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9화 (19/237)

# 19

등급 재조정

합숙 중에 일부러 자극을 받으라고 다른 등급의 연습생들에게 A등급 연습생들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었는데, 확실히 춤 선이 다르긴 달랐다.

내 눈에는 마치 A등급의 연습생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한껏 빛내며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전생의 프로듀스에서는 A등급의 절반 정도만이 최종 멤버가 되었고, 무능력, 무재능이라고 비난받던 ‘김소연’은 당당하게 5위로 뽑혀서 데뷔했었다.

선택받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면 무조건 데뷔를 하고 성공을 할 것 같지만, 연예계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최고의 기획사라는 MSM에서 고르고 골라 가장 밝게 빛나는 아이돌들만을 모아서 데뷔시켜도 성공하지 못하는 예도 있었다.

아이돌은 선택받아 빛나는 재능뿐만이 아니라, 빛이 나지 않더라도 다른 재능들이 서로 모여 새로움을 창조할 때 성공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런, 빛나지 않는 재능을 국민 프로듀서들은 알아보고 ‘김소연’을 뽑았고 그런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듯이 여러 방송에서 승승장구했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이 판이었다.

“자자 A등급 애들 그만 보고 다들 연습하러 가자.

합숙 기간은 4일밖에 없어. 내일 저녁까지 다들 등급 재조정용 영상 찍어야 하고, 재조정된 등급으로 ‘주인공’ 무대도 한번 맞춰봐야 해. 시간이 없어 빨리 움직이자!”

전생에서 TV 프로그램을 봤을 때는 왜 합숙까지 하면서 온종일 저 춤을 연습하는데, 왜 제대로 못 하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과 지금의 합숙과는 많이 달랐다.

온전히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의외로 잘 없었다.

“단체복이 나왔어요. 다들 한 번씩 입어보고 사이즈 확인하세요.”

“점심 먹고 나면 단체복 입고, 증명사진 촬영과 단체 사진 촬영이 있습니다. 등급별로 다시 메이크업할게요.”

방송에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잡다한 스케줄이 너무 많았다.

‘이러니 제대로 집중 못 하거나 배우는 게 느린 사람들은 등급 재조정할 때 부족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겠구나.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컷을 찍어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하네.’

“윤소원 연습생, 최준영연습생...5명 따로 와주세요.”

단체복 입고 사진을 찍고 나오니 몇 명을 또 따로 불렀다.

“30명 다 모였죠? 첫 1화 방송에서 나레이션 배경으로 쓸 영상을 찍어야 해요. 아마 시간은 2~3시간 정도 걸릴 거고. 별도의 스튜디오로 이동합니다. 자 따라오세요.”

“저 FD님 제가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데, 빠져도 되는가요?”

“응? 윤소원 연습생? 빠져도 되긴 되는데, 그러면 초반 방송이 시작할 때 나레이션과 같이 나가는 영상에서 제외되어 오히려 방송 노출되는 부분에서는 손해가 될 텐데요. 그래도 되겠어요?”

“제가 F등급이라 방송에 나가는 것보다는 안무 숙지 자체가 안되어서 나레이션 영상을 찍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흠. 그럼, 빠지세요. 윤소원 연습생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으면 빠지세요.”

FD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많았지만, 1화 방송의 첫 나레이션 배경으로 사용된다는 말에 다들 따라가 버렸다.

나와는 다르게 다들 따라가 버리자 내가 잘못한 건가 싶었지만,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으니 안무 담당인 김하영 선생님이 와서 춤을 살펴봐 줬고, 역시나 따라가는 게 부족한 나와 몇몇은 별도로 가르쳐 줬다.

[더 밝은 꿈과 미래를 같이 보고 싶어

나를 더 빛나게 도와줘~]

“여기서 탁탁탁 탁 탁 탁 탁탁 절도있게! 다시 한 번 더!

그래, 이제 제법 잘하네. 그런데, 그렇게 굳은 표정을 하면 안 되지!~

웃어! 스마일! 웃어! 더 웃어!!

아이돌은 힘든 내색 하면 안 되는 거야. 너희는 팬들의 우상인 거야.

스포츠 스타와는 다르다고.

무대 위의 아이돌은 춤과 노래를 하면서 힘든 모습을 절대 팬들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이 바닥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야.

무대 위에 올랐을 때 힘들다는 게 팬들에게 보이면 팬은 우리를 보면서 순수하게 즐기고, 좋아해 줄 수 없잖아. 우리가 즐거워야 팬들도 즐거운 거야!

우린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서비스 직업이야!

그러니깐 웃어! 더 웃어! 웃으면서 춤과 노래를 해!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웃어!

아이돌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슬프더라도 웃어야 하는 직업이야. 그게 아이돌이야.

노래 한 곡을 하고 나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고 땀에 젖은 속옷이 몸에 달라붙어서 찝찝해도 웃으면서 멘트를 하고 다음 곡을 준비해야 하는 게 무대 위의 우리야.

우리 타이틀 곡처럼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 웃기 위해서는 지금의 땀과 노력이 힘들어 죽기 직전까지 쌓여야 하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

*

[...같이 주인공이 될 마지막 한 사람 그건 바로 너야

Just You & I~]

이틀째가 되자 타이틀곡 ‘주인공’에 맞추어 재심사용 영상을 찍었는데, 역시나 다들 안무 숙지가 제대로 안 된 사람이 많았다.

