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3화 (23/237)

# 23

첫 미션 (3)

“소원아 너 아이돌이 하고 싶은 거 맞지?”

“예. 형”

“그럼 춤도 잘해야지.

그냥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 아이돌이 하고 싶다면 춤도 잘해야 하잖아.

그런데, 학원이나 기획사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지?”

“네.”

“음. 일단 이리 와서 앉아봐.”

민호 형 옆으로 가서 앉으니 민호 형이 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형 시원해요. 거기. 거기가 뭉친 것 같네요. 아 시원하다.”

“야 안마해 주는 거 아니야. 가만히 있어.”

어깨를 주무르던 민호 형의 손이 등의 근육을 확인하듯 어깨 뒤와 등을 주물럭거리더니, 위 엉덩이와 허벅지 옆 근육을 주물럭 대며 만졌다.

“헉, 형 그..그쪽이었어요?”

“무..무슨 소리야 인마! 미친.

너 근육 유연성을 확인해 보는 거잖아. 새끼 기분 이상하게 시리.

일어서서 양발을 붙이고 쭈그려 앉아봐. 뒤꿈치가 땅에 다 닿는지 보자.”

“휴. 다행이네요. 전 형이 그쪽인 줄 알고, 괜히 졸았어요.

갑자기 등이랑 위 엉덩이를 만지시기에 놀랐어요.

이렇게 쭈그려 앉으면 되지요?”

“그래 허벅지나 엉덩이, 허리가 땅기거나 불편한 건 없지? 무릎을 최대한 붙인 거지?”

“네 최대한 무릎을 붙였어요. 특별히 불편한 건 없어요.”

“근육이나 몸은 유연한 편이네. 그럼 일어서서 벽을 마주 보고 서서 앉으면서 다리를 옆으로 해서 양다리를 최대한 벌려봐.”

“이..이렇게요? 아악!! 형~~! 누르지 마요. 크흑”

“참아! 이렇게 다리 찢기가 일상이 되어야 해. 굳어있는 몸을 최대한 빨리 풀 수 있는 스트레칭 방법이야. 1분 버텨.”

“아아아~~~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크헉!”

“체조선수나 웬만큼 춤 좀 춘다는 사람들은 이게 다 된다. 참아.

이제 매일 매일 벽을 마주 보고 다리 찢는 연습을 해서 유연성을 길러.”

“허헉...그만 눌러요. 다리가 갈라질 것 같아요. 악!!”

나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아파 죽겠는데, 같은 팀원들은 내 기괴한 비명에 웃기 바빴고, 촬영감독들은 분량 나왔다고 웃으며 찍기 시작했다.

‘시발. 시발. 카메라 때문에 욕도 못 하겠고 죽겠네. 아악!’

“1분이다.”

“헉!”

다리 찢기를 위해 위에서 누르던 민호 형이 사라지자 뒤로 넘어지며 사타구니를 만지는데, 찢을 때와는 또 다른 아픔이 몰아쳐 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기를 차인듯한 아픔과 비슷한 고통이 양 허벅지 안쪽을 강타했다.

“크흐흑 아아~”

신음을 지르며 뒹구는데,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났다.

“이야 이거 장면 나오는데, 춤 연습하며 눈물 흘리는 연습생이라 이거 그림 좋네. 흑백으로 해서 하면 인간극장 저리 가라 하겠는데.”

연습실 바닥을 뒹굴며 눈물 흘리는 내 아픔이 방송분량이라 생각하는 방송국 놈들에게 쌍욕을 날리고 싶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악!!! 형!!”

구석에 누워서 허벅지의 얼얼한 아픔을 참으며 누워 있으니 민호 형이 다른 멤버들도 벽에 세워서는 다리 찢기를 시키기 시작했다.

연습실에는 비명이 난무하고 나처럼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비명소리를 듣고 다른 팀 애들이 와서 구경하며 웃기 시작했다.

몇몇 춤 잘 추는 연습생들은 그 옆에서 자기는 다리가 다 찢어진다고 쭉쭉 다리를 찢으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며 약을 올렸다.

벽보고 다리 찢기를 하곤, 팔굽혀 펴기 형태로 엎드려 다리를 양쪽으로 찢으며 주저앉히기도 했는데, 진짜 아랫도리가 갈라지는 것 같았다.

비명과 신음이 절로 나왔다.

“이게 진짜 스트레칭이야. 기본 중에 기본이야. 지금 너희는 10대 20대 초반이야. 근육을 만들기 위해 근육운동을 하지 않는 한 가장 부드러운 근육을 가졌을 때야.

