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46화 (46/237)

# 46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

“아, 형! 왜 이렇게 학교에서 늦게 오는 거야? 다음 합숙까지 3일이 비어서 형 집에 온 김에 같이 저녁이나 먹으려고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오지도 않고 11시가 넘어서 집에 오네. 덕분에 그냥 라면 먹었잖아.

설마, 형 여자친구 생긴 거야?”

“여자친구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여자친구가 있어서 만났다면 밥이라도 먹었겠지. 바빠서 밥도 못 먹었어. 인마. 라면 물 좀 올려봐라.”

“왜? 대학교 공부가 그렇게 빡센거야? 시험 기간인가?”

“아니, 아이돌 피버 어플 때문에 바쁜 거야. 네 덕분에 이제 회원 수도 늘었고, 진짜 벤처 기업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다 보니 일이 너무 많아.”

“그럼 좋은 일이네. 잘되었네. 빨리 씻고 와 늘 먹던 데로 라면에 식초 친다.”

“그래.”

전생에 형은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다 맞지 않아, 공무원 준비를 하더니 LH공사에 들어갔었다.

내가 프로듀스99에 나오게 되면서 나뿐만 아니라 형의 삶도 바뀌게 돼버린 것 같자 이게 좋은 방향인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저 형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길 빌어줄 뿐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반응 보면 너 진짜 데뷔 각이야. 진짜 연예인 될 것 같더라.

햐! 인수분해도 제대로 못 하던, 내 동생이 아이돌이라니. 참, 사람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네. 알 수 없어.

후루룩~, 후룩~ 라면은 참 잘 끓인다는 건 알 수 있네. 나중에 연예인 되면 라면 프랜차이즈라도 하나 차려라. 같은 라면인데 맛이 달라 맛이.”

“홈페이지 가니깐 하단에 회사정보에 ‘아이돌 MAK’라고 되어 있네. ‘아이돌 피버’ 아니었어?”

“아이돌 피버는 앱 이름이고, 앱 운영만 가지곤 수익이 도저히 안 나더라. 어쩔 수 없이 인터넷 광고마케팅도 같이 운영해야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사를 따로 만들었어. 사업자 등록증도 오늘 급하게 만든 거야.

앱으로 수익 만들어 냈다는 벤처업체는 백이면 백 전부 다 앱 만들어 주는 개발회사들이야. 그거 말고는 앱만 가지고는 수익을 만드는 게 불가능해.

플레이 스토어가 만들어지고 어플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들은 유료어플을 구매하는 것에 인색해.

뭐, 사실 조금만 찾아보면 비슷한 무료 앱이 있으니깐 돈 쓸 이유가 없지.

어플에 작게 걸리는 광고로는 밥값도 나오지 않고, 앱으로는 벤처 창업해서 수익구조 만들어서 성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홈페이지에 달린 애드센스 광고로는 서버 비용도 빠듯할 정도고.”

“쉬운 게 없네.”

“쉬운 게 없지. 그래도 네 덕분에 게릴라콘서트 알게 되어서 이름이 나름 알려지고 사용자들이 늘었어.

만약, 게릴라콘서트 정보 몰랐다면, 아마도 다음 달에 ‘아이돌 피버’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을 거야.”

“홍보 마케팅이 제일 중요하구나.”

“그래, 준비가 된 상태라면 홍보, 마케팅이 제일 중요해. 너 데뷔하면 싸게 모델 계약 좀 하자.”

“음. 그땐 아마도, 기획사가 있어서 비싸질 것 같은데. 뭐 저렴하게 계약금으로 지금 치킨을 시켜준다면 내가 생각은 해둘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치킨 콜?”

“콜!”

*

*

“택시기사님 저기 건널목에 세워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윤헤어’ 여기 맞는 거 같은데, 다들 와있으려나.

합숙일정은 없었지만, 협찬사 광고 때문에 촬영이 있다고 해서 메이크업과 헤어 때문에 논현동의 윤헤어로 오라고 했다.

“김 작가님 윤소원 연습생도 도착했어요. 이제 2명만 더 오면 다 온 겁니다.

윤소원 연습생은 여기서 조금 대기해 주세요.”

100평도 넘을 것 같이 큰 헤어샵이었는데, 30명에 가까운 연습생들을 꾸며준다고 실내는 이미 난리였다. 그리고, 그걸 또 스태프들이 촬영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모든 연습생들이 메이크업을 받고 샵을 나서는데, 방송 스태프가 아닌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대현 형 오늘 일찍 오셨지요?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아, 소속사에서 사람들이 오늘은 나왔을 거야. 우리 소속사인 게놈프로젝트는 작은 회사라 저런 매니저가 연습생에게는 안 붙지만, NFC같은 큰 회사에서는 별도로 관리해주는 매니저가 오늘 같은 날에는 붙어.”

