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36화 (36/237)

# 36

팬 서비스용.

집에서 학교까진 버스로 10분밖에 안 되는 거리라 그냥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아빠가 끝까지 차를 태워주겠다고 해서 같이 타고 왔다.

“학교에 가면 애들이 짜증 나게 해도 참고, 사인이랑 사진 찍어 달라는 거 귀찮다더라도 다 해줘라.”

“에이 친구들인데 사인은 무슨 안 그럴 거예요. 데뷔한 가수도 아니고, 아직 연예인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한데, 요즘 중, 고등학교 애들한테는 프로듀서99 인기가 장난 아니야. 괜히 걱정되는 거지.”

“걱정하지 마세요. 어제 지혜한테 정신교육(?)을 받았어요.”

“이거 받고, 나중에 학교 마치고 나서도 버스 타지 말고 바로 택시 타고 집에 오고. 알았지?”

“에헤이~ 아빠가 너무 오바하는거에요. 일단 용돈 주시니깐 받을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교문 바로 앞에는 학부모의 차량 주차가 안 되었기에 30~40m 떨어진 곳에서 내려 교문으로 향하는데, 주위에서 같이 등교하는 애들이 난리였다.

“야! 윤소원이다! 오늘 학교 온다더니 진짜 오네.”

“어디? 어디? 어 진짜 왔다. 야! 윤소원 진짜 학교 왔어!”

“사진 찍어야지.”

“헐, 사진 찍어도 되는 거야?” “나도 몰라.”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들 알아봐주고 한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사진을 찍는다는 애들에게는 V자를 그려주며 아예 포즈도 잡아 주었다.

“야! 윤소원 이리와!”

교문 앞에서 여자애들의 화장과 남자애들의 교복 줄이기를 단속하던 학생주임이 나를 보곤 손짓을 해왔다.

뭔가 잘못한 건 없는데, 괜히 켕기는 기분으로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소원아 TV에서 잘 보고 있다. 열심히 하고, 학교 자체에서도 너와 경태 투표를 잊지 않고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 있을 거다.

반으로 가지 말고, 교무실 먼저 들려서 출석 일수 확인해서 담임하고 이야기를 꼭 해라.”

“아. 네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연예인 지망하는 애들에게 겉멋만 들었다고, 야자 수업 대신 연예학원을 가는 애들을 좋지 않게 보던 학생주임이었는데, 방송에 2명이나 나오고 나름대로 학교가 홍보되자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았다.

학생주임의 말대로 교무실로 가서 방송 때문에 결석한 일수와 며칠 더 결석해도 되는지를 확인받곤 반으로 갔다.

“와~ 우리 반 연예인 왔네!”

“소원아 사진 좀 찍어줘!” “나부터야! 난 사인해줘~!”

“사인엔 호날두 사인처럼 ‘행복하세요~’ 해주면 되냐?”

“난 친구인증! 으로 적어줘.”

그래도 한 반에 있던 친구들은 호들갑을 떨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같은 반 애들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았다.

내 자리에 앉아서는 조회시간에 담임이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애들과 사진을 찍어줘야 했다.

방송 나가고 오랜만에 온 첫날이라 이런 거로 생각하고 최대한 애들이 해 달라는 걸 다 해줬다.

“자, 조용히 하고 책 펴라!”

문제는 수업을 듣는데, 겨울 방학부터 결석하기 시작해서 2~3개월가량을 학교수업을 못 들었더니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고2 수업은 고3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하기에 수업 진도가 빨랐는데, 원래부터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내가 몇 개월을 쉬었으니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영어수업은 억지로라도 따라가려고 노력은 했다.

‘이렇게 공부와는 안녕이구나. 시원섭섭하네.’

억지로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사인과 사진에 시간을 다 썼다. 같은 반, 학년뿐만 아니라 1학년, 3학년 학생들과 선생님들까지 와선 사인과 사진을 요청했기에 정신이 없었다.

점심시간에는 아예 교실에서 ‘지금 이 순간’ 노래까지 불러줘야 했다.

열심히 사인과 사진을 찍어주니 그제야 자유로울 수 있었고, 경태와 진욱이를 방과 후 공부반 교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야, 경태야 넌 수업 알아듣겠냐?”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못 알아먹지, 수업시간 내내 진욱이랑 같이 부를 노래 연습하고, 노래가사 적고 했지.”

“진욱이랑 같은 반이라 좋겠다. 진욱이랑 무슨 노래 연습하는데?”

“Travis McCoy의 Billionaire(ft. Bruno Mars) 연습하고 있어. 일찍 부산 내려오고 나서 유튜브 채널 만들었어. 기타 치면서 노래 올리는데, 프듀 빨 인지 구독자가 5천 넘었다. 경태가 프듀기간에는 SNS에 영상 올리는 게 안되어서 일단은 그냥 연습하는 거지.”