그런데, 다리 찢기만 했는데도 식은땀이 나고 비명이 나오잖아.

그만큼 너희 근육에 유연성이 없다는 소리야. 나이가 들게 되면 더 빨리 근육이 굳게 될 거야. 최대한 굳어가는 근육의 유연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리 찢기를 해.

다리 찢기 후에는 앞차기 20번씩 양발 바꾸어서 하고, 버핏 10번, 팔 굽혀펴기 20번, 10m 왕복 달리기 10번을 하루에 2번씩 해야 해.

목 성대처럼 몸의 근육도 계속 풀어줘야 해. 내가 시키지 않더라도 알아서 해야 너희의 젊은 몸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민호 형은 28살인데도 우리들 보다 더 피부의 탄력이 있는 것 같았고, 힙업도 되어서 확실히 여자든 남자든 매력적으로 보이는 몸이었다.

“소원이 같은 경우에는 막 시작한 연습생이잖아. 아무것도 써지지 않은 흰 종이야.

그 종이에 어떤 걸 쓰고, 그리느냐에 따라 명화(名畫)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연습장 종이처럼 쓰다가 버려질 수도 있어.

명화를 그리는 데 쓰일 수 있는 종이가 되려면 종이의 가치를 높여야 하지 않겠어?

매일매일 몸을 유연하게 만들고, 언제든 노래와 춤을 출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프고 힘들다고 해야 하는 거야.”

“네. 아침저녁으로 해볼게요.”

“오예~ 비명소리에도 비브라토(vibrato) 쓰는 소원이 누르는 건 내가 해야지.”

“그건 아프니깐 목소리가 떨리는 거지 비트라토는 아닙니다요. 대현이 형도 잘 안되니깐 대현이 형 다리 찢을 땐 제가 살살 눌러드리지요.”

“그래 서로서로 눌러주고 자극을 받아야 좋지.

내가 너희들 나이 때 이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테지만, 그땐 이런 스트레칭 정보도 조언자도 없었어.

내가 하는 이걸 따라 하고 자신이 정한 규칙을 지키는 행동은 너희 의지에 달렸어.

연습생 때의 시간을 허비하지 마. 눈 깜짝하면 이룬 것 없이 나처럼 나이를 먹게 되니깐.”

“아 형! 예능에서 갑자기 인간극장이 되게 만드네. 띠리리링 띠링~띠링~~

민호는 그랬다. 3번이나 데뷔를 하고, 4번째 데뷔를 땀 흘려 노려본다.”

“오 호종이 잘하는데, 나레이션 소름 돋았어.

이왕 꼰대 짓 하는 김에 더 할게.

같은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같이 데뷔했지만, 팀이 망해서 그냥 관두거나 연습생을 다시 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어.

물론 그 반대로 팀은 망했지만, 솔로 가수로 성공하거나 배우로 홀로서기에 성공해서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도 있어.

이런 차이가 너희는 뭐라고 생각하냐?

‘운빨?’, ‘인맥?’, ‘외모?’ 이런 게 어느 정도 좌우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준비성이야. 연습생 시절에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거야. 준비가 이미 되어 있으니깐 그게 가능한 거야.

그 노력과 연습의 보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한 사람은 홀로서기가 되는 거야.

팀에 묻어서 데뷔하고, 팀에서 어중간해도 좋으니 뜨기만 하자는 생각을 버려.

나 자신이 주도적으로 앞장선다는 생각을 늘 해라 그래야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다.”

“흠...형에게 묻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그럼 일단 센터를 저로 다시 바꿀까요? 주도적으로~헤헤”

“호종이는 예능감이 있긴 있네. 그쪽으로 재능있어 보인다.

그리고, 혹시나 술, 담배를 하면 끊어라.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데 가장 큰 적이 술, 담배야. 알았지?”

“네”

‘난 전생에서 성대가 다 망가지고, 몸도 돌이키기 힘들 정도가 되어서야 저걸 깨달았는데, 민호 형은 전생의 나와는 달리 자기관리도 좋고 생각이 정말 바른 사람이구나.

천상 아이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가장 빨리 데뷔하는 것도 피 땀 흘리는 연습뿐이야. 자 다들 스트레칭 한 번 더하고 안무 연습하자. 소원이는 벽 마주 보는 위치로!”

“휴우..위치로.”

“아아악~!” “크헉!”

때아닌 연습실에서는 10여 분간 비명이 흘렀고, 김민호식으로 몸이 풀린 나도 내 몸이 아닌 듯 어느 정도는 절도있는 몸짓으로 안무를 따라 출 수 있었다.

