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오덕 양병론.
“당연히 지혜 넌 좋은 이야길 해줘야지. 내가 원하는 좋은 이야기가 어떤 건데?”
“세상이 변했다는 거? 받쳐주던 방송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망하는 건 이젠 말이 안 되는 거지.
공중파 채널이 시청률의 80% 이상을 장악하던 시절과 주말 골든타임 예능시간에도 공중파 합산시청률이 40%밖에 안 되는 요즘과는 많은 것이 달라.
당시에는 TV 방송과 라디오 방송 말고는 진짜 홍보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
그땐 없었던 인터넷과 유튜브와 SNS가 있잖아.
그리고, 공중파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이젠 종편과 케이블방송이 있어.
이미 겪어본 KY통신의 두비두나 아프리카 방송 같은 플랫폼도 있고.
늘 같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인터넷을 많이 쓰는 시대야, 그 인터넷에는 덕질 할 자료도 흘러넘치고 있다고.
덕들에게는 인터넷 자체가 꿀과 우유가 흐르고 있는 천국이지.
아이돌은 물론이고 음악사적, 산업적으로 이런 큰 변혁을 만들어 낸 것이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 폰이고, 개인 SNS 시대를 연 마크 저커버그야.
그땐 없었던 스마트 폰과 SNS로 인해 어느 정도만 뜰수 있다면 절대 망하지 않을 거야
이미 프로듀스99는 골수 팬이라고 할 수 있는 덕들이 생겼어. 이 덕들 관리만 잘하면 성공은 따 놓은 거지.”
“그럼, 그런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오덕을 양성해야지.
한국 매니지먼트는 아직도 온라인 팬들에게 1:1로 어필하는것에 좀 인색해.
팬들과 1:1 소통을 하다 보면 사고가 나니깐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하지.
이런 부분은 일본의 AKB나 할로 쪽 애들이 잘하니 그쪽을 벤치 해야 해.
그쪽에선 인스타나 페북에서 팔로워한 팬이, 자주 방문해서 글 남기거나 공유해주는 고마운 팬이라면 그 한 명의 팬에게만 보내는 사진과 손글씨 같은 메시지를 넣어서 보내줘.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나만을 위한 유일한 사진과 메시지를 받았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엄청 기분 좋겠지. 아마 자랑하고 싶을걸.”
“맞아. 자기 페북이나 인스타에 사진과 개인 메시지 받았다고 글을 올릴 거야. 너무 행복하다고.
그걸 보고 다른 애들은 더 페북이나 인스타에 들락거릴 거고. 그게 자연스레 인기가 되는 거야.
그런 일대일 마케팅이 하루에 10명씩 1년이면 어떻게 될 거 같아?
1년에 오빠를 좋아해 주는 3,650명의 팬이 생기는 거야.
세상에서 단 한 장밖에 없는 사진과 개인 메시지를 받았다면 웬만해서는 탈덕안해.
그런 덕후들이 10년 넘게 지금의 AKB를 만들고 받쳐주고 있는 거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건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고 다른 문제도 많기에 힘들지만, 온라인에서는 핸드폰으로 중간중간에 사진 찍어 보내주고, 핸드폰의 S펜으로 손글씨 적어서 보내주면 되는 거야.
팬들은 자기만을 위해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과 메시지를 적어 줬다는 작은 것에 감동하고, 내 가수를 위해 뭐든 더 해주려고 하게 될 거야.
스케줄 한다고 피곤하고 힘들다고 대부분이 하지 않게 되지만, 힘들더라도 그렇게 해주면, 그게 다 돈이고 인기인 거야.
그런 오덕 팬들이 앞장서 주면 절대 망하지 않아.”
“악당 클럽 때와는 달리 방송에 기대지 않고, 개인 소통으로 팬들을 만들어 간다면 된다는 거지?”
“그래 맞아. 덕들을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음반을 사줄 정도의 팬들이 1만 명만 넘는다면 CD 판매량이나 음원 순위에서 순위권 진입은 쉬울 거야. 순위권에 들어가기만 하면 뭐 일반인도 노래를 들어 줄 테니 일을 풀어가기 쉬울 거고.”
“좋아. 그러면, 안 좋은 쪽 이야긴 뭐야? 안 좋은 쪽도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는 거니 이야기해줘.”
“음. 그건 데뷔 및 활동이 1년이라는 시간 한정이라는 거지.
해체가 정해진 아이돌을 빨아줄 팬들은 많지 않아. 특히나 오덕이라면..
나 같아도 1년 후에는 없어질 그룹을 위해서 팬질하며 돈 쓰지는 않을 거야.
뭐, 오히려 역설적으로 1년 동안 모든 것을 불태워서 하얗게 끝내겠다는 그런걸 대 놓고 홍보하거나, 끝이지만 끝이 아니라는 걸 미리 표방한다면 판도가 또 바뀔 수도 있겠지.
