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노력은 모두가 하고 있다.
“먼저 급작스레 모여 달라고 해서 다들 미안해요.
내일 MC 이정이씨와 멘토들이 오면 정식으로 방송촬영을 하겠지만, 그 전에 연습생 여러분들의 의견을 물어보고자 이렇게 모여달라고 했습니다.
연습생 여러분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왔지만, 일단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해결책일지는 알 수 없군요.
그럼, 우리가 준비한 해결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군요.
여러분이 원하는 노력한 것에 대한 인정을 어떤 방식으로 받고 싶은 건가요?”
“노력에 대한 인정은 인기순이 아닌 진짜 노력의 결과로 센터나 메인보컬 자리를 맡는 걸 노력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김창훈 연습생이군요. 그럼, 그 노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우리 제작진은 정말 그걸 잘 모르기에 물어보는 겁니다.”
“어..음..그건, 실력이 좋아지고 하는 거로 확인되지 않을까요?”
“사람에 따라 똑같은 일을 배우고 연습하더라도, 빨리 배우는 사람이 있고, 같은 시간을 배우고 연습해도 늦게 그 효과가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개개인의 차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음.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해결책이 없겠네요.”
“네, 이런 개개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기에 노력의 결과를 측정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 제작진은 이 노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여러분들에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프로듀스 99 방식이 시작된 첫날부터 8개의 연습실에 고정되어 촬영되었던 영상분에서 이 자리에 있는 연습생들의 총연습시간을 측정했습니다.
아, 물론, 연습실에 들어와서 진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연습하고 하는 것만 연습으로 볼 것인가?
앉아서 가사를 생각하고, 스트레칭이나 명상, 요가를 하는 행동들을 같은 연습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김민호연습생의 경우 연습전에 몸에 열을 올리는 스트레칭에만 30분 이상을 쓰는데, 이런 부분도 연습을 위한 준비 동작이라 연습으로 쳐야 하는지 아닌지를 판단 내리는 게 힘들었습니다.
본인만의 특정한 행동을 하는 다른 몇몇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우리는 연습실에서 음식을 먹든, 책을 보든 상관없이 연습실에 들어와서 나간 시간을 모두 다 연습시간으로 측정했고, 연습시간을 노력으로 측정했습니다.
이 노력 측정방법에 연습생 모두가 동의한다면 연습시간에 따른 노력의 순서를 공개하고, 다음 미션의 센터와 메인보컬을 정하는 순서에 바로 반영하겠습니다.
다들, 이 방법에 동의하시는가요?”
“이게 김 PD님 말처럼 가장 객관적인 측정방법이겠지?”
“그렇지, 이렇게 시간을 재는 거 아니면 어떻게 노력을 측정하겠냐?”
“PD가 이렇게 우리 배려해서 설명해주는 것만 해도 충분한 거 같은데.”
“에잇~ 이럴 줄 알았다면 연습실에서 아예 잠잘걸.”
연습생들은 다들 눈치를 보며, 소곤거렸는데 결국 제작진이 제시한 이 방법 말고는 더 객관적이고 공평한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고, 제작진의 방법에 동의했다.
“그럼 모든 연습생이 이 노력측정 방법에 동의를 해주셨으니 이 방법으로 내일 미션 녹화를 진행하겠습니다.
아, 노력 순위는 내일 정식 녹화 때 이정이씨가 발표를 하게 됩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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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태네요. 연습생 출연자들에게 메인 PD가 그것도 천하의 김기세 PD 가서 방송 진행 방향에 관해서 설명하고 하는 거.
전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연습생 중에 방송국 사장 아들이라도 있는 거예요? 선배가 이렇게까지 연습생들 신경 쓰는지 몰랐네요.”
“아, 박 PD 야? 너 언제 왔냐?
연습생 중에서 사장 아들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지.
자넨 내 성격 알잖아. 연습생 애들을 신경 쓰는 게 아니야.
그리고, 방금 내가 설명하는 것도 다 촬영을 떴어. 아주 재미있는 편집으로 몰아갈 수 있을 거야. 거기에 연습생들 뒤에 있는 기획사 사장들을 살짝 긁어 준 것일 뿐이야.”
“에? JYG 사장과는 선배가 친하고, MSM이나 SGY 에서는 연습생들 안 왔잖아요? 그 외에도 선배가 신경 써줘야 할 기획사가 있어요?”
“나쁜 쪽 신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신경 써야지.
프로그램 시청률이 생각보다 더 오르니깐 KY통신 뿐만 아니라, 스폰 붙겠다는 곳이 많아.
몇 군데 기획사에선 벌써 시즌2를 진행하게 되면 메인으로 붙고 싶다고 은근슬쩍 한 다리 걸치려는 곳도 있고. 더구나 MSM에서도...흠흠..여기까지. 그런데, 너 왜 왔냐? 이번에 발령받은 데가 지역 민방 담당 아니었어?”