*

*

“A조는 이렇게 리듬 바꾸고 랩 넣는 편곡을 알아서 다 한 거야?”

“네. 대현이가 편곡을 했습니다.”

“민호 형과 같이했습니다.”

“대단한데. 너희 팀은 분위기도 좋고, 확실히 다르네. 오늘 본 조 중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무대였어.

물론, 춤 따라 추기 바쁜 윤소원이 빼고. 뭐 그래도 몸치였는데 많이 나아지고 있네. 민호가 리더답게 소원이를 잘 챙겨. 너네는 여기서 조언 끝. 가서 연습해.”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멘토인 이재원에게 내가 구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최고의 찬사와 다름없는 칭찬이었다.

반대로 B조는 우리처럼 편곡 없이 원곡과 유사하게 진행하는 발라드곡이었는데, 이재원에게 혹평을 들어야 했다.

“너희 연예인이야. 이 노래로 무대에 설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자신 없어 하고 쑥스러워하는 거야?

자신감을 끌어올려. 상대하는 조에 센터가 있어서 미리부터 질 것을 걱정하는 거야?”

지금 너희는 A조와 같은 레벨이야. 왜 겁을 먹는 거냐?

너네도 팀이잖아. 혼자서는 겁을 먹을 수도 있고, 자신감이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팀원들이 같이하잖아.

팀원들이 힘을 모아서 노력을 불사르면 안될 건 없어. A조가 잘한다지만 결국 연습생 레벨이야. 주눅 들지 말고 맞서 싸워!

특히, 류진율! 지금 이렇게 해서 네가 늘상 말하는 대상프렌차이즈를 다시 업계순위 1위로 만들 수 있겠어? 분발해.

B조는 내일 아침에 다시 중간점검 다시 하는 것으로 하자. 가서 연습해.”

“네. 수고하셨습니다.”

류진율은 순위 의자에 앉을 때 삼각형의 꼭대기인 1위에 앉으며 프로듀스 99의 1위가 되겠다고 확언을 했을 정도의 연습생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봐도 기가 팍 죽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잘해서 기가 죽은 걸까요?”

“그것도 있지만, 그것보단 여기서 1위하고 소속사를 부진의 늪에서 끄집어내겠다고 했는데, 지금 중간순위가 70위대거든 그러니 저렇게 기운이 없는 거지.”

“응? 호종형 중간순위는 지금에서는 아무 상관 없지 않아요?

1차 미션 이후 나오는 순위가 진짜 순위 아니에요?”

“그래 그 순위가 방출을 결정하는 순위이니 그게 진짜지.

하지만, 지금 투표 1위가 너랑 같은 방 쓰는 ‘김시타’거든. 그 김시타가 대상프렌차이즈에 있다가 NFC 기획사로 간 연습생이야.

그래서 진율이가 엄청 의식을 하는 거지.

큰 기획사인 NFC로 간 김시타는 1위고 대상에 남은 자신은 70위권이니 저렇게 위축이 될 수밖에.”

“그런데, 김시타 형이 인기가 원래 많은 거예요? 데뷔 안 한 거로 알고 있는데.”

“큰 기획사 속칭 빅4로 불리는 기획사는 연습생 때부터 ‘루키스’니 ‘주니어’니 하면서 공공연하게 선배들 공연에 백댄서나 게스트로 세우거든.

그러다 보니 미리 열성 팬이 있는 거지. 그래서 연습생 입장에서는 큰 기획사 큰 기획사 하는 거야.

그런데, 넌 개인연습생에 SNS 같은 거로 인기 많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50위권이냐? 나랑 별 차이 안 나더라.”

“에? 제가 50위권이에요? 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그러니깐 신기해서 물어보는 거지. 개인연습생들 대부분이 다 70~80위권인데 넌 50위권이더라.”

“아, 어쩌면 부산에서 동생과 가족들이 열심히 투표를 해주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연습생은 가족 없냐? 너희 가족이 몇백 명이 되는 건 아니잖아?”

“아마도 여동생이 있어서 동생이 친구들 아이디까지 다 모아서 해주고 있을 거예요.”

“야 이거 불법투표를 네 입으로 직접 실토하는구나. 나보다 높았으면 바로 신고했을 거야 인마. 신고 안 할 테니까 너 몰래 숨겨둔 캐러멜 내놔.”

“와! 호종이 형 진짜 양아치 같아요.”

“어허. 양아치라니. 래퍼에게는 갱스터(Gangster)라고 불러줘. 그래야 격조가 있지 그러니깐 일단 빨리 캐러멜 내놔.”

“에잇 먹고 떨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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