이 시간 한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팬들이 달라붙기 힘들 거야.”
“이건 너도 해결책이 없는 거지?”
“뭐, 방법은 있지.
‘1년 활동 후 팀은 해체하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팀이 있을 겁니다!
우리 개개인의 계약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뭉칠 겁니다~!’ 라고 불가능한 약속을 하면서 이미지 마케팅해야지.
이루어 질 수 없는 환상과도 같은 약속에 속아주는 착한 팬들이 많다면 가능할 거야.”
“9명이 일일이 다시 계약을 한 회사와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긴 하지. 휴. 이건 답이 없는 거긴 하구나.”
“고민하지 말고, 최대한 1년 동안 개인의 지명도를 올리고,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그 이후가 보일 거야.
오빠! 핸드폰이 따끈거려서 이제 통화 힘들어. 배터리도 얼마 없고.”
“어어, 그래 알았다 지혜야. 알아봐 줘서 고마워.”
“시타오빠랑 루이스오빠 영상통화는 시간 될 때 꼭 해줘야 해! 알았지?”
*
*
지혜와 통화를 끝내고 생각을 좀 하다 보니 멤버들 9명만 있는 카톡방에 카톡이 쌓여 있었다.
[민호형 : 너희 혹시 통장 확인했어? 카톡으로 Nnet 김 작가님이 KY 통신 CF비 돈을 제출한 계좌로 송금했다고 하는데, 혹시 기획사에서 정산해서 CF비 받은 사람이나 이야기 들은 사람 있어?
계약서랑 통장 낸 지 하루 만에 정산해서 통장에 돈을 보냈다니 놀랍다.
방송 촬영 중에는 방송국 놈들이라고 낮추어서 부르고 했는데, 이제부턴 방송국 님들이라고 해야겠다.
대현형 : 아직 못 받았어요. 제출한 통장이 회사 통장이라 거기서 기획사 수수료 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3개월 정산이라. 언제 받을지 모르겠어요.
진율형 : 진짜 수수료 같은 거 없이 천만 원 다 들어와 있으면 좋겠는데.
원섭형 : 아마도, 개인 통장 제출한 소원이 빼고는 다들 정산 달이 되어야 정산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이 3개월 정산이니 그때까진 돈 구경은 못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전 회사에 진 빚부터 정산한다고 해서 손익분기점 넘을 때까지는 정산 자체가 없을 것 같아요. 신용불량자도 아니고 에휴...
민호형 : 아마도, 투자비 깐다는 거 때문에 대부분 다 구경도 못 하겠지? 그러면 소원이가 한턱내면 되겠네. 소원이 나와라! 응답하라!]
카톡을 보고 핸드폰 어플로 통장을 확인해 보니 진짜 CF 비가 들어와 있었다.
[우리의 소원 : 형 진짜 입금되어 있어요. 이체 수수료도 없는지 딱 천만 원 들어와 있어요.
민호형 : 그럼 이제 소원이가 제일 큰 형님이다. 밥 사면 큰형님이야. 우리 비싼 거 얻어먹어도 되겠지?
루이스 : 비싼 고기! 전에 KY에서 사준 그 한우 집!! 거기 맛있더라!
우리의 소원 : 형들 삼겹살로 타협하시죠. 돈 내는 제가 큰형이라면서요? 헤헤헤. 큰형 말 듣고 삼겹살집으로 가자꾸나 동생들아. 크크.
원섭형 : 소원이 형 삼겹살이라도 감사합니다. 충성충성!
우린 다 빚쟁이예요. ㅠ.ㅠ 가난한 연습생....
우리의 소원 : 그런데, 이렇게 우리 CF까지 챙겨준 김 PD님이나 작가님께 뭐 하나 선물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총금액에서 대행비 받았다곤 하지만, 우리를 이렇게 챙겨주는 건 Nnet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준영형 : 그럼 돈 있는 소원이가 선물도 하는 거로 결정!! 우린 가난뱅이라.
우리의 소원 : 헉! 어쩔 수 없죠. 그럼 제가 작은 선물이나마 챙길게요.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잘되면 김 PD님 부탁은 묻거나 따지지도 말고 하나 들어 주기로 해요.
민호형 : 그거 좋네. 난 동의 나중에 잘될 확률 높은 사람은 시타니깐 시타만 동의하면 다 동의 하는 거로 생각하자 ㅎㅎ
시타형 : 네, 그렇게 하죠. 지금 당장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대현형 : 그럼, 고깃집은 언제 갈 거야 날짜 정합시다요!]
*
*
“다들 핸드폰 제출해. 공식 스케줄과 연습시간에는 무조건 핸드폰 사용금지야. 이 가방에 다 넣어.”
