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첫 미션 (1)
“야야 제작발표회 시작하자마자 바로 기사가 올라온다. 신기하다.”
“오 진짜네. 댓글 달아야지 헤헤.”
“연예주간 기사에는 우리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사진도 올라가 있어.
이야 민호 형 센터로 뽑혔다는 기사가 엄청 올라온다. 대박!”
우리가 프로그램의 출연진이긴 하지만, 사실 제작발표회에서 우리가 할 일은 없었다.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은 MC와 멘토들이 할 일이었고, 우리는 그냥 대기하다가 나와서 타이틀 곡인 ‘주인공’을 한번 부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도자료가 뿌려진 것인지 우리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사진들과 센터로 뽑힌 김민호에 관한 기사가 엄청 올라오고 있었다.
“댓글 달아야지. 헤헷”
“나도, 나도 댓글 달아야지.”
다들 전화기를 꺼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하려고 댓글을 달았다.
“자 다들 준비되었죠? 나갑니다.”
우리가 나갈 순서가 되자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만큼 줄을 지어서 나가고 20여 명의 기자 앞에서 타이틀곡인 ‘주인공’을 시연했다.
그리고 제작발표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잠실 실내체육관으로 향했다.
2쿼터가 끝이 나고 농구장의 하프 타임때 뛰어나가 ‘주인공’ 무대를 한번 하는 것이 전부였다.
뭔가 이벤트답게 다른 것도 있을지 알았는데, 허무할 정도로 제작발표회와 농구장에서의 무대는 그냥 한 번으로 끝이었다.
[이 밤꽃 냄새나는 애새끼들은 뭐야? 주인공? 지랄하고 있네.]
[이젠 일본처럼 아이돌들도 때거지로 나오는 거냐? 여자애들이 떼거지로 나오는 거도 극혐이던데, 남자 새끼들은 뭐냐? 군대도 아니고.]
[음향문제가 있나? 끝에 애들은 반 박자 늦네. 개판이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애들 밥은 먹고 다니는 건가?]
[행사 뛰어도 밥값으로 마이너스 될 듯]
[관광버스 타고 출퇴근하는 건가?]
[인원수 많아서 지하철 타고 행사 다녀야 이익 볼 듯 인원수 쩌네ㅎㅎ]
무대 이후 농구 중계 창에 올라오는 농구팬들의 댓글을 보니 우울증이 오기 딱 좋을 글들이었다.
허무하게 끝이 난 2번의 무대에 대한 현타도 오자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다들 말이 없었다.
뭔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연습생으로 떠받들어 주듯이 카메라들이 따라다녔기에 우리가 뭐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었지만, 농구 중계 창에 올라온 그런 댓글들이 지금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모레부터는 미션 수행을 위한 일주일간의 합숙이 있다고 전달받곤 부산으로 돌아왔다.
“야 원룸을 하나 빌리든지 하자, 며칠 상관으로 계속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니깐 교통비도 교통비지만, 길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크다.”
“원룸 빌렸는데, 만약에 다 다음 주에 떨어지면 어쩌려고? 진욱이 안 떨어질 자신 있는 갑네.”
“열심히 투표하고 있으니깐 다 다음 주에는 안 떨어지겠지. 원룸을 단기로 빌리는 곳 없을까? 3명이 금전적인 부분도 나누어서 부담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난 아마 다다음 주가 되면 살 곳이 생길 수도 있어.”
“어떻게? 소원이 너네도 서울에 친척 집 없다면서?”
“형이 수능 잘 봐서 인서울 하게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 크리스마스 이전에 아버지가 형 살 곳을 마련해 준다고 했으니깐 난 거기에 기생해야지.”
“아 너희 형 성격 좀 세던데. 우리도 같이 산다고 하면 뭐라고 하지 않을까? 난 뺨 3대까지 참을 수 있다고 형에게 전해다오.”
“경태 이 미친. 일단 아빠한테 방송 때문에 내가 한 달 정도 머물거나 짐 맡길 수 있는 그런 집으로 해달라고 이야기는 해볼게.”
