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9화 (29/237)

# 29

순위 발표 식 (1)

“다들 집에 가는데 집에 안 가는 거야? 집이 지방이야?”

“네. 형. 집이 부산이에요. 내일 오전에나 합숙소를 나가려고요.”

“그래. 그럼 순위 발표식에 보자!”

“네 형 들어가세요.”

회식 이후 합숙소로 돌아왔는데, 연습생 중에서 집이 서울이나 수도권인 사람들은 다들 밤이 늦었음에도 짐을 챙겨 집으로 떠났고, 집이 지방인 사람들은 하루를 더 합숙소에서 머물렀다.

스태프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사무실 복도에 서 있었는데, 합숙소를 나서는 사람마다 집에 안 가냐고 물어서 귀찮을 정도였다.

“자, 윤소원 연습생 여기 2번 연습실 열쇠. 그런데, 오늘도 연습하는 거야?”

“네. FD님 휴식하는 이틀 동안 댄스 연습을 못 할 것 같아서요. 집이 지방이기도 해서 오늘이라도 좀 더 하려고요.”

“아, 소원이는 개인 연습생이었지?”

“네. 전면 거울을 보면서 춤 연습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연습할수 있을때 최대한 많이 해야 해서요. 그럼 열쇠는 내일 아침에 반납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

전생과 같은 순서로 계속 프로듀스 99가 진행된다면, 순위 발표 식이 끝난 이후 바로 랩, 보컬, 댄스 3개 포지션별 팀을 짜서 공개방송을 준비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포지션 별이라곤 하지만, 어떤 포지션을 하든 랩, 보컬, 댄스를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아두고 두고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댄스의 기초가 부족한 나는 쉬는 며칠 동안이라도 민호 형에게 배운 몸풀기나 기초댄스를 계속 연습해서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연습실에 불이 켜져 있자 몇몇 스태프들이 들여다보고 가기도 했고, 나처럼 잠이 들지 못한 몇몇 연습생도 와서 연습했다.

그리고, 우린 알지 못했지만, 연습실의 CCTV는 계속 우리를 찍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경태와 진욱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형의 자취방으로 향했는데, 형의 자취방은 학교와 거리가 좀 있는 공덕동에 있었다.

신촌과 마포 사이에 있는 형의 학교와는 거리가 좀 있었는데, 형이 혼자 산다면 신촌 근처의 원룸을 얻으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나 때문에 혹시 몰라서 방 하나와 거실 겸 부엌이 따로 있는 어중간한 투룸을 구하다 보니 공덕동까지 오게 된것이었다.

“불편하고 좁겠지만 어떻게든 여기서 버텨라. 소원이는 나랑 방에서 자면 되고, 둘은 거실에서 자면 될 거야.”

“예. 형님 공짜로 이틀 있는 건데 이 정도면 고맙죠. 제가 화장실 청소도 해드리겠습니다. 헤헤. 그런데, 혹시 밥은 어떻게...”

“요리는 나도 하기 싫으니깐 요 앞 김밥천국에서 며칠 동안 사주마. 세탁은 세탁기로 돌려서 건조까지 시키고 알아서 해.”

“형님! 역시 대인배이십니다. 따거로 모시겠습니다. 따거!”

형은 경태가 중국 사람처럼 양손을 모아서 따거라며 받들어 모시듯이 하는 게 싫지는 않은 것 같았다.

“넌 중국 진출한다고 중국어도 배우는 거냐? 책도 있던데.”

“헤헤 그냥 인사말이나 알고 있는 정도에요. 중국어, 일본어도 해야 하는데, 합숙하다 보니 책만 사두고 볼 시간이 없네요.”

“뭐 하다 보면 되겠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야 소원아 순위 발표식인데, 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오늘 발표식에서 떨어지면 바로 집에 돌아가야 해.”

“아~ 대현 형! 저는 살아남아서 합숙 또 할거에요. 그런데, 대현형은 진짜 짐이 그 종이가방 하나 밖에 없는 거예요?”

“휴..그래, 난 떨어지면 갈아입고 집에 갈 사복만 들고 왔다. 이 교복이랑 맨투맨 준거는 기념으로 소장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이건 꼭 들고 가려고, 그래서 종이가방 하나로 짐이 끝이지.”

“형 순위 30위권이라고 안 했어요? 안 떨어지실 것 같은데.”

“안 떨어지면 집이 가까우니 다녀오면 되지 뭐. 하하하.

휴.. 그런데 아마 난 오늘 떨어질 거야. 실수한 게 너무 컸어.”

“에이 설마요.”

“여기 들어올 때 봤지? 인터넷방송 BJ랑 직찍러들이 벌써 진을 치고 있잖아. 방송이 나가면서 인기도 많아졌고, 저런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하드하게 깊게 팬질하는 팬들이 늘어났다는 거야.

그런 하드한 팬들은 아이돌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거든. 아마, 난 안 좋게 찍혔을 거야.”

