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포지션 미션.
“두 번째 미션은 포지션별 미션입니다.
아이돌 그룹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멤버들의 포지션인 보컬, 댄스, 랩의 포지션별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해 진행하는 미션입니다.
보컬 지망인 연습생이라면 보컬로 특화된 발라드곡에서 마음껏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다른 포지션인 댄스, 랩 또한 포지션에 특화된 곡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모두가 원하는 포지션과 곡을 선택할 수는 없겠죠?
순위 결정전에서 1위였던 김민호 연습생과 60위였던 최준영 연습생 일어서 주세요.”
갑작스레 이름이 호명되었지만 민호형은 금세 벌떡 일어났다. 반면에 준영이는 갑자기 자기 이름이 불린 것이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져선 눈치를 보며 천천히 일어났다.
“순위 발표식에서 김민호군은 100만 표를 받아서 1위를 차지했고, 최준영군은 7만8천 표를 받아 60위를 했습니다.
두 연습 생간의 득표 차이는 92만 표나 됩니다.
최준영군 김민호군의 득표를 따라잡을 수 있겠어요?”
“아..아니요. 민호형을 절대 못 따라잡을 것 같아요.”
“너무 쉽게 수긍을 해버리는군요. 너무 착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준영군의 말처럼 어쩌면, 방송이 끝날 때까지도 이 92만 표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순위가 굳어져서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순위 발표 식 이후의 투표는 초기화가 됩니다. 다시 모든 연습생의 투표수가 0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김민호군은 1위를 했다고 안주하지 말고, 최준영군은 차이가 크게 난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시 힘내길 바랍니다. 물론, 다른 연습생들도 1위를 향해 달려가길 바랍니다.”
“네~에~!”
“다만, 상위권 순위를 받은 것에 대한 베네핏이 또 아무것도 없다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순위는 포지션별 미션 곡을 선택하는 순서의 기준이 됩니다.
자! 포지션 별 곡을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컬 포지션 미션곡]
환성 – 안 될까?
에스윌 – Please don’t go.
3AM – 죽어도 안 보내
[댄스 포지션 미션곡]
실탄소년단 – DOPE
에이틴 – Victory
EOS – Call Me Honey.
[랩 포지션 미션곡]
플라이하이 – 1분 1초
디펜B – Shall We Dance
빅턴 - SOBER
“미션곡은 가이드 라인일 뿐입니다.
자체 편곡 및 랩 메이킹, 안무 창작등등 무엇이든 연습생들이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포지션별 최다 득표팀에게는 베네핏 3만 표가 추가되며, 보컬, 댄스, 랩 포지션 별 최다 득표자 1등에겐 추가 베네핏 5만 표가 특전으로 추가됩니다.”
“와! 60위가 7만 표였는데, 팀 베네핏으로 3만 표나 준다는 거야? 그러면 투표보단 순위에 더 신경 쓰라는 거 아닌가?”
“그러게. 어떻게 베네핏으로 주던 표수가 30배가 차이나게 줄 수 있는 거지?”
“다들 60위와 61위의 득표 차이가 몇십 표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걸 기억할 겁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수의 베네핏을 주는 것인지 궁금해 할거에요.
오늘 아침 9시에 다시 열린 순위투표에 몰린 프로듀서님들의 투표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제 5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3만 표 넘게 투표를 받은 연습생이 있을 정도입니다.
투표에 참여해 주시는 프로듀서님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만큼 베네핏을 늘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늘어난 이 베네핏이 여러분을 다음 미션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으니,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와! 대박! 시청률도 포텐 터지는구나.”
“우리를 봐주시는 프로듀서님들이 늘어난 만큼 순위 변동도 커질 겁니다. 그러니, 다들 최대한의 역량을 보여주고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사랑을 받길 바래요.
아 참. 그리고, 포지션별 미션이 끝이 나게 되면 제2차 순위 발표식이 이어집니다. 그때는 35위까지 만이 다음 미션으로 가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다들 분발하셔야 할 겁니다.
그럼 먼저, 순위 1위의 김민호군!
저 문을 나가서 각 미션곡 마다 정해져 있는 방으로 이동을 해주시면 됩니다.
각 미션 곡 마다 5명에서 8명까지 인원 제한이 있습니다.
모든 연습생이 미션곡을 선택해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 그 곡에 대한 제한 인원이 공개됩니다.
