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8화 (18/237)

# 18

합숙.

“김 작가님 편집 포인트 알려주세요.

일단, 방송에 나갈 13개 무대 뽑았습니다.

확인해서 체크해 주시면 순서와 분량 조절해서 한 번 더 보여드리고 컨펌 받겠습니다.”

“음 어디 봐요. 이 애는 분량 다 날려요. 임팩트가 부족했어요. 10초 컷으로 날려요. 이 애는 인터넷에 유명하니깐 30초 더 늘려주고요. 내가 생각한 거랑 비슷하네요.”

“역시 보이는 건 비슷한 거겠죠?”

“응? 그런데 뮤지컬 보이는요?”

“아, 저도 넣고 싶었는데, 이미 이 작가님이 등급 인터뷰에서 찍었던 분량을 먼저 1분 50초 넣었습니다.

그래서, 심사 무대를 잘랐어요. 2개다 넣기에는 좀 무리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일단 노래도 너무 길더라고요.”

“1분 30초로 뮤지컬 보이 무대를 넣으세요. 노래 편집 잘해서 연결되게끔 보이게 해서 알죠?

재능이 있더라고요. 그게 보이는데 안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순서는 심사위원들 하품하고 지쳤을 때랑 같이 연결해서 잠을 확 깨울 정도의 놀라운 보컬 실력으로 자막 때려 넣고 임팩트 있게 해주세요.”

“개인연습생이던데...심사무대 후 심사평까지 하게 되면 5분 이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인터뷰에서 애가 말을 잘해서 넣기로 했잖습니까? 심사 무대에 인터뷰까지 2개 다 넣어도 될까요? 분명 다른 기획사에서 말이 나올 텐데요.”

“넣으라면 넣으세요. 느낌이 오는 애예요.

그리고, 개인연습생 중에서도 한 명 정도는 두 개 다 나와야지 다른 기획사에서 서로 따질 때 형평성 고려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체크한 것으로 일차 편집해서 다시 내일 오전에 드리겠습니다.”

*

*

“파주 영어마을을 방송 때문에 와보게 되다니 신기하다.”

“부산 촌 애들이 파주까지 와보고 성공했네. 하하하.”

다행히 합숙과 숙소는 전생과 달라진 게 없었다. F등급의 티셔츠 색도 회색으로 똑같았다.

“와 이층침대다! 나 2층 침대 처음이야. 오 이렇게 위로 올라가는구나.

난 2층!”

6명이 같이 사용하는 숙소에는 2층 침대가 있었는데, 2층이 더 불편함에도 왠지 다들 2층 침대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위에서 자는 걸 선호했다.

룸메이트는 B등급 1명과 C등급 2명, D등급 1명 F등급 2명이었고, 내가 나이가 제일 어렸다.

그리고 이름이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눈길이 계속 갔다.

“안녕. 내 이름 ‘김시타’ 특이하지? 어머니가 일본인이라 이름이 이래.

일본에서 살다가 와서 발음도 좀 다를 거야. 나중에 발음 교정할 일 있으면 도와줘.”

“시타형이 B등급이라 오히려 우리가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면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게. 어서 가자.”

“자 다들 자기 등급에 맞는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죠? 가사가 인쇄된 종이도 다 받았죠?”

“네.”

“번호 의자가 있는 무대에서 전체적으로 타이틀 곡 ‘주인공’을 따라 하는 영상을 찍을 겁니다. 아마도 이 의자세트 무대는 다음 순위 결정녹화 때에나 다시 올 수 있을 거예요. 자 등급별로 A등급이 앞쪽으로 그 뒤로 다음 등급이 줄을 서듯이 서주세요.”

“자, 그럼 다시 한 번 더 ‘주인공’을 보면서 가사와 안무를 최대한 숙지하세요.”

등급별로 서다 보니 맨 뒤에서 가사를 보면서 가이드 녹음된 노래와 댄서분들이 춤추는 걸 보고 있는데, 역시나 A등급 아이들은 금세 몸을 움직이며 안무를 따기 바빴다.

“노래를 듣거나 가사를 보지 말고, 안무를 먼저 봐. 노래와 가사는 결국 안무 따면서 수십 번 듣다 보면 자연스레 기억이 될 거야. 그걸 이미 알고 있는 A등급 애들은 벌써 몸을 움직이고 있잖아. 다들 가사를 보지 말고, 안무를 먼저 따!”

MSM 이재원의 호령과 같은 말에 다들 벌에 쏘인 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보다 보니 B등급, C등급 애들도 이재원의 말을 듣고 바로 안무를 딴다고 움직였지만, 바로 데뷔해도 될 정도라는 A등급 애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움직임이 느렸다.

그리고, D등급과 F등급인 우리는 뒤에서 그 모습을 보다 보니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내 팔, 내 다리인데, 왜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거니. 뭐가 문제냐 내 몸아! 어이구.”

팔다리가 길면 춤을 출 때 선이 길쭉길쭉해서 같은 동작을 해도 더 이쁘게 나온다고 하지만, 기본이 안 된 내 몸뚱이는 행사장 바람 풍선 인형처럼 너저분했다.

“대충 땄지? 이젠 노래 부르면서 다시 안무까지 하자! 음역 안 올라가도 되니깐 막 불러.”

[...take on me! 다시 나를 바라봐!

take on me! 더 빛이 날 거야!

take on me! 나를 느껴봐!...]

“오케이 이제 등급별로 한번 보자! A등급 한번 해봐.”

