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8화 (8/237)

# 8

한솥 도시락에서.

사전촬영을 하고 나오니 그제야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왜 미래가 바뀐 걸까. 분명 프로듀스101의 시작은 여자아이들인데.

이름도 101이 아니라 99로 바뀌어 있었다.

전생에서도 10년이나 전에 했던 방송이었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프로듀스101 출신 아이돌들은 기간 한정으로 활동한 이후에도 솔로와 각기 다른 팀에서 활동했었다.

갓희정이라 불린 김희정과 혼혈이었던 소민, 연기자로 전향한 정채현은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도 가수와 예능인, 연기자로 자리를 잡은 스타들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프로듀스101 시즌1이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바뀐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프로듀스101이 시작할 때 그 기획의도가 기획사의 연습생들끼리 경합을 붙여 비교하는 것이라서 기획사에서는 프로듀스101이란 프로그램에 반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형 기획사에선 연습생이 잘해도 본전이고, 다른 기획사에 지게 되면 손해라 아예 출연을 시키지를 않았었다.

유일하게 타 오디션에서 떨어져 스케줄이 없던 JYG의 소민을 빼곤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이었다.

기껏해야 ‘튜브’ 기획사에서 데뷔하고 남은 연습생들을 보내거나, ‘프랜들리’ 기획사에서 3개월 후 데뷔일정이 확정되었던 아이들의 방송경험과 예능감을 위해 내보낸 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배우기획사나 발라드, 솔로 가수전문 기획사에서 돈이 된다니 한번 걸그룹을 키워볼까 하고 실험 삼아 연습시키고 있던, 준비가 아직 안 된 연습생을 보내는 게 다였다.

물론, 데뷔 후 망한 걸그룹 출신들도 재기를 위해 나오긴 나왔었다.

한마디로, 주목받는 대형 기획사의 유망주 연습생들이 나온 게 아니라, 어중간하거나 데뷔 직전의 방송경험을 위해 내보낸 테스트 필드의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자 여자가 바뀌게 되어 방송된다면, 애초에 나와서 스타가 되어야 할 아이돌들이 묻히거나 없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시즌1의 엄청난 인기로 인해 프로듀스101 2시즌에서는 각 기획사의 에이스라 불릴 정도의 연습생들과 어중간한 중고신인 남자 아이돌들도 다 나오게 되는데, 지금처럼 남녀가 바뀌게 된다면 내가 알던 프로듀스101의 아이돌 멤버들이 다 다른 사람이 될지도 몰랐다.

1~2년의 차이는 10대 20대의 인생에서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방송 출연 한 번으로 사람의 인생이 확 바뀌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몇 명의 인생이 바뀌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사람들의 변화된 삶으로 인해 또 다른 나비효과가 생길지도 몰랐다.

1. 2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한일합작으로 진행된 3시즌, 글로벌하게 러시아와 미국, 남미 출신의 아이돌들도 참여하게 되는 4시즌 등등 계속된 시즌에서 나올 스타들도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닐 수 있었다.

물론, 전생처럼 시즌1이 그때와 같은 인기가 없다면 애초에 프로듀스101 출신 아이돌들 자체가 없어질지 몰랐다. 근 100여 명의 인생이 다 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프로듀스101이 프로듀스99로 왜 이름이 바뀌었는지와 왜 남자들이 먼저인지, 왜 지금의 상황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머리가 복잡했다.

복잡해진 머리로 Nnet방송국을 나오니 시간이 어중간했다.

김포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기까지 3시간이 남다 보니 공항에 먼저가 있기도 뭐해서 서울에 올라와 있는 경태와 진욱이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의 소원 : 야! 비행기 시간까지 3시간 남는데, 밥이나 같이 먹자 내가 사전미팅에서 무슨 질문 나왔는지 다 알려준다. 궁금한 거 생각해 두삼. 대신 밥 사줘야 함!

-존잘 진욱 : 나 지금 부산인데, 집에 제사 있어서 부산 옴. 부산 와서 알려줘.

-퇘퇘 경퇘 : 오. 내가 내일 Nnet가야 하니깐 궁금한 거 많다. 우리 학원으로 니가 좀 오그라. 내가 같이 시간 보내줌. 학원 주소는....

방학을 맞아 특강을 듣기 위해 서울로 온 부산 아이들은 몇 명 있었지만, 같은 학교에 친했던 남자애들은 경태와 진욱이 밖에 없었다.

거기다 둘 다 Nnet에 사전촬영을 가야 하기에 둘에게 정보를 주고 싶었다.

시간도 때울 겸 해서 경태가 다닌다는 힙합학원으로 간다.

경태에게 듣기로는 힙합, 랩을 가르쳐주는 학원인지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입시전문 실용음악학원이었다.

연습실같이 되어있는 스튜디오들에서는 음악 소리와 노랫소리가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실용음악학원인데 댄스교습을 받는지 ‘소녀연대’의 노래에 맞추어서 군무를 추는 학원생들이 많았다.

다들 진중한 표정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는 것을 보니, 아이돌 지망생인 것 같았다.

이런 아이돌 학원에서 힙합도 가르치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경태가 있는 반으로 올라가며 학원 복도에 붙어있는 홍보물들을 보니 이해가 되긴 되었다.

이제는 K-POP이 뜨면서 그와 관련된 실용음악학과도 대학교에 많이 생겼는데, 각 대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실용음악학과 내에서도 랩, 발라드, 댄스 등에 대해서 개별적인 TO(정원 定員)를 가지고 학생들을 뽑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실용음악학원에서도 학교진학 정원에 맞추어서 힙합과 랩을 가르친다고 했다.

