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53화 (53/237)

# 53

계약.

방송 촬영도 이젠 끝이 났는지 수십 개가 켜져서 화려하게 무대를 빛내주던 조명들도 하나둘 빛을 잃고 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중들의 퇴장을 위해 관중석의 불이 켜졌다. 새삼 잠실 실내체육관의 큰 크기가 와 닿았다.

연습생들 간에 인사를 하고, 무대 앞까지 나와서 우리에게 응원해 준 팬분들에게 인사를 하니 시간은 벌써 새벽 3시였다.

“다들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자고, 오후 3시까지는 소속회사 담당자와 같이 제작진 사무실로 와야 해. 이미 소속사에는 통보했는데, 향후 일정 문제가 결정되는 일이니 본인들도 꼭 참여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아.

윤소원 연습생은 개인 연습생이라서 오늘 당장은 괜찮은데, 데뷔팀으로 이제 활동을 해야 하니 빠른 시간안에 회사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단 내일은 부모님과 함께 오세요.”

“네 그런데, 작가님 그냥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건 힘들겠죠?”

“음. 힘이 든 걸 떠나서 그렇게 되면 개인 매니저라도 있어야지 일정이나 활동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개인 매니저도 없다면 일 진행이 안될 거야. 한번 잘 알아봐.”

작가 누나의 말을 들으니 뭔가 좀 이상했다.

내 전생의 기억으로는 분명 데뷔팀을 임시로 맡아서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별도의 기획사가 있었고, 다 같이 합숙을 했기에 일정을 확인해 줄, 개인 매니저는 필요가 없었을 것 같았는데. 뭔가 내 기억과는 다른 게 있었다.

“오빠!”, “우리 아들!”

무대 뒤 대기실로 오니 연습생들의 부모님들과 가족들로 인해 무대 뒤가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무턱대고 안겨오는 지혜와 엄마에게 잡혀 뽀뽀세례를 한참이나 받았다.

“난, 소원이가 이렇게 데뷔할 줄 알았다니깐. 진짜 해운대에서 우리 소원이 만큼 잘난 애가 없었다니깐. 호호호. 아들 저 쪽보고 사진!”

“기원 오빠 빨리 찍어!”

형이 사진을 찍어주자, 엄마와 지혜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친인척들에 보내고, 내가 데뷔팀에 걸린 것을 축하받는다고 엄청 바빠졌다.

“소원아. 넌 분명히 기억해야 해. 네가 밥 안 먹고 서울 안 보내주면 안 된다고 버티기를 할 때, 이 아빠는 너 서울 보내주자고 했던 거.

너 그건 꼭! 기억해야 한다.

엄마는 벌써 태세 전환해서 원래부터 네가 연예인 자질이 보였니 뭐니 하면서 자랑하고 다니는데, 엄마는 너 연예인 되는 거 분명히 반대했었다.”

“아빠, 그게 갑자기 왜요?”

“내일 엄마가 처남이랑 처제들에게 전화해서 하는 이야기 들으면 알 거다.

첫눈에 소원이가 연예인이 될 줄 알았다고, 내가 반대해서 안 하게 했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처남과 처제에게 허풍을 떠는데. 어휴...말을 마라.”

“소원이랑 제가 기억하고 있으니깐 아빠 지원사격해드릴게요.”

“그래, 역시 아들들밖에 없다. 기원이에게 내 신용카드 준 보람이 있네.

일단 늦었으니 기원이 집으로 가자.”

*

*

“그럼, 내일 아빠는 내일 수업 때문에 부산 가야 하니, 엄마랑 같이 Nnet방송국으로 가거라.

내일은 그냥 임시 매니지먼트를 맡긴다는 것에 동의하는 거니깐 괜찮을 것 같고, 천천히 기획사 알아보지 뭐. 합숙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 입소문으로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고 하는 그런 정보 들은 건 없어?

그리고, 너 좋다고 같이 하자는 그런 기획사는 하나도 없었어?”

“기획사 정보는 많지. 나 마음에 들어 하는 기획사도 많고.

하지만, 문제는 매니지먼트가 좋다는 대형 기획사들과는 접점이 없어.

내가 필요하다고, 나랑 꼭 같이 일하자는 기획사도 하나 있는데, 거긴 아직 솔로 가수를 제대로 매니지먼트 해서 띄운 경험이 없어.”

“오빠가 필요하다고, 꼭 같이하자는 곳이 어딘데?”

“브레브엔터야. 금철사장이 직접 꼭 같이하자고 계약서까지 줬는데, 금철사장의 급한 성격을 아니깐 좀 망설여지네.”

