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39화 (39/237)

# 39

땜빵 특강?

“전부 다 모였지? 다들 내일 아침까지 할 일 알려줄게.

외장 하드가 하나씩 주어졌을 거야. 너희가 봐야 할 영상들이 가득 차 있는 외장 하드지. 외장 하드 겉에 날짜와 시간이 적혀있는 게 보이지?

날짜별로 영상을 4배속으로 돌려가면서 연습생당 연습시간을 계산하면 되는 거야. 쉽지?

8개 연습실에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에서 찍은 거라 앵글이나 프레임 변화는 없을 거야.

연습생들도 다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깐 누가 누구인지는 다 알 수 있을 테고, 연습실에서 잠을 자든, 밥을 먹든 똥을 싸든 상관없어.

연습실에 들어와서 체류하는 모든 시간을 다 더해서 계산해.

질문 있는 사람?”

“오늘 찍은 영상은 메모리카드로 왔던데, 그거까지 다 포함합니까?

그리고, 이미 방출된 연습생도 다 계산해야 하는 겁니까?”

“당연히 오늘 찍은 것도 해야지. 이미 방출된 애들은 계산할 필요 없어. 살아남은 30명 연습생의 연습실 체류시간만 계산하면 돼. 알겠지? 자자 다들 시작하자!! 야식은 라면에 햇반밖에 없으니깐 알아서 먹어.”

*

*

“원래라면 오늘 컨셉미션을 진행해야 하지만, 우리 제작진에서 여러분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시간이 걸리기에 일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원래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오늘은 멘토님들의 특강으로 대체됩니다.

물론, 이 특강도 방송에 다 나가는 것이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해요.

특강을 해주실 분은 GOS의 보컬인 김태운 선생님과 보컬트레이너이신 심석훈 선생님입니다. 특강 장소는 4층 헬스장입니다. 어서 이동해 주세요.”

FD가 원래 진행해야 할 일정이 연기되고 특강이 갑자기 진행된다고 해서 놀랐는데, 특강 자체도 시작부터 특이했다.

“김창훈, 김민호, 윤소원, 성대현 4명 나와서 러닝머신 올라가 뛰어!”

헬스장에서 특강이 열린다고 해서, 급하게 만들어진 특강이라 공간이 없어서 헬스장에서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태평, 루이스, 이기훈은 천국의 계단(클라임밀 Climbmill) 올라가고.”

“저, 선생님 보컬 특강이 아닌가요? 왜 갑자기 운동을...”

“이게 보컬 특강이야.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머물고, 건강한 정신과 신체에서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게, 내 지론이야.

너네는 영광으로 알아야 해, 이 형이 데뷔전에 멤버들과 합숙할 때 깨달은 노하우를 지금 다 가르쳐 주고 있는 거야.

루이스! 엉덩이에 힘주고 계단 올라가야지!

자! 지금부터 러닝머신을 뛰면서, 천국의 계단을 오르면서 우리 주제곡 ‘주인공’을 불러!”

[...지금의 나를 알아보게 될 거야

지금의 우리를 헉..알아가게 헉...될 거야

허억...지금이 헉...아니면 헉...어떻게 될지 헉... 몰라....헉..헉..]

“야! 겨우 1절 하고 헉헉 거리면 안되지, 복식 호흡 다들 안 배웠어?”

복식 호흡은 노래의 기본이야! 뭐? 이미 배웠다고?

복식 호흡 배웠다는 애들이 왜 이래?

가슴 늑골을 부풀리는 일반적인 호흡을 흉식호흡이라고 하는데, 복식 호흡은 흉식호흡과는 달라, 힘들다고 어깨로 호흡하지 마, 어깨는 가만히 내려 앉힌다는 생각으로 호흡해!

복근과 횡경막을 움직이면서 호흡한다는 걸 계속 머리에서 생각하면서 호흡하고 소리를 내뱉어야지.

복식 호흡으로 복근과 횡경막이 단련되고 받쳐줘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주태평! 배에 힘줘 옆구리 살 흘러내리겠다! 러닝머신과 천국의 계단을 교차로 해서 계속할 거니깐 다들 기대해~!”

“선생님..헉..헉...죽을 것 같아요.”

“너희가 진짜 복식 호흡을 체득했다면 아무리 움직여도 일정한 호흡을 낼 수 있어야지. 그게 댄스 가수의 생명이야. 춤추며 노래하는 데 가장 필요한 강한 호흡을 너희가 아직 가지지 못했어. 앞으로 5분 더하고 다시 노래 부른다.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너희가 알아야 하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이런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거야.

다시 한 번 더 주인공 노래 시작, 쓰리, 투, 원~!”

김태운 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생각나는 게 있어서 호흡하는 흐름을 생각하고 신경 써서 숨을 고르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 소원이랑 대현이는 어느 정도 호흡을 다스리네. 민호도 괜찮고.

오케이. 내려오고, 다음 조! 올라가!”

