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5화 (5/237)

# 5

boy48??

얼굴표정은 그럭저럭 밝아 보였는데,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임팩트를 심사위원들에게 주지는 못한 것 같았다.

연습생 결과는 다음 주에 알려준다고 했는데, 미영이를 보니 결과가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았다.

눈치 없는 진욱이와 경태는 미영이의 오디션 덕분에 서울에 와서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고, 응시서류까지 접수했다고 좋아했다.

저녁에 부산으로 오면서 경태에게 물어서 내가 혹시나 중학생 때 여자아이들이나 남자아이들에게 욕을 했거나 디스를 한게 있냐고 물으니, 같이 연예계 준비하는 애들에게는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디스를 해서 여럿 울렸다고 했는데, 그런 걸 내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자 신기해했다.

과거의 나는 인성이 쓰레기였던 것 같았다.

왜 그 당시에는 내가 이런 놈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이러니 모델로 데뷔한 이후에 비슷한 쓰레기들과 몰려다니며 인생을 낭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신(神이) 나를 개과천선 시키기 위해 이런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월요일 학교에서 공부하며, 같은 고등학교로 올라온 중학교 동창 애들을 찾아다니며 사과를 했다.

특히나 여자애들에게 ‘돼지다’, ‘다리가 코끼리 다리다’ 하면서 많이 놀렸다고 하기에 일일이 다 찾아가서 초콜릿과 사과 손편지를 주며 사과를 했다.

내가 험한 말로 상처를 준 아이들 중에서 은따와 왕따도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께 말해 왕따 당하는 애들을 별도로 모아서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길 드렸다.

안 그래도 학교에 이런저런 문제가 많아서 문제였는데, 학교에서 인기남인 내가 나서서 이런 모임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담임이 대대적으로 밀어줬다.

“아 이 새퀴! 너 나중에 연예인 되고 나서 재들한테 미담 글 올리라고 하기 위해서 이러는 거 아니냐? 와~완전 빅피쳐네. 쩐다. 오지네.”

“아니 라니깐, 진짜 서울에 갔을 때 애린이한테 돼끼리(돼지+코끼리)라고 놀린 거 때문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니깐.

근데 그 말 들으니깐 너나 진욱이도 와서 미담을 미리 적립해두는 게 어떻겠냐? 너희들도 와서 같이 공부하자.”

“그러네...흠...일단 알았으, ‘왕따문제를 해결했던 래퍼’라 나름 이미지는 괜춘하겠네. 좋아! 오늘 밤부터 가도록 하마. 고맙군 브로~ 후후”

미담을 만들기 위해 나쁜(?) 마음을 먹고 경태는 물론이고 진욱이와 미영이도 모임에 나오기 시작하자 학교에서 연예인 한다고 설치면서 나빠졌던 평판이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선생님들이 우리를 보는 이미지도 좋아졌기에 오디션이나 학원 때문에 조퇴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우리가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애린이가 속해있는 ‘오뷰티걸’은 4월 21일 데뷔를 했지만, 그리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2년 가까이 앨범 준비를 했지만, 싱글이 나오고 활동을 10일 했을 때, 5월 1일 그룹 ‘빅턴’이 루저 라는 곡으로 컴백하면서 챠트에 신곡 줄 세우기가 시작되자 망고챠트 TOP 100에서 90위권 언저리에 2~3일을 버티다 사라져 버렸다.

오뷰티걸은 나름인지도 있는 MW엔터에서 1년 이상 야심 차게 준비했음에도 챠트에서 2~3일 버텨낸 것이 데뷔 성적표의 전부였다.

이것이 요즘 걸그룹의 현실이었다.

*

*

*

“아니! 박작가!!! MSM에 친척이 있어서 연습생 책임지고 받아 온다며? EOS이후 준비하고 있는 루키스인가 거기부터, 신개념 남자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고 남자 연습생이 많다고 했잖아.

아! 그런데, 왜 연습생을 못 잡아와??

지금 나 죽으라고 엿 먹이는거야? 내가 박작가 믿고 이미 국장한테 MSM에서 연습생 데리고 온다고 입 다 털었단 말이야.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어? 어?”

“PD님 그게 MSM에서 벌써 NTC321 이라는 그룹명이 벌써 나와서 내년 상반기에 데뷔할 예정이라고 연습생을 줄 수가 없답니다.

저도 미치겠어요. 다들 연습생 안 준다고 하고..”

“아니! 그럼 어쩌라고? 아이돌 오디션인데 남자연습생이 없다고, 여자연습생을 넣으리? 엉?

남녀 합쳐서 오디션 프로그램 찍으면 개판이 돼요. 개판이!!!

가뜩이나 합숙해야 하는데, 거기서 생기는 사고는 누가 책임질 거야? 엉?

네가 책임질 거야? 어?

거기다, 빅 4중에서 MSM도 그렇고, SGY, NFC 세 군데 다 연습생을 안 주면 어떤 연습생으로 방송을 해 엉?

JYG도 나랑 대표가 안면이 있어서 겨우 보내준다는 연습생이 1명이야 1명!!!!

슈퍼스타 오디션이나 K송스타는 몇만 명이 몰려들어서 예심을 크게 하니 마니 하는데, 우린 그럼 꼴랑 60~70명 지원자로 방송하랴? 어?

다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다들 꿀 먹었어? 왜 다들 벙어리야 엉? 엉? 말들 해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지요. 편성은 이미 1월 22일로 받아놨고, 안 보내준다는 빅4 기획사에 연습생 토해내라고 건물에 불을 지를 수도 없고요.

