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58화 (58/237)

# 58

No.1 과 퓨퓨.

“자. 이쪽 보고, 마지막으로 입는 신상고 학교 교복이라고 멘트하고, 가방 메고 방을 나가면 됩니다.”

앞으로는 서울에서 숙소 생활을 해야 하기에 MSM 회사의 추천으로 공연예술고등학교로 전학하기로 했다.

전학 절차를 위해서는 원래 본인이 없어도 되지만, 경태나 진욱이를 비롯한 학교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리얼리티 관찰다큐멘터리를 위해 Nnet 촬영팀도 같이 내려왔다는 거였다.

“헐, 윤소원이다. 이야 이제 진짜 연예인이네.”

“머리가 금발이라 그런지, 연예인 아우라가 있는 거 같다. 예전엔 왜 몰랐지?”

“카메라 촬영을 하니깐 더 그런 거지. 햐 그런데, 신기하면서 기분 이상하다. 분명 같은 학교에서 평범하게 같이 수업 듣고 매점 가고, 같이 학식 받고 했는데, 우린 교실에서 책보면서 짜게 식어가는데, 쟤는 우리랑 다르게 벌써 데뷔해서 연예인으로 화려한 삶 확정이라니.

뭔가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

“그럼 너도 프로듀스99에 나가던지. 질투 오지네.”

“그냥 그렇다는 거지. 같은 층에 있었는데, 쟤는 100층으로 올라간 거 같고, 난 계속 1층에서 참고서 보는 거 같아서 그러지.”

“쟤도 같은 지망생 애들 99명 중에서 뽑힌 거야. 너 99대 1로 싸워서 이길 수 있어? 아니네. 9명 데뷔니깐 10대 1로 해서 이길 수 있겠어?”

“힘들겠지. 그래도, 미영이처럼 성형 받고 해서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이쁜 게 최고잖아.”

“아서라, 넌 딱 봐도 견적이 안 나오는 얼굴이야. 집 팔아도 힘들어. 밥이나 먹어.”

“쳇. 근데, 너도 견적 안나오거등.”

*

*

“그래, 우리 신상고 졸업생 중에 연예인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서울에서 활동해야 하니 전학이 어쩔 수 없는 거지. 서울 가서 성공하고.

아 카메라가 있으니깐 악수를 해야 하나? 포옹을 해야 하나? 하하하”

담임선생님과 행정실에 서류를 제출하고 있으니 교장 선생님도 카메라가 왔다는 소리에 내려와서는 분량 욕심을 내듯이 나와 포옹을 하며 친한 척을 하셨다.

“화면이 좀 살게 친구들과 교정에서 인사하는 거로 마무리를 찍으며 끝냅시다. 경태군과 진욱군이 배웅을 해주는 거로. 멀리서 찍으니깐 대화는 녹음이 안 되지만,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며 잘 가라는 그런 장면을 부탁해요.”

“네.”

“그런데, 너 벌써 돈 번 거야? 우리 반 애들 맨투맨 티셔츠를 다 사주고. MSM이랑 계약했다더니 계약금이라도 받았어?”

“MSM과는 계약금 없이 계약한 거라 수익이 나야 돈을 받아.

운 좋게 벌써 CF를 따냈거든. 그거로 애들한테 맨투맨 산 거야. 남자도 핑크색으로 일부러 했어. 반티 겸 입으라고.”

“그런데, 참 웃긴다. 미영이까지 해서 서울에 같이 올라간 사람 중에서 가장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게 넌데, 지금은 네가 가장 앞에서 앞장을 서고 있으니. 사람운명 알 수 없네.

다음 달 쇼미더 달러에 출전하니깐, 서울에서 딱 기다려. 나도 바로 서울로 올라갈 테니까.”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그런데, 미영이는 성형을 어떻게 받길래 보름 넘게 학교를 안 오냐?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했는데. 너희 3명 티셔츠는 특별히 준비한 거니깐 잘 전해줘라.”

