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56화 (56/237)

# 56

김상현 실장.

“어? 형들 왜 연습실에 안 들어가고 서 있어요?”

“어 소원이 왔어? 음. 그건 너도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우린 여기서 좀 더 있다가 들어갈게.”

“누가 연습실에서 고구마 방귀 뀌었어요? 냄새가 지독해서 나와 있는 거예요?”

“훗,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 들어가면 알 수 있을 거야.”

원래 모이기로 했던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대상 프랜차이즈의 대 연습실 입구에 태평이 형과 준영 형이 연습실로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 뻘쭘하게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윤소원입니다.”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며 꾸벅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왜 태평이 형과 준영 형이 연습실 밖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너네들 정신 상태가 썩었어. 지금 이렇게 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하는 게 정식 데뷔인 것 같아? 어?

너희가 기억하는진 모르겠지만, 2002년도에 ‘악당클럽’이라고 있었어.

너희들처럼 방송국 오디션으로 만들어진 그룹이야.

그것도 무려 공중파 MBS에서 만들어진 5인조 그룹이었어.

그때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이라 스포트라이트를 엄청 받으면서 공중파에서 데뷔하고 화제성이 엄청났다고.

그런데, 지금 길거리에서 ‘악당클럽’아냐고 물으면 안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백이면 백, 아니 만 명에게 물어도 모를 거야.

공중파도 그냥 공중파가 아니었어.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했던 전국 오디션에서 걸린 애들이었다고, 하지만, 결국 1년 만에 끝났어.

그 이후 그 애들 뭐 하는지 아는 사람 있는지 알아? 아무도 몰라.

길에서 객사했는지, 이민을 가서 접시를 닦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뭐, 혹시 모르지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있으면서 너희가 데뷔하는 걸 보고 웃었을지도.

공중파에서 엄청난 화제를 몰고 데뷔했는데도 초전박살이 났는데, 너희는 케이블방송에서 화제가 되어서 데뷔하는데, 벌써부터 쳐 웃고 돌아다니고, 스타 행세하면서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올리고 쇼를 하냐?

너네 데뷔한 지 이제 이틀째야. 벌써 슈퍼스타가 된 것처럼 행동하지 마!

애들이 개념이 없어. 개념이!

넌 이제 온 거야? 네가 윤소원이지?”

“아, 네 안녕하세요. 윤소원입니다.”

“안녕한지는 모르겠고, 연습시간이 2시면 최소한 30분 전에는 도착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해야지.

넌 기획사가 어디야? 어디길래 그런 기본적인 개념도 주입을 안 시키는 거야?”

“MSM 소속인데요. 다음부터는 미리 와서 몸 풀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아아~ MSM 소속이었어? 그래그래. 몸 풀고 있어. 다른 애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너희 농땡이 칠 거야?”

가방을 구석에 놔두면서 형들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봤다.

“민호 형 저분이 그때 진율형한테 ‘시바이’ 못 친다고 갈구던 그분 맞지요? 이름이..김상현실장인가..”

“그래 맞아. 운 없게도 우리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매니저로 같이 한다는데.”

“에? 진짜요? 헐..이런 난관이 제 앞에 펼쳐질지는 몰랐어요.

어쩐지 계약이 쉽게 잘되더라니. 이런 고난이 또 와버리네요.”

옆을 힐끔 보니, 이미 진율형은 얼굴이 하얗게 된 것이 멘붕이 온 것 같았다.

“그런데, 김 실장님 말이 험해서 그렇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야.

공중파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당시에 잘나가던 기획사와 작곡자들을 다 붙여서 데뷔시켰는데, 2집인가 앨범을 내고는 사라졌어.

처음에 공중파에서 만들 때는 MSM의 ‘SHOT’을 잡을 초대형 신인그룹이라고 했었거든.

그런데도 2년도 안 되어서 사라졌지.”

나는 물론이고 형들 대부분이 10년도 전의 일이라 기억을 못 했는데, 29살인 민호 형은 ‘악당클럽’이라는 그룹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야길 듣다 보니 나도 궁금해서 핸드폰으로 찾아봤는데, 그때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작곡자와 제작자가 붙어서 데뷔를 시킨 게 맞았다.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달라붙었는데, 왜 망한 거지? 김상현 실장에게 왜 망했는지 물어보면 욕 들을 것 같고.

이걸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네. 아! 지혜가 있구나. 지혜에게 물어보자.’

지혜가 중학생이지만, 나보다 아이돌 관련으로 더 많이 알고 있으니 혹시나 해서 카톡으로 왜 악당 클럽이 망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

*

“야! 안무팀장 들어가서 애들 연습시켜.

