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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에필로그 25
말숙은 어둡게 나온 사진을 들여다보며 눈매를 좁혔다. 흰 봉투에 쓰인 실명, 그리고 사진. 신원 파악이 끝났다는 의미다.
보낸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차 주인. 성이 한씨였지. 한 서방, 아니 한진욱. 금융쪽 일 하는 놈이니 주도면밀하나? 하긴, 여의도 증권가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정보 수집에 빠삭하겠지.
'협박인가?'
이쯤에서 물러나라고? 왜? 혼인으로 인척이 되기 싫어서? 화류계라서? 그럼, 그년은?
말숙은 주말에 만난 라희를 떠올렸다. 흰 얼굴에 발그레 싱그러운 장밋빛 홍조가 비쳤다.
한정식집에서 마주한 차갑고 무심했던 얼굴이 이제 환히 피어서, 딱 봐도 인생 살만한가 보다 라고 느껴질 만큼 좋아 보였다. 아주 지 약혼자 손 꼭 잡고 딱 달라붙어서는. 왼손 약지 손가락에 낀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여봐란 듯 번쩍번쩍 빛냈지.
얼굴 반반한 년 꼬드기려고 무리해서 장만한 반지인 줄 알았더니, 금융회사 사장. 기분파에다 한탕주의 성향이 짙은 증권 쪽이라면 오히려 그 정도 크기의 반지는 인색하게 군 거였다. 게네들은 잘만 만나면 첨본 접대부에게도 팁으로만 몇 백씩 뿌리는 놈들이니까. 거기다 늙다리 노인내 풀풀 나는 노땅도 아니고, 젊은데다가 키 크고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그런 남자가 결혼하자고 안달이 나 있는데 세상 그 어느 것이 부럽겠는가.
'참 잘도 물었지, 고년.'
라희와 나란히 앉아 있던 진욱을 상기한 말숙은 픽 헛웃음을 흘렸다.
지 마누라 년은 되고, 나는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아무리 텐이라지만 그년이나 나나 몸 팔고 웃음 파는 화류계 아닌가? SS 클럽에서 마담에게 배웅 받으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두 눈 똑똑히 봤는데.
'아니, 하난 인정해야지.'
나이야 한참 어리지만 남자 후리는 실력은 수준급으로 말숙보다 한 수 위였다. 돈 주는 스폰도 아니고 결혼이라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 주인이나 진배 아닌가.
'부럽다. 개년. 억수로 운 좋은 년.'
말숙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입안이 썼다. 누구는 술술 풀려서 다이아몬드 반지 끼고 비싼 외제차 타고 다니면서 희희낙락하는데 누구는 하는 일마다 안 풀려서 변변치 못한 놈이라도 마음잡고 조용히 살아볼까 했는데 이따위 협박이나 당하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데다가 머리가 복잡했다.
"에라, 모르겠다."
말숙은 앉았던 식탁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이렇게 속이 부글부글한데 커피는 무슨, 이런 더럽고 기분 꿀꿀할 때는 소주가 딱이었다.
그것도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깡소주. 냉장고 아랫단에 놓여 있던 이슬이를 꺼내 병뚜껑을 힘껏 비틀었다. 빠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소주병이 열리자, 그대로 입가로 가져가 벌컥벌컥 기울여 마셨다.
"캬아. 이 맛이지. x발 더러운 세상 x까라고 해."
순식간에 텅 빈 초록색 병을 거꾸로 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마시고 입가를 손등으로 쓰윽 쓸어 훔친 말숙은 방으로 향했다. 아침에 뱀 허물 벗듯 빠져나온 침대 위 이불 속에 몸을 파묻었다.
빈속에 소주를 부어 마셔서인지 메슥거리면서 알딸딸했다. 몽롱하다. 이럴 때는 그냥 질펀하게 박고 나서 푹 자면 좋은데. 움직이기도 귀찮고, 아래를 묵직하게 채워줄 단단한 물건도 당장 없으니 그냥 임시로 때우는 수밖에. 말숙은 두 손을 잠옷 바짓단 아래로 쑥 집어넣었다.