“저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다는 프로듀스 99에 한 다리 걸치러 왔죠. 하하하. 김작가한테 물으니깐, 다음 미션 오리지날 곡은 음원도 발매하기로 했다면서요? 거기에 갑자기 2회 연장 가기로 해서 분량 뽑을 거도 필요하다면서요?”
“뭐 이리 밑밥을 길게 까냐? 바로 이야기해.”
“하하하. 역시 선배는 눈치가 빠르십니다.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이 5개 팀으로 게릴라 콘서트 한번 하시죠!
지역 시민 마라톤 행사가 있는데, 전야제로 ‘슈퍼 콘서트’ 타이틀 걸고 협찬사 콘서트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게릴라 콘서트로 애들 돌리죠?”
“날짜랑 페이는 픽스 나 있어? 우리 일정도 잡아봐야 하는데, 일단 행사니깐 페이랑 출연분량해서 알려줘. 그래야 기획사랑 이야기해 볼 수 있어.
언제까지 확답 줘야하냐?”
“페이 부분은 문자로 바로 넣어드릴게요. 모레 저녁까지는 결정해 주셔야 추진할 수 있습니다.”
“모레까지? 그래 알았다. 확인하고 바로 연락 주마.
새끼, 이거 봐라. 민방 담당 가더니 옆구리에 기름 주머니를 아예 찼네. 그만 받아 처먹어 인마!”
“하하하. 김 선배님 바로 연락해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수고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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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번째 소개할 곡은 빅턴의 ‘다시 한번’, 이진아의 ‘기분 좋은날’을 만든 팀 브레브에서 만든 ‘LOVE JAM’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팀 브레브의 금철입니다. ‘러브 잼’은 구분을 한다면, 발라드이지만, 80년대 유행했던 시티 팝(City Pop)의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간 퓨전 발라드입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밤 사랑을 즐기자는 시티 팝의 느낌을 살려 불러주시면 됩니다.”
“야, 시티 팝은 뭐냐? 그냥 도시에서 유행하는 팝음악인가?”
“나도 모르지. 잼은 노잼 할 때 그 재미인가?”
“둘 다 무식하네. TV CF에도 나오잖아. A4용지에 보면 걸림이 없다고 No Jam이라고 하잖아. 걸리다, 멈추다 그런 뜻이잖아. 사랑이 멈춘다. 막히다 그런 뜻이지.”
“아 그렇구나. 그런데, 템포가 완전 발라드도 아니라서 어중간하다. 난 이 노랜 패스.”
“나도 패스, 나랑 잘 안 맞을 것 같아. 4번째 곡 소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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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은 이번 미션에서 사용될 곡 5곡을 모두 들어보셨는데요.
오직! 이 자리에 있는 30명의 연습생만을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날 곡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이 5곡은 경연 이후 음원 사이트에 바로 공개가 되며, 국내 유일 음반 순위 차트인 한울차트에 정식으로 집계가 되게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이냐면, 이 곡들이 히트한다면 각종 음악방송에서 1위를 수상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여러분들은 이 노래들을 부르면서 공식적인 세미 데뷔를 하는 것입니다. 어때요? 기쁘죠?”
“네에~! 좋아요~!”
“기쁘기만 하면 안 될 거에요. 그만큼 여러분들에게 책임감이 따른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원래 이번 미션의 경우에는 각 연습생에게 맞는 곡을 다른 연습생들이 투표하고, 그 1, 2위 곡 중에서 본인이 추첨하는 형식으로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의 요청으로 가장 열심히 연습실에서 노력한 연습생부터 센터와 메인보컬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룰을 변경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동의하셨죠?”
“네 동의 했어요!”
“네 좋아요. 그럼. 가장 열심히 연습실에서 연습했던 연습생 1위를 호명하기 전에, 연습실 사용시간이 가장 짧은 연습생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여기 30등에 적혀있는 연습생의 이름을 보고 전 깜짝 놀랐어요. 정말 의외였습니다.
연습실 사용시간 최저를 기록한 연습생은 현재 인기순위 1위의 김.시.타 연습생입니다.”
“헐!”
“봐! 내가 문제를 제기하자고 한 게 맞잖아. 김시타는 연습실에 거의 없었다니깐.”
“와 처음 문제 제기했던 창훈이 말이 맞네. 인기는 1위지만, 노력 안 하고 팬덤 투표로 무임승차한 거라고 했던 말이 맞네. 창훈이 오진다.”
“김시타는 부끄러울 것 같은데, 얼굴색 하나도 안 변하네. 독한 놈이네.”
“김시타 연습생은 이번 노력 순위에서 30위 이기에 곡 선정 및 포지션은 29명의 연습생이 모두 다 선택을 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포지션에 자동 배정이 되게 됩니다.”