“헐, 신기하네요. 연습생에 매니저가 필요할 줄이야.”

“보통은 필요 없는데, 오늘은 필요하지.

지금 우리가 촬영할 협찬사가 ‘FIL IN’이니깐 큰 기획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해.”

“아니, 왜요?”

“음. 보통 큰 기획사 소속의 연예인이나 아이돌의 경우 공항패션이나 하객 패션 같은 건 다 ‘협찬품 + 돈’을 받고 진행을 해.

그러다 보니 각 회사마다 협찬계약을 했거나, 관계가 좋은 패션 브랜드가 있어.

그런데, 오늘 우리가 가서 협찬 영상을 찍는 ‘FIL IN’은 종합 패션전문업체라 의류, 가방, 모자, 신발, 액세서리 등등 다 있거든.

회사에서 자체 계약한 패션 브랜드와 겹치는 물품에 대해서는 아예 착용하지 못하게 체크를 하거나, 사진을 못 찍게 확인을 해야 해. 그래야 회사와 연계된 패션 브랜드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니깐.”

“헐. 그런 계약도 있는 거예요? 장난 아니다. 아직 데뷔도 않았는데 이렇다니 신기해요.”

“소원아.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는 입고, 먹고, 마시고 대중들에게 보이는 모든 게 다 돈이야. 나중에 네가 데뷔한 이후에 인기가 많아지면, 옷 안에 입는 팬티도 네 마음대로 못 입을 수가 있을 거다. 하하하

언론의 노출이 바로 돈이 되는 거고, 그 노출에 따라 돈이 오가는 산업이다 보니 이해해야 할 거야. 우리에게는 그냥 옷 한 벌, 액세서리 한 개이지만, 이 물품으로 먹고사시는 분들도 있으니깐 쉽게 보지 말고.

넌 아직은 개인 연습생이지만, 데뷔 순위에 들고 최종적으로 데뷔하게 되면 소속사에서 이런 교육을 아마 받게 될 거야.”

“생각만 해도 갑갑해지네요.”

“연예인이라면 감수해야지. 셀럽의 삶이 화려해 보이지만 이런 촘촘한 그물에 다 묶여있어서 일일이 체크해야해.

혼자서, 일일이 챙기기 힘드니 관리를 해줄 매니저와 코디, 메이크업이 붙는 거지.

브레브엔터에선 너 계약만 하면 다 제공해 준다는데, 계약금 많이 받고 계약해 버려.

진짜 금철 사장이 너에게 꼽혀서 그런 좋은 조건을 제시한 거야. 신인에게는 절대 해주지 않을 계약조건이야.”

“소속사 고민은 하고 있는데, 일단 데뷔가 결정되면 그때나 계약을 하려고요.”

“그것도 좋지. 아마 데뷔만 된다면 소속이 없는 네 몸값은 더 오를 거다.”

*

*

“자 여길 보세요. 이빨 보이게 웃으시고요! 하나둘 셋!”

[찰칵]

“네 좋습니다. 앞줄은 앉으시고요. 뒷줄은 양쪽 어깨를 좀 더 펴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야 다들 좀 확실히 웃어!! 다들 처음 광고사진 찍는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밝게 웃어! 특히 루이스!

카메라 기사님은 안 그래도 우중충한 남자넘들 찍는 게 힘드실 건데, 우리가 좀 쉽게 가야 일할 맛이 날거 아니겠냐?

특히! 루이스는 좀 더 밝게, 맑게, 자신 있게~ 활기차게~ 스마일~

그래 시타 봐라. 비즈니스 스마일 엄청나잖아. 광고에 최적화된 미소다. 좋네.”

“태평이 너도 아까는 굳어 있었거든.”

“그래도 루이스 너만큼은 아니었거든요. 스마일 스마일~!”

“진율아 네가 저 주태평이 처럼 재미있는 ‘시바이’를 먼저 쳤어야지.

지금도 단순한 협찬광고 촬영 같지만, 이 촬영도 다 프로듀스99 방송을 위해 녹화가 되고 있어. 인터뷰도 따고 있고.

그런데, 저런 ‘시바이’를 안치고 그냥 있으면 어떻게 하냐?

주태평은 아마 저런 시바이로 분량을 뽑아낼 거다.

저런 게 센스야. 센스!”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잘하겠습니다.”

우리 촬영은 끝이 나서 뒤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데, 대기하는 동안에 대상기획에서 나온 실장이라는 사람이 류진율 옆에 앉아서는 온종일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넌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잔소리를 엄청나게 해대었다. 옆에 있는 내가 불편할 정도였는데, 류진율의 얼굴도 하얗게 뜨는 게 보일 정도였다.