얼마 전에 브라질리언 왁싱해서 미끈한 메마른 살점에 푹 담근 손가락으로 속살을 헤집다가, 미간을 찡그렸다. 젖어야 느낌이 사는데, 쩍쩍 갈라진 논두렁마냥 말라비틀어졌다.
말숙은 아래를 주무르던 손을 꺼내 입안으로 가져다 댔다. 손가락 두 개를 입안에 푹 집어넣고 혓바닥으로 날름 굴렸다.
진득한 타액을 흠뻑 적신 손을 다시 비부에 가져다 대고 슬슬 문지르다가, 질척이는 느낌이 들자 점점 강도를 더했다. 더 세게, 더 세게, 꾹꾹 음핵을 비비며 짓눌렀다.
짜릿한 쾌감이 솟구쳐 두 뺨에 열기가 몰리고 어느 순간 입에서 아흣, 달뜬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
몸 위를 짓누르는 묵직한 느낌. 말숙은 자신을 누르는 몸뚱어리를 두 팔로 껴안아 감았다. 라현이 벌써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모양이었다.
"왔어? 자기."
잠이 덜 깬 말숙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훅 끼치는 술 냄새가 역했는지 라현이 고개를 돌렸다.
"여태 잔 거야? 무슨 술을 이리 마셨어."
몸을 뒤로 빼려는 라현의 허리께에 두 다리를 올려 휘감았다. 달아나지 못하도록 끌어당기자, 무게감 있게 육체가 눌러왔다. 라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숙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두 눈을 마주하고서 살며시 눈웃음친 말숙은 그대로 손을 위 허리춤에 집어넣어 라현의 와이셔츠를 헤쳐 올렸다.
매끈한 가슴팍 위 갈색 반점 두 개가 보였다. 양 다리로 감아 팍 끌어안고서 그대로 몸을 아래로 낮춰 혀를 길게 내밀었다. 쓱, 혓바닥으로 문질러 몇 번 핥아내니 갈색 유두가 오돌토돌하게 올라와 모습을 드러냈다. 입술로 둥글게 밀착해 좁은 유두를 쪽쪽 빨아들였다.
"아…."
라현이 만족스러운 낮은 신음을 흘렸다. 말숙은 손바닥을 아래로 더듬어 라현의 정장 바지 벨트를 풀고서 지퍼를 내렸다.
자극에 반응해 발딱 솟아있는 뜨거운 살덩이를 손바닥으로 둥글게 감싸 쥐고서 살살 앞뒤로 길게 움직이며 표피를 매만졌다. 보들보들 연한 살점이 쓱쓱 뜨끈한 열기를 뿜어내며 움직인다.
입술에 힘을 더해 쫙쫙 빨아내다가 잇새로 가둔 유두를 잘근잘근 깨물어 대니 라현이 몸을 비틀었다.
"으…으…."
마침내 만족할만한 경도로 단단하게 굳어져 뜨거워진 살덩이가 손바닥 아래 딱딱하게 잡혔다. 말숙은 감았던 두 다리를 풀고서 몸을 일으켜 손에 잡힌 살덩이의 뭉툭한 끝을 둥글게 오므린 입술로 쪼옥 빨아냈다.
움찔, 라현의 허리가 뒤로 움직인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기둥뿌리를 한손으로 꽉 쥐고서 축축한 혀끝을 세워 팽팽히 부푼 자줏빛 귀두를 날름날름 핥아냈다.
땡땡해진 살덩이의 오목한 구멍에서 맑은 즙액이 고였다.
혀끝으로 찝찌름한 맑은 액을 찍어내 보란듯, 제 붉은 입술을 축축히 축인 말숙은 그대로 몸을 돌려 침대 위에 엉덩이를 세우고 엎드렸다. 유혹하듯 엉덩이를 흔들면서 손끝에 잡힌 기둥 끝을 은밀한 속살 구망에 맞추며 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덥썩, 잘록한 허리를 잡은 두 손에 힘이 가해져 뒤로 훅 당겨졌다.
-푹, 푹
순식간에 젖은 속살을 넘어들어와 안쪽 깊숙히 박힌 살덩이가 길게 움직이며 요동쳤다. 철썩 철썩, 살점이 요란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불꺼진 캄캄한 방안에 울려퍼진다. 말숙은 허리를 비틀어 흔들며 소리 질렀다.