“그러면, 진욱이 네가 부르노 마스냐? 경태가 트레비 맥코이고?”

“그래, 경태도 30위 언저리라서 다음을 기약할 수 없잖아.

프듀에서 불렀던 노래 말고, 우리 둘이 같이 부를 노래를 찾다 보니 딱 이거더라고. 한번 들어볼래?”

“그래 한번 들어보자. 오~ 기타 버전으로? 기대되는데?”

진욱이가 기타를 그새 배웠는지 기타를 둘러매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프듀에서 방출된 이후에 절망하지 않고, 계속 음악을 했다는 게 대단했다.

[I wanna be a billionaire so frickin bad

난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요. 아주 많이

Buy all of the things I never had

I wanna be on the cover of Forbes Magazine

지금까지 가지지 못했던 것을 전부 살 수 있고 포브스 잡지 커버에도 나오고 싶어

Smiling next to Oprah and the Queen

오프라와 여왕 옆에서 웃고 싶어

.

.

I wanna be a billionaire so frickin bad

난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요. 아주 많이]

진욱이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경태의 랩이 어우러지니 나름 괜찮았다.

더구나,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경태와 진욱이의 속마음을 알기에 더 노래와 어울렸다.

“어떠냐? 괜찮지?”

“어 완전 좋은데. 둘이 할 수 있는 선곡이 좋네.”

“그렇지? 둘이서 팬 서비스용으로 즉석 잼처럼 보여줄 수 있어서 딱이지. 그런데, 넌 따로 솔로곡 준비하는 거 없어? 늘 뮤지컬 노래드만.

오늘 점심때도 ‘지금 이 순간’ 불렀다며? 그러다 목 다 나간다.

좀 쉬운 노래로 팬서비스 할 수 있는 노랠 하나 만들어.”

“그러게, 뮤지컬 노래도 한번 들어보면 어디서 들어본 거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대중적인 게 아니잖아. 학원도 안 다니니깐 따로 연습하는 곡도 없을 것이고, 만약을 위해서 너도 팬 서비스용으로 하나 정도는 준비해야지.

될 수 있으면 있어 보이는 팝으로 하날 준비해둬.”

진욱이와 경태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상황에 대해서 준비를 해둔 게 없었다. 단순히 과거의 나라면 그냥 뮤지컬 넘버를 부르면 되겠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

*

“헉! 진짜 소원이 오빠예요? 대박~”

“어 그래 안녕! 혜란이지? 지혜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움짤도 만들어 주고, 팬질 자료 많이 만들어 줘서 고마워.”

집에 돌아와서 지혜의 강요로 열혈팬들이라는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애들에게 날 좋아해 줘서 고맙고, 팬질 자료 많이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 외에는 더할 말이 없었다.

“오빠 많이 좋아해 줘서 고맙긴 한데, 그렇다고 공부 안 하고 하면 안 된다.

공방도 한 달에 한 번만 뛰고,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도 해야지. 알았지?”

“우~ 오빠, 공부하란 말은 그만하고 노래 불러주세요!”

“어..어 그래. 그러면...짧게 불러줄게.”

경태와 진욱이를 만나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지만, 뭔가 이거다 하는 솔로 노래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혜의 요청으로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신청곡을 받자 곤란했다.

내가 완곡을 다 불러줄 수 있는 노래는 내가 열심히 했던 뮤지컬 노래들이었고, 나를 좋아해 주는 10대 팬들이 알만한 노래 중에선 혼자서 완곡을 부를 수 있는 게 없었다.

프로듀스99에서 미션곡으로 썼던 곡은 단체 곡이라 나 혼자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가족들과 같이 개인기로 연습한 트로트를 팬 서비스 용으로 부르기에도 맞지 않았다.

“오빠! 통화 끝났으면 여기 와서 다시 사인해야지. 이거 받아.”

“어 그래, 그런데 지혜야, 팬 서비스로 불러줄 만한 좋은 솔로곡 없을까?

계속 뮤지컬 노래를 무르기엔 무리가 있네.”

“음. 그러고 보니 늦은 밤에 뮤지컬 노래를 생목으로 짜내서 부르기에는 좀 그렇겠다. 그러면 뜨또 노래 어때?”

“뜨또? 그건 무슨 노래야?”

“뜨또 몰라? 비버, 저스틴 비버! 문신을 병맛으로 해서 비버가 뜨또로 보이잖아.”

“아~ 저스틴 비버! 알겠다. 그러면 히트곡인 Baby. 그 노래가 좋겠지?”

“남자 솔로라면 Baby가 최고지. 특히나 남자가 여자애들 상대로 불러준다면 이거보다 좋은 노래 없어.

영상통화로 부르든 아니면 팬들 앞에서 부르든 혼자서 감미롭게 부르기에는 최적이야.”

