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45화 (45/237)

# 45

무대의 흥분.

“그래, 다들 홍보하러 다닌다고 수고했어. 5개 조 모두 뽑을만한 영상 많이 만들었어? 늘어난 2회차 분량 중에 1회차는 이걸로 어떻게든 메꾸어야 하니깐, 혹시 부족할 것 같으면 애들 데리고,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든,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가든 해서 소스 좀 여유 있게 뽑아와.”

“저희 ‘더럽’ 조는 충분하게 뽑았습니다.”

“PD님 우리 ‘오딧세이’ 조는 조금 애매하지만, 추가 촬영까지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에휴 PD님. 우리 ‘무한 알람’ 조는 추가 촬영 다녀오겠습니다.

‘더럽’ 조는 좋겠네. 부산 출신 소원이가 하드캐리하면서 분량 뽑았다는데, 부럽다. 쩝. 우리 애들은 끼가 없는건지 분량 뽑기가 왜 이리 힘이 드냐. 어휴..”

“재는 왜 저러냐? ‘무한 알람’ 조는 최준영이 있는 조 아니었어? 그럼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왜 분량을 못 채웠지?”

“PD님, 오히려 그 반대랍니다.

최준영이 노력 순위나 미션 순위에서는 1위이지만, 앞에 나서서 뭘 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무한알람 조에는 활발한 성격의 애들이 잘 없다 보니 뭔가 홍보활동을 하는데도 흥이 별로 안 나서 건질만 한 게 없었답니다.”

“그런가? 앞에 나서서 진행해 줄 선수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편하긴 편하지.”

“우리 조도 무뚝뚝한 루이스가 있어서 힘들 거로 생각했는데, 소원이가 고향에 와서 텐션이 오른 건지 자기가 사투리 쓰면서 알아서 다하더라고요. 덕분에 우리는 좀 편했어요.”

“의외네. 난 ‘더럽’ 조에서는 대현이가 예능감이 있을지 알았는데, 윤소원이 예능감이 있었구나. 그럼, 이때까지는 막내 급이라 눈치 본다고 앞에 나서질 않은 건가? 나름 배려심 있네. 응? KY에서 왜 전화지?

네 김영일입니다. 아 네. 실시간 검색어 봤습니다.

에? 오늘 실시간 검색이 뜨고 두비두 신규 회원가입이 50만 명이나 되었다고요?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뭐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 연습생 애들이 한 거지요. 네. 네. 그럼 서울로 올라가면 한번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헐. PD님 오늘 게릴라 콘서트 홍보하는 걸 생중계하면서 회원이 50만 명이나 늘었다는 거예요?”

“그렇다네. 너무 고마워서 일단 서울에 올라오면 그때 자리를 한번 마련하겠다고 하네.”

“스태프들 회식 시켜주려나 보내요. 홍보방송에서 50만 명이면 게릴라 콘서트 할 때까지 하면 100만 명 가입도 가능하겠네요.”

“오늘 잘되면 최종회 생방송에는 돈 좀 세게 태우라고 하지 뭐.”

*

*

“자, 모두들 무선 헤드셋을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헤드셋에서는 음악이 나올 겁니다. 음악이 나오지 않으시는 분이 계시면 손들어 주세요.

그럼, 안대를 착용하고 줄지어서 무대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외부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벡스코 사무동 안의 회의실에서 대기하다, 안대와 헤드셋을 쓰고는 줄지어 이동했다.

기차놀이도 아니고, 앞사람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 걸어가는데, 뭔가 납치를 당해서 끌려가는 그런 느낌도 들어서 갑갑했다.

“자 이제 여러분들은 절대 이야길 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 연습생들이 무대로 올라올 건데, 몇 번을 당부드렸듯이 모두 다 조용히 해주셔야 합니다. 말을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안대를 벗을 때 그때 다 같이 환호를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죠?”

“네엣!”

“아니, 이젠 말하지 말라니깐요. 알겠죠?”

“네~”

“어허이! 대답도 하면 안 됩니다. 이야기하지 말라니깐요~!

아, 부산말로 해야 하나? 대답 하지 마라꼬. 알았나?”

그제야 모여든 사람들이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케이 그럼 우리 연습생들 무대로 올려보내 주세요.”

한참을 헤드셋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걸었는데, 계단을 오르게 되자 무대에 올라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곤, 갑자기 나오던 음악이 끊어지고, 다른 사람 손에 의해 헤드셋이 벗겨졌다.

‘아, 진짜 무대에 도착했구나.’

귀를 기울이자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의 소리가 크게 나지 않아서 불안하기도 했다.

