말 자체가 인터넷에서는 꼰대라는 말처럼 융통성 없는 사람을 뜻하는 의미가 되다 보니 젊은층에서 구매를 하기엔 심리적 반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선비란 단어가 왜 그런 이미지가 돼버린 거야. 품격있는 선비도 맛있게 먹는 김으로 컨셉을 잡았는데, 꼰대들의 김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다니 참 알 수가 없네.

그럼 이름 바꾸고, 패키지이미지 변경하고, 이제까지 했던 광고를 다시 집행했을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계산해봤어?”

“신제품 런칭의 경우 최소 100억에서 300억까지 추산이 됩니다. TV 광고가 80억~150억 이상 들어갈 것 같습니다.”

돌아 버리겠네. 안돼, 안돼. 새로운 브랜드 런칭은 예산이 안돼.

선비 김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방안 없어? 기획팀, 홍보팀? 너네는 아이디어 없어?”

“오픈마켓에서 9,900원 저렴 세트로 선비 김의 맛을 어필한다면 차츰 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증가가...”

“그런 방법은 됐어. 양반네 김은 고급 이미지로 가는데, 우린 저가 브랜드로 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야. 거기다 9,900원 세트로 팔게 되면 원초 품질을 낮추어야 하기에 그렇게는 못 해. 이렇게 아이디어가 없는 거야? 아무나 아이디어 좀 내놔봐. 선비 김을 그냥 실패로 끝내고 없앨 거야?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

“저...홍보팀 신입 김미향입니다.

오늘 유튜브 화제의 영상에 올라와 있는 영상이 있는데, 이 아이돌가수를 모델로 해서 홍보컨셉을 변경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영상인데? 한번 틀어봐.”

회의실 준비 담당인 직원이 빔 프로젝트로 크게 쏜 화면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밥을 먹으며 울다가 웃으며 밥을 먹고 있는 영상이 나왔다. 손가락을 V로 하더니 그 손가락으로 김을 집어 밥을 싸먹는데, 분명 포장지가 우리 ‘선비 김’ 패키지였다.

“저거 우리 선비 김 맞지?”

“네 맞습니다. 어젯밤부터 갑자기 유튜브 급상승에 오르더니, 화제의 영상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저 울면서 밥 먹는 애가 누군데? 가수야?”

“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인데, 요즘 인기가 있는 그룹입니다.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울면서 밥 먹다가 웃고 하는 게 흑역사라고 해서 화제입니다. 800만 뷰가 넘었으니 꽤 화제의 영상입니다.”

“아이돌이 울면서 밥 먹다가도 김 때문에 웃으며 밥을 먹게 하는 선비김? 이런 컨셉으로 하겠다는 거야?”

“네 맞습니다. 상무님. 이런 걸 병맛이라고 하는 컨셉인데, 이게 요즘 애들에게 먹힙니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만 봐도 흰밥에 김 싸먹고 싶다는 글이 많습니다. 물론. 병신같지만 먹고 싶다는 것이긴 합니다.”

“김미향이라고 했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으니깐 얘 회사에 바로 연락해서 계약하자고 하고, 바로 보도자료 뿌리고 유튜브에 정식으로 광고 집행해. 이 영상 시작할 때 바로 우리 김 광고 나오게 하고, 영상 끝날 때도 우리 광고 나오게 집행해. 화제가 될 때 최대한 빨리 선비 이미지 바꿀 수 있게 해봐.”

*

*

“아니 담당자님. 우리 소원군은 아이돌 가수입니다. 이 영상도 지금 삭제하려고 하고 있고요.

이걸 CF로 해서 하게 되면 아이돌 가수 이미지를 다 망치는 겁니다.

이 컨셉으로 어떻게 아이돌이 광고를 합니까? 이건 탈모 샴푸 광고를 아이돌이 해달라는 것과 같은 겁니다. 아이돌은 꽃이라고요.

그런 꽃 같은 아이돌의 이미지를 망치는 CF입니다. 아니, 지금 찾아오셔도 이 CF는 안됩니다. 안되는 건 안 됩니다.”

“김 과장이지? 무슨 일이기에 CF를 안 받겠다고, 안된다는 거야?”

“아, 회장님. 그게. 이미지를 망치는 CF를 찍자고 해서요.”

“무슨 누드촬영 같은 건가?”

“그게 아니라, 어 아. 설명이 휴.. 직접 보시지요. 이겁니다. 울면서 지저분하게 밥을 먹는 건데, 이걸 그대로 티비 CF로 쓰고 싶다고 해서요. CF 의뢰를 한 회사도 지금 먹고 있는 저 김 업체입니다.”

“이 애는 그런데, 누구지? 우리 애 맞아? PLUS 쪽 소속인 애야?”

“그게 화제였던 프로듀스99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뷔를 한 아이입니다. 본사 소속입니다.”

“그런데, 우리와 계약을 한 거야? 어떻게 계약을 했지?”

“아, 고등학생이고 그냥 일반인에서 오디션 데뷔를 한 거라, 다른 기획사에서 교육을 받거나 소속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본부장님이 MSM 트레이닝을 받는 조건으로 본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음. 그러면 되긴 되지. 이 애는 댄스야 보컬이야? 뭐야?”

