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중간 점검.
<방송 후 1위 베네핏을 획득한 김민호 군의 개인 PR이 이어집니다.>
“시청자분들이 생각하는 아이돌의 적정 나이는 17세에서 22세일 겁니다.
아이돌이라면 뭐랄까 팬들에게 많은 기쁨과 즐거움, 활력을 주는 청춘의 싱그러움이 있어야하기 때문이죠.
이런 조건에 저는 맞지 않습니다.
이미 28살이니깐요. 군대도 가야 하고, 직장도 알아봐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게 맞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할 수 있는 게, 할 줄 아는 게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10년 이상 이것만 해오다 보니 다른 일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꼭 데뷔하고 싶다고 하니, 3 망 돌에서 전무후무한 4 망 돌이 되고 싶냐고 말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저도 4 망 돌이 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습니다. 무대 위에서 국민 프로듀서님들을 위해 춤추고 노래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민호 국회의원 출마하는 거야? 노잼인데, 전혀 아이돌답지 않잖아.”
“그러게, PR타임인데 국회의원 연설하는 줄 알았네.
춤이나 댄스 같은 건 잘하긴 하는데, 이런 걸 보면 늙어서 그런지 핵 진지충이네. 지혜 너희 오빠는 안 저렇지?”
“김민호가 진지충이라 별로이긴 한데, 좀 불쌍하긴 하다. 얼굴도 좀 되고 춤도 잘 추는데, 뜨지를 못했으니.
시타 찍어주면서 찍어줘야겠다. 우리 오빤 재미는 없어도 진지충은 아님.”
“불쌍하긴 하네. 너희 오빠 픽(Pick)해주고 픽 남으면 진지충 찍어주지 뭐.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반응도 그리 나쁘진 않네.”
[와 방송에선 김민호가 센터로 팀을 하드캐리하네. 춤 못추는 애들을 졸라 잘 가르쳐 주네. 우리 샘도 저랬으면 나 공부 잘 했을 듯.]
[도대체, 전에 그룹들은 왜 망한 거야?]
[왜 망하긴? 기획사가 좃 만하니깐 망하는 거지. 망했던 그룹들 노래 다 받아서 들어보니 개 쓰레기더라. 그런 노래 가지고 나오면서 뜰 수 있다고 생각한 기획사 놈들이 개 병신들이지.]
[와꾸가 좋든, 댄스 실력이 좋든 다 필요 없는 거야. 일단 곡을 좋은 걸 받아야 뜨는거임. 곡이 거지 같으면 뜰수가 없음.]
[아니거든, 곡이든 뭐든 다 필요 없어. 다 운빨이야 운빨! 운7 기3이란 말 모름? 운빨 만 잘 맞으면 대박나는거임.]
“김민호 반응은 괜찮아. 다들 운 없다고 하고 나쁜 이미지는 없어. 이 추세라면 데뷔는 할 수 있겠다.”
“우리 오빠는?”
“너희 오빠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일단 스토리는 있는데 그게 초반부니깐 방송 후반부에 이벤트가 있든 아니면, 뒷이야기가 하나가 더 있어야 화제가 될 것 같은데.”
“화제가 될만한 이야기라...흠...50만 팔로우 이혜린의 조언이니 생각해 봐야겠네.”
*
*
태평형의 말대로 맨정신 노래가사를 개사하기위해 연습실 구석에 쭈구려 앉아서 가사를 적어 갔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원곡 빅턴의 SOBER의 가사를 가만두지 않았다.
원곡 가사는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게 맨정신으로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의 힘든 사회상을 비꼬듯이 맨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도 볼수 있는 가사였기 때문이었다.
“원곡의 가사가 담고 있는 의미는 좋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좀 다르기도 하고, 개사를 해도 좋다고 했으니, 우리가 적어온 가사로 다 변경해 보자.”
8명이 각자 적어온 가사들을 모아서 흐름에 맞게 만드니 원곡인 빅턴의 SOBER와는 완전 다른 노래가 만들어졌다.
[we are~ we are~
we are~ we are~ sober!
you are~ you are~
you are~ you are crazy~!
여기 완전 Hot해!
무대 위에서 제발 잘난 척하지 마.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하지만, 오늘 무대를 봐!
지금 죽어도 좋을 정도로 모두 미쳐있어!