“내가 잘 전해 줄게. 미영이도 충격받곤 성형 결심한 거야. MW 기획사에 오디션 보러 간 거도 잘 안되었는데, 그때 구경삼아 같이 올라간 우리 3명은 TV에 나오면서 어느 정도 꿈에 다가갔는데. 오히려 앞서간다던 본인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불안했겠지.

그래서 턱이랑 코랑 눈까지 다 했다고 하더라. 예뻐야 한다고.”

“에휴..여자니깐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진욱이 넌 모델로 가기로 결정한 거야?”

“그래, 큰 키를 그냥 이용하기로 했어. 모델로 일단 올라가고 아이돌이 안 된다면 배우로 전향해야지. 나도 여기저기 많이 알아보고 했는데, 내세울게. 키밖에 없더라.”

“와, 잘생기고, 키도 큰 가진 자 두 명이 이렇게 이야기하니 난 더 박탈감 느껴지네. 둘 다 꺼져!

여기까지 배웅이다. 이 정도면 화면 잘 나오게 찍었겠지. 서울에서 보자. 정식으로 데뷔해서 CD 나오면 챙겨주고.”

“그래, 둘 다 어서 빨리 서울로 올라와라. 기다리고 있을게.”

*

*

“다들 연습 끝나고 지쳤다는 걸 알지만, 오늘부턴 새벽 늦게까지 연습을 해야 해.

오늘 밤 12시가 지나면 너희들의 이름이 결정될 거야. 이름이 결정되면 바로 두비두 방송에서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정해준 이름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으니 일단 다들 씻고 와서 준비해줘.”

“그런데, 너희는 이름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냐?

시적으로 존재의 가치니 지랄이니 다 필요 없어. 이름이 정해지면 음원이 나오고, 너희도 행사를 뛸 수 있게 된다는 말이야.

돈 벌 수 있다는 거지. 이제 본격적으로 돈 수금할 때야!”

“방금 김 실장님이 이야기했듯이 아마도 내일 저녁부터는 행사하게 될 거야.

미리 녹음했던 최종미션 평가곡 2곡과 오리지날 미션곡 5곡도 이젠 다 온전히 너희 9명의 노래야.

거기에, 테마곡인 ‘주인공’과 ‘잘하고 있어’까지 총 9곡이야.

행사에 가서 9곡을 부르게 되면 거의 미니콘서트 급이야.

뭐, 현장의 상황에 따라서 라이브보다는 립싱크가 많을 것이고 9곡을 다 부르지는 않을 거지만, 9곡 모두를 언제든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게 준비 해야 해.

그리고, 보름 후 두비두와 같이 진행하는 데뷔 콘서트에서는 이 9곡을 다 불러야 해.

보름 안에 미션때 해보지 않은 오리지날 곡 5곡과 데뷔 평가 무대의 상대편 곡도 완벽히 준비가 끝나야 한다는 소리야.

더해서 개인 무대를 위한 자기만의 솔로 곡도 준비해야 하니 총 10곡이야.

10곡이나 안무 맞추고 준비해야 하니 일정이 빡빡할 거야.

내일 오후에는 바로 Nnet에서 하는 리얼관찰 다큐도 바로 촬영에 들어가니 다들 프로답게 일하자.”

“시간 다 되어서 바로 이름 정하기 결과가 나옵니다!”

“노 원? 노원구 아이돌이란 말이야?”

“넘버원 아니야?”

“엔오원? 넘버원을 엔오원으로 부르는 건가?”

“팀이름은 한국의 최고이자 세계 최고 넘버원이 되어라는 의미에서 ‘N.O.1’으로 표기하며 ‘엔오원’으로 읽는다.

팬클럽 이름은 ‘퓨퓨’라 부른다. 퓨어한 퓨튜팬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이게 그럼 완전히 결정이 된 거예요? 매니저형 완전 확정인 거에요?”

“그래, 방금 Nnet 작가와 통화했는데, 이걸로 완전 확정이란다.”

“그럼 인사말부터 정하자. ‘안녕하세요. 엔오원입니다~!’ 이걸로 하는 게 무난하고 좋겠지?”