“우리도 기대하마, 너희 형 인서울 할 수 있게 기도해주마.
형 페북 주소 이거 맞지? 친한척해야겠다.”
“빈대 생활력 멋지네~”
“헤헤헤”
*
*
“F반! 며칠간의 휴식 동안 다들 연습 많이 하고 왔어? 이제 미션 합숙을 하면 더 노력을 해야 해.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작은 결과조차 얻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라. 알았지?
A반도 너희가 지금은 최고지만 언제나 뒤에서 너희 자릴 넘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명심하고.
무대는 하나지만 그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는 걸 다들 기억해라.”
미션을 위해 다시 파주 영어마을에 들어섰는데, 곰 같은 김태운이 만나자마자 분위기를 잡으면서 이야길 하니 다들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러분 안녕! 먼저 공지사항이 있어요. 테마 엔터테인먼트의 김동원 연습생, 기센 기획의 이수현 연습생은 건강 문제로 결국 방송을 하차하게 되었어요.
두 연습생 모두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많았지만, 건강 문제가 있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다들 건강관리에 힘써주시길 바라요.
다이어트 한다고 밥 굶은 채로 연습하고 그러면 몸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이수현 연습생처럼 오지 않을 맹장도 걸리게 되니깐 다들 몸 관리 잘하도록 하세요. 알았죠?
이 두 연습생은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었는데, 몸 건강한 여러분들은 당연히 더 열심히 해야겠죠? 맞죠? 농땡이를 피면 된다? 안된다?”
“안된다!”
“오케이 그럼, 다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해봅시다.
특히나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에요.
오늘 시작되는 미션의 결과에 따라 나오는 61위부터 97위 순위의 연습생은 방출되게 됩니다. 방송에서 하차하게 된다는 말이에요.
미션은 그룹 배틀 평가로 그룹 간의 경쟁 전입니다.
경쟁 전은 공개무대에서 이루어지며 공개무대에 와주신 국민 프로듀스님들의 투표로 경쟁 전의 승자가 가려지게 됩니다.”
“와 그러면 연습생 팀들 간에 경쟁이 붙는단 소리잖아. 팀을 잘 만나야 되는 거네.”
“그러게 운빨만 좋으면 좋은 팀원들에게 묻어서 갈 수도 있겠다.”
“그리고, 경쟁 전에서 승리한 그룹에는 베네핏 1,000표가 부여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최대 득표를 받은 그룹은 카운트다운 음악방송에 이벤트 무대에 서게 됩니다.
공개무대인 만큼 본인이 가진 매력을 바로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보여줄 수 있는 좋을 기회일 거예요.
그럼, A등급 연습생들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아, 그렇구나. 이번 시즌은 A등급 연습생이 곡과 그룹 멤버들을 정하는구나.’
“A등급 연습생들은 이번 미션에 함께할 그룹 멤버들과 곡을 선택할 권한이 있습니다. 자 커튼을 걷어주세요!”
동방정기 – Hug me
빅턴 - LaLaHa
지앤블루 – Can’t Stop Lover
샤이크 - 누나와
EOS – 미녀와 야수
몬스터 – Bad Girl
3PM - Counter
인피냐드 – 다시 와줘
“오~ 대박!”
“각 아이돌의 데뷔곡인가? 맞아?”
“네, 다들 아주 잘 알고 있네요.
지금 공개된 저 팀과 노래들은 저 팀이 데뷔했을 때의 데뷔곡들입니다.
이곳에 모인 연습생들도 저 팀들처럼 성공적인 데뷔곡으로 데뷔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보이죠? 지금 A등급의 연습생은 16명이에요. 하지만, 보이는 곡목은 8곡이에요. 2개의 연습생 그룹이 같은 노래로 국민 프로듀서님들에게 평가를 받는 거예요. 그렇다면 각 그룹은 6~7명으로 구성이 되겠죠?