“에이, 우리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면 오늘 같이 다음 무대로 올라가면 형이 밥을 사는 거로 콜?”

“그래, 콜! 합숙 끝날 때 사주마. 대신 오늘 내가 떨어지면 네가 사라.”

“전 가난한 급식이라 한솥 도시락밖에 못 사드려요.”

“한솥에도 비싼 도시락 있으니깐 바짝 긴장해야 할거야. 2만원짜리 도시락 얻어 먹어주마 하하.”

대현 형과 이야기를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짐을 두곤 스튜디오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의자가 놓여져 있는 스튜디오로 들어가니 무대가 달라져 있었다.

“이야 숫자 적혀져 있는 의자가 60개밖에 없네. 오늘 우리 중에서 38명은 바로 탈락이네.”

“이거 심장 떨려서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등급심사 무대를 저번 주에 한 거 같은데, 갑자기 갑갑해진다.”

"어 MC님 오셨다. 오늘은 다른 멘토가 아무도 없네."

"그러게."

"당신의 아이돌에게 투표하라!

국민 아이돌을 뽑는 프로듀스 99의 진행을 맡은 MC 이정이입니다.

오늘도 웃으며 이 자리에 섰지만, 사실 제 마음은 아주 무겁답니다.

오늘의 방송은 프로듀스 99 프로그램에서 방출되는 연습생을 구별해야 하는 순위 발표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성장할 수 있게 조언을 하는 멘토의 입장에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무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등수에 따라 방출되는 연습생은 100% 국민 프로듀서 분들의 투표에 따라 결정이 되었습니다.

어떤 연습생은 이 숫자가 새겨진 의자에 앉아 다음 미션으로 진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어떤 연습생은 지금 앉아 있는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1등부터 60등까지는 다음 미션으로, 61등 이후부터는 모두 방출되게 됩니다.

매몰찬 이야기이겠지만,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는데, 국민 프로듀서님들에게 못 보여준 것이 많은데, 하는 변명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보여줄 것이 있었다면 합숙기간 동안 다 보여주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보여줄 것이 제대로 된 보여줄 것이었다면 방송에서 분량을 잡고 나왔을 거에요.

지금 이 현장만 해도 카메라 20여 대가 돌아가고 있는게 보이죠?

평상시 연습실과 침실 등에서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는 연습생들의 모든 것을 찍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 카메라에 늘 노출된 환경에서 제대로 방송분량을 따내지 못했다면, 개인에겐 속 쓰린 이야기겠지만, 더 보여줄 것이 없거나, 아이돌과는 맞지 않는 볼거리였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방송국 놈들이라고 우리가 욕은 하지만, 사실 우리보다 더 방송계를 잘 아는 게 스태프들이니까요.”

“아놔! 이정이도 김태운이한테 배웠나, 왜 방송국 놈들이래? 방송에 쓰지도 못하게 시리.”

“거기다 대본에 없는 말이라 편집팀이 공들여서 짜깁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놔! 진짜 짱나게시리."

“만약, 방송 노출이 없어서 인기 몰이를 못해 방출되는 것이 아쉽다면 그건 연습생 본인이 제대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일 겁니다.

어제도 새로운 걸그룹이 데뷔를 해서 나에게 인사를 하러 오더군요.

그래서 그들에게 한번 물어봤어요.

연습생 생활을 얼마나 했고, 연습은 어떻게 했느냐고. 그러니깐 짧으면 2년 길게는 5년의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하더군요.

하루연습시간은 아침, 점심을 먹는데 30분, 생리현상에 30분, 씻고 꾸미는데 1시간 총 2시간을 제외하고는 5개월 넘게 연습실과 숙소에서만 살았다고 하더군요.

잠도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치열하게 준비를 해서 데뷔를 하는 게 요즘의 아이돌이에요.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노력이 이제 일반화되었다는 말이에요.

방송분량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해보세요.

정말 본인이 치열하게 다른 사람들 보다 노력을 했는지를.”

뭔가 MC이정이가 갑자기 노력충이 된 것처럼 노력, 노력을 강조했는데, 이정이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분명 방송분량문제로 인해 불만을 토로한 연습생이 있었기에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다들, 순위를 발표하기 전에 총 투표수가 궁금하지 않아요?”

“네 궁금해요~!”

“다들 놀라지 말아요. 총투표수는 1,952만 표로 전 국민의 40%가 넘는 국민 프로듀서 분들이 투표를 해주셨습니다.

사실 제작진들도 이정도까지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투표해주실지 몰랐다고 합니다.

제작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투표수였습니다.

투표수를 집계하는데 만도 힘이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힘은 들었겠지만, 제작진들은 기뻤을 겁니다.

자 그럼,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라면 60위부터 51위까지를 발표해야 하지만, 60위의 연습생은 가장 마지막에 발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해서 59위부터 51위 연습생의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참고로, 다음 미션에 도전할 기회를 얻은 60위 연습생과 방출되는 61위 연습생의 표 차이는 정확하게 45표 차이가 났었습니다.”