“우린 엔오~ 원~!이에요~ 하면서 손바닥 앞으로 펼치는 건 어때? 너무 복고인가?”

“네 김 실장님 1세대 아이돌 인사법은 튀려는 게 강해서 지금 하면 좀 그렇습니다. 심플하게, ‘엔오원입니다.’ 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자 여기 내 핸드폰. 빨리 두비두인가 뭔가 방송 빨리해서 이름 알려. 나머지는 각 회사에 이야기해서 보도자료 뿌려. 새벽에 나가야 실시간 1위 하기 쉽다니깐 빨리 움직여.”

*

*

<드디어 이름을 가지게 된 엔오원입니다!>

┗오빠들 엔오원이 된 거 축하해요. 이름 그대로 넘버원 되세요!

┗노답 원이란 뜻 아니냐? 답없는 새끼들.

┗니가 더 답이 없다. 거울을 봐라.

┗얘네들 군대 안 가냐? 떨어진 애들은 자원입대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너나 군대 가라. 갔다 왔으면 다시 가라.

“소원아 나랑 우리 회사 사람들이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에 달린 악플들 신고하고 하는데, 확실히 남자들은 너희들 싫어한다야.”

“남자는 여자 아이돌 좋아하는 거니 어쩔 수 없지 뭐. 나 이제 갈게.”

“그래 숙소 생활 잘하고, 대박 터지면 알지?”

“몰라 형! 갈게.”

김기봉 매니저의 차에 올라 숙소로 정해진 고급 빌라에 들어서니 건물 입구부터 촬영 스태프들이 따라붙었다.

가장 큰방에 이층침대로 4명이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두 번째 큰방에선 3명이 작은방에선 민호형과 준영형 2명이 방을 쓰게 되어 있었다.

제대로 짐 정리도 못 했는데, 저녁을 준비하고 차리는 것을 촬영해야 한다고 해서 오후 3시임에도 장을 보고,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저녁 시간인척했다.

“행사 스케줄 때문에 설거지는 하는 척만 해. 이모님이 해주시기로 했으니깐 하는 척만 일단 해. 시간이 간당간당한다.”

뭔가 이름이 생겼다는 것 하나밖에 다른 게 없는데, 하루 만에 스케줄에 쫓기는 진짜 연예인이 된 것 같았다.

첫 행사가 일산 킨텍스였는데, 무슨 인공지능 축제의 행사였다.

“여기 고추밭인데? 김 대리가 일부러 이런 행사 잡은 거야?”

“네. 첫 행사에서 애들 오바해서 문제 생기거나 실수했을 때 최대한 작게 터지라고, 일부러 남자들 많은 공대 행사 같은 거로 잡았습니다.”

“잘했어. 애들 어린 여자애들 많은 곳에서 첫 행사 잡아서 어깨 뽕 들어가는 거보다 무시당하는 이런 행사에서 첫 무대 서는 게 좋지. 잘 잡았어.”

*

*

“민호 형, 이런 행사도 돈이 그대로 나와요?”

“당연히 나오지. 분위기가 좋든 안 좋든, 관객들 반응이 있든 없든 우린 무대만 소화하면 되는 거야.

호응 없는 관객에 휘말리지 마. 이럴 땐 팔짱 끼고 ‘어디 잘하는지 한번 볼까?’ 하는 관객들을 보지 말고, 맞은편 하늘 보면서 해.

남자들 많은 행사는 어쩔 수 없어.”

무대에서 주인공과 최종무대 곡 2곡, 잘하고 있어 까지 4곡을 부르고 내려왔는데, 즐겁지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형들도 표정이 밝지 않았는데, 아마도 흥이 나지 않는 무대였기에 그런 것 같았다.

다들 그냥 조용히 차에 올라 숙소로 올 수밖에 없었다.

차를 타고 일산으로 향할 때만 해도 첫무대행사 이후 팬들의 길 막기나 우리 차량을 따라서 오는 그런 열성 팬들이 어느 정도 있을 줄 알고, 창문 내리고 인사하거나 하는 그런 것도 생각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허무했다.

