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9화 (9/237)

# 9

왜? 라고 물어본다.

“나 이번에 프로듀스99 나가서 성공해야 해.

성공하려고 아까 학원에서 강사가 내 가사 디스하는것도 다 참았어.

나보다 랩도 못하면서, 자기는 그렇게 도치법이니 뭐니 따지면서 제대로 성공한 곡도 없거든.

‘돈끼’만큼 고생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 가사에 진정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 사정도 모르면서 그렇게 씨불이는 걸 다 참았다.

학원비도 있지만, 여기만큼 랩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도 없긴 없어서 겨우 참았다. 성공을 위한 인내. 멋지지 않냐? 난 진짜 성공할 거야.”

“갑자기 왜 이렇게 바뀌었냐?”

“그러면 너는 왜 아이돌 되고 싶냐?

난 지금 진짜 성공에 목마르다.

너희들에게 이야길 안 했지만, 우리 부모님 저번 달에 이혼하셨다. 아버지, 아니 그 인간이 바람이 나서 엄마랑 가족 버리고 싶다고 이혼을 하더라.

그리고, 나랑 동생을 따로 불러서는 22살짜리 새엄마를 소개해 주는데, 태국년이더라. 시발.

난, 진짜 성공해서 그 인간 밟아 줄 거다. 아 생각만 해도 빡치네. 으~! 스트레스받아!

나 치킨마요 하나 더 먹을 건데, 너도 먹을 거지?”

“으응. 나도 먹을게.”

경태가 심각한 가정사를 이야기했지만,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경태가 ‘너는 왜 아이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 그 말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냥 단순히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뮤지컬의 주연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런 단순한 생각과 전생에서 나에게 새 삶을 주었던 지현이를 다시 만나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그런 단순한 생각밖에 하지 않았었다.

애초에 프로듀스 99에 나가거나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아이돌이 되고 싶은지, 왜 프로듀스 99에 나가려는지를 물어보는 경태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화려한 삶을 위해서? 그저 생각 없이 MW기획사에서 작가들을 만나서 원서를 적고,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이라 그냥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사전촬영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태가 다시 사준 치킨마요를 먹으면서 갑자기 사전촬영에서 나에게 ‘연습생’이란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봤던 여자작가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난 단순히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미생(未生)이라는 단어로 연습생을 비유해서 흔한 대답을 했었다.

하지만,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는 경태의 모습과 실용음악학원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땀을 흘리고 연습하고 있던 연습생들이 생각나자 아이돌을 쉽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새끼. 괜찮아 인마. 부모님 이혼한 애들이 어디 한둘이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새끼 괜히 이야기한 내가 미안하잖아.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내 동생도 중2병이 걸려서 그런 거로는 상처도 잘 안 받더라.

그래도, 숨기고 싶어 하니깐, 네 동생한테는 이야기 하지 말고. 네 동생이랑 같은 반이라더라.”

“어어 알았어.”

경태와는 이야길 좀 더 하고 헤어졌는데, 부산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도 머리가 복잡했다.

절제하지 못해서 후회로 가득했던 전생의 삶에서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와서 나는 그냥 기뻐했다.

다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단순히 그냥 기뻤고, 다시 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도 않았었다.

내가 기억하는 미래의 일에서 이득을 얻으며 단순히 쉽게 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미래가 바뀌는 것을 두려워했었고, 목 관리를 잘해서 나중에 4대 뮤지컬의 주연이 되고 싶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경태의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한심했다.

목표나 제대로 된 꿈도 없이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해서 연습생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든 프로그램에 무임승차를 하려고 했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 뮤지컬 배우를 할 때는 한국 최고의 기획사인 MSM이 직접 투자해서 만든 뮤지컬에 쉽게 주연으로 발탁되는 MSM 소속 아이돌을 부러워 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가 왜 MSM 소속의 아이돌들을 질투와 시기하며 뮤지컬 무대에 서 주연을 하고 싶어 했는지 기억이 났다.