“브레브라...거긴 매출이나 수익은 탄탄한데, 브레브의 얼굴이라고 내밀 수 있는 소속가수가 없긴 하지.

주로 금철사장이 다른 가수에게 판매했던 곡들이 대박이 나서 음원 재벌은 되었는데, 직접 매니지먼트 한 소속가수는 기획력 부재라서 팬덤도 제대로 없는 게 현실이야. 거기로 가는 건 내가 반대!”

“지혜야 거기 사장이 직접 꼭 같이 해보자고, 소원이가 필요하다고 했잖니? 그럼 한번 고민은 해봐야지.

이 엄마 생각으로는 큰 기획사 가서 용의 꼬리가 되는 것보단, 제대로 밀어준다는 작은 기획사 가서 뱀의 머리가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엄마, 그 뱀이 이무기면 되는데, 작은 실뱀이 될 수도 있어.

용의 꼬리는 신성한 대우라도 받지만, 실뱀은 누구도 알아봐 주지를 않아.”

“일단 누워, 누워! 시간이 너무 늦었다.”

형의 집 방에서는 엄마와 지혜가 자고, 거실에서 아빠와 형, 내가 누웠는데, 이미 새벽 4시라서 다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빠 전에 MSM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런데 그냥 간다고 받아 주겠냐?”

“받아 줄 수도 있지. 뭐, 확실히 MSM은 자체적인 유스풀(youth pool)에서 교육하고 성장시켜서 데뷔를 시킨다는 아이돌 철학이 있으니 힘들긴 하겠다.

하지만, 오빠가 MSM에서 아이돌로 데뷔하는 게 아니잖아. 그냥 매니지먼트를 받겠다는 거지.

MSM 소속으로 배우 김민수나 개그맨 송영호 같은 연예인들 매니지먼트도 해주고 있잖아. 뭐, 정확히는 MSM PLUS 소속 이긴 하지만.”

“그게 다른 거야? 같은 MSM 아니야?”

“정확하게는 MSM에서 PLUS 엔터라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전문회사를 인수해서 자회사로 만든 거지, 그렇게 해서 일반적으로 MSM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배우나, 예능인들을 PLUS소속으로 만들어서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어.

그런 PLUS 소속의 배우나 예능인들이 많아지면서 MSM 소속의 아이돌들을 꽂을 수 있는 방송도 더 늘어났고.

확실히 MSM 소속만 되어도 쉽게 방송을 잡을 수 있게 되었어.”

“그럼 MSM으로 가는 게 이득이네. 어떻게 계약을 하지. 접점이 없는데.”

“왜 없어? 프로듀스99에 MSM 소속 안무가 이재원 선생님이 있잖아.

그분을 통해서 계약 조건을 넌지시 알아보면 될 것 같은데.”

“이재원 선생님 연락처도 몰라, 거기다 춤 못 춘다고 혼만 났고.”

“흠...그럼 오빠 내 말대로 한번 해볼래? 쉽게 MSM과 계약을 하면서 화제를 만들어 낼 방법이 있는데.”

“그게 무슨 방법인데?”

“큰 오빠가 도와줘야 해. 일단 내가 생각 좀 정리해서 아침에 이야기해줄게.”

*

*

“김 PD님! 안녕하십니까? 이제 귀가하시는데,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 저는 대상 프랜차이즈의 김정혁입니다.”

“아 네. 류진율 연습생의 외삼촌이시죠?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어떻게 오신 겁니까? 방송 끝나고, 진율이랑 가족들이 이야기할 시간 같은데.”

“조카인 진율이가 데뷔 멤버로 뽑히자, 그제야 좀 알아보고 하다 보니, 이렇게 늦은 시간임에도 찾아뵈었습니다.

시간이 늦었다. 보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번에 프로듀스99의 데뷔팀의 매니지먼트를 저희 대상에게 맡겨주십시오.”

“이렇게 서서 할 이야기가 아니네요. 24시간 커피숍도 없는데, 훔, 차로 가시죠.”

*

*

“데뷔 팀 운영에 대해서 듣다 보니, Nnet에서 직접 데뷔팀을 매니지먼트 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직접 하는 건 아니고, 데뷔 멤버의 소속된 기획사에서 매니저들을 방송국 프리랜서로 투입받아서 매니지먼트를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는 게 연습생들의 소속사 간의 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수익 배분을 균등하게 했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깐요.”

“수익 배분은 그런데, 애들의 공중파 출연을 아예 안 하실 겁니까?