MC 이정이도 예상과는 다른 연습실 이용시간 결과를 보곤 더 할 말이 없는지 그냥 넘어갔지만, 내가 보기엔 이 이용시간 수치만으로 김시타 형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건 잘못된 것 같았다.
1차 미션때도 다들 밤샘을 하며 연습할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일 있을 수업이나 교육에 문제가 없게 연습을 오버하지 않은 것인데, 개인의 성향과 연습 방법론이 다르다고, 이렇게 매도되는 것이 정당한지 알 수가 없었다.
“연습실 이용시간 29위부터의 연습생 명단을 모두 호명하기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으니 다시 반대로 가장 연습실을 많이 이용한 노력 순위 1위에서부터 10위까지의 연습생을 호명하겠습니다.
오호~ 이 1위도 참 예상 밖의 연습생입니다.
연습실 최장시간사용의 노력 1위 연습생은 최.준.영 연습생입니다.
힉스엔터의 최준영 연습생 앞으로 나와주세요.”
“헉! 최준영이 30위씩 순위가 팍팍 오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
“와~ 대단한데, 노력 1위이니 순위가 오를만하잖아. 진짜 소리소문없는 노력충이었네.”
“지금 노력 1위에 선정된 것도 방송에 나가게 되면 종합순위가 또 확 오르는거 아냐?”
“진정한 주인공이었네. 대박! 노력은 진짜 배신하지 않는 거야!”
“최준영 연습생! 1위에요 어서 앞으로 나오세요.”
“하하하아아~ 최종 순위에서 1위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 선생님 여기선 1위 해도 소용없는 거죠?”
“왜 소용이 없겠어요? 이 오리지날 곡에서 센터나 메인보컬을 하게 된다는 게 엄청난 혜택이죠. 어서 본인이 원하는 곡의 센터와 메인보컬 중에서 선택해 주세요.”
“음. 저는 ‘Wake me up’을 선택하겠습니다. 새로운 아침에 일어나 힘찬 하루를 시작할 거라는 내용이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서 새로운 아침처럼 달라지는 연습생들 같다고 한 설명 내용이 좋았습니다.
‘Wake me up’에서 세..센터를 하고 싶습니다. 진짜 할 수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노력 순위 1~10위까지의 연습생이 5곡의 센터와 메인보컬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동의한 규칙이니깐요.
자 그럼 2위는 종합순위 23위의......
노력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린 연습생도 의외의 연습생입니다만, 뭐 요즘 보니 많이 좋아진 게 눈으로 바로 보이는 연습생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되긴 했습니다.
3위는 개인연습생 윤.소.원 연습생입니다.”
“그래, 소원인 인정, 다들 집에 가는 날에도 연습실 열쇠 받아가더라.”
“몸치였던 것 같은데, 이젠 춤도 좀 추긴 추더라. 연습 좀 하긴 했네.”
“종합순위 10위 안에 있는 사람 중에서 최고 높은 순위네. 진짜 노력과 인기가 같이 있는 케이스 인가보다. 김시타랑 같은 방이던데, 극과 극이네.”
“윤소원 연습생 어떤 곡을 선택할건가요?”
“시티팝 발라드의 ‘LOVE JAM’으로 하겠습니다.”
“센터로 하는건가요?”
“제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줄수 있는 메인보컬을 하겠습니다.”
“좋아요. 본인 이름표를 붙이고, 배정된 연습실로 가시면 됩니다.
그럼, 노력순위 4위의 연습생입니다.
음. 주태평 연습생입니다. 종합순위에서도 윤소원 연습생과 붙어 있더니 여기서도 붙어있네요.”
“주태평도 종합순위 10위 안에 있던 연습생이잖아.”
“그러게..”
“노력순위 5위는 루이스 연습생....노력순위 6위는 김민호 연습생입니다....7위는 류진율 연습생입니다....”
“뭐지..왜 노력 순위 10위안에 종합순위 10위안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지.”
“뭐야? 그럼 진짜 1~2명 빼고는 종합순위 10위안에 있던 애들이 진짜 노력을 많이 한 거야?”
“문제 제기한 창훈이도 노력 순위 10위 안에 없잖아. 이거 뭐야?”
“조용, 조용! 다들 예상과 다른 결과에 놀라고 있을 테지만,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과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이제껏 종합순위 10위 안의 데뷔 조 친구들에게 가졌던 질투심을 입으로 내뱉기 전에 먼저 가슴에 손을 얹고 본인을 뒤돌아보세요.
진정으로 순위권에 있는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했는지를.
본인이 힘들 만큼 연습을 하고 힘들어했다면, 순위권에 있는 친구들은 그 이상으로 노력을 한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이런 방식의 객관적 지표로 보여준 것이 여러분들에겐 장기적으론 이득일 거예요.
오늘의 내가 흘린 땀 만큼 다른 이들도 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