“민호 형 물어볼 게 있는데 ‘시바이’가 뭐에요? 욕이에요?”

“욕은 아니고, 어디서 들었냐? 일본식 방송표현인데, ‘웃음이 있는 상황이나 행동’ 같은걸 말하는 거야, 일본식 방송진행을 배웠던 사람들이 쓰는 단어인데, PD들이 방송이 재미없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재미가 없어지는 거 같으면 진행자들에게 ‘시바이’ 치라고 하거든. 그러면 억지로라도 웃긴 상황을 만들어야 해.”

“어렵네요. 아이돌이 예능까지 다 하다 보니 개그도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지. 요즘은 예능에 나가야 노래 홍보도 되고, 행사 섭외도 있으니깐. 아이돌도 개인기를 만들어서 언제든지 ‘시바이’ 치라고 하면 바로 나올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 게 현실이야.

아~ 너 진율이 옆에 앉아있는 김상현 실장한테 들은 거구나.”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저분 유명해, 옛날식으로 매니지먼트를 배우신 분이라 소속 연예인들한테 강요하는 게 좀 많아. 지금은 대상에서 일하는가 보네.

행사나 광고를 잘 물어오는 거로 유명하면서 소속된 연예인들 자존심 뭉개기로도 유명해.

저렇게 촬영장에 와서도 옆에 앉아선 교육을 빙자해서 연예인 자존감을 낮추는 거지. 그래야 자존감이 낮아진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기대는 게 더 커지거든. 진율이가 대상기획 사장 조카라도 저런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네.”

“어느 정도 큰 기획사들은 다 저런가요? 전 만약에 옆에서 저렇게 계속하면 미칠 것 같은데.”

“크고 작은 것과는 상관없이 옛날식 방식인 일본식 매니지먼트를 배운 회사만 저렇게 해.

젊은 사장들은 저런 억압적인 매니지먼트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으니깐.

하지만, 저 방식이 튀는 연예인들 기를 죽여서 컨트롤 하기 쉽기 때문에 저 방식을 신봉하는 매니지먼트들도 있어.

나중에 기획사 계약할 때 저런 게 싫다면 꼭 이야길 하고 계약을 해.”

“네 그렇게 해야겠어요. 그런데, 기획사가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었네요. 진짜 뭐든 쉬운 게 없네요.”

“쉬운 게 없지, 저 밖에 봐봐. 직캠, 직찍하는 분들도 우리가 보기에는 진짜 우릴 좋아해서 시간을 바쳐가며 따라오시는 것 같지만, 저것도 일이야. 비즈니스.

처음엔 진짜 연예인을 좋아해서 시작했겠지만, 유튜브와 애드센스 광고 수익을 맛보고 나면 저게 일이 되는 거야.

그리고, 우린 저런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쇼를 보여줘야 하는 거고.

어떻게 하면 이쁘고 화려하게 보여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결과를 만들어서 그 결과로 돈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를 우린 고민해야지.

우리만 바라보고 있는 기획사 식구들도 있으니깐.”

“화려하게만 보이고, 팬들에게 둘러싸인 아이돌이 마냥 행복한 게 아니네요. 형은 진짜 어떻게 9년이나 버틴 거예요?”

“난 못 떴으니 버틴 거지. 어중간하게 떴으면 못 버텼을지도 몰라. 우리 촬영 차례 다 가자.”

데뷔한 지 9년이나 된 민호 형의 말을 듣고 보니, 한국 연예계의 주류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돌도 얽히고설킨 일이 많았다.

그래도 모델계나 뮤지컬계에 비해선 확실히 파이가 크고, 한번 히트곡이 만들어지면 그 한 곡으로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서 오래 해먹을 수 있으니 다들 아이돌 쪽으로 유입이 되는 것 같았다.

비록, 성공확률은 낮았지만, 뜨기만 하면 대박이니...

*

*

“소원아. 이번 순위 발표식에는 진짜 떨어질 것 같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영 오늘 별로야. 30명 중에서 10명이 떨어지니 이젠 진짜 인기 있는 애들만 남을 거야. 넌 남을수 있을거야.”

“대현 형. 거기에 형도 있을 테니깐 걱정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요.

그리고, 다들 떨어지면 끝이라고 하는데, 이젠 회사에서도 인지도가 생겨서 대우가 좋아졌다면서요?

앓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가요. 지각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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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제 최종회를 제외한다면 오늘이 마지막 순위 발표식이 될 겁니다.

오늘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은 최종회 생방송 무대에 서게 되며, 최종회 마지막 미션을 위해 준비된 오리지날 곡 2곡을 준비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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