“집에서 갑자기 찾거나 하는 경우는요?”
“내 명함을 부모님들께 사진으로 다 보냈으니깐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 오겠지. 핑계 대면서 핸드폰 제출 않으려는 잔머리가 여기까지 느껴져. 빨리 제출해.”
어제 지혜에게 조언을 듣고는, 언제나 팬들과 소통하거나 보낼 수 있게 사진과 핸드폰 펜으로 이미지를 몇 개 만들어 두었는데, 이렇게 핸드폰을 제출하라고 하니 갑갑했다.
“반드시 꼭 필요해서 어디 전화 걸 일이 있거나 뭘 찾아봐야 하는 경우라면 내 핸드폰이나 매니저들 핸드폰을 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 단지 제출한 며칠만 불편할 뿐이야. 적응하고 나면 편해. 시간 남으면 책이나 보든지 잠이나 자. 핸드폰 없는 옛날에도 아무 문제 없이 잘 활동했어!”
핸드폰을 제출하는데, 필요하다면 자기 핸드폰을 빌려준다는 김상현 실장의 말을 듣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실장님, 점심 먹고 1시 반에 실장님 핸드폰을 빌려주셔야 합니다.”
“왜? 뭐하려고?”
“두비두에서 하는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해서요. 핸드폰이 필요합니다.”
“그건 뭐야?”
“방송 촬영 중일 때 일주일간 정식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데뷔 이후에도 해주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광고 CF도 찍기로 했고요.
라이브 방송을 간이로 하려면 핸드폰으로 해야 하는데, 핸드폰을 다 제출하니 실장님 전화기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 것도 있어?”
“네, 나중에 점심 이후에 같이 보시면 될 겁니다.”
*
*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날 방송 중에 약속한 라이브 방송해주기 약속을 지키려고 오늘 방송을 켰습니다.
점심식사 후 야외이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양해 부탁해요!
아? 왜 트위터나 인스타에 공지 없이 하냐고요?
슬프게도 저희가 핸드폰을 모두 다 제출해서, 방송 전에 미리 공지를 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다른 핸드폰이 없다 보니, 채팅창 관리도 안 되고, 설정 관리할 수가 없네요.
일단 급하니 다른 매니저분의 핸드폰을 급히 빌리겠습니다. 잠시만요.”
내가 이렇게 한마디 하니 태평형과 대현형이 급히 뛰어가서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강탈하듯이 뺏어 들고 왔다.
그리곤, 내가 김 실장의 핸드폰에 방송 세팅을 할 때 필요 없는 어플을 몇 개나 더 설치하는 걸 봤기에, 일부러 다른 매니저의 핸드폰에도 방송진행에는 별 도움 되지 않는 어플들을 더 설치하곤 방송진행에 참여했다.
“전화기 지금 줘야 해. 업무상 전화해야 한다니깐!”
“매니저님! 이것도 지금 일이에요. 팬들하고 소통하고 있잖아요. 벌써 2천 명이 들어왔네요.
지금 매니저님 업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채팅창에 광고나 음란글 올리는 애들 관리가 더 중요해요.”
“그러게 왜 전화기를 다 제출하라고 해선, 서로 불편하게 시리...두비두와 CF계약도 해서 활용을 많이 해주는 게 거래처 관리이기도 한 거니깐 매니저님이 참으세요.”
나와 형들의 의도를 알아챈 민호 형이 리더이자 가장 연장자답게 매니저들이 핸드폰 써야 한다고 할 때마다 방해를 해줬다.
약 1시간가량 진행한 라이브 방송 이후 저녁 식사 후에는 개별 라이브로 4개 방을 만들고, 관리자들까지 접촉하게 하자 김상현 실장의 핸드폰 2개는 물론이고, 다른 3명의 매니저 핸드폰까지 다 강탈해서 진행했다.
“김 실장님, 애들 전화기는 풀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민호 말처럼 CF 계약을 해서 의무적으로 몇 번 방송해주기가 들어가 있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핸드폰을 저렇게 들고 가서 업무를 못하게 하는 거보다는 그냥 개인 핸드폰을 풀어 주는 게 이득일 것 같습니다.”
“저 방송 어플 자체가 엄청 고용량인지 배터리도 빨리 없어지는 거 같고, 핸드폰이 느려진 것 같아요.”
“헛소리하지 마. 대충 봐도 저 녀석들이 나에게 반항하는 건데, 져주면 안 되는 거지. 내가 말했잖아.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고. 어떻게 저것들을 밟아줘야 잘 밟았다고 소문이 날까 으흠.”
핸드폰은 풀어주자고 이야길 한 김기봉 대리가 보기엔 9명의 애들이 사고를 치는 것보단, 입맛을 다지며 애들을 어떻게 길들일지 즐거워하는 김상현 실장이 더 사고를 칠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