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6화 (6/237)

# 6

사전촬영(1).

방학을 맞아 실용음악학원에서 하는 특강을 듣기 위해 서울에 있던 경태와 진욱이도 Nnet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지원자가 많아서 그런지 나와는 날짜가 달랐다.

혼자 서울로 가야 했는데, 얼마 전 미영이의 오디션 때문에 서울에 갔을 때 엄마의 과도한 확인절차가 생각나자 사실대로 이야길 하는 것보단, 혼자 몰래 다녀오는 게 편할 것 같았다.

“오,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도 본인인증 받고 사이트에서 항공권 예약하면 그냥 KTX처럼 혼자서 비행기를 탈 수 있구나.

그러면, 충분히 저녁식사시간까지는 돌아올 수 있겠다.”

다행히 저가 항공사가 많아서 오히려 KTX보다 저렴했다.

왕복 차비를 용돈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다.

Nnet 방송국의 작가와 약속한 시각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방송국 안에서 이리저리 다니며 눈치로 살펴봐도 Boy48이나 프로듀스101에 대해서 알리는 그런 광고 팜플렛이나 방송안내 일정표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복도에 대기용 의자에 앉아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참가자들을 관찰했다. 나보다 앞 순서인 6명을 봤는데, 내 기억 속에 있던 프로듀스 멤버들은 없었다.

‘Boy48이 맞네. 괜히 미래가 바뀐 건 아닌지 혼자 걱정했네.’

사전미팅을 하고 나오는 3명을 보니 대부분이 미소를 띠며 나왔고, 우는 사람은 없었기에 사전 미팅 분위기는 좋은 것 같았다.

다만, 무대화장을 한 것처럼 목과 얼굴의 색이 다를 정도로 메이크업을 한 사람도 보여서 깜짝 놀랐다.

뮤지컬을 했던 과거에 무대화장이나 카메라 화장법을 배웠지만, 아직은 학생다운 그런 느낌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카메라에 얼굴 잡티나 그런 게 잡히니깐 BB크림이라도 발라야겠다.’

화장실에서 얼른 BB크림을 바르고, 챙겨온 왁스로 머리도 만졌다.

그리고 노래를 해야 했기에 남은 1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입과 목을 미리 풀었다.

“윤소원님 들어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지원자 윤소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막내작가로 보이는 사람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가자, 카메라로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찍고 있는 남자 촬영감독과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2명의 여자작가가 보였다.

전생에 뮤지컬을 할 때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 오디션을 참 많이 봤었다. 수많은 오디션에서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관에게 큰 인사로 밝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방법이었다.

무대에 서야 하는 예능인이라면 자신감과 사람 앞에서 위축되는 것이 없다는 것만 확인되어도 가산점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처음 들어갈 때 크게 인사를 하며 이름을 각인시키고, 밝은 미소로 좋은 첫인상을 심사위원들에게 줄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였다.

“목소리 크고 자신감이 있어서 좋네.

자. 소지 물품은 저쪽에 두시고요. 증명사진부터 찍을게요.

조금만, 앞으로 오시고요. 고개는 턱을 당기시고...오케이.”

들어오자마자 사진부터 찍는다고 해서 어리둥절했지만, 카메라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네, 여기 앉으세요.

부산에서 온 윤소원님 맞으시지요? 개인 연습생이시고요?”

“네 맞습니다.”

“오늘은 사전미팅 겸 증명사진과 같은 기본적인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서 만난 거예요. 그러니 긴장하실 필요 없고요.

그럼 이쪽 카메라 보시고, ‘몇 개월 차 연습생 누구입니다.’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아, 저 작가님. 저는 연습생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요.”

“아 개인 연습생이라고 했죠? 그럼 그냥 1개월 차 개인 연습생이라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1개월 차 개인 연습생 윤소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단 기본 소개 영상은 다 땄고요. 이제 하는 인터뷰도 촬영됩니다.

질문에 대해서 이쪽을 보시고 이야길 해주시면 됩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개인 연습생이신데...우리가 보는 아이돌의 조건은 노래, 춤, 외모에요.

우리가 윤소원 연습생을 보기에는 노래나 춤을 보지 않아도 외모만으로도 어느 기획사에나 연습생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뜻밖에 기획사에 소속된 적도 없고, 진짜 일반인에서 지원한 거네요.

거기다, 다른 오디션이나 방송에 출연한 경력도 없고, 신기하네요. 어떻게 우리 국민 아이돌-프로듀스 99에 지원하게 되었습니까?”

“네? 국민아이돌–프로듀스 99라구요? Boy48이 아니구요?”

“어? Boy48은 어떻게 알았어요? 아직 그건 제대로 편성도 확정 안 된 건데, 아직 지원자 안 받는 거로 알고 있는데, 방송국 내부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응시서류 보니깐 분명히 우리 지원자 맞는데.”

‘뭐지? 왜 남자지? 분명히 여자연습생으로 프로듀스를 해야 하는 건데...미래가 바뀐 거면 안 되는데..’

“아..저.. 응시서류 적을 때 정확하게 프로그램 이름을 몰랐었습니다.

MW엔터테인먼트에 친구가 오디션 보러 갔을 때 작가님들을 만나서 원서를 적었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었습니다.”

“아~ 이 작가가 이야기했던 그 친구구나. 그냥 준비생이었던 친구들.

지원서에는 매력포인트로 다리가 길어서 옷매무새가 좋고, 목소리가 감미롭다고 되어있는데, 자기 목소리가 감미롭다고 한 지원자는 처음이네요. 하하하.

특기도 노래라고 되어있는데, 준비한 노래 바로 들려줄 수 있나요?”

오늘 온 것이 Boy48이 아닌 국민아이돌–프로듀스 99라는 이야기에 정신이 혼란스러웠지만, 준비해온 노래를 부르긴 불러야 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아, 일어서서 부르면 안 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노래 부르는 걸 찍어야 하니, 저기 간이 포토월 앞에서 부르시면 됩니다. 반주 없이 무반주로 진행됩니다.”

인터뷰하는 책상 옆에 간이로 만들어진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전생에서 수많은 뮤지컬 오디션을 보았었다.

전설로 남은 ‘조승운’, ‘홍광훈’등이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의 주연으로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를 불러 엄청난 인기를 얻었었는데.

그 이후 수많은 뮤지컬 지원자와 전공자들은 오디션을 볼 때마다 이 ‘지금 이 순간’을 참 많이도 불렀다.

오디션을 보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어필하기에는 최고의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유명한 곡이기에 식상할 수 있고, 감정의 과몰입으로 역효과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고등학생이고 사전미팅이라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이 노래를 선택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루어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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