자, 너희 다들 봤지? 한창 피 끓는 10대, 20대 애들은 이렇게 초반에 기를 팍! 꺾어놓아야 말을 잘 들어.

저기 또 폰질하네. 핸드폰은 통제를 해야 해 스케줄 중에는 핸드폰 사용금지로 해서 스케줄 할 땐 핸드폰 제출하게 해서 핸드폰 못하게 해.

그래야 여자애들 만나러 간다고 숙소 이탈하거나 하는 사건이 줄어들어.

공중파 음악방송에서 1위 하면 그때 핸드폰 사용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면 애들이 더 열심히 하겠지.”

“저 실장님, 하지만 너무 강압적이면 애들이 불만이 쌓여서 여기저기 말을 하게 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네 MSM에서 왔다고 했지? 전일근 본부장님은 잘 계시고?

내가 애당기획에서 처음 로드매니저 할 때 내 사수가 바로 전일근 본부장님이었어.

내가 신봉하는 이 강압적인 옛날 방식의 매니지먼트를 누구에게 배운 것 같아?

강압적인 옛 방식의 매니지먼트가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아.

조선 놈들은 두드려 패야...흠..흠..말이 너무 나갔네.

하여튼, 자유이니 머니 해서 애들 풀어주는 방식의 매니지먼트가 지금은 대세라고 하지만, 요즘 사건·사고 터지는 거 봐봐.

그 관리 잘한다는 MSM에서도 음주 교통사고에 예비군 불참에 문제 계속 터지고 있잖아.

JYG도 봐. 멀쩡한 팀을 한 놈이 음주 교통사고 내서는 박살을 내버렸잖아.

SYG는 더 막장이야. 어이쿠 향정신성 약물? 답이 없네! 답이 없어.

넘치는 끼를 가진 피 끓는 애들이 아이돌 한다고 오는데, 자유니 방임이니 하면서 풀어주니깐 이런 사건, 사고가 계속 터지게 되는 거고 회사에 피해를 주는 거야. 그런 리스크 관리가 우리의 할 일이야.

매니지먼트는 관리하는 애가 아침밥으로 몇 숟가락을 먹었고, 똥 싸고 닦는 휴지 칸 수까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일이 돌아가는 거야.

그게 진정한 매니지먼트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알겠어?

신성한 매니지먼트를 자유주의니, 방임정책이니 하면서 더럽히지 마. 매니지먼트는 리스트 관리가 처음이자 끝이야. 완벽한 통제! 그게 핵심이야!

회사에서도 내가 이런 애들 많이 다루어 봤으니 나에게 총괄실장을 시키는 거잖아.

어린 자네들은 그냥 내 말 잘 듣고, 옛날 방식의 클래식한 매니지먼트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되는 거야. 알겠어?”

*

*

<오빠에게 소속사가 생겨서 이제는 오빠 사진이나 스티커를 판매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증명사진이나 집에서 찍은 직찍은 개인적으로 프린트하거나 만드셔서 소장하실 수는 있으실 거에요.>

┗그동안 거의 공짜로 스티커 잘 구매해서 썼는데, 이젠 구할 곳이..ㅠ.ㅠ

┗MSM도 스티커나 사진은 거의 터치 안 하던데, 계속 파시지. 아쉽네요.

┗MSM 굿즈 너무 비쌈, 스티커 류는 아예 팔지도 않고.

가난한 급식단은 흙.흙하고 웁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엄청 유니크한 영상 올리고 갈게요. 우리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본적 없는 오빠의 흑역사 영상이에요. 그럼 다들 안녕~!

페북, 인스타는 계속하니 사진이나 근황은 그쪽으로~!>

┗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맛있다고 김에 밥 싸먹는 영상이라니 크흐흐흐

┗대박! 진짜 유니크하네. 콧물 흘리면서 밥 먹는 건데 맛있게 먹는다.

┗이 시간에 괜히 봤어. 나도 따뜻한 흰밥에 김 싸먹고 싶다.

┗뭔가 병신 같으면서도 빨려 들어가는 영상이다. 가족들도 다 웃으며 보는 것 같은데, 나도 그냥 웃음이 난다. 크헤헤헤.

“지혜야! 인제 그만 씻고 잠자야지. 내일 학교 안 갈 거야?”

“알았어. 엄마. 안 그래도 지금 컴퓨터 껐어. 어? 엄마! 오빠한테 전화 왔어. 여보세요.”

“그래, 지혜야, 내가 카톡으로 물어본 거 혹시 알아봤어?”

“당근이지. 이거 알려주는 조건으로 시타오빠랑 루이스 오빠랑 영상 통화하게 해줘야 해.”

“우리 이제 핸드폰도 제출해야 해. 시간이 맞으면 영상 통화하게 해줄게. 빨리 이야기해봐.”