만약, 제한 인원이 공개되었을 때, 미션 곡의 제한 인원을 넘는 인원이 방에 있다면, 그 곡을 선택한 연습생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연습생이 미션 곡에서 방출할 연습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김민호군. 문을 나가 미션곡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헉, 제일 낮은 순위가 자동으로 방출되는게 아니라, 최고 순위 연습생의 마음대로 미션곡에서 방출시킨다는 거야?”
“라이벌 회사의 연습생이 가장 순위가 높을 때는 방출 타겟이 될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인 관계가 안 좋은 상대라면 좀 그렇겠는데.”
*
*
“자 10위의 윤소원군. 문을 나서서 미션 곡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MC 이정이의 말을 듣곤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당연히 보컬 포지션이었기에, 내가 미리 선택해 두었던, ‘에스윌의 Please don’t go.’ 곡을 선택하기 위해 문을 나섰다.
다른 미션곡의 방들을 지나가는데, 사람이 몇 명 있는지 문 앞에 표시가 되어있었다.
‘헛, EOS 의 Call Me Honey 이미 2명이나 있는 거야?’
그냥 인기가 많구나, 하고 지나가려는데 왠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민호형에서 댄스를 배우던 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소원아, 너 춤 추는 것에 적응을 좀 한 거야? 내가 스트레칭으로 아프게 하고 못 한다고 이렇게 갈구는데도 즐겁게 춤을 추는 것 같은데?”
“하하하. 제가 봐도 제가 댄스에 재능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냥 음악에 몸을 싣고, 거울을 보며 몸을 움직이는 게 기분이 좋아요.
춤으로 인해 땀 흘리고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뭔가 개운하고 재미가 있어요. 그냥 춤추는게 재미가 있어요.”
“오~ 그럼 넌 댄스에 재능이 있는 거야. 나중에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아이돌 대신 네가 하고 싶어 하는 다른 길을 가더라도 춤에 대한 그 재능을 버리지 마. 춤추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 차제가 재능이야. 난 이만 간다. 문단속 잘해라.”
연습실에서 맨 끝까지 나를 가르쳐 주고 떠나는 민호형의 친절한 말에 감동을 먹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실에서 춤을 연습한 게 기억이 났다.
민호형이 나에게 ‘댄스의 열정이 곧 재능이다’라고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돌며 생각이 나자, 발걸음이 보컬 포지션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원래 나에게 맞는 포지션인 보컬 포지션이 아니라, 바로 앞에 있는 댄스 포지션 곡인 EOS 의 ‘Call Me Honey.’ 방으로 들어갔다.
“헉! 야! 윤소원 네가 여기는 왜 온 거야? 네가 왜 여기로 온 거야?”
“하하 그러게요. 제가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된 걸까요? 하하하.”
이 방에 들어가면서도 혹시나 민호형이 이 방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9위인 루이스형과 7위인 이원섭형이 있었다.
2명 모두 댄스 부분에 대해서는 구멍이나 마찬가지인 내가 들어오자 당황스러워했는데, 방송 스태프들도 놀랐는지 작가와 FD가 뛰어와서는 인터뷰를 하자고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급하게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원래 가기로 했던 보컬 미션곡이 아닌, 댄스 미션곡으로 오게 된 이유로 민호형과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포지션 미션에서 댄스를 선택하게 만든 그런 계기가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무모하지 않을까요?
EOS의 곡은 원래 인기가 많은 곡이고 지금 방에 먼저 와 있는 이원섭연습생은 야구장 댄스로 화제가 될 정도로 자타공인 댄스머신이고, 엘리멘탈엔터의 루이스연습생 또한 원래 포지션이 댄스에요. 그리고 지금 또 방으로 들어온 연습생도 댄스 지망인 연습생이에요. 부담이 되지 않아요?”
“음. 원래 포지션을 잘한다고 그 포지션만 해서는 숨겨져 있던 재능이나 매력을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어필할 수가 없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춤에 재미를 붙였을 때 한번 댄스 포지션에 도전을 하고 싶어졌어요. 프로듀서님들 지켜봐 주세요~!”
*
*
인터뷰 후 다시 방으로 오니 벌써 방에는 나를 포함해서 6명이나 있었다.
“아니, 소원이가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여기 댄스 포지션 아니었어? 이거 몰카야? 설마 소원이가 댄스능력 각성이라도 한 거야?”