“와 미칠 것 같아. 물! 무울~”

“물은 바로 먹으면 사례 걸리니깐 몇 분 더 호흡 다스리고 마셔라.

김창훈, 김민호는 좀 더 깊게 호흡하는 버릇을 들여야 좀 더 나아질 거야.

대현이는 소리를 너무 한정적으로 질러, 좀 더 온몸을 써서 소리 내는 걸 연구해봐.

소원이는 어디서 배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야. 역시 보컬 지망은 다르다.

소원이는 입술을 예쁘게 움직이는 방법만 거울 보면서 연습하면 되겠다.

성대는 아직 단련이 안 되어있지만, 뭐 지금도 또래 중에서는 탑이겠다.

이제 막 노래를 시작한 성대니깐 잘 단련시켜야 돼.

자, 이제 다들 물 마셔!”

나쁜 경찰, 착한 경찰이 팀으로 범인들을 심문하듯이 김태운 샘이 우릴 혹사하면, 심석훈 샘이 우릴 타이르듯이 부드럽게 개선해야 할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해 줬다.

당연히 특강 형태로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보다는 이렇게 몸으로 느끼며 배우다 보니 더 와 닿았다.

“심석훈 샘 대단한데, 아직 안 알려진 보컬트레이너인데 러닝머신에서 4명이 헐떡거리며 부른 2곡 듣고 우리들 특징이나 약점을 다 알아채네. 실력 있는데.”

민호 형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대단했다.

“너희 다 쉬었지? 이번에 바꾸어서 너네는 천국의 계단 올라가며 노래 부른다. 시작!”

.

.

“이젠 윗몸 반 일으키기다! 빨리 누워!

이것 역시 상체를 반만 들면서 허리에 무리 안 가게, 복근에만 힘이 들어가게 상체를 움직여야 해.

보컬 지망들은 혼자서 윗몸 반 일으키기 연습할 땐 마스크를 끼거나 마우스피스를 물고 연습해야 해. 그래야 호흡이 더 커지고 깊어진다! 명심해!

시이~ 작~!”

“네에엑~!”

이미 땀 범벅에 악을 쓰며 대답을 하다 보니, 여기가 프로듀스99인지 실미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보컬 특강이라는 이름의 보컬 훈련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고, 점심 이후에도 보컬 특강이 이어진다고 했기에 다들 아프다고 병원으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할 정도였다.

다행히, 점심 이후의 특강은 일반적인 강당에서 이루어졌다.

“자 다들 심석훈 선생님이 하는 걸 잘 보도록!”

김태운 샘이 2m가 넘어 보이는 긴 자를 들고 나왔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포스트잇 종이가 붙어있었다.

“30cm!” “후~”

“60cm!” “후~”

“90cm!” “후~”

“120cm!” “후으~”

“150cm!” “후우~”

“180cm!” “훗우~~”

“와아! 대박! 이거 생활의 달인이냐? 심석훈 샘 달인이었네!”

처음에 김태운 샘이 긴 자를 들고 심석훈 샘 앞에서 30cm, 60cm를 외칠 때 뭔지 잘 몰랐다.

하지만, 90cm에서 몇 명이 알아채고, 120cm가 되니 다들 알아봤다.

심석훈 샘은 김태운 샘이 외치는 cm에 따라 입김을 내 불어 그 위치의 포스트잇 종이를 흔들리게 하는 거였다.

“어떻게 입김을 저렇게 cm 단위로 불어 낼 수 있는 거냐? 조작 아냐?”

“김태호 샘이 뭔갈 움직이는 건 없었는데, 저게 진짜라면 장난 아닌데. 기인열전이다.”

“다들 봤지?

심석훈 선생님은 노래를 부를 때, 내 뿜는 공기의 양을 이렇게 조절할 수 있는 분이야. 같은 음을 내더라도, 같은 소리를 내더라도 그 음과 소리를 다 조절할 수 있다는 거야. 대단하지 않냐?”

“네 대단해요!” “그런데, 김태운 샘처럼 타고난 거 아니에요?”

“난 큰 덩치를 가지고 있기에 가슴 울림통이 커서 자연스레 큰 소릴 낼 수 있는 신체지만, 심석훈 선생님은 너네랑 비슷한 몸이잖아.

오로지 본인의 노력으로 이런 미세한 컨트롤을 다 해낸 거야. 나처럼 타고난 신체를 가진 보컬이 이런 컨트롤까지 가지고 있으면 끝나는거지. 그런데 또 타고난 사람들은 이런게 잘 안된다는 게 문제고. 하하하.

보컬은 물론이고 랩퍼들도 이런 미세한 호흡 컨트롤을 할 수 있으면 더 많은걸 할 수 있을 거야.”

“자! 나눠주는 긴 자에 포스트잇을 30cm 단위로 붙이고 2인 1조로 호흡연습을 하자.