개인연습생을 집어넣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MSM에서 미안하다고 심사위원으로 ‘이재원’을 보내준답니다.”

“개인연습생은 안돼!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단 말이야.

MSM안무가 이재원? 걔를 보내준다면 벌써 내년에 NTC인가 하는 애들 안무까지 다잡았다는 거잖아.

MSM이 안 보내주니 SGY, NFC도 안 보내려고 하는 거고. 더럽게 꼬였네.

일단, 일본 베타벡스에 연락 넣어봐. 전에 보니깐 재일동포 출신이랑 혼혈들 연습생이 있어서 한국말 되는 애들이 몇몇 있다고 했으니깐.

홍콩이랑 대만에도 한번 지인들 연락해보고.

이달 말까지 기획사 더 쪼아보고 안되면 기획사에서 나오거나 학원추천 연습생들이라도 넣어서 찍어야지 어쩔 수 없다.

아! 미치겠다. 시발. 처음부터 이렇게 꼬이면 방송 시청률은 보나 마나겠네. 시발 니기미.”

“지원자가 작으니, 아예 사전미팅할 때 찍은 영상으로 투표 받아서 99명으로 줄여서 나왔다고 언플하면 어떨까요?

사전미팅 영상이니 다들 같은 배경에 같은 조건이니 투표 돌리면 알아서 걸러지고, 그 이후 본방 무대는 기획사에서 도와줘도 되는 거로 해서 첫 방에서 좀 화려하게 나가면 될 거 같은데···.”

“그럼 아예 사전미팅 영상을 바탕으로 해서 아예 순위를 매겨버릴까?

본방 무대 이후에 사전 투표에서 1위부터 99위까지 뽑은 거로 순위 티셔츠 만들어서 옷을 입히는 거지.

애들끼리 순위가 매겨지면 서로 경쟁하며 순위 뺏기가 될 거니깐 박진감도 있을 거고, 순위문자 SMS로 부가수익도 좀 뽑힐 것 같고.

남자애들이니 주먹다짐 같은 것도 있으면 편집해서 화제 몰이하기도 좋고 어때? 괜찮은 거 같지?

조~오아!!!

연습생들끼리 붙여서 데뷔하는 오디션이 아니라 성적순으로 데뷔하는 오디션으로 바꾸자. 그래! 이거 좋네. 순위 짜서 투표한 순서대로 데뷔하는 거로 컨셉 바꾸자. 오케이?”

“에? 단순한 연습생 데뷔 팀을 뽑는 게 아니라, 순위로 정해서 그 순위만 데뷔하는 거로요? 그럼 컨셉 다 바꾸어야 하는데...”

“그래, 다 바꾸자.

개인연습생도 다 받아 심사위원이라는 걸 없애고, MSM 이재원이랑 심사위원으로 내정된 사람들을 멘토로 해서 순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개념으로 가자.

학교에서 시험 보듯이 멘토들이 가르치고, 시험을 쳐서 순위 정하는 거로 가자.

최작가! 개인연습생들한테도 다 전화 돌려 김작가는 사전미팅한 영상 올려서 투표 받는 시스템 구축해달라고 미리 인터넷 홈페이지부서에 연락해서 처리하고.

사전미팅하고 나서 바로 방송공지로 투표안내 올릴 준비해!

그리고 박작가 진행 MC로 이정이는 어떻게 되었어?”

“제가 어제 제주도까지 가서 확답받았습니다. 따로 무대에서 노래나 댄스 하지 않는 조건으로 MC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좋아! 좋아~! 전설의 아이돌 ‘핑크’의 이정이가 MC를 보면서 조언을 해주는 멘토 역할이라면, 조금만 입 털어줘도 도움이 좀 되겠지.”

*

*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되자 연예인을 준비하는 애들은 서울의 보컬학원이나 댄스학원으로 방학 특강을 받기 위해 올라갔고, Nnet의 작가들에게 서류를 낸 것조차 까먹을 정도가 되었을 때 Nnet에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윤소원 학생 아닌가요? 4월 초에 오디션 프로그램 원서 접수했던 Nnet입니다. 기억하시죠?”

“아, 예 예,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거 진행하는 거 맞나요??”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했어요. 서류 제출한 것과 더불어서 사전미팅으로 심화 질문과 카메라 테스트 촬영이 있어서 일정을 잡으려고 전화 드린 겁니다. 학생이라 방학이면 어느 때든 상관이 없나요?”

“네 미팅 시간은 되는데 진짜 방송되는 거 맞아요??”

“네 물론이지요. 이미 편성 일자도 결정되었어요. 사전미팅 영상으로 투표도 바로 진행이 되니 준비를 미리 해서 8월 17일 Nnet 방송국에 오전 10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전화기 너머서 들려오는 안내소리에 날짜와 시간을 받아 적었고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어디서부터 미래가 바뀐 거지?

분명 프로듀스101은 여자 아이돌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서 데뷔한 I.O.I가 대박을 치고 해체한 거로 기억하는데···.

뭐지?

아! 맞다. 프로듀스101 다음에 바로 했던 ‘boy48’인가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맞네! 맞아! 그 프로그램인가 보네.

인기가 없어서 내가 바로 기억을 못 할 정도였으니깐 그거 맞는 거 같네.

작가 누나가 정확하게 프로그램 이름도 이야기 안 해준 거로 보니 아직 프로그램 이름이 안정해졌을 거고. 단순히 연습생 데뷔 오디션으로 듣고 내가 프로듀스101로 착각한 거구나.’

프로듀스101 다음에 후속으로 했던 boy48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거로 기억이 겨우 났다.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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