모두가 무대에서 탈진할 정도로 달아올라
맨정신으론 난 힘들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다들 즐거운데, 혼자 쓸쓸한 건 싫어.
너 없인 즐겁지 않아.
네가 날 미치게 만드니깐
나와 함께해줘.
나와 같이 미쳐줘!
How you think about that~
지금 이 공간엔 화가 너무 많아! 물이 없어 불날 정도야.
우리만으로 모자라.
너희가 함께해야 해
우리가 더 달아올라야 해.
그래 그렇게 재미를 같이 느끼게.
이제 같이 놀아~!
이제 같이 하늘을 날 수 있어~!
맨정신으로도 놀 수 있어.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로 재미가 있어.
다들 즐거운데, 혼자 쓸쓸한 건 싫어.
너 없인 즐겁지 않아.
네가 날 미치게 만드니깐
나와 함께해줘.
나와 같이 미쳐줘!
How you think about that~]
“태평형, 그런데 우리가 적은 가사들을 다 합치고 하니깐 완전 다른 곡이 되었는데. 이래도 되는 거예요? 원곡 가사는 아예 없는데.”
“그러게, 이렇게 따지면 아예 우리가 작사를 해서 새로운 곡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잖아. 작사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하하하”
“가사 다 나왔을 때 산일 선생님께 물어보니, 오히려 기존 가사와 동일한 부분이 거의 없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 이렇게 해도 되는가 봐.
음원이 나오는 게 아니라, 무대용으로 한번 쓰는 거라 상관이 없다네.
그리고, 내 생각인데 될 수 있으면 자신이 적은 가사 부분을 자신이 부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야 자신이 적은 가사를 더 잘 나타낼 수 있을 것도 같고. 파트를 나누어서 일단 한번 불러보자.”
저작권 관련 부분이 어떻게 계약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당일 날 하루만 부르는 노래이다 보니 이렇게 완전히 가사를 다 변경해도 되는 것 같았다.
*
*
“개사는 거의 새로운 곡을 만들 듯이 잘한 것 같네, 그런데 너네 ‘쇼 미더 달러’ 나온 거야?
맨정신이란 노래 자체가 원래 빠른 랩도 아니고, 전형적인 아이돌의 랩 스타일을 따르는 곡이야. 따지고 들자면 그루브(groove)한 느낌의 곡이지.
그런데, 지금 바뀐 걸 보니 아이돌의 랩송이 아니라 너희의 랩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쇼 미더 달러’용 경연곡인 거 같은데.
더구나, 전체적으로 보면 가사와는 달리 관객을 위한 느낌이 아니야.
우리가 무대에서 노래 해주니깐 너넨 즐거워해야 해! 하는 그런 강요를 하는 노랫말 같아.
뭔가 부족해. 무대 위에 있는 너희들이 즐거워서, 기분 좋아서 날뛰게 되고, 거기에 반응해서 자연스럽게 관객들도 반응해서 날뛰어야 하는데.
지금의 노래는 관객의 호응을 강제로 원하는 노래야.
마치 보여주기식 가사랄까. 진심으로 같이 즐겁게 미쳐 날뛰자는 그런 진심이 안느껴져. 너네도 생각해봐 노래를 부르면서 그런 흥겨움이 느껴져서 날뛰고 싶었어?
관객으로 너희가 있다면 진짜 날뛰고 싶을 만큼 노래가 즐겁게 들리겠어? 한번 물어보자.”
“...”
포지션 미션의 중간점검을 위해 다이나 듀오의 최코와 산일이 멘토로 나서서 점검을 해주었는데, 최코 선생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우리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리더는 모든 것을 다 균형있게 나누고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 보면 파트나 분량이 편중되어 있어.
이런 편중된 파트 분량에 다른 연습생들은 불만이 없는 거야?”
“그게, 가사를 직접 적은 사람이 그 분량을 부르기로 하다 보니 좀 편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해가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편중된 파트에 불만이 없는 거야? 그냥 가사를 적은 사람이 갑인 거야?”
“...”
“내가 물어보긴 하지만, 막상 여기서 너희들이 대답하긴 좀 애매하긴 하겠다.
팀원들 간의 순위나 그런 사정들도 있을테니, 다들 생각이 있겠지.
팀원들끼리 이야길 좀 더 해보고, 본인들의 속 마음을 다 이야기 해봐.