"하앙, 좋아, 좋아, 더, …응? 더 깊이."
말숙의 교성에 흥분한 라현은 속도를 더해 기둥을 안쪽 깊숙이 박아댔다. 맞닿은 살점이 처억처억 밀려 눌리고 한껏 달아오른 붉은 속살 안으로 깊게 쳐박혀 들어와 미끈하게 젖은 살점을 찐득하게 짓누르자, 말숙은 힘껏 안쪽 살에 힘을 주어 깊게 박힌 살덩이를 쫀쫀하게 물고 늘어졌다.
"하아…아…."
라현이 맞댄 묵직한 육체를 바르르 떨며 쾌감을 음미했다. 말숙은 좀 더 힘을 주어 꾹 눌렀다가 슬쩍 풀었다가 다시 내벽을 좁혀 빨아들일 듯 짓눌렀다. 이 짓으로 그간 먹고 살았으니 잠자리 기교라면 자신 있었다.
"으으…으…. 못 참겠어."
탁한 목소리가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싸, 흐윽, 안에다가…. 가득."
욕정에 물든 달콤한 목소리.
"하으으응, 아아, 흐윽, …얼른 싸줘, 자기야. …아앙."
말숙이 달아오른 목소리로 가늘게 속삭이자, 허리를 잡은 힘이 강해지더니 안쪽에 잡힌 살덩이가 뒤로 쑥 밀렸다가 거세게 푹푹 찔러 들어왔다. 맹렬한 움직임에 더워진 육체가 흘린 땀이 말숙의 미끈한 등허리 위로 뚝뚝 흘러 떨어졌다.
"하앙, 하, …아앙, 하으으으으……. 더 세게! 더 세게!"
말숙이 방안 가득 소리치듯 높은 신음을 질러댐과 동시에, 흠뻑 젖은 속살에 깊게 박혀 든 기둥이 뚝 멈추더니 바르르르 떨었다. 잠시 굳은 듯 멈춰 있던 뜨거운 살덩이는 내부의 치미는 욕구를 해소했는지 다시 퍽퍽 움직였지만, 좀 전보다는 약한 강도였다.
말숙은 허리를 요리조리 비틀며 삽입질에 화답했다. 마찰로 뜨거워진 속살에 담뿍 파고들어 문질러 비벼대 사정의 마지막 여운까지 만끽한 라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떨어지자, 말숙은 뒤로 한껏 치들었던 엉덩이를 아래로 내려 침대 위로 무너졌다.
말숙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라현을 흘깃 곁눈질했다.
"좋았어, 자기. 흐응…, 최고야."
격한 호흡을 고르는 라현에게 말숙이 몸을 배배꼬며 말하자, 라현은 뿌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가자. 저녁 먹으러."
몸을 일으킨 라현이 말숙에게 다가와 사랑스러운 듯 껴안으며 말하자, 말숙은 배시시 웃으며 몸을 반쯤 세워 라현의 귓가에 키스했다. 그 바람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 안을 채운 점액이 주륵 흘러나오는 것이 고대로 전해졌다.
엉덩이 아래가 질척하다. 이대로 임신이나 확, 해버려서 배부른 혼수로 결혼하고 싶은데 어릴 때부터 험하게 굴러먹던 몸이라 그런지 잦은 낙태로 자궁벽이 얇아졌단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피임하라던 산부인과 의사 말에 희망을 갖고 매번 안에다 질펀하게 싸게 하는데도 도통 소식이 없다.
"나, 조 아래 무교동에서 매콤한 낙지볶음 먹고 싶어. 자기야."
말끔하게 씻고 나와 분칠해 단장하고서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섰는 라현의 팔뚝을 감으며 촉촉한 음성으로 말을 흘리자, 잠시 굳은 표정이었던 라현이 입매를 올리며 답했다.
"그래, 거기로 가자."
"역시 울 자기가 최고!"
말숙이 뺨에 키스하며 착 달라붙어 외쳤다. 으쓱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라현을 따라가며 말숙이 속으로 피식 조소했다.
'그깟 협박에 이 실한 놈을 포기하라고? 이렇게나 내게 푹 빠져 있는데? 어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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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