“자 우리 연습생들! 지금 무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과연, 오늘 벡스코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왔을까요? 안 왔을까요?

목표로 한 오천명의 관중을 과연 모았을까요? 연습생 여러분들 궁금하죠?”

“네, 궁금합니다.”

“네, 아주 많이 궁금할 거에요. 그럼, 제가 대신 알아봐 드리죠.

여기 사람 많이 있나요? 아무도 없나요?

이거 어쩌죠? 10명도 없는 것 같지 않아요? 진짜 여기 사람 없어요?

큰일입니다. 큰일 났어요. 이 콘서트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스태프만 100명이 넘고, 관객분들이 많이 오실 것 같아서 질서유지를 위해 우리 경찰분들도 엄청 많이들 나오셨는데, 지금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 이거 어떻게 합니까?

시장님!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것입니꽈아~”

무대 전문MC가 큰소리로 드립도 치고 외쳤지만, 불안하게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뭔가 쥐죽은 듯이 조용한 건 아닌데, 사람들의 말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으니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윤소원 연습생! 집이 해운대라고 했지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콘서트 보러 오라고 연락을 했나요? 설마, 윤소원 연습생이 연락을 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이렇게 안 온 겁니까?”

“헉, 그러면 큰일인데요. 핸드폰을 제작진에게 제출해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팀이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홍보를 했으니 아마도 여기에 와 계실 겁니다. 그리고, 오늘 길에서 만나 우리 어무이, 삼촌들도 저랑 약속해서 많이들 오셨을 겁니다.”

“부산 해운대구가 고향이라서 그런지,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 사람이 없어.”

“아니에요. 많이들 오셨을 거예요. 안 오셨으면 안 됩니다.”

“하하하. 그럼, 제5회 부산 시민 마라톤 대회의 전야제로 열린 국민 아이돌 - 프로듀스99의 게릴라 콘서트에 과연 몇 분의 부산시민분들이 오셨는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마, 연습생분들이 안대를 풀고 보시게 되면 사람이 너무 없어서 큰일 났다고 눈물이 다 날겁니다.

자~! 지금 안내를 벗겨주세요!”

[와아~~!! 꺄~ 오빠~~!! 우오~~]

오랫동안 안대를 쓰고 있다가 갑자기 벗으니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셔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귀를 넘어 달팽이관을 강타하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는 아주 잘 들렸다.

와~ 하는 감탄사가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로 눈앞의 모든 공간에 관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엄청나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무려 13,289명의 부산시민분들께서 벡스코 광장을 가득 메워주셨습니다.

게릴라 콘서트의 목표 관객은 5,000명이었지만, 입장객의 집계를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초과 달성되었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연습생들을 보기 위해 오신 관객들을 향해 인사해 주세요!”

MC가 마이크를 건네었지만, 다들 무대 앞까지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압도되었는지 쉽게 마이크를 건네받지를 못했다.

그것도 그럴 만했다. 만 명 이상의 관객들에게 주목받는 그 기분은 받아본 사람만이 알 터였다. 어쩌면 무대 공포와도 같은 흥분이었다.

다들 굳어 있기에 내가 나섰다.

“정말, 정말! 오늘 이 자리에 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이렇게 많은 분이 와주실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큰 무대에 서본 적도 없고, 이렇게 많으신 분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해 본 적도 사실 처음입니다.

연예계에서 아니 아이돌 계에서는 목표 같은 게 없습니다.

10년 이상 활동하는 아이돌도 거의 없고, 순간순간 빛을 내다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이돌이니깐요.

하지만, 지금 이곳에 모여주신 분들이 무대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최고로 빛이 나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에게 최고의 순간,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주신 여러분이 바로 국민 프로듀서십니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목소리, 최고의 춤으로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게릴라 콘서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들 와 줘서 고맙데이~ 싸랑한데이~”

정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었지만, 정말 우리를 보기 위해 오신 분들이 감사하기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캬~ 나도 싸랑한데이~ 우리 윤소원 연습생이 고향에서 하는 콘서트라고 감정이 격했네요.

그런데, 사실 이럴 날엔 말이죠. 오늘 이런 뜻깊은 무대를 만들어주신 부산 시장님과 벡스코 사장님, NNET사장님께 감사를 해야 하죠. 하하하.

그리고, 내일 열리는 제5회 시민 마라톤의 대 성공을 기원합니다~ 라고 해야 최고가 될 수 있겠죠잉~ 부산 시장님 저 잘했죠? 하하하.

그럼, 이제 진짜 본격적인 콘서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프로듀스99의 주제곡 ‘주인공’입니다~!”