안무를 따는데 5번 정도 노래 영상을 봤고, 이후 노래를 부르면서 4번 정도 노래 영상을 봤는데, 역시나 A등급이라 대부분의 안무를 숙지해 있었다.

“우리나라가 양극화가 심하다고 하더니, 여기서도 양극화가 심하네. 멘붕 온다.”

“왜 A등급인지 알겠네. 장난 아니다.”

“자 다음 B등급! 앞으로 나오고 A등급은 맨 뒤로!”

등급별로 돌아가면서 앞으로 나가서 댄스 멘토인 이재원과 김하영 앞에서 노래에 맞추어서 춤을 췄는데, 등급에 따른 차이가 확실히 컸다.

“D, F등급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이제 3일 동안 등급별로 정해진 연습실에서 연습을 할거에요. 담당 선생님들이 계속 상주를 하지 못하니, 연습실에 비치되어있는 영상을 보고 리더를 정해서 연습을 하고 있으면 중간에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

*

“F반 리더 할 사람!”

JYG에서 안무가로 있었다는 김하영 선생님이 남자들만 가득한 연습실에 들어와서 씩씩하게 물었지만, 다들 멀뚱히 서로 눈치만 봤다.

심지어 카메라 감독도 다 남자라 연습실에는 쿰쿰한 냄새만 가득한 것 같았다.

“아무도 없어? 다들 이렇게 춤에 자신감이 없으면 어떻게 해? 그럼 가장 나이가 많은 친구가 누구지?”

역시나 한참을 서로 눈치를 보다가 25살이라는 MAO엔터에서 나온 김동혁 형이 나이로 인해 리더가 되었다.

“그럼, 네가 F반 리더로 애들을 좀 이끌어 가자. 할 수 있지?”

“흠.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동혁이 형은 나이는 많았지만, 연습생 경력은 1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다행히 스트릿 댄서를 했었다고 해서 어느 정도는 안무를 따서 같은 등급의 연습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다.

“연습하는 중간에 미안한테 단체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어야 해요. 이쪽으로 서주세요.”

“연습생 인터뷰할게요. E&A엔터의 김시운 연습생부터 할게요.”

연습하는 중간중간에 교복 같은 단체복을 맞추기 위해 강당에도 다녀왔고, 개별 인터뷰도 계속 같이 진행을 했기에 뭔가 전체가 같이 집중해서 연습하는 게 힘이 들었다.

“다들 연습 많이 했어?”

김하영 선생님이 우리 담당 안무선생님인지 알았는데, MSM의 이재원이 우리 반으로 들어왔다.

“어디 한번 볼까?”

다들 연습하던 대로 타이틀곡 ‘주인공’에 맞추어서 안무하는데, 이재원이 못 따라가는 애들을 귀신같이 잡아내서는 맨 앞줄에 세웠다.

물론, 나도 거기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내가 너희를 맨 앞으로 부른 이유 알겠지?

잘 못 따라가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뒤에 숨으려고 해.

그러면 더 실력이 늘지 않아. 부딪히고 욕을 들어가면서 피하지 말고 싸워야지. 이제 너네 6명이 F반의 1열이니깐 안무 연습 때는 늘 1열에 서도록 해 알겠지? 그럼 다시 한 번 해보자.”

“아니, 아니, 그게 아니잖아. 왜 이리 다들 뻣뻣해 스트레칭 안 했어?

리듬을 타라고! 골반 안 움직일래? 허리를 더 튕겨야지! 그게 춤이야 율동이야? 똑바로 안 할래?”

일일이 부족한 부분을 잡아서 지적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왜 국내 최고의 안무가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윤소원 흐느적거리지 말라고. 골반이 이게 안 되냐?

다리 다시 들고! 어깨는 가만히 있어야지. 왜 움직이는 거야?

어휴. 답답아! 내가 이것도 가르쳐야 해? 야! 다시 해!”

어느 순간부터는 내 옆에서 내가 움직일 때마다 지적을 해대니, 내 얼굴은 부끄러움과 속에서 나는 열로 붉게 달아오르고, 이마는 물론 등판까지도 땀으로 축축해질 정도로 나를 들들 볶아 대었다.

“와 진짜 너를 어떻게 하냐? 3일로는 답이 없는데. 어떡하지? 큰일이네.”

1시간 넘게 F반 전체를 봐주곤 20분 넘게 나를 닦달한 이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수업이 마쳤다는 듯이 연습실을 나갔다.

“휴. 죽겠네. 와 내가 진짜 저렇게 지적당했으면 멘탈 터졌을 듯.

윤소원 쟤도 대단하네.”

“우리 반의 욕받이 무녀네. 한 몸 희생을 하네. 지금 멘탈 나갔는지 앉지도 않고 멍하게 서 있네. 나 같으면 진짜 오줌 쌌다. 으휴~”

F반의 다른 이들은 이재원의 수업 후 진이 빠진다는 듯이 뭐라고 했지만, 내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시발. 그래도 나는 프로듀스 99에 나올 때 가창력으로 뽑힌 ‘유연희’의 포지션일 거로 생각했는데, 내 포지션이 ‘김소연’의 포지션이었어? 어떻게 이런 일이..’

무능력이었지만, Nnet의 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귀여운 엉뚱함을 보여준 ‘김소연’은 약간 부족한 능력이라 아이돌 키우기 게임처럼 노력하는 모습과 그로 인해 실력이 붙으며 커가는 재미가 있다고 해서 인기를 얻었었다.

그리고, 최종 데뷔 멤버가 되었던 연습생이었다.

다른 연습생들과는 다른 의미로 멘탈에 충격을 받아서 연습실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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