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37화 (37/237)

# 37

2차 순위 발표식.

“박 CP(Chief Producer), 이정이 씨,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KY 통신에서 이번에 오픈하는 두비두랑 정말 어렵게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은 거야.”

“국장님, 아무리 그래도 방송 회차로 쳤을 때 4회 정도밖에 남지 않은 분량에서 갑자기 2회나 더 늘리라는 건 무리입니다.”

“박 CP 10회 방송에서 12회 방송으로 2회 늘리는 건 자네랑 김 PD가 힘 좀 써서 늘리면 되잖아. 늘어난 회차에는 제작비도 2배로 책정해 준다니깐.

회차를 늘리면서 연습생들 연습하는 거 좀 더 보여주고, 애들 노출 시간 늘려주고 하면, 더 좋잖아. 연습생 애들은 어떻게든 분량이 있어야 하잖아.

이정이 씨 안 그래요? 일정 조정 좀 부탁드립시다. 협찬계약문제라서 사정 좀 봐주세요.”

박종환 CP와 이정이는 갑작스러운 분량 늘리기에 황당해하긴 했지만, 그 늘어난 분량이 결과적으로 연습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늘어난 회차분에 한해서 제작비가 2배로 지원된다는 소리에 순순히 2회차 방송 늘리기에 동의를 하고 국장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 PD 우리 최근 시청률이 어떻게 되지?”

“3.8%인데, IPTV 쪽은 3.96%로 아직 4%를 넘은 적은 없습니다.”

“4%대만 해도 대박이긴 한데, 그래도 4%대 예능은 몇 개 더 있잖아. 왜 이렇게 KY는 우리에게 목을 매는 거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구먼.”

“아마도 유튜브를 라이벌로 내세운 동영상 어플이다 보니, 젊다 못해 어린 10대 사용자들이 필요한가 보죠.

갑자기 내려온 2회차 분량 채우기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제작비 2배 준다니깐 전 땡큐인데요.”

“그것도 문제지만, 날짜 맞추어서 두비두에 올릴 영상들 편집하는 게 더 힘들 거야. 일단 다른 쪽 편집팀에도 같이 도우라고 이야기 해뒀으니깐 방송에 안내보낸 영상들 편집해서 빨리빨리 올려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인터넷에 올라간 그 계약서 관련 내용은 맞다고 확인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영상 편집해서 다 올리면 방송 말미에 두비두 노출 광고해주고, 그 조건이 콘텐츠 공급계약서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까 계약서 확인해서 광고처리를 해줘. 미공개 영상 중에 개인 득표 영상도 있다고 홍보해주고.”

“네. 그럼 실시간 검색어에 순위 조작설 뜨고 KY 건으로 문의 오는 건 어떻게 대응을 할까요?”

“장사 하루 이틀 해? 그냥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공지사항 글 올리고 더는 대응 하지 마. 실체가 없는 건 그냥 사라지게 되어 있어.”

“네. 알겠습니다.”

*

*

2차 순위 발표식을 위해 발표장에 왔는데, 1차 때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1차에서 99명에서 60명으로 3분의 1이 방출되는 것과 60명에서 30명으로 절반이 방출되는 비율이 다르다 보니 분위기가 어두웠다.

거기다, 기준 없이 개인 득표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입장을 번복한 문제와 순위 조작설까지 알음알음 연습생들에게 돌다 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어쩌면, 내가 포지션 미션에서 베네핏으로 8만 표나 받았기에 더 신경이 쓰이고 해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몰랐다.

“와, 순위 발표식하는 장소에 오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진정이 안 되네. 내 심장 뛰는 거 느껴봐. 장난 아냐.”

“나도 그래, 장난 아니게 심장이 뛰어.”

“한번 겪어 봤다고, 두 번째는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떨리네. 휴우~”

“어~ 이제 나오신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국민 아이돌을 뽑는 프로듀스99의 MC를 맡은 이정이입니다.

프로듀스99 연습생들의 생존과 방출이 결정되는 두 번째 순위 발표식이 있는 날입니다.

다들 좋은 꿈을 꾸고 왔나요?”

“네에~” “아니요! 잠을 못 잤어요!”

“하하하 반응이 반으로 갈리네요.

저번 포지션 미션에서 베네핏을 받은 연습생들 손 들어보세요.

지금 총 60명의 연습생 중에서 20명 정도의 연습생이 베네핏을 받았어요.

이 연습생들이 받은 베네핏으로 인해 순위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지가 저는 또 궁금하네요.