가득한 관중의 열기에 흥분해서 평소와는 달리 잔잔한 실수가 있기도 했지만, 다들 무대에 대한 열의와 열정은 이때까지 섰던 그 어떤 무대보다 컸고, 진심이었다.

게릴라 콘서트는 단체곡과 미션곡들을 하며 30분여의 시간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 30여 분이 우리 연습생에게 영원히 잊지 못하게 머리에 각인된 첫 콘서트였다.

“자 여러분! 이제 공연을 마쳐야 할 시간입니다.

내일 제5회 부산시민 마라톤을 위해 힘을 아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러면, 우리 연습생들 한마디씩 인사해 주세요. 제가 아까 이야기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MC가 웃으며 강조하자,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아까 MC의 말처럼 시장과 사장, 시민들에게 감사의 한마디씩을 하고 들어갔기에 뒤 순서인 나는 그냥 아무 말이나 했다.

“이번 주에 입덕해 줘요? 알았징~?”

*

*

“푸웃~ 엄마, 오빠 서울 가더니 말도 잘하고, 이젠 애교도 부리는 것 같아.

분명히 우리 오빠인데, 참 낯설다. 하하하”

“그러게. 호호호 생전 안 부리는 애교도 하고. 가족들은 만날 수 있게 해준다니깐 뒤로 어서 가자. 당신도 빨리 와요!”

*

*

“와 나 진짜 오줌 싸는 줄 알았다. 갑자기 눈앞에 사람들이 가득하니깐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난 심장이 두둥 하면서 멈추는 줄 알았어. 왜 가수들이 콘서트, 콘서트 하면서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미션하면서 섰던 천명 정도 되는 무대와는 질적으로 달라. 이런 기분은 진짜 대형 무대에 서본 사람만 알 거야.”

“우리 다음에는 돔 공연장에서 공연하자.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서 진짜 우리 공연 보기 위해 티켓사서 들어오는 진짜 우리 팬을 위해 돔 공연장에서 콘서트 꼭하자!”

“돔!” “돔!” “돔!”

“다들 진정하고 생각 좀 하지. 꼴사나우니깐, 무대에서 흥분해서 오버하고, 실수하고, 정신 못 차리는 그게 아이돌이냐?

그리고, 오늘 모인 사람들은 진짜 우리 팬이 아냐?

방송에서 게릴라 콘서트 하니깐 사람들이 그냥 모인 거야 오버하지마.

그리고, 우리 30명 중에서 정식으로 데뷔하는 사람은 9명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라. 우리 데뷔한 연예인 아니야. 아직 연습생일 뿐이야.

무대에서 느낀 흥분으로 사고 칠까 봐 미리 이야기 하는 거니깐, 다들 정신 차려라. 쇼는 끝났다.”

“김시타 저 새끼는 초치는데 뭐가 있다니깐. 자기는 데뷔 안정권이다. 이거지. 시발...”

늘 냉정한 시타형은 정 없게도, 쏘아붙이고는 서울로 가는 버스에 타버렸다.

무대에서 흥분해서 실수한 걸 지적하며 혹시라도 무대의 흥분을 잊지 못해 다른 사고를 칠까 봐 주위를 환기 시킨거지만, 그런 걸 알아주는 사람은 여기에 몇 명 없다는 게 문제였다.

*

*

“어, 오빠 저기 있다!”

“소원아~”

“엄마, 아빠!”

일주일도 안 되어서 보는 거지만, 그래도 가족들을 볼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무대를 잘 봤다는 이야기와 엄마, 아빠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 지혜가 다니는 중학교 학생들까지 아마 해운대구와 수영구에 있는 학생들은 여기에 다 왔을 거라고 이야길 해주었다.

“오빠 이거 들고 들어가.”

“이게 뭔데?”

“등킨도나츠 아니가, 이게 그 유명한 광안리 등킨도나츠다.

인터넷에서 보니깐 부싼하면 광안리 해수욕장에 있는 등킨도나츠 그걸 꼭 먹어야 한다는 드립이 있더라고.

광안리 해수욕장에 있던 건 폐업해서 해운대 해수욕장 등킨도나츠야.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재미로 먹고 간데. 연습생들 가져다줘.”

“그래, 이젠 거의 부산 특산품이 다되었네. 광안리 등킨도나츠.

엄마, 아빠 저 이만 갈게요. 다음 주에 내려올게요.”

“오빠 잘 가~!”

*

*

“대현 행님아 이거 묵으봤나? 이기 그 유명한 광안리 등킨도너츠 아니가 함 무그봐라.”

“오 이기 그리 귀한 그거가? 오예~ 나도 인자 묵으봤다고 자랑 할수 있겠네. 광안리 등킨도너츠! 윽시로 맛있네. 직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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