지혜의 말을 듣고 보니 저스틴 비버의 Baby 노래 앞부분 벌스(Verse)부분에는 혼자서 워우워어어~ 하는 부분에서 따로 기교를 부리기에도 좋은 곡이었다.

거기다, 진욱이처럼 기타로 혼자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흠. 오빠 사인 하는 동안 내가 Baby 노래 틀어줄 게 듣다 보면 외워지겠지. 그리고, 단순한 아이돌 보다는 작사, 작곡되는 아이돌이 좀 더 쳐준다고 해야 할까나.

기타를 치거나 작사, 작곡되어야 뭔가 더 아티스트 적인 감성이 느껴져서 몸값이 비싸지니깐 따로 작사도 한번 해봐.”

“그래, 그래야 되겠다.”

*

*

[워우워어어~ 워우우워어어~~

You know you love me, I know you care

너도 알잖아, 네가 날 사랑하는 걸, 나는 네가 신경 쓰고있다는 걸 알지

Just shout whenever, and I'll be there

그냥 아무 때나 큰 소리로 불러 그럼 내가 거기 있을게

You want my love, you want my heart

넌 나의 사랑을 원하고, 내 마음을 원하지

.

.

Baby, baby, baby oooh~]

확실히 격정적으로 불러야 하는 뮤지컬 노래보다 감미로움을 가장해서 쉽게 부르는 Baby가 팬 서비스용으로는 최고였다.

Baby는 어제 밤새 듣고 따라 부른 것도 있지만, 워낙에 히트곡이라 쉽게 외워졌다.

“잘했어. 오빠. 팬 관리는 그렇게 하는 거지. 프로가 될 자격이 있구만.”

학교에 가서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에선 지혜 말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척 가사를 끄적였다.

‘노래 제목은 All For One으로 하고, 프로듀서99에 나온 친구들이 떨어지든 데뷔를 하든 다 같이 하나이고, 하나가 전체라는 그런 긍정적인 내용으로 적어보자.’

나름대로 수업시간을 알차게 썼는지, 2차 순위 발표식 및 합숙을 위해 올라가야 할 때가 되자 그럭저럭 좋아 보이는 가사로 노래가 나오긴 나왔다.

*

*

“이번에 떨어지면 바로 내려오고, 또 다음미션으로 올라간다면 합숙 후에 사흘은 그냥 형 집에서 묵으면서 있을게.”

“그래, 그러라고 기원이 집을 그렇게 구했으니까 그렇게 해.”

“오빠, 만약에 떨어지면, 이름빨이 있고, 서울에 올라가 있을 때 다른 기획사에 미리 얼굴 비추고 실장들 연락처를 알아서 와야 해. 알았지?”

“그래, 알았다. 엄마, 아빠 저 올라갈게요. 경태랑 같이 가니깐 걱정하지 말고요.”

“그런데 내일 올라가도 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올라가는 거야?”

“아, 떡갈비 준 대현이 형네 집에 들러서 도움받을 게 있어서요.

연락하니깐 하루 일찍 와서 여유 있게 준비를 하자고 해서 먼저 올라가요. 그럼 가요~”

*

*

“오, 가사 좋은데. 잘 만들었는데.”

“잘나왔죠? 하하 학교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 듣고, 적은 거예요.

대현 형이 싱어송라이터니깐 곡 좀 만들어 주세요.”

“그래 곡 붙여 보자. 그런데, 너네도 봤냐?”

“뭘요?”

“팬카페 글! 안 봤구나? 하긴 올라오고 나서 금방 지워졌으니. 지금은 올라온 글 캡쳐한거만 돌아다니고 있더라.”

“어떤 글인데요?”

“결국, 2차 포지션 미션 개인 득표가 공개될 예정이란다.”

“에? 무슨 연습생들 자신감 때문에 공개 안 하기로 했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 공개도 방송에서 하는 게 아니란다. 무슨 사이트에서 한다던데. ‘두비두’ 인가하는 어플에서 한다고 하더라.”

“그럼 공개할 걸 일부러 공개 안 한 거네요.”

“그 글이 어플이랑 정식으로 프로듀스99 계약을 맺었다는 공문이었는데, 그 공문에 순위 공개를 그 어플에서만 한다고 되어 있더라.

그 글에 따르면 계속 개인 득표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워낙에 말이 많고, 몇몇 기획사에서 항의해서 결국 공개하기로 했다더라.

그 글 올라오고 나서 얼마 후에 지워졌는데, 팬들이 그 어플 사이트에 문의해보니 부정은 하지 않는다고 하네.”

“그럼 잘 해결된 거 아니에요?”

“겉으로는 그런데, 스폰서 쉽으로 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나온 거니깐 이젠 순위나 그런 걸 쉽게 못 믿겠다고 조작설이 나온다는 게 문제지.

아까부터는 네이버에 프듀 조작설이 계속 검색어 순위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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