총투표수는 1차 투표에서 1,952만 표였는데, 이번 2차 투표는 1차 투표보다도 투표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투표수가 많아졌습니다.

총투표수는 2,130만 표입니다!”

“우와~” “아무리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지만, 엄청나네.” “대박~”

“자, 그럼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현 총원 60명 중 1위부터 30위까지 만이 다음 미션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럼 20위부터 29위까지의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마지막 30위는 1위 발표를 끝낸 이후 발표를 하게 됩니다.

그럼, 29위는...712,319표를 득표한 연습생입니다.

이번에는 다행이네요. 힉스엔터의 최.준.영 연습생입니다.

1차 순위식에서 턱걸이로 60위를 차지하며 맨 마지막에 호명되었었죠. 이번에는 반대로 가장 먼저 호명되었네요.”

“와! 준영이 또 30등 이상 올랐어. 미친! 저번 순위에선 34등 오르더니 이번에도 31등이나 올랐어. 대박!”

“멋지네. 그러면 다음에는 1위권 도전 아니냐? 순위 오르는 거 장난 아니네.” “대박이다. 진짜! 핵 소름!”

“최준영군은 어서 올라오세요. 또 멍하게 있네요. 호호호

최준영 군은 60위에서 31계단이나 상승해 29위에 올랐습니다. 1차 순위까지 계산하면 총 65등이나 순위가 오른 상승세가 엄청난 연습생입니다.”

최준영은 1차 순위식에서 60위로 맨 마지막으로 호명되며 펑펑 울었었는데, 이번엔 아예 현실 파악이 안 되는지 입을 벌리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너 맞다고, 빨리 올라가!”

“오 마이갓! 오 마이갓! 진짜 나야? 나? 헐.헐.헐”

“아직까지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준영군은 놔두고요.

28위를 발표하겠습니다. 28위는 731,982표를 받은....

.

.

자, 29위부터 21위까지의 연습생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럼, 소감을 듣겠습니다. 29위인 최준영군 이야기할 수 있나요?”

“네? 네.네. 어.어. 저를 이렇게 위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너무 높게 올라와서 지금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기분은 말도 못할 만큼 기쁜데, 그만큼 너무 높게 올라와서 떨어지는 게 두렵기도 합니다.

그냥 가지고 노시다 살살 떨어트려 주세요. 소중히 다루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잘하겠습니다.”

“이번엔 최준영 군이 울지를 않네요. 누나 팬들이 최준영 군을 아낀다고 하니 다음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연습생....

21위를 차지한 성대현 연습생 소감 해주세요.”

“사실 오늘 순위 발표식에 올 때만 해도 연습생에서 시청자로 입장이 바뀌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왔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다음 기회에 도전할 수 있게 프로듀서님들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모습만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 미션에서 함께해준 형들, 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대현 형은 30위 안에 들었지만, 경태는 11위가 될 때까지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는데, 경태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연습생이 체념을 하는 것 같았다.

호명되는 순위가 20위권에서 10위권으로 올라가고 8위까지 호명되는데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아 가슴 위에 돌을 얹어둔 것처럼 갑갑했다.

“7위인 주태평 군은 위로 올라가서 앉아주시고요.

그럼 이어서 6위는 1,973,441표를 받은.. 아, 7위인 주태평군과 같은 팀으로 포지션 미션을 진행했던 연습생입니다.

6위는 바로 개인연습생 윤.소.원 군입니다.

윤소원 군은 현재 유일하게 20위 안에 있는 개인연습생입니다. 소감해주세요.”

“어. 가장 먼저 부족한 저를 뽑아주신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댄스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신 선생님들과 1:1로 과외 레슨같이 저를 교육해준 멋진 민호 형, 친절한 대현 형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두 형들에게 많이 챙김을 받았는데, 고맙다고 제대로 이야길 못했었습니다. 이 자릴 빌어 형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길 하고 싶습니다.

형들 우리 오래 봐요~!”

계단을 올라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눈에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석에서 여유 있게 앉아 있는 저번 회차 1위, 2위였던 민호 형과 김시타가 기대 가득한 눈으로 MC 이정이를 지켜보는 게 보였고, 불안함에 안절부절못하는 경태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같은 팀으로 포지션 미션을 했지만, 나와는 반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환희 형과 일호 형도 보였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와 그들이 앉아 있는 의자는 같은 의자이지만, 위치가 다르다 보니 보는 게 달랐고, 보이는 게 달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그럼, 3위인 류진율 군은 위로 올라가 주시고요.

다들 이제 1위, 2위가 누구인지 알겠지요?

타이탄엔터의 김민호군과 NFC의 김시타군은 무대로 올라오세요.