나와 이전 미션에서 같은 팀이었던 호종이 형은 나를 보자 몰카 아니냐며 난리를 피울 정도였고, 다들 나를 길을 잃고 집을 잘못 찾아온 고아처럼 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후로도 우리 방엔 연습생들이 꾸준히 들어와서 총 9명의 연습생이 모이게 되었다.
“그럼, 인원 알림 종이 뗍니다.”
<촤~악~>
“헉, 7명? 그럼 나머지 2명은 방출해야 하는 거잖아.”
“그럼, 소원이랑 한명 더네. 그 한명이 문제인데..”
자연스레 나온 호종이 형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순위 높은 원섭이 형이 저 살려줄수도 있잖아요.”
“열정이 있고, 춤에 재미를 느꼈다니 배려는 해주고 싶은데, 3만 표를 위해서는 구멍부터 처리해야지. 미안하지만, 일단 소원이 방출은 확정이고..”
“앗! 원섭형 너무 한거 아니에요?!! 이렇게 자라나는 댄스 새싹을 잘라버리시려 하다니.”
“네가 키가 더 큰데 무슨 새싹이냐 완전 나무 수준인데. 그리고, 소원이를 방출해야 한다고 처음 이야기한 호종이도 같이 방출할게.”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자라나는 새싹 케어는 해줘야지. 호종이 네가 같이 좀 가야겠다.”
“이야, 세상 믿을 사람 없다더니..”
“그럼 방출당한 윤소원, 김호종 연습생은 방을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혼자 방출이 되었다면 기분이 엄청 안 좋았겠지만, 그래도 호종이형과 같이 이야기를 만들며 방출되었으니, 미션곡 선택을 하고 하는 부분에서 방송 분량은 확보한 것 같았다.
“형 때문에 방출당한 거니깐, 밥 3번 사세요.”
“야 나도 배신당한 거야. 2번으로 하자.”
“콜!”
대강당으로 다시 오자 우리처럼 방출된 사람들이 몇 명있었는데, 보컬 부분은 미션 곡의 제한 인원 자체가 적어서 다 마감되어 있었다.
방출된 연습생들끼리 포지션을 이리저리 따지다 보니 결국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이 배정된 랩 포지션 ‘빅턴의 SOBER’으로 결정이 되었다.
‘댄스에 대한 열정은 무슨 얼어 죽을 괜히 댄스 해보겠다고 설쳐서는, 팔자에도 없는 랩을 하게 생겼네. 어휴.’
*
*
“엄마! 아빠! 오빠 10위야! 대박~! 또 전화기 터질 것처럼 연락 오기 시작했어!”
“윤소원 연습생 소감 이야기해주세요.”
“처음 방송 관련 일을 하는 것이나 프로듀서99에 나오는 걸 부모님이 반대하셨고, 주위 모든 사람이 힘든 일이라고, 배고픈 일이라고 연예계 쪽 일을 다들 걱정해 주시고 반대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젠 부모님이 이젠 이쪽 길로 가는 것에 대해서 찬성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부모님의 자랑이 되는 아들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그리고, 저에게 투표해주신 국민 프로듀서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내 이야긴 없네. 내가 얼마나 투표했는데.”
“지혜야, 그럼 진욱이랑 순위 못 들어간 애들은 이제 방송 못 나오는 거야?”
“응. 이젠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야지. 다들 우네.”
“쟤가 친구 진욱이 맞지?”
“응. 진욱 오빠 맞아.”
“이제 방송에 나올 수 없게 떨어지는 거지만, 방송 밖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발버둥 칠 겁니다.
우리 프듀99명이 한국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룹이란 걸 인정할 수 있게 방송 밖에서 발버둥 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행운아입니다. 여기 우리 한 명, 한 명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원아 경태야! 나 먼저 부산 내려갈게. 너그 둘 다 데뷔해라. 알았재?”
*
*
[방송국 놈들 내 눈물샘 터트릴 생각이었네.
한국은 질질짜야 예능이 성공함. 사연팔이 오지네.
예능이 웃기지 않고, 쳐 우는게 한국형 예능이지.
그런데, 헬조선 예능을 보면서 욕하는 나도 방송보니깐 눈물이 차오른다.]
└야 요즘 차오루는 뭐하는데? 피니에스타 해체한 거임?
└아 갑분싸 새끼 차오루가 왜 갑자기 나오냐.
└뭐래? 난 드립에 졸라 웃었는데 ㅎㅎ
└역시나 이 게시판은 기승전 병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