차에 내려 숙소로 들어가는데, 김기봉 대리가 나를 따로 불러냈다.

“브레브엔터의 금철 사장님이 오셨는데, 너와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는데, 괜찮겠지?”

“네, MSM과 계약할 때 문자 드리고, 전화통화로 죄송하다고 이미 이야기 드렸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따라가 줄까?”

“괜찮아요. 다녀올게요.”

“김 대리! 쟤는 어디 가는 거야?”

“아, 소원이가 우리와 계약하기 전에 브레브의 금철 사장님이 목소리가 좋다고 꼭 계약하자고 했는데, 우리와 계약을 했거든요.

계약 이후에도, 계속 오셔서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3년 이후에 재계약할 때 꼭 데리고 가고 싶다고 이야길 하셔서요.”

“브레브면 돈 많고 알짜인데, 왜 안 갔데? 그리고, 금철 사장이 뭐가 아쉬워서 저리 매달리는지 모르겠네.”

“소원이 보컬이 나름 좋지만, 특유의 미성인 목소리가 마음에 꽂혔다나 봐요.

그리고, 금철사장님처럼 직접 찾아오는 거 말고도 계약이 1년 남은 민호나 준영이는 지금 다른 기획사에서 엄청 오퍼가 오고 있어요.

개인 득표를 몇십만 표를 받을 정도의 팬덤을 가진 화제성을 가진 애들이다 보니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입니다.”

“민호의 타이탄 엔터나 준영이의 힉스엔터가 가만히 있는 거야?

재계약 안 한 데? 인기가 있으면 무조건 잡아야지.”

“저도 잘 모르는데, 회사에선 하고 싶어 하는데, 두 사람 다 튕기고 있어요.

1년 남은 계약 기간에 엔오원에서 인지도 쌓으면 다른 기획사에서 더 비싸게 데리고 가는데, 왜 재계약 하냐 싶겠죠.”

“그래? 계약이 1년 남은 인기 있는 아이돌이라. 나도 땡기긴 하네.”

“그렇지 않아도, 다른 기획사에서 다리 좀 놔 달라고 난리입니다. 전 소원이 걱정되어서 좀 따라가 볼게요. 금철 사장님 과거에 주먹을 쓰셨다고 해서리...”

“예전엔 성격이 그랬지만, 이젠 그렇지 않으니 괜찮을 거야. 그래도 가봐.”

조심스레 금철사장과 소원이가 만나서 이야길 하는 카페로 다가가는 김기봉 대리를 보는 김상현 실장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활짝 핀 미소가 서려 있었다.

*

*

“그래, 계약이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같이 작업 못하는 건 아니야.

의무활동이 1년이니 그 이후에 꼭 나랑 음원하나 내자.

진짜 널 위해 만든 곡이 너무 아쉬워서 그런다.

내가 댄스 음악만 하다가 진짜 거의 처음으로 발라드를 만들었다.”

“네, 사장님. 이미 우리 회사에 오셔서 그렇게 음원 내자고 약속까지 하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진짜 저를 높게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오늘 찾아온 건 이 이야기도 있지만, 목관리 제대로 할 수 있게 이 병원 소개해 주려고 온 거야. 이거 받아.

하나 이비인후과라고 목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혹시라도 활동하다가 목에 문제가 생기면 꼭 병원 가서 확인해야 한다. 알았지?”

“네 사장님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챙겨주시는데 다른 곳이랑 계약하고, 죄송합니다. 의무활동 이후에 꼭 찾아뵙고 사장님이 하자는 피처링이나 그런 부분을 꼭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 마음이 놓이네. 이제 가봐.

내가 너 때리려고 하는지 걱정돼서 밖에서 보고 있는 대리 눈빛이 무섭다. 그만 가봐.”

금철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가는데, 가족들만큼 내 목을 걱정해주는 금철사장의 진심을 알게 되니 그를 피해왔던데 미안했다.

문신과 외모, 급한 성격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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