‘힙합이 미국 할렘가에서 배고프고 불량한 흑형이나 남미형들이 시작한 음악인데, 이게 한국에서는 이제 비싼 돈 내고 배우는 학문적 음악이 되었구나. 그런데, 이게 진정한 힙합인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힙합의 요소인 스크래치나 그라피티에 관해서도 설명이 되어있어서 경태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 동안 보고 있었다.

* * *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드랍 더 빝~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의 생각보다는 다르게 노력? 의지? 재능? 그런 게 아니야. 운빨! 운빨이 중요해~ 우운빨!

더 많은 노력과 큰 실패를 겪고 난 이후에 깨닫게 되는 건 운빨~ 돈빨~ 회사빨~

그저 난 나의 목표를 좆꼬,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그 목표를 혼자 노트에 쩍꼬~, 그것을 너희들에게 다시 들려주기 위해 가사를 또 쩍꼬~

그것이 나의 일상, 누구는 쓸데없는 짓이라 하지만, 난 그저 목표를 좆고, 그것을 또 적고 할 뿐이야.

그래도 꿈을 이루는 데는 그런 것보단 운빨! 돈빨! 회사빠알!”

“그만! 그만!

경태야! 너 딴에는 잘 적은 가사라고 하겠지만, 야마가 없어요

야마가. 넌 지금 기존의 힙합러들을 따라 한다고 적은 가사겠지만, 이런 가사는 안 먹혀.

가사에는 말이야 적절한 도치법(倒置法:언어 배열 순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강한 인상을 주려는 표현 기법)으로 다음 가사에 대한 집중력을 살려줄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해.

그러면서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낼 수 있는 가사여야지.

그래야 듣는 사람도 그 가사에 공감해서 네가 하고 싶은 말에 동감을 하는 거야. 그게 되어야 가사가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근데, 넌 말장난으로 쫓고를 좆꼬, 적고를 쩍꼬 하면서 하는 유치한 놀음만 하잖냐.

가사에 깊이가 없어요. 야마가 없어. 이런 가사는 그 누구에게도 안 꽂혀.”

“죄송합니다. 다음 시간까지 다시 적어오겠습니다.”

“내가 누차 이야기하지? 네가 좋아하는 ‘연결고리’ 가사를 명심하라고,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가사잖아.

진실한 가사는 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 거야.

연결고리는 그런 진실성이 있어서 먹힌 거야.

어휴. 네가 아직 어린 거도 있으니깐 일단 책 많이 읽고, 많은 경험을 쌓아.

‘돈끼’나 ‘미세닷’ 같은 애들은 어릴 때부터 고생해서 그런 슬픈 가사, 우울한 가사가 잘 나오는 거야. 경태 너는 그런 경험을 하기 힘들면 책이라도 읽어서 간접경험이라도 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게 너에게는 필요해.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내자.”

“네 감사합니다.”

학원의 벽면에 붙어있는 홍보물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수업하는 스튜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와 강의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힙합을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경태의 빨빨 거리는 힙합 가사도 나쁘지는 않았다.

노래 제목도 ‘빨빨’ 이라고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말장난으로 들린 것 같았다.

“많이 기다렸지? 밥 먹으러 가자.”

“어, 그래. 뭐 사줄래? 절대 비밀로 하라는 걸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야.”

“좋다. 특별히 내가 한솥 도시락 사준다.”

경태가 한솥 도시락을 사준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는 늘 친구들과 믿거리아, 폐급날드라고 부르면서도 농구를 하고 나면 늘 햄버거를 먹거나 김밥헤븐으로 가서 라면을 먹었었다.

지금 우리 같은 급식에겐 한솥 도시락이 별미긴 별미였다.

“여긴 매장에 테이블이 있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매장이야. 치킨마요 곱이지?”

데리야키 소스 맛이긴 해도 오랜만에 먹는 치킨마요라 맛이 있었다.

“사전촬영 별거 없더라. 그냥 네가 적어낸 원서 보고 특기 있으면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고, 친인척이나 가족 중에 유명한 사람 있으면 미리 이야기하라고 하는 거.

아 맞다. 그리고, 너에게 연습생이란 어떤 의미이냐고 물어보더라.”

“오키오키, 다 적었다.

일단 방송에서 원하는 답을 줘야 하는 거겠지? 뭔가 감동 있는 대답을 하고 눈물도 한번 흘려줘야 촬영한 게 편집 안 당하겠지?”

“켁, 눈물충 극혐! 왜 그렇게 열심이냐? 대충해도 올라갈 사람은 올라가.”

“야! 이씨! 그건 너나 진욱이처럼 존잘러들이나 해당하는 거지.

나 같은 ㅎㅌㅊ(하타취)는 눈물충이라도 되어야 예선을 넘어가지.

키도 작아, 와꾸도 별로야. 유일한 장점이 보비(BOBY)나 돈끼 같은 왜소한 토이(Toy)어깨밖에 없는데, 눈물이라도 짜내야지.”

“웃기고 있네. 왜 그렇게 열심힌데? 넌 ‘쇼미 더 달러’ 나가서 돈끼처럼 힙합으로 성공하겠다면서 왜 아이돌에 목을 매냐?”

“쇼미더 달러든 뭐든 성공할 거야. 지금은 그게 다야. 연예인으로 성공이면 다돼.”

친구끼리라 웃으면서 건넨 내 말에 정색하며 성공을 하겠다는 경태를 보니, 늘 헤헤거리며 눈치 없던 속없는 경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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