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38화 (38/237)

# 38

집단행동.

합숙소로 돌아오면서 연습생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땐 그냥 단순히 방송의 진행 방향과 제작진에 대한 불만을 연습생들끼리 투정이나 험담을 하는 정도로 간단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현 형이 찾아와서 하는 이야길 들어보니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소원아, 너한테는 애들이 이야기 없었지?”

“네? 무슨 이야기요?”

“그거 있잖아. 그거.”

대현 형은 내가 모르는 눈치이자,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주위 눈치를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길 꺼냈다.

“하위권 애들 위주로 해서 반란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어.”

“반란요?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그게 무슨 일인데요?”

“그런가? 그러면, 역모라고 해야 하나? 역모란 단어도 좀 그러네. 하하.

그러니깐, 연습생 평가방법의 투명성과 센터, 메인보컬을 선정할 때 공정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어.

그래, 집단행동이라는 말이 맞겠네. 넌 상위권이라 이 이야기를 너에게 해준 사람이 없었지?”

“네. 형에게 처음 들어봐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분명히 제작진들에게 미운털이 박힐 텐데요.”

“그렇지. 그래서 난 눈치 보면서 빼고 있어. 미운털 박히면 아예 출연이 안 될 것 같아서. 우리 회사는 아티스트 위주라 힘이 없거든.”

“음. 그럼 형, 연습실이나 가죠. 제 가사 마무리해주세요. 거기에 안 휩쓸리게 연습실로 피신하죠.”

“그렇지 않아도 너나 민호 형이랑 같이 있으면 그쪽이랑 연관 안 될 것 같아서 온 거야. 연습실로 가자.”

연습실 한쪽에 비치된 신디사이저에 대현 형이 앉아서는 어젯밤에 같이 곡을 붙이고 있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대현 형이 키보드를 누르는데, ‘둥둥따다 둥둥따따’ 하는 베이스 소리와 기타 전주가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 투 쓰리 포~

모자를 눌러쓰고, 눈치를 서로 보며 서로가 어색했던 날.

얇은 옷을 입고 너무 추웠던 날.

여기에 모였던 모두가 타인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모두 마음을 열고, 같이 걷고 있죠.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고, 하라는 것도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없는 우리들.

그런 우릴 보는 사람들의 눈초리는 언제나 우리의 단점을 보고 있죠.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격려와 용기죠.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서툴지만,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꿈을 가지고~

이젠 노력을 할 때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아.

모두가 함께하면, 하나가 모두가 되는 거야.

One For All~ 모두가 All For One~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서툴지만,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모두 마음을 열고, 세상을 위해 달려가는 거야~

모두 마음을 열고, 자신의 세상을 위해 가는 거야~

모두가 함께하면 모두의 세상이 올 거니깐~

사람들은 네가 잘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아~

그저 네가 어떻게 보이고, 어떤 옷을 입고 사는지 궁금해할 뿐이야.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마, 우린 잘하고 있어~

서툴지만,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이야 신디에 들어가 있는 베이스랑 드럼 소스 다 써서 곡 연주하는 거 처음 본다. 역시 아티스트 기획사 출신은 다르구나.

연습실에 인테리어로 있던 신디사이저가 제값을 하네.

그런데, 이 노래 제목은 뭐야? 가수는? 처음 들어보는데. 좋네.”

“어, 민호 형 언제 오셨어요?

놀라지 마십시오. 이 노래 작사는 제가 작곡은 대현 형이 한 겁니다. 쩔지요? 리스펙트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

아 노래 제목은 ‘All For One, One For All’에요.”

“오~ 둘이 만든 자작곡이란 거야? 퀼리티 엄청나게 좋은데, 진짜 대박이다. 한 번만 더 듣자.”

민호 형이 듣고는 노래 좋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대현 형과 같이 한 번 더 불러줬다.

“노래 제목하고 가사가 안 맞네.”

“아, 그게, 원래 처음에는 ‘연습생들이 하나로 뭉쳐서 그 하나가 전체가 되고, 그 전체는 하나다.’ 라는 그런 의미로 했는데, 대현 형과 곡을 만들면서 가사 수정하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뭐, 그게 당연한 거지, 그래서 프로작사, 작곡가들도 처음에는 제목을 안 붙이고 숫자로 제목을 붙여서 부르다가 곡이 완성될 때쯤에야 제목을 붙이기도 하거든.

내가 들어보니 노래 제목을 ‘잘하고 있어!’로 하면 딱 맞을 것 같은데.

그리고, 곡 진행을 음. 이 부분을 좀 바꾸자....”

생각지도 않게 민호 형도 내 노래에 참여해서 편곡을 해보고,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서 하다 보니 구경꾼도 몇 명이 더 늘었고, 연습실에서 춤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춤 연습보단,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며 같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 첫 자작곡인 ‘잘하고 있어!’가 만들어졌다.

*

*

“그러니깐 너희는 1, 2차 미션 모두 대부분의 팀 센터가 인기순이었다.

팬덤을 가지거나 먼저 데뷔한 사람이 출연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이지?

그리고, 방송에서 연습생들의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방송에서는 그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게 불만이라는 거고?

또, 2차 미션 이후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고?”

“네. 결국,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먼저 데뷔를 했거나 팬덤이 있는 사람들이 그 인기를 등에 업고 결국 센터와 메인보컬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결국 프로듀스99 방송 자체가 그 사람들을 띄워주기 위해 제작되고 있다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먼저 데뷔했거나 팬덤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핸디캡을 받아야 하는데, 그 반대로 인기 덕분에 센터 자리와 메인보컬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으니깐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을 아무리 해도 인기에 대한 출발선이 다른 연습생들은 결국 들러리만 서다가 끝이 날 것 같습니다.