서로 대화를 많이 해봐.
받아 들여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본인의 의견을 뱉어내긴 해야 속이 편하지. 하고 싶은말 참으면 병오는거야.
불만이 뭐고, 뭘 바꾸어야겠다는 걸 다들 오픈해서 한번 깊게 이야기해봐. 중간 점검은 이걸로 끝.
다들 이야길 해보고 뭔가 바뀌는 게 있으면 그때 다시 한번 더 보는거로 하자.”
“네 감사합니다. 저녁에 한번 더 우리끼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중간 점검을 받고 연습실로 돌아왔는데, 최코 멘토에게 혹평을 들어서 그런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나름대로는 새로운 가사를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작사를 우리가 해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나 랩 지망인 주태평과 백선호는 솔선수범해서 앞장선 결과가 좋지 못하자 멘붕 수준으로 기가 죽어 있었다.
“어떻게 하지. 공개방송까지는 이제 4일 남았는데, 다시 가사를 바꾸고 컨셉을 다 바꿀까? 아님, 여기서 완성도를 더 올릴래?”
“새로 다 바꾼다고 해도 지금 보다 좋아 진다는 확답이 없잔아.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진다면 되돌릴 방법도 없잖아?
거기다 4일이 남았지만, 리허설 때 완성도를 어느 정도 보여 줘야해 그러니, 3일 밖에 안 남은 시간이야. 뒤엎을수 없는 시간이야.”
“휴 답이 없네. 지금것을 보강 한다고 해도 다른 팀들을 이길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에휴..멘붕이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음. 저 그런데 형들. 제 생각이긴 한데.
최코샘의 이야길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깐 우리가 미션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그래서,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고칠 수 있게 최코샘이 힌트를 준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잘못이고, 뭐가 힌트야? 알아듣게 이야기해봐.”
“그게 그러니깐.
최코 샘이 우리에게 ‘쇼 미더 달러’에 나온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깐, 우리가 너무 ‘랩’ 이란 포지션에 얽매인 게 아닐까요?
사실 공개방송 현장에서 랩을 하면 그걸 다 알아듣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실제 ‘쇼 미더 달러’도 방송 화면에서 가사를 띄어주니 제대로 가사를 보고 노래를 알게 되는 거잖아요.
실제 음악방송에서도 발라드든 댄스곡이든 왼쪽 아래에 아예 가사를 다 띄어주고 있고요.”
“그렇지. 사실 우리가 처음 신곡 낸 아이돌 선배들 노래를 가사 없이 들으면 반도 제대로 기억 못 하고, 후크(hook)부분이나 후렴부의 반복되는 부분만 겨우 기억하지.
그러다 5번 넘게 노래를 들어야 대충 70% 정도 기억하고.”
“네, 태평형 그거에요.
우리가 아무리 이번 공개방송에서 개개인이 파트를 쥐어 잡고 랩을 씨부려봤자. 아차 욕은 죄송해요. 랩을 불러봤자, 관객들은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는 말이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개인이 랩을 하는 파트를 다 없애자는 말이야?”
“네. 일호형 그거에요. 이름은 랩포지션의 곡이지만 댄스 포지션처럼 가자고요.
최코샘의 ‘쇼 미더 달러’에 나온 거냐고 우리에게 물었고, 가사를 아예 다 바꾸는 것도 좋다고 산일 쌤도 이야길 했잖아요.
한마디로 그 말들은 포지션은 랩 포지션이지만, 다르게 바꾸어도 된다는 힌트 같은 거 아닐까요?”
“음. 소원이 말이 그럴 듯하네.
사실, 속사포 랩이나 특별한 스웩이 넘치는 그런 개인 랩 파트가 아니라면 보컬이나 댄스에 비해서 랩 파트는 주목을 받거나 눈에 띄기 힘들거든.
지금 우리의 생각처럼 랩포지션이란 것에 연연하게 된다면 당연히 보컬이나 댄스 포지션의 팀들에게 100% 질 수밖에 없겠네.”
“네. 그래서 개인별로 나누었던 부분을 아예 다 통합해서 노래에서 개인 파트 랩을 최소화하고 댄스 단체 곡으로 만들어야 공개방송에서 다른 팀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지금 입고 있는 옷부터 다 벗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