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35화 (35/237)

# 35

논란의 시작.

[랩 포지션 All Crazy : 973]

“응? 이게 끝이야? 개인 득표는?”

“뭐지? 이렇게 총득표수만 나오는 거야?”

1차 미션과는 다르게, 개인 득표는 나오지 않고, 총득표수만 나오는 뭔가 시시한 득표확인이었다.

“진짜 이게 끝이야? 헐”

“뭔가 이상하지만, 확인했으니 일단 나가자.”

총득표가 나왔지만, 다른 정보가 하나도 없다 보니 이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분 좋아 할 수도 나빠할 수도 없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어, 형들 잠시만요. 오늘도 공개방송 방청객은 천명이지요?”

“아마도, 그럴걸. 첫 미션때도 천명이었잖아.”

“그럼, 천명 중에서 973명이나 우리 팀에게 투표해줬다는 거잖아요.”

“아! 그럼, 우리에게 투표 안 한 사람이 27명밖에 없다는 거지? 맞지?

헐. 그럼 우리가 최고 득표 팀일 수도 있는 거네.”

“오~ 그럼 베네핏 3만 표 확정인 거야? 진짜? 오예~!”

NNET 방송국에서 무슨 의도로 팀의 총득표수만 공개하고, 개인별 득표를 공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 득표 없이 총득표수만 알게 되니 같은 팀원들 간에 서로 눈치 보며 미안해하는 일은 없어져서 좋았다.

대기실로 이동을 해서 다른 팀들의 총득표수를 물어보니 확실히 우리 팀의 득표수가 많았기에 기분이 좋았다.

“....랩 포지션의 팀 중에선 All Crazy팀이 973표로 1위를 했습니다. All Crazy팀의 주택 평 외 7명에게는 각각 3만 표의 베네핏이 추가됩니다. 댄스 포지션의 1위 팀은....

이번 포지션 미션에서 포지션별 1위를 한 3개 팀, 총 19명의 연습생은 베네핏 3만 표를 받게 될 겁니다. 그리고, 포지션별 1위 득표자는 베네핏 5만 표가 특전으로 추가됩니다.

보컬 포지션의 최대 득표 연습생은 329표를 받은 김시타 연습생이었고, 댄스 포지션의 최대 득표 연습생은 류진율 연습생으로 298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랩 포지션의 최대 득표는 윤소원 연습생이 307표로 1위에 올랐습니다. 이중 류진율 연습생과 윤소원 연습생은 팀도 포지션 1위를 했기에 총 8만 표를 추가 베네핏으로 받게 됩니다.”

“헐. 역시 랩 포지션에선 실력이 필요 없는 거였어. 소원이가 1위라니. 내 얼굴아 미안해.”

“그럼, 2위는 누구지? 1위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거지?”

“뭔가 좀 불공평하네. 2위랑 다른 순위 득표는 왜 공개하지 않는 거지?”

무대에서 성적발표를 하는 MC 이정이가 있었지만, 내가 랩 포지션에서 1위를 한 것 때문인지 연습생들끼리 구시렁대는 소리가 나왔다.

“이번 미션은 보컬, 랩, 댄스 포지션 별 미션이었어요.

필연적으로 같은 포지션을 가진 연습생들 간에 경쟁이 있었을 거고, 그 경쟁의 결과를 본인들이 직접 알게 되면, 득표수가 낮은 연습생들이 자신감을 잃을까 염려되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팀의 총득표수와 1위 연습생의 득표만 공개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미션에서 연습생들간의 다툼이 심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에 순위 발표 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때 다시 만나도록 하죠. 국민 프로듀서님께 인사~!”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인사를 하고, MC 이정이의 멘트를 들었음에도, 연습생들은 개인의 득표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계속 가질 수밖에 없었다.

1차 미션때는 최저투표를 받은 연습생의 자신감을 배려하지 않다가 갑자기 2번째 미션부터 이렇게 연습생들의 자신감을 배려하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원아 부산으로 바로 내려가는 거야?”

“네, 대현 형 다음 주까지는 부산 가서 학교에 출석해야 해서요.”

“그럼 오늘 저녁을 같이 먹자. 전에 내가 안 떨어지면 밥 사준다고 했잖아.”

“헐. 형 그걸 다 기억해주고, 최고예요!

당연히 먹으러 가야죠. 그런데, 같이 부산 내려가기로 한 경태도 같이 사주 시면 안 됩니까요?”

“그게 뭐 어렵다고, 경태도 같이 가지 뭐, 짐 챙겨서 전화기 다시 돌려받고, 현관 앞에서 보자.”

*

*

“헉, 형네 한정식집 하는 거였어요?”

“그래, 그러니깐 밥사기 내기를 쉽게 하는 거지. 합숙 기간 동안 다이어트 한다고 못 먹은 거 오늘 다 먹고 부산 내려가라.”