너희들이 오전에 한 복식 호흡을 제대로 배웠고 했으면 이것도 연습하다 보면 될 거다. 자 빨리 짝을 만들어!”

다들 이런 호흡훈련을 신기해했지만, 이 호흡단련 방법은 아주 옛날부터 성악을 하는 가수들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호흡훈련법이었다.

내가 전생에 뮤지컬을 배우며 선배들에게 듣기로는 그리스의 웅변가들이 나뭇가지에 그대로 붙어있는 나뭇잎을 이용해서 이런 훈련을 처음 했었고, 이태리 성악가들은 촛불을 일렬로 쭉 세워서 몇 개의 촛불까지 한 번에 끌 수 있는지로 연습을 했다고 했다.

몇백 년을 이어져 내려온 수련법이니 효과는 있었다. 다만, 심석훈 샘 정도의 수준으로 오르는 게 힘이 들 뿐이었다.

“후훗~”

“와아~ 소원이 90cm까지 그냥 되잖아! 대박!”

전생에 근 1년 가까이 훈련했었기에 90cm까지는 금세 되긴 되었다.

나와 짝을 이룬 대현 형이 신기하다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90cm 포스트잇까진 내가 원하는 길이인 30cm, 60cm를 마음대로 호흡 컨트롤 하니, 다들 모여들어서 대단하다고 난리였다.

“소원이는 횡경막이 타고났나 보네. 와! 재능은 어쩔 수 없는 거네.”

“그러게 아무도 못 하는 걸 혼자서 해버리네. 재능충이다. 부럽다.”

“아이씨~ 누가 내 귀에 바람 불었냐? 너냐”

“야! 귀에 바람 넣지 말라고!!”

“김태운 형이나 윤소원 연습생처럼 가슴두께나 횡경막을 타고난 사람들은 이런 연습 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스러운 소리를 낼 수 있어.

하지만, 우리처럼 타고나지 못한 일반인들은 오로지 연습뿐이다.

보컬 특강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매일매일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보컬 능력이 일취월장(日就月將) 되어 있을 거다. 그럼, 이만 끝~!”

“와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취월장은 무슨 말이냐?”

“나도 몰라, 뭔가 좋은 말이겠지 선생님이 나쁜 말 해줬겠냐? 하하하”

*

*

“자, 행사장 무대에 올라가서 라이브를 하는데, 갑자기 MR CD가 이상해서 마디 점프 되거나 아예 MR이 제구실을 못 할 때가 있어. 이럴 땐, 아예 MR을 없애 달라고 먼저 말을 하고, 무반주로 무대를 진행하는 게 좋아.

하지만, 그 상황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해야 좋을 것 같아?”

“생방송이니깐 어떻게든 노래를 끝내야 하는 게 아닐까요?”

“MR CD가 계속 무한 반복된다면? 끝이 나지 않는 MR이 되어있다면 어떻게 할래?”

“어..그럴때는...음..최코샘 잘 모르겠어요.”

“그냥 최선을 다해 노랠 부르면 되는 거야. 방송국에서는 이럴 때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이미 만들어져 있어. MR에 문제가 생겨 계속 반복될 때는 아나운서나 진행자로 카메라가 돌아가고 강제로 음악이 중지되게 되어있어.

생방송 중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대로 노래를 부르는 게 우리의 일이야. 뻔뻔해 져야 하는 거지.”

“최코샘 그런데, 생방송인데, 립싱크나 AR로 그냥 틀고 있을 때 그런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요?”

“그때도 마찬가지야. 음악이 계속 반복되고, AR에서 계속 목소리가 반복된다면 그 반복되는 것에 계속 맞추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되는 거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뻔뻔함이야.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노랠 부르고 춤을 춰야 하는 거야.

설령 멤버 한 명이 무대에서 떨어져 다치더라도 카메라가 진행자로 돌아가지 않고 우릴 계속 찍는다면 그냥 계속 가야 하는 거야.

그런 각오를 하고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거야.

다들 알겠지? 프로다운 마음가짐을 모두 가져야 하는 거야!”

보컬강좌 이후 진행된 최코 샘의 무대 위에서 도움되는 팁(TIP) 수업은 어떻게 보면 무대에 오를 때 새겨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특강이나 마찬가지였다.

특강이 끝나고 특별한 일정이 없기에, 숙소에 다들 일찍 갔는데, 숙소에서 다들 포스트잇 불기를 한다고 나름 예능 분량을 만들어내긴 했다.

*

*

“김 PD님! 연습실 체류시간 계산 끝났습니다.

그런데, 연습생들 간에 시간 차이가 크게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1위와 30위를 한 연습생의 시간 차이가 채 50시간도 나지 않습니다.”

“50시간이면 큰 차이지. 이틀 이상 연습량 차이가 난다는 건데. 어디 보자.”

“그러고 보면 90일 정도 되는 기간에서 이틀이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같네요.”

“흠. 나온 결과가 내 예상과는 좀 다르네. 그 애들이 그렇게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었겠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