“그 ‘악당클럽’이 알아보니깐 진짜 지금의 프로듀스99에 버금가는 인기였어. 시청률도 그 당시에는 채널이 작아서 15% 이상이 나왔고, 지금 프로듀스의 4~5%대 시청률과는 게임이 안 될 시기야.”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데, 왜 2003년에 낸 2집 앨범을 내고 사라진 거야?”

“나의 인력 풀을 총동원해서 알아보니, 그 당시 방송에 달라붙었던 사람들이 문제였어.

몇몇 히트곡이 있지만, 몇 년째 히트곡이 없었던 작곡가와 클럽 DJ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역시나 몇 년째 히트친 음반이 없는 음반제작자.

방송국 인맥으로 매니지먼트를 맡게 된 신생 기획사.

그리고, 얼굴마담 역할을 하던 개그맨까지, 다들 자기들 지명도를 올리거나, 잃어버린 자신의 인기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그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던 거였어.

그래서 전국적인 화제성이 있었음에도, 곡이 별로이다 보니 1집 타이틀 곡의 최고 순위가 3위가 끝이었어.

히트했던 감을 잊어버린 작곡가와 음반제작자의 합동 작품이었으니 3위도 대단한 거라고 할만해.

하지만, 지금 그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 뭐. 대중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많이 부족했던 거지.”

“그럼 이후 2집도 그 사람들이 계속한 거야?”

“2집에서는 그 사람들도 이젠 안된다고 생각했던지 참여를 않았어. 매니지먼트만 그대로였어. 어쩌면 그래서 더 망한 것인지도 모르지.

감을 잊었다곤 해도 히트곡이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참여했다면 방송이라도 몇 번 더 타니깐.

하지만, 2집의 실패는 다른 원인이 있었어.

뭐,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 프로그램이 없어져 버린 게 커.”

“그것도 우리처럼 한 번만 하고 끝내는 거였어?”

“아니, 음. 그러니깐 프로그램 속의 코너라고 해야 하려나.

‘악당클럽’을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독립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목적지향 토요일 밤에’란 프로그램 속의 코너 프로그램이었어.

2002년 10월 19일 날 ‘목적지향 토요일 밤에’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되어 버려. 시기상 2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을 때 그렇게 되니 2003년에 나올 앨범 준비가 제대로 되었겠어?

‘악당클럽’을 매니지먼트 한 회사도 그 당시에 독립한 신생회사였는데, 이것도 그냥 인맥으로 한 거 다 보니 힘없고, 영향력 없는 기획사였지.

그러니깐, 믿고 있던 프로그램이 폐지되니 홍보할 곳도 없고, 신생 기획사이다 보니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을 거야.

그래서, 2003년 4월에 발매한 2집 앨범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

그러다, 결국 사라져 버린 거야.”

“자체 프로그램이 아니라 코너 프로그램이었다는 게 충격이네. 코너 프로그램으로 그렇게 인기가 있었다니.”

“악당클럽이 확실히 인기는 있었어. 문제는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욕심이 문제였지.

지금 오빠들처럼 여러 기획사가 뭉쳐있는 게 아니라, 방송국에서 지정한 신생 기획사에서 매니지먼트를 했으니 아마도 방송국과의 커넥션이 있었겠지.

방송국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서 자기 말 잘 듣는 신생 기획사에 맡긴 걸 테고, 거기서 뭔가 이득을 얻으려고 했겠지.

그런데,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져 버렸으니, 그냥 뒤에서 밀어줄 사람들이 붕 떠버린 거지.”

“흠. 이야길 듣고 보니, Nnet에서 자기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자회사 같은 기획사에 안 넘기고, 대상 프랜차이즈에 대행을 넘긴 게 엄청난 거네.”

“그렇지. 자기들이 감 뇌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걸 넘겨준 거니 Nnet이 욕심이 없는 거야.”

“그러면 지혜야, 만약에 우리가 이번에 내는 앨범이 ‘악당클럽’처럼 어중간하게 히트를 한다면, 우리도 ‘악당클럽’처럼 1년 후에 그냥 사라질까?

사실, 오늘 악당 클럽 이야길 듣고 나는 물론이고, 다들 모르던 걸 알게 되니 불안했거든. 우리가 유일한 줄 알았는데 이전에 비슷한 게 있었고, 결과가 안 좋았다는 소릴 들으니 불안해해.

자칭 아이돌 전문가인 네 생각은 어떠냐? 우리 잘될 것 같아?”

“음. 오빠가 원하는 좋은 이야길 해줄까? 아니면, 오빠가 밤잠 못 잘 정도의 나쁜 이야길 해줄까? 어떤 걸 원해? 그것부터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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