“우와~! 그럼 진짜 오늘 상다리 휘어지게 밥상 받는 겁니까?”

“상다리는 안 휘어지는데, 가득 차려주마. 경태 너도 많이 먹어라.”

“와~ 어머니, 이젠 진짜 배불러서 못 먹겠어요.”

“아니 혈기왕성한 10대가 이거 먹고 끝이라면 안되지. 우리 대현이는 진짜 밥 먹고 2시간 뒤에 또 먹고 했어.

부산 내려가서도 먹을 수 있게 떡갈비 챙겨줄 테니까 천천히 더 먹고 내려가. 대현이가 동생이 없는데, 소원이라고 좋은 동생 생겼다고 자랑을 하길래 어떤 앤지 궁금했는데, 잘생겼네.

진짜 친형처럼 생각하고 자주 놀러 오고 해.”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정말 잘 먹었어요. 형이랑 같이 살아남을 때마다 밥 먹으러 올게요.”

“그래그래. 이야기들 해.”

“네 감사합니다~!”

“현관에서 너네 기다리면서 다른 애들이랑 이야기했는데, 이번에 개인 득표를 공개 안 한 것이 몇몇 기획사에서 항의하고 압력을 넣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더라.”

“기획사에서요?”

“그래, 넌 진짜 운이 좋은 거야. 보컬이 랩 포지션에서 1위를 해서 말이 많았는데, 네가 개인 연습생이라 쉽게 수긍은 못 해도 애들이 대놓고 뭐라고 안 하는 거야.”

“소문처럼 뒤에서 힘써주거나 방송국에 압력을 가할 기획사가 없다는 게 또 이득이 될 때가 있네요.”

“그래. 네가 개인 연습생이라 애들도 그냥 넘어가는 거지. 당분간 아마 개인 득표공개 안된 거 때문에 뒷말이 있을 수도 있을 거야.

아마도 너보다는 류진율이 소문의 주인공이 될 테지만. 그래도 너도 행동은 조심해야 할 거야.”

“네. 신경 쓸게요. KTX 시간 때문에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다음 주에 보자.”

*

*

“헐, 저게 뭐야?”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려다 경태와 택시를 같이 타고 왔는데, 아파트단지 입구에 내 사진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해운대 푸르진오의 아들! 윤소원의 데뷔를 기원합니다!>

“대박인데, 너 아주머니들에게 인기 있는 거였구나. 푸르진오 부녀회, 새마을 부녀회에서 너의 데뷔를 원하신단다. 생방사수 추천하신다는데. 하하하.

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야지 케헤헤. 난 간다.”

다른 아파트에 사는 경태는 아파트 부녀회에서 내 걸은 현수막 사진을 찍어 단톡방 올리고 ㅋㅋㅋ 거리고 웃으며 갔지만, 난 쉽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녹화일과 방송일이 다르고, 실제 생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의 커뮤니티 같은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인기 같은 걸 아직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아파트단지 입구에 걸린 현수막을 보니 국민 아이돌 프로듀서99 방송의 인기를 실감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동 앞에도 투표하자는 현수막이 걸려있자 기분이 참 묘했다.

[띠리리릭]

“엄마 저 왔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라 다들 잠을 자는지 거실에 불이 꺼져있었다.

내 소리에 방안에서 엄마, 아빠와 동생이 급히 뛰어나왔다.

“그래 우리 아들~ 고생했어~ 밥은?”

“먹었어요. 이거 떡갈비요. 같은 연습생 형네 집에서 챙겨준 거예요.”

“기차 타고 오고 한다고 피곤할 텐데 어서 씻고 자거라. 내일 학교는 아빠가 차 태워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아빠의 포옹과 정감 어린 말을 듣고, 짐가방과 손에 든 비닐을 들고 가는 여동생을 보니 남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우리 집에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오빠! 씻고 빨리 이리 와봐. 여기 사인해야 해.”

“그건 뭔데?”

“뭐긴? 오빠 사진이지.

앞면은 오빠 학생증 사진이고, 뒷면은 방송 프로필 사진으로 된 거야.” “그건 어디서 난 건데? 엄청 많네.”

“어디서 나긴? 내가 만들었지. 여기에 오빠 사인해서 장당 2천..아.아니, 그냥 투표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주고 있어. 그러니 더 이상 묻지 말고 빨리 사인해.”

“야! 윤지혜! 너 이거 돈 받고 파는 거냐?”

“뭐...매일 오빠 투표해주는 친구들에겐 진짜 공짜로 주고 있고, 프튜 팬카페에서는 팔고 있긴 한데, 다른 사람들은 3천 원에 파는 걸 난 2천 원에 팔고 있다고.

여기에 오빠 사진으로 만든 스티커까지 끼워서 보내주고 있거든.

진짜 얼마 안 남아. 다들 싸게 구매했다고 고맙다고 후기 올라온 거래 내역 보여줄까? 응?