“우와~”, “대봑! 진짜 근소한 차이다.”

“그리고, 지금 발표되는 59위와 60위의 득표수 차이는 192표가 났었습니다.

득표수를 따져보면 공개무대에서 받는 베네핏 천표에 따라 운명이 갈린 연습생이 10여 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우와! 베네핏이 진짜 크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59등 연습생입니다.

총 78,209표를 받은... 캐리어엔터의 서.진.혁 연습생입니다.”

“우와! 다행이다 불려서 진짜 다행이다!”

“부럽다. 나도 빨리 불렸으면..”

서진혁은 주위의 축하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가 섰다.

"서진혁 연습생은 3PM - Counter 무대에서 베네핏 천표를 받았기에 59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럼 58위는 아이작케이프의 김...”

MC이정이의 입에서 나오는 호명에 따라 연습생들은 다들 천국과 지옥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네 다음 49위입니다.

총 120,198표를 받은 연습생으로 개인 연습생 김경태 연습생입니다."

"예에~! 아."

경태가 호명되자 벌떡 일어나 기쁨의 외침을 지르다가 다시 입을 막으며 축하를 받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경태는 일단 올라갔고, 진욱이가 걱정이네..'

다음 미션진출이 확정된 경태는 무대 위 의자에 앉아서 웃음을 보였는데, 점점 호명되는 순위가 올라가자 어느 정도 인기가 확보되어 안정권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대현이 형은 34위로 다음 미션 진출이 되었고, 무대에 올라가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트를 날려주었다.

나도 마주 쌍하트를 날려주며 웃었는데, 20위권까지 발표가 되기 시작하자 주위의 긴장감에 나도 긴장이 되어버렸다.

진욱이는 이미 포기를 해버린 것인지 눈에 힘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자, 그럼 10위부터 1위까지 순위를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지금 발표되는 게 최종 순위였다면 가장 억울해했을 순위였을 텐데요.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데뷔할 수 있는 순위이기도 합니다.

10위는 총득표수 69만 2,034표를 받은 연습생으로, 보컬 실력이 아주 좋은 연습생입니다.

10위는 개인 연습생 윤.소.원 연습생입니다.”

“휴,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는 무대 위로 올랐다.

“윤소원 연습생은 심사 무대에서 보여준 강렬한 무대와 공개무대에서 몸치를 탈출한 댄스 실력으로 사랑을 받은 것 같네요.

그럼, 다음으로 데뷔 순위인 9위입니다.

총득표수 69만 9,812표를 받은 엘리멘탈기획의 루이스연습생입니다....”

“자 그럼 이제 1, 2위만 남았는데, 후보인 2명의 연습생은 앞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먼저, 타이탄엔터의 김민호 연습생과 NFC의 김시타 연습생입니다. 두 명 다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여윽시, 저 둘 일줄 알았어.”

“나도!”

“그럼, 국민 아이돌을 뽑는 프로듀스99의 첫 번째 순위 발표식, 가장 높은 1위의 자리에 앉을 영광의 연습생을 발표하겠습니다.

1위는 총득표수 100만 1,954표를 획득한 타이탄엔터의 김민호 연습생입니다!”

“헐, 100만 표를 넘겼어!”

“대봑!”

“자동으로 김시타 연습생은 2위이며 총득표수는 97만 8,503표였습니다.”

“2만 표 이상 차이가 나네.”

“김시타가 베네핏으로 2천 표를 더 받았는데도 소용이 없었네.”

"민호형 대박이네."

“그럼 김민호군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아, 네. 원래는 이럴 때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이미 앞에서 다른 분들이 너무나 많이 저를 울려서 눈물이 나지를 않네요.

29살이 될 때까지 꿈만 좇는다고, 부모님 등골만 빼먹어서 이 길을 사실 포기했었습니다. 포기하고 군대나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평상시에는 4~5개월에 한 번씩 입대 영장이 날아왔었기에 군대에 가려고 대기하며 쉬고 있었을때 프로듀스99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가야 했기에 저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6개월이 넘도록 입대 영장이 날아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집에서만 있다고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라고 해서 프로듀스99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분한 사랑을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큰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어서 뭘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국민 프로듀서 여러분 감사합니다!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아들 열심히 할게요.

아, 그리고 입대 영장을 늦게 보내주신 병무청 분들께도 특별히 감사합니다.”

“김민호 연습생은 매일 병무청을 향해 절을 해야될 것 같네요.

그럼 2위인 김시타 연습생도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네. 먼저 일본에서 전화 올 때마다 언제 데뷔하는지, 언제 TV에 나오는지 물어보는 우리 엄마, 아빠!

지금 보고 있지? 한국에 가면 엄마, 아빠 결혼에 반대했던, 무서운 외할머니와 같이 살아야 한다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외할머니 집에서 잘살고 있어.

외할머니도 나쁜 사람 아니야. 그러니 엄마, 아빠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내가 성공해서 꼭 일본에서 엄마, 아빠 데리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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