어때요? 이해가 되죠? 그럼 선택을 해볼까요?
아 잠깐! 열심히 해온 우리의 센터에게는 베네핏이 있어야겠죠? 타이탄엔터의 김민호군 앞으로 나와주세요.
우리의 얼굴인 센터는 여유 있게 노래와 그룹의 멤버들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어요.
아마도, 개인 심사 무대와 타이틀 곡인 ‘주인공’ 무대를 준비하며 어떤 연습생이 열심히 하고, 본인과 잘 맞는지를 깨달았을 거예요.
먼저 노래를 선택하고, 원하는 멤버 5명을 선택하면 돼요.”
타이탄 엔터의 김민호연습생은 우리들에게는 속칭 ‘큰형’으로 통했는데, 나이가 28살이었다.
18살인 고등학생 때 8인조 ‘휘두르기’라는 그룹으로 데뷔를 했었고, 그리고 22살에 다시 5인조 ‘엔프랭크’란 그룹으로 데뷔를 했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6인조 ‘디오라마’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했던 방송계 생활 10년 차의 베테랑이었다.
물론, 3개 그룹 모두 망고 음원 순위 100위에도 들어 보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 버린 망 그룹들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A등급이 된 것으로 봐서는 기본적인 실력은 되는 것 같은데, 운이 없는 케이스 같았다. 아니, 지금은 센터로 뽑혔으니 운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프로듀스 전 시즌을 통틀어 센터로 뽑혔던 사람은 무조건 데뷔멤버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였으니 10년 차 망 그룹 출신의 연습생으로서는 대운(大運)이 들어온 거였다.
연습생들끼리 도는 말로는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기에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전생의 시즌2 남자 아이돌을 뽑는 것에 나오지 않았던 것은 군입대 때문이었던 듯싶었다.
“음. 저는 동방정기 선배님들의 Hug me로 하겠습니다.”
“그럼 푯말을 들고 정해진 위치로 움직이세요.”
“그럼 노래는 선택했고, 같이할 멤버 5명을 정해주세요.”
“네. 저는 우선 개인연습생인 윤소원 연습생을 뽑겠습니다.”
“저요? 저?”
“오! 1 Pick이다. 의미가 있네.”
“민호형은 댄스 쪽이니깐 자신에게 부족한 보컬을 위한 멤버를 뽑았네.
윤소원은 검증된 보컬이니깐 바로 데려가는 거네. 전략적인데.”
연습생들의 모여있던 곳에서 김민호의 뒤로 가서 섰다.
“형 갑자기 저를 뽑을 줄 몰랐어요. 놀랐어요.”
“잠시만 다른 애들 좀 뽑고 이야기하자.
두 번째 멤버는 게놈프로젝트 소속의 성대현 연습생을 뽑겠습니다.”
“오, 저 형 보컬들만 뽑네. 성대현이 싱어송라이터 맞지?”
“어 맞어. 보컬들로 팀을 보강하면 자연스레 댄스인 본인이 튀어 보이니 1석2조의 효과일 거야.”
“세 번째 멤버는...”
민호형은 나를 포함해서 보컬 3명, 래퍼 2명 해서 6명을 채웠는데, 동방정기의 Hug me 노래가 발라드인데 래퍼 2명을 뽑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다른 A등급 연습생들의 곡 선정과 멤버 결정은 한참이나 걸려서 마무리되었다.
“자, 드디어 팀들이 구성되었네요.
이제 노력하고 연습하는 것밖에 안 남았어요.
공개무대는 직접 국민 프로듀서님들과 대면할 수 있기에 그만큼 본인의 장점과 매력을 바로 보여주고 어필할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예요.
하지만, 그 반대로 작은 실수 하나라도 국민 프로듀서님들에게 보인다는 말이에요.
바로 앞에서 숨겨지지 않는 실수를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공개무대 이후에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하길 바래요. 그래야 순위결정전에서 웃게 될 겁니다.
자 그럼 다들 파트를 정하고 센터를 정하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