내가 진짜 오빠를 위해서 자체제작 굿즈까지 만들어서 홍보해주고 있는 거야. 오빠 사진을 가지고 싶어도 아직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없다 보니, 못 가지는 사람들에게 내가 시간 들여서 해주고 있는 거야.

내가 말이야 응~ 오빠 동생이라서 말이야 응!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응!”

켕길 것 없이 아주 당당하게 다 오빠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하는 동생을 보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샤워를 하곤 식탁에 앉아서 지혜가 내미는 100여 장의 사진에 사인하는 사인 봇이 되었다.

“오빠. 고개 살짝 왼쪽으로 돌려봐.”

식탁 맞은편에 앉아서는 내 턱을 잡고는 왼쪽, 오른쪽으로 휙휙 돌리더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오빤 왼쪽 얼굴이 좀 더 좋네. 방송이나 사진을 찍을 때 왼쪽 얼굴이 나오게 포즈를 잡아.”

“야, 왼쪽 오른쪽이 무슨 상관이냐?”

“상관있지. 사람 얼굴이 왼쪽 오른쪽이 다 같지가 않아. 더 잘생긴 얼굴 면이 있는 거야.

거울 자주 보고, 잠자고 일어나서도 그날그날 왼쪽, 오른쪽 체크해서 어느 쪽 얼굴이 더 좋은지를 확인해야 해.

그래야 잘 나오는 쪽에 카메라를 둘 수 있지.

MSM기획의 ‘소녀연대’에 있는 제이린은 사진 찍을 때 늘 왼쪽 얼굴만 보이게 사진을 찍잖아. 턱도 좀 당기고 해야 각도가 잘 나와.

일본에 그 천년 돌이라고 불리는 ‘하신마토 칸나’ 라는 애는 듣보에서 사진 한 장으로 최고 인기 아이돌이 되었잖아.

언제 사진 한 장으로 터질지 모르는 거야.”

“그래서 결론은 카메라 앵글에 들어갈 땐 될 수 있으면 내 왼쪽 얼굴이 나오게 찍으라고?”

“그래, 왼쪽이 좀 더 좋아 보이네. 그리고, 연습복인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을 때는 늘 소매를 걷고 있는 게 좋아.”

“그건 또 왜?”

“팔뚝에 핏줄! 의외로 팔뚝에 핏줄이 중요해.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인데, 강한 남자와 같은 팔뚝 핏줄이 있으면 그게 또 팍~! 꼽히는 입덕 포인트가 되기도 하거든.”

“어휴 신경 쓸게 왜 점점 더 많아지냐.”

“그래서 연예인에게는 매니져가 있는 거지. 팬 페이지 보니깐, 합숙하러 들어갈 때나 나올 때, 기획사에서 차로 태우러 오고 한다잖아.

그런 케어를 회사에서 해주면 신경 쓸게 좀 줄어들긴 해.

아! 오빠는 그럼 나중에 어디 기획사로 갈 거야?”

“아직, 데뷔 안 했거든요.”

“그래도, 미리 생각해둬야지. 미리 고민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디야? 정했지?”

“될 수만 있다면 MSM이지.”

“흠..탑이긴 한데, 요즘 MSM은 좀 하락세인데.”

“야, 중딩이 그런 건 어떻게 다 아냐? 내 걱정보다는 네 걱정부터 하시죠. 너 이런 짓 하는 거 엄마가 아냐?”

“엄마는 당연히 알지, 이미 엄마, 아빠랑 이야기 다 끝났어.

난 연예부 기자 할 거야. 그냥 아무 신문방송학과 나와도 연예부 기자는 다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미리미리 인터넷 쪽으로 경력 관리하고 있는 거고.”

“헉, 너..너무 빨리 진로 결정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연예부 기자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지?”

“당연히 알지. 기레기잖아.

기레기가 내 적성에 딱 맞는 거 같으니 걱정하지 마. 여기 또 새 사진.

그리고, 내일 저녁엔 오빠 픽해주고 자료 자작해주는 애들과 영상통화도 해야 하니깐 일찍 집에 와야 해.”

“여..영상 통화? 그건 왜? 꼭 해야 하는 거야?”

“그럼. 꼭 해야 해. 시간 없는 학생이 프듀방송한거 다운 받아서 일일이 편집하고, 캡쳐해서 움짤을 만들어서 올려주는 애들이라고.

일일이 팬질하기 쉽게 그런 자료 만들어 주는 열혈팬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런 열혈팬 1명이 자료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올리고, 페북에 올리는 게 얼마나 큰데, 그런 열혈팬 한 명이 일반 팬 몇백 명을 만들어 준다고.

그러니깐 내일 꼭 영상통화 해야 해! 알았지?”

“그..그래 알았다.”

남들 눈치를 보지 않는 집에 와서 기분이 좋고, 편안했는데, 왠지 앞으로는 예비 기레기인 동생 덕분에 마음과 몸이 불편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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