들리는 소문에는 프로듀스99의 성공을 보고 나서는 공중파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슈퍼스타 KPOP 이 히트했을 때 공중파들도 모두 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쟁사나 마찬가지인 슈퍼스타KPOP 출신 가수들의 출연을 아예 하지 못하게 막았었지 않습니까?

그런 아티스트급의 가수들도 방송국 간의 힘겨루기로 출연을 금지했었는데, 파급력이 큰 아이돌 가수라면 아마도, 자체 제작하는 오디션과 겹친다고 출연을 시키지 않을 겁니다.”

“흠. 결국, 나중엔 슈퍼스타KPOP 출신의 가수들도 다 출연을 하지 않았나요?”

“네, 결국엔 모든 공중파가 문을 열어 주긴 했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3년이나 지난 후였다는 거지요.

지금 데뷔팀의 의무활동 조건이 1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의무활동 기간 안에 과연 공중파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대상프랜차이즈에서는 그럼 해결책이 있는 겁니까? 하긴, 이리 찾아와서 이야길 하시는 걸 보니 이미 해결책이 있으니 오신 거겠죠.

공중파의 문호개방을 생각하지 못한 건 제 실수인 것 같네요.

그럼, 데뷔팀을 대상프랜차이즈의 관리하에 두는 조건에 대해서 한번 이야길 해봅시다.

아, 일단 이거 하난 짚고 넘어가죠. 우리 쪽에서 KY측과 이미 협의를 끝낸 CF 계약이 하나 있습니다. 이 건에..”

“김 PD님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연히 Nnet 측에서 따낸 계약은 모두다 Nnet 측에 권한과 수익 배분의 권리가 있는 거지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다 인정을 할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소속사에서 따오는 CF도 다 각 소속사의 권리로 두겠습니다.”

“그러면, 대상 프랜차이즈는 어디서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겁니까?

조만간에 발매될 음원도 이미 프로그램에 곡을 준 기획사들이 다 선점을 해둔 상태입니다.

행사만으로는 정상적인 수익 배분을 하고 나면 큰 이익이 없을 텐데요.

콘서트도 9개 기획사가 균등분배를 해야 할거고요.”

“네 음원도 알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수익인 행사만으로는 아마 똔또이 맞추기도 힘들지도 모릅니다. 콘서트도 결국 기획사 간 순익 분배가 있으니 큰 수익을 내기는 힘들 거고요.

저희가 매니지먼트를 대행해 주면서 수익을 남기려고 하는 부분은 해외활동입니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일본 쪽 활동에서 저희는 수익을 뽑겠습니다.

일본 쪽의 인맥과 행사구축은 아마 한국의 그 어떤 기획사보다 우리 대상 프랜차이즈가 확실할 겁니다.

우리가 만든 일본 행사와 공연이니 분배에서도 일정 부분을 제외하곤 수익으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기존에 서로 나누어 먹어야 하는 케이크를 다시 나누자는 게 아니라, 저희 대상 프랜차이즈에 매니지먼트를 맡겨주시면 새로운 케이크를 만들어서 Nnet과 나눠 먹겠습니다.”

“Nnet은 그런 새 케이크가 필요 없을 겁니다. 이미 많을 테니..”

“그럼 집에 들어갈 때 케이크도 못 사 들고 귀가하시는 가장에게 나눠드려야지요. 후후후.”

“맛있는 케이크가 몇 조각이나 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일단, 오후에 다들 모일 때 말이죠 이렇게...”

*

*

“진짜, 너 말만 믿고 이렇게 한다.”

“아, 그래 믿으라니까 일단 마스크는 살짝 더 내리고, 너무 대 놓고 내리면 또 안 돼. 살짝 보인 얼굴로 오빠를 알아볼 정도는 돼야지.

큰오빠랑 회사 사람은 저기 차 뒤에서 파파라치 샷으로 알지? 동영상도 같이 찍어. 어떤 스타일인지 이해되지?”

“알았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해라고 하니깐 하긴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진짜 MSM이랑 계약을 바로 할 수 있는 방법인 건 맞아?”

“그렇다니깐. 나만 믿어! 자 소원이 오빠는 이제 당당하게 걸어가서 이재원 선생님 만나러 왔다고 해서 이야기만 해. 그리곤 MSM과 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재원 선생님에게 물어봐. 그러면 되는 거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게 MSM과 계약을 성사시켜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볼게. 간다.”

차에서 내려서 압구정동에 있는 MSM엔터의 본사건물로 걸어가는데,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저 사람 연예인 아냐?”

“누구누구? 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누구지? 간지가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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