F등급이라서 더 그런지도 몰랐지만, 노래는 나오는데 우두커니 서 있거나 틀렸다고 대충하는 안무를 추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몇 군데는 틀리기도 했고, 원곡에는 없는 ‘탁탁탁 탁 탁 탁 탁탁’ 같은 댄스를 배울 때 같이 쓴 추임새를 넣으면서까지 안무 녹화를 끝냈다.

잘 기억이 안 나고 틀리더라도 끝까지 해내면서,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가산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자율연습이에요. 여기 일정표 보고 순서대로 인터뷰실로 오세요. 개별 인터뷰 있습니다. 인터뷰 전에는 미리 새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등급 재조정용 영상은 다 제출했지만, 등급 재조정 후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어서 연습생들에게는 자율연습이 계속되었다.

“윤소원 연습생 들어오세요. 그리고 이거.”

“엇, 제 핸드폰이네요.”

“네. 첫 녹화와 합숙까지 3일 넘게 가족과 연락을 못 했으니 가족들과 통화하는 것을 촬영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빠져 줄 테니깐 가장 보고 싶은 가족에게 전화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연습생은 부모님과 통화를 해서 눈물을 보이며 방송분량을 잡았을 것 같았다.

반대로 재기 넘치고 발랄한 동생 지혜에게 전화해서 분량을 뽑는 것이 차별성이 있을 것 같았다.

“여동생한테 전화하겠습니다.”

컬러링으로 최신 아이돌 노래가 나오는데, 한참이 지나도 전화를 받지를 않자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여..여보세요? 아들?”

“어? 엄마가 왜 지혜 전화기를 받아?”

“지혜 이제 집에 와서 씻고 있거든, 그래서 내가 대신 받았지.

그런데, 아들 언제 집에 오는 거야? 보고 싶다.”

“3일 후에 집에 갈 거야. 어..엄마 나 많이 보고 싶었어?”

“물론이지, 엄마는 늘 우리 아들 소원이가 보고 싶은걸.”

늘 아들인 나를 보고 싶다는 엄마의 한마디에 생각지도 못하게 눈물이 흘러내릴 듯이 눈에 고였다.

“나도 엄마 보고 싶고, 아빠도 형도 지혜도 보고 싶어.”

코끝이 찡해지고 눈에 고인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보고 싶은 아들~ 방송 녹화 마치면 빨리 집에 와야 해.

지금 네가 없으니깐 재활용 쓰레기 버릴게 쌓였다 야.

네가 없으니깐 재활용 쓰레기 정리해서 버릴 사람이 없네.

3일 후에 온다고 했지? 빨리 와서 쓰레기 좀 정리해서 버려줘 알았지?”

“아! 엄마!!!”

“호호호호. 우리야 뭐 별일 있겠니? 너나 거기서 잘해라. 지혜 저녁 차린다고 가스레인지에 된장 올려둔 게 있어서 그만 끊는다. 안녕~~”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던 눈물은 어느새 말라버려 있었다.

경태처럼 선즙필승까지는 아니라도 눈물로 감동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끝이 나 버렸다.

“하하하 우리 집은 제가 없는 동안에도 아무 일 없이 아주 잘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평화롭죠?”

*

*

“이 애는 왜 A등급에 있는 거지? 댄스가 전혀 안 되는데.”

“그럼 아래로 보낼까요?” “오키 동의~”

“이원섭이 이 애는 야구장에서 치어리더들과 춤추는 게 화제가 되어서 연습생이 되다 보니 역시 춤 선이 엄청 좋네. 기획사에서 탐낼 만하다. 노래는 어때?”

“사실 노래는 A등급에 안 어울리는데, 춤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포지션도 랩이니깐 그대로 A에 둬도 될 것 같아요.”

“오케이. 그럼 다음~”

[...지금의 우리를 알아가게 될 거야

지금이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몰라.

I want you take on me~! 탁탁탁 탁 탁 탁...]

“얘는 뭐야? 꺄하하하 하영샘이 가르쳐 주는 방식 그대로 하네. 웃기다.

그래도 많이 늘었네. 애가 붐바스틱 노래에 무당처럼 춤추던 애 맞지?

기본은 아직 부족해 보이는데, 열심히 따라 잘 췄네.”

“이 애는 기본은 없는데, 가르치는 대로 잘 배우고,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해라고 하면 그런 부분도 아주 잘 받아들여요. 제대로 선생을 만나고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는다면 꽤 잘할 것 같아요.”

“에너지가 좋네. B는 힘들 것 같고, C로 올리는 거로?”

“네, 보컬적인 부분도 아까우니깐 C등급으로.”

*

*

“소원아~! 어서 와라!”

“YO~ 경태 넌 등급변화 없는 거냐? 내가 F등급에서 C등급으로 올라왔으면 너는 더 위로 올라갔어야지.”

“그게 마음대로 되냐? 그리고 난 래퍼인데, 타이틀곡인 ‘주인공’은 댄스잖아. 당연히 보컬적인 부분에서 랩퍼인 내가 손해를 보는 거지.”

“뭐, 그것도 나름 설득력 있네. 어! 진욱이다!”

“야 이진욱! 넌 왜 내려오냐?”

“너희랑 같이 있으려고 내려오신 거다. 일단 쪽팔리니깐 너희 둘은 입 다물고 있어.”

등급 재심사 결과 웃기게도 부산 3인방이 모두 다 C등급에 모였다.

“자, 그럼 정해진 등급별로 해서 카운트다운 음악방송에 나가는 MV를 찍기 위해 다시 등급별로 연습하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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