김민호 군은 여러 번의 데뷔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연습생들의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하며 1차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차지했었습니다.

김시타 군은 이국적인 생김새와 분위기로 비주얼 센터로 꼽히고 있는 얼굴 천재라고 불리며 1차 순위 발표식에서 2위를 차지했었습니다.

김시타군! 오늘은 1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엄마같이 우리를 챙겨주는 민호 형이 1위일 것 같아요. 저는 2위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래요? 그럼, 김민호 군께 물어볼게요.

몰래몰래 사람들이 3망 돌이라고 불렀는데, PR 시간에 직접 그 단어를 말해버려서 진짜 사람들이 이제는 대 놓고, 3망 돌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런 별명 괜찮나요?”

“저는 괜찮은데, 어머니나 저와 같이 데뷔를 했던 친구들이 상처를 받을 것 같아요. 될 수 있으면 자제를 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들으셨죠? 이제 나쁜 의미의 별명은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2차 순위 발표식의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총투표수 2,130만 표 중 2,659,317표를 득표한 NFC의 김.시.타 연습생입니다!

2위는 2,521,871표를 받은 타이탄엔터의 김민호연습생입니다. 1차 순위 발표 식의 1, 2등이 자리만 바꾸었네요. 그럼, 2명 소감해주시기 바랍니다.”

1위와 2위를 한 김시타와 김민호의 소감멘트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연습생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30등의 연습생이 누구인지를 알아내 보겠다고 눈치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럼, 다른 의미에서의 오늘의 주인공을 호명하겠습니다.

30위는 700,821표를 획득한 연습생으로 투게더엔터의 이.원.섭 연습생입니다. 방송 초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야구장 댄스소년으로 화제가 되어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나 순위가 점점 떨어져 오늘은 턱걸이로 다음 미션에 합류를 했습니다.”

“와아~!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원래 댄스 포지션인데 밀려서 랩 포지션에서 허우적댔던 것 같아요. 다른 포지션에서 존재감이 없다 보니, 분량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 제가 방출되는 게 아니냐고 제일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엄마, 아빠! 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 다음 미션으로 진출해요. 그러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미션에서는 제 장점인 댄스로 제대로 어필해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투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2차 순위 발표식도 끝이 났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미션은 컨셉(concept) 미션입니다.

5개의 오리지날 곡에 추첨으로 미션 곡이 배정 될 예정입니다.

김시타군의 독창으로 인사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국민 프로듀서 여러분 열심히 하겠습니다~!”

*

*

“야 네가 울면 어쩌냐? 난 괜찮아. 내가 울어야지 방송이라도 나오지. 넌 울지마 임마!

이제 이거 방송 나가면 난 진욱이랑 노래나 올리고 해야지. 넌 데뷔해라. 우리 몫까지 네가 다 해야 해.”

“그래. 내가 열심히 할게. 고맙다.”

“야 짐이나 좀 들어줘. 괜히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선 무겁게 시리 하하하.”

멋쩍게 웃으며 괜찮다고 어필하는 경태였지만, 막상 짐가방을 다시 챙기는 손은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주차장을 지나 건물 입구까지 짐을 들어주고, 택시를 태워 보낸 후 다시 돌아오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

나처럼 같은 기획사 친구나 형, 동생을 배웅해 주고 다시 건물로 돌아가는 애들이 많았다.

“야, 컨셉 미션 곡도 추첨이라고 하잖아. 두 번째 미션부터 뭔가 숨기는 느낌 안 드냐? 공개해서 다 보여주지 않으니 뭔가 부정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밝은 성격도 아닌 애가 갑자기 30위 이상을 2번이나 오르는 게 말이 되냐?”

“그래, 그래 나도 동의! 그리고, 시파 우린 들러리 신세야.

아마, 내일 컨셉 미션 시작되어도 또 센터나 메인보컬은 10위 안에 있는 애들이 차지할걸.”

“맨날 노력해라, 열심히 해라. 하지만, 결국 진짜 열심히 하는 애들은 방송 분량도 못 챙기잖아. 이 바닥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야. 쩝. 입맛이 쓰다.”

“그냥 넘어가지 말자, 멘토 샘들을 만나보고, 정식으로 항의를 해보자. 어때?”

“그래, 안 그래도 회사에서 방출된 애 태우러 매니져와 실장님이 왔을 때 이야길 해봤어. 그러니깐 우리가 먼저 이야길 꺼내면 회사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데.”

“그래? 그럼, 한번 해보자. 이왕 하위권인데. 밑져야 본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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