공정하고, 진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대우를 받았으면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멘토 선생님들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MC 이정이는 대기실에 있다 뉴파란엔터 소속의 김창훈 연습생과 10여 명의 연습생이 찾아와 의견을 표하는 것을 듣곤, 고민에 빠졌다.

‘애초에 데뷔했던 사람을 제외하고 진짜 연습생들로만 방송을 만들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데뷔를 한 번이라도 했거나 다른 쪽 일로 팬덤이 있는 아이들까지 프로듀스99에 참가하면서 만들어진 문제로 구나.

항의하러 온 이 아이들 말도 일리 있는 말이라서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구나. 어떻게 하지....흠...’

“너희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잘 알겠어. 그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공감되기도 하네.

일단 내가 다른 멘토 선생님들과 이야길 해보고 제작진들과도 이야길 해볼게. 이 문제는 혼자서 판단을 하기엔 큰 문제인 것 같네.

일단, 돌아가서 있으면 회의를 해보고 결과를 알려주마.”

김창훈과 연습생들을 돌려보낸 이정이는 김태운과 이재원등의 다른 멘토들을 모아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아 대기실을 나섰다.

*

*

“야! 너넨 대기실에도 없고, 어딜 돌아다니냐?”

“아, 정이누나. 연습생들이 연습실에서 자작곡을 부르는 게 들려서 그거 듣고 오는 길이에요.

뜻밖에 작사, 작곡 쪽에 재능있는 애들도 있네요. 꽤 괜찮던데.

이런 부분도 오디션에서 품평하고 나타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오늘 갑자기 애들이 나에게 찾아와서 문제제기를 하더라. 어떤 말이냐면..중략..”

“흠. 그 애들 말도 맞네요. 실제 센터나 메인 보컬은 김민호나 김시타 같은 데뷔를 먼저 했거나, 팬덤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니깐요.”

“그럼 그 애들이 원하는 것처럼 노력을 평가해줄 방법이 없잖아.

불공정하다고, 시타나 민호를 센터나 메인보컬에서 배제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누나!? 그걸 누나가 왜 고민해요? 제작진에게 미뤄요.

방송국 놈들이 100% 연습생이 아닌 출연자를 받아서 만든 문제를 왜 우리가 고민해요?

지금 당장 김 PD에게 갑시다. 김 PD에게 머리 아픈 일을 넘기고, 책임도 넘기고~ 우린 그냥 가만히 있는 거로. 어때요? 해결되었죠?”

“어이구, 곰 같은 너에게 물어본 게 잘못이다. 일단 제작진에게 가보자.”

*

*

“흠. 가뜩이나 분량 늘린다고 머리 아픈데, 새로운 문제로 머리를 아프게 하네요. 흠. 박 CP님에게 이 이야길 하면 욕 들을 것 같고.

뭔가 방법을 찾아보죠.”

“그 방법이 빨리 나와야 할 것 같네요.

박 CP가 분량은 늘리라고 하고, 내일 아침 당장 컨셉 평가 미션 곡이 공개되고, 추첨으로 곡 배정이 되는데, 이 문제 개선 방법이 없으면 더 복잡해지고 문제가 커질 거에요.

내일 미션 곡 공개와 곡 배정을 할 수 있겠어요?”

“흠. 문제 제기 된 것을 인지하고도 일정 문제 때문에 그렇게 밀어붙이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아서 안 될 것 같네요.

아마도, 연습생들이 이렇게 나왔다는 건 자기들도 생각해 보고, 회사에 물어보고 문제를 제기한 걸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에게 피해가 올까 봐 문제 제기를 못 했을 테니.

그냥 강하게 밀어붙이면 아무리 우리가 갑의 위치라고 해도 문제가 커질 것 같네요.

그렇다고 그들이 원하는 보이지 않는 노력 순으로 센터를 지정해 줄 수도 없고.

어휴.. 일단, 김 작가! 아까 나온 아이디어대로 내일 진행하기로 한 컨셉 미션 곡 배정은 뒤로 미루고, 특강으로 시간을 벌어 보자.

김태운 멘토가 보컬과 관련된 특강을 오전에 해주시고, 오후에는 최코 멘토가 무대공연 중 돌발상황에 대한 TIP을 특강 형식으로 애들에게 좀 가르쳐 주세요.”

“2회차 분량 늘리기를 할 것을 일단 내일 일정으로 때우겠다는 거네요.

아, 그리고 생각난 건데, 연습생 중에서 자작곡을 만든 애들이 있던데, 그걸 단체 곡으로 해서 연습하고 부르는 것으로 분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오 좋네요. 자작곡 만들 줄 아는 연습생에 대한 어필도 될 거고.

김 작가! 김태운쌤하고 상의해서 한번 분량 만들어 봐요.

노래도 들어보고 분량 늘릴 만하다면, 아예 단체 안무랑 해서 테마곡인 ‘주인공’이랑 같이 공연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분량 뽑을 수 있겠지?”

“네, 한번 해볼게요. 그런데, 그 애들은 무슨 생각으로 노력한 노력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그게 어떻게 눈에 보이는 거야. 노력을 전투력 측정하듯이 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휴.”

“오~! 그래! 김 작가 말이 맞았어. 노력을 드래곤볼 전투력 재듯이 재면 되겠네. 오! 좋아 좋아!

좋은 생각이네. 김 작가 최고!

야 최 FD! 최 FD 이거 어디 갔어?

어 그래, 최 FD! 박 CP가 시켰다고 하고, 지금 편집실 근무자들 다 집합시켜, 아니 아니다, 촬영된 메모리 꽂아서 영상 ‘플레이, 스톱’ 시킬 수 있는 사람이면 다 집합시켜 내 밑으로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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