“보컬입니다. 브레브의 금철 사장도 탐을 낼 정도로 꽤 경쟁력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동영상을 계속 보니깐 애가 느낌이 있네. 울면서 밥 먹다가 웃는 모습도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 같고. 좋네. 예전에 강원도에서 창준이가 갓 올라왔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 있네. CF 하게 해줘.”

“네? 이 CF를요? 아이돌인데 괜찮겠습니까? 이미지가..”

“그래, 창준이 같은 노래 못하는 또라이도 있는데, 노래 잘하는 또라이 컨셉도 한 명 있으면 좋지.

이 애는 노래 잘하는 또라이 컨셉이미지로 잡아줘. 창준이 내년에 군대 가면 그런 포지션을 담당할 애가 필요해. 잘생긴 것도 비슷하고, 이 방향으로 한번 밀어봐.”

“아 네. 알겠습니다.”

*

*

“소원아! 어서 타라 빨리 가자. 점심은 차 안에서 먹어. 도시락 사뒀다.”

“네? 매니저 형 오후 3시부터 연습이잖아요? 늦은 것도 없는데, 무슨 일 있어요? 아, 혹시 본사에서 들어오라고 하던가요?”

“아니, 촬영 스튜디오로 간다. 너 김 CF 하게 되었다. 동성의 선비 김이라고 알지? 그거 촬영하러 간다. 지금 울면서 먹던 유튜브 영상에 앞뒤로 선비김 광고도 노출되고 있어. 네가 먹었던 게 그 선비 김이더라고.

오늘 회사로 연락 와서 CF 계약하자고 난리를 쳤댔다.”

매니저 형의 이야길 들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처음에는 매니저 형이 장난하나 싶었는데, 코디 누나가 챙겨주는 서류를 보니 진짜였다. 내가 영상에 입고 있던 똑같은 트레이닝 복 까지 코디누나가 다 챙겨 가고 있었다.

“영상을 보고 김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 인터넷, TV 광고에 모델로 쓰고 싶다고. 처음에는 이미지 때문에 안 하려고 했는데, 회장님이 듣고는 바로 OK 해주셨단다.

단발 광고로 5천짜리야, 신인이 단발 광고로 이 금액 받기 어려워. 진짜 전화위복이 되었다.

영업담당도 그냥 배짱 튕긴다고 5천 불렀는데, 그쪽에서 바로 OK를 해서 놀랐단다.

더 불려도 할 것 같았다더라. 어제 김 실장에게 그렇게 욕을 들은 게 이리 풀리네. 하하하”

“진짜예요? 헐, 동생한테 엄청 뭐라고 했는데.”

“동생 용돈이나 챙겨줘. 이렇게 풀릴지는 진짜 몰랐다.

너 계약 조건이 CF의 경우 70%야. 단독 CF라 엔오원과는 상관도 없는 거고. 오히려 너희 반에 영상 올린 애 밥을 사줘라.”

*

*

“눈물이 안 나면 안약이라도 넣어서 눈물 흘려야 해요. 울다가도 너무 맛있어서 웃는 모습을 연출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V자 그리던 손으로 김 케이스를 들고서 포즈 잡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요. 자 다시 한 번 갈게요.”

이미 8번 이상 같은 장면을 찍다 보니 처음에는 회귀해서 기뻤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울다가 웃으며 찍었는데, 5번이 넘어가자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촬영하면서 먹었던 김과 밥으로 배도 불렀다.

“다 안 삼키고 뱉으면 되니깐 너무 다 먹으려고 하지 말고요. 입안 가득 행복이 가득 찼다는 그런 포인트만 잘 살려주세요. 마지막 한 번만 갈게요.”

[후~ 후~ 아 뜨거~ 후~ 찹찹찹. 야~ 선비 김 최고네. 찹챱.]

“오케이! 촬영 끝!! 수고했습니다. 편집!! 너 빨리 파일 들고 뛰어라.”

“감독님 마지막 꺼도 괜찮은데요. 표정 연기 괜찮아요. 연기 초보도 아닌 것 같고. 김 나는 뜨거운 밥 먹는 연기도 좋습니다.”

“그렇지? 제법 카메라 보는 거나 시선 처리가 자연스럽네. 역시 MSM인가보다. 이름값 하네. 김기봉 대리님이라고 했죠? 이 애 혹시 연기도 할 건가요?”

“이제 데뷔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런데, 배우 할만한 그런 아우라 같은 게 보이는가요?

영상 쪽 분들은 카메라로 배우들 찍어보면 그런 배우상이 바로 보인다고 하던데. 감독님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CF라서 다른 긴 한데, 꽤 괜찮은 마스크에요. 금발염색에 눈동자 색도 살짝 회색빛이 돌고 있어서 그런지, 클로즈 업 했을 때 이국적인 느낌도 어느 정도 있고. 특유의 느낌이 있네요.”

“아, 그러면 혹시, 프로필 영상 같은 것도 지금 잠시 가능하겠습니까?”

“음. 뭐 시간도 남으니 한번 찍어봅시다. MSM이니 나중에 크게 되고 나서 캐스팅하러 찾아갈 때 박대하지 말라고 찍어드리는 겁니다.”

“하하하. 오늘 프로필 영상을 제가 인터넷에 올릴 때 감독님, 조감독님 이름 꼭 올리고 너무 감사하다고 꼭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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