무대에서 목 놓아 노래를 부르고, 땀을 흘리며 연기하는 나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의 그 눈빛이 보고 싶었다.

우상(偶像)을 보는듯한 그 눈빛. 그 눈빛을 내가 보길 원했기에 목이 다친 이후에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다시 오디션을 보러 다녔었다.

무대 위의 나를 우러러봐 주는 관객들의 그 눈빛을 다시 받고 싶었다.

그 눈빛을 받을 때야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의 쾌감이 있었다. 화학적으론 그냥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쾌감이었지만, 중독된 것처럼 무대 위에서 받는 그 눈빛이 받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오디션에서 떨어져 다시는 그 눈빛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을 때, 많이 울었고, 슬펐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었다.

‘그래, 내 회귀의 이유가 다시 그 눈빛을 받지 못한 아쉬움에 회귀한 것이라면, 그 눈빛을 받는 정점에 서서 그들의 우상(偶像)이 되겠다.

뮤지컬 업계의 관행과 같은 유명 아이돌을 주연으로 써서 티켓파워를 잡는 현상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내가 원하는 뮤지컬의 주연이 되려면, 인기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쉽게 되려면 프로듀스 99에서 우승해서 그 인기로 MSM 기획사에 들어가는 게 정답일 거다.

그래. 이제부터 나에게는 MSM밖에 없는 거다.’

“오빠! 밥 안 먹고 숟가락만 꽉 잡고 뭐해? 요즘, 정신줄을 놓고 사는 것 같아. 정신 차려! 고등학생 때 멍 때리면 인 서울 못한다고 하던데. 걱정이네.”

“어.어. 먹어야지.”

다른 생각을 하는 통에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꽉 쥐고 다짐을 한 것 같았다.

제대로 아이돌이 될 마음을 먹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방송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생각했다.

물론, 많은 것이 바뀌었기에 내 기억과는 다르게 진행될지도 몰랐지만, 분명 시즌1, 2는 외국 연습생들이 본격 참여하기 시작한 3, 4시즌과는 방송 구조와 흐름이 달랐었다.

초반의 시선 끌기와 중후반 부의 주목받는 행동들로 카메라를 잡아두지 못하면 결국 실패를 하게 된다.

전생에서 시즌 2부터는 각 기획사에서 분석되어, 수학 공식처럼 입덕 포인트를 잡고, 시선 끌기를 했었다.

그리고 Nnet방송국과 기획사와의 보이지 않게 연결된 손도 작용을 했었다.

며칠 동안 그대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전략을 짰다.

<까똑>

-퇘퇘 경퇘 : 사전촬영하고 나왔다. 난 왜 소원이 너랑 질문이 좀 다르냐?

나에게는 왜 아이돌의 자세를 물어보냐?

-존잘 진욱 : 넌 아이돌처럼 안 생겼으니깐 아이돌의 자세를 물어보지 ㅎㅎ

-우리의 소원 :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는데?

-퇘퇘 경퇘 : 데뷔의 기회라는 게 도둑과 같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이거 아니면 저는 할 일도 없고, 뭘 하면서 살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니깐, 촬영감독님이 감동했는지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

-우리의 소원 : 촬영감독님이 하품하셨는가 보네. ㅋㅋ

본선에는 올라갈 수 있겠지? 느낌은 좋고?

-퇘퇘 경퇘 : 레알 느낌 좋아. 우리 세 명 다 본선에서 팀 부산으로 한번 인기몰이해보자. 내일 진욱이도 사전촬영 잘해라.

-존잘 진욱 : 둘에게 들은 정보로 뭔가 있어 보이는 대답을 고민 중이다.

-우리의 소원 : 그래 네 계획대로 눈물은 잘 짰냐?

-퇘퇘 경퇘 : 눈물은 잘 짰고, 바지 내려서 오줌까지 짜버릴까 하다가 참았다.

-존잘 진욱 : 미친 ㅋㅋㅋ

-우리의 소원 : ㅋㅋ 하여튼 잘했다니 다행이네. 우리 셋 다 올라갔으면 좋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