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7화 (7/237)

# 7

사전촬영(2).

“...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노래의 중반부터 감정이 몰입되기 시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노래의 말미에는 마치 무대에 선 뮤지컬배우처럼 45도 각도 위를 보며 마치 신에게 이 순간을 허락해 달라는 듯이 양손을 들어 외치듯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보니, 마치 영화 ‘록키(Rocky)’의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무게를 잡고 있다는 걸 깨닫자 무안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불러서 그런지 감정이 과몰입 상태여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한 것 같았다.

“캬, 좋네. 지금~ 이 순간~ 풍.미.작.렬. 맥수! 그 TV 맥주 CF가 생각이 나네. 무대 잘 봤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진짜 감미로운 목소리네요. 자신만만하게 지원서에 감미로운 목소리라고 적을 만하네요. 노래 잘 들었어요.

그런데, 촬영감독님과 우리는 진짜 세대가 다르긴 다르네요.”

“그게 무슨 말이야?”

“촬영감독님은 그 ‘하정운’ 배우가 선전하는 맥주 CF를 생각하셨지만, 저는 뮤지컬이나 친구 결혼식에서 축가로 불러줬던 그런 상황이 생각났거든요.”

“세대 차이가 아니라 그냥 술 좋아하는지 아닌지 차이구만.”

“그런데, 김 작가님 친구분 결혼 축가로 이런 노래를 친구들이 부른다고요? 이야 친구들 노래 잘하는가 보다.”

“그건 아니고, 친구들이 불러준 게 아니야. 고등학교 동창이 뮤지컬제작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는 뮤지컬배우분이 불러줬지.

그때도 진짜 좋았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라이브로 바로 들으니 진짜 감동이다.”

“그러면 나중에 작가님이 결혼하실 때 제가 축가로 불러드리겠습니다.”

“진짜? 그런데, 먼저 애인이 있는지부터 물어봤어야지.”

“아, 죄송합니다.”

“호호호. 죄송은 또 무슨. 가족관계에 형이 있는데, 혹시 형 나이가?”

“형이 이제 고3이라..고3도 어떻게 가능할까요?”

“무리네, 무리. 김 작가 현타오겠네.”

“감독님!!!”

“아니, 난 그저 우리 연습생들 긴장 풀어 주려고 이렇게 드립치는거지. 쩝.”

“흠.흠..보컬로서 가창력도 좋고, 마스크도 좋고 고1이라 그런지 순진한 매력도 있고 다 좋네요.

그런데, 아직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런 노래는 어디서 배웠어요?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내가 듣는 귀는 진짜 고급인데, 음정도 틀린 게 없고, 마치 뮤지컬 무대에서 부르는 것처럼 성량도 좋고, 흠잡을 때가 없는데.

심지어 결혼식 축가 불러준 그 배우보다도 더 잘하는 거 같은데.

혹시, 부모님이 음대 교수나 뮤지컬 쪽에 계신 거예요? 아님, 친척?”

“부모님은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이랑 국어 선생님이시고, 친척 중에서도 따로 음악을 하시는 분은 안 계십니다.

노래는...아, 유튜브에서 배웠습니다. 유명하신 분들이 부르는 거 따라 부르고, 여러 실용음악 관련 강좌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그걸 많이 보고 따라 했습니다.”

전생에서 많은 뮤지컬 보컬 선생님들과 음악을 전공했던 선배들에게 욕을 들어가면서 무대연습에서 실전 보컬을 배웠었지만, 사실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학원 같은 곳도 안가고 전공도 아닌데, 이 정도면 엄청난 거예요. 나중에 제대로 된 선생님에게 배우면 더 발전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럼 춤을 한번 봅시다.”

“아 저. 춤은 진짜 배운 적이 없어서...”

“감안하고 볼게요. 막내야 음악!”

사전미팅이라고 하길래, 노래만 부르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춤까지 추라고 하자 곤란했다.

사전미팅이었지만, 본 방송에서나 하던 평가무대와 마찬가지였다.

처음 들어보는 밝은 댄스 팝이 나왔는데, 어리바리하게 서 있다가 리듬에 맞추어서 웨이브를 탔다.

‘춤도 자신감이다. 자신감!’

속으로 되뇌며 리듬에 몸을 맡겼는데, 앞에 있는 작가와 촬영감독의 표정을 보자 리듬에 맡겼던 몸을 다시 찾아왔다.

“죄. 죄송합니다. 좀 더 배워 오겠습니다.”

“죄송할 건 아니고. 막내야. 음악 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타고난 게 아니라면 웨이브가 구부정할 수밖에 없어요. 더구나 키도 크고.”

“그래, 이건 안 배웠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그런데, 진짜 웨이브가 구부정하긴 했다. 자, 이제 보컬, 댄스는 확인했으니 여기로 다시 앉아 주세요.”

같은 남자라서 내 편일 것 같았던 촬영감독도 팩트 폭력을 나에게 가했는데, 많이 아팠다.

뮤지컬에서는 ‘사랑하면 춤을 춰라’나 ‘비사발(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몇몇 작품을 빼곤 아이돌 댄스를 추는 뮤지컬이 없었기에 댄스 수업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자 그럼, 두 번째 공식 질문 할게요.

윤소원 친구에겐 ‘연습생’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음...연습생이란. 미생(未生)인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완전한 형태가 아닌 상태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완전한 완생(完生)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나도 드라마 미생은 재미있게 봤지. 무난하네요. 오케이.

그럼 이제 공식적인 질문은 다 끝났습니다.

기획사 연습생이면 기획사 관련질문이나 친인척에 연예인이 있으면 친인척 관련으로 인터뷰도 하는데, 윤소원씨는 그런 게 없어서 빨리 끝이 났네요.

영상도 다 촬영했고, 사전미팅은 종료되었습니다.

이거 읽어보고 하단에 사인해주시면 됩니다.

오늘 있었던 사전미팅 질문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절대 올리면 안 됩니다. 물론,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안되고요.

부모님께 이야기할 때도 절대 밖으로 이 인터뷰 정보가 나가지 않게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아메리카 TV 나 유튜브 같은 방송에도 나가면 안 됩니다.

홍대에서 길거리 촬영하면서 인터뷰하는 BJ 방송도 절대 안 됩니다.”

사전에 방송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서약서에 사인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오늘 본 애 중에선 제일 괜찮은 거 같지?”

“저도 촬영감독님 말에 동의!”

“춤이 문제네.

리듬을 찾아서 몸이 들어가는 거 같긴 한데,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찾아 들어간 리듬을 제대로 타지를 못하네요. 아쉽네요.”

“그래도 그만큼 제대로 배워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니깐 올려보내죠.”

“네, 그러면 ‘보컬 특기, 외모 특기, 댄스 하급’으로 해서 올립니다.”

“그렇게 하지. 막내야. 다음 지원자 들어오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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