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와 그녀와 그와 나-192화 (19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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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충주 시내를 벗어나, 쭉 뻗은 국도를 거쳐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 지방도에 접어들었다. 시골집에 도착하기 전, 그간 전화상으로 엄마가 그리고 미현이 경망스럽게 언급한 의사 남자 친구에 대해 확실히 끝맺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라희는 창밖 시골풍경을 향하던 고개를 돌려, 단정히 앉아 있는 바흐를 바라보았다.

서늘히 바라보는 깊은 눈매와 마주치자, 어딘지 모를 찔리는 심경으로 마음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지만, 한번은 꼭 언급하고 지나가야 했다. 그동안 먼저 말을 꺼낼 용기가 없어서 계속 회피해왔다. 아마 될 수 있으면 쭉 뿔테 일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으면 하는 어리석은 마음은 지금도 역시 한가득 이다.

라희는 재빨리 마주친 시선을 비켜 천천히 아래로 떨어뜨렸다. 뒷좌석 시트 위에 놓인 바흐의 손이 보였다. 길고 곧은 손가락 위에 걸려 있는 심플한 은색 링. 뿔테와 한참 복잡하게 엮여 있었을 때는 지금 이렇게 바흐와 부부의 연을 맺으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다.

계속, 남은 일생 함께 하고 싶은 사람.

My utmost for you, 나직한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최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최선은 보여야겠지.

후, 심호흡을 들이마신 라희는 입술을 오므렸다가 폈다. 아무리 과거를 알고 있다고 쳐도, 바흐 앞에서 뿔테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조심스러웠다. 이런 임박한 상황만 아니라면, 결코 먼저 꺼내려 하지 않았을 거다. 하필, 이런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는 장소가 이동 중인 낯선 택시 안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저..."

라희가 작게 운을 떼자, 아까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바흐는 슬쩍 호기심을 표했다.

"예전에 한번, 시골집에 불쑥 찾아온 적 있어요."

그가 가만 바라보며 눈매를 좁혔다. 힘들게 꺼낸 말은 주어가 빠져 있었다. 그의 시선을 속에 라희의 미간은 작게 좁혀졌다. 소리 없이 달싹이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정선우씨요. 휴대폰을 집에 두고 과수원에 가 있었던 사이,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 주소를 물어 갑자기 찾아왔었거든요."

그는 조용히 들었다.

"그날, 당황해서 그대로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음날 보지 말자는 말하려고 갔던 자리가, 정선우 씨 가족이 함께한 한정식집이었어요. 어른들 계신 자리라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나와서 결별했고요. 다음날, 김나영 씨가 보자고 해서 나갔었고, 그다음 정선우 씨가 찾아와서 카페에서 이야기를 마저 끝냈고요."

택시 이동 소음에 묻힌 목소리가 점자 가라앉았다가 작아졌다. 라희는 눈을 들어 슬쩍 그를 바라보았다. 묵묵히 듣고 있는 깊은 눈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변명 같지만, 그 뒤로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절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뉴욕에서 본 게 전부에요."

"반지는?"

침묵을 지키던 바흐는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반지? 아, 아쿠아마린 반지.

"그게, 바스에서 혼자 있고 싶어서 약혼자가 있다고 둘러댔거든요. 찰스가, 아시죠? 사라 아주머니 조카 분, 약혼반지가 없다고 계속 미심쩍어해서 어쩔 수 없이 하이스트릿의 보석가게를 찾아가 가장 싼 걸로 산 거였어요."

"흐음."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가, 입술을 끌어당겨 옅은 미소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주어서 고마워. 미리 말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봄 오피스텔 계약 해지할 때 정회장님께 대강 들었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놀란 라희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본 바흐는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중히 사과하시더군. 그리고 여기."

곧게 뻗어온 손이 투명한 다이아몬드 링을 끼고 있는 손을 움켜쥐었다.

"함께 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거고."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이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뿔테 아버님도 본인의 체면이 있으니 정말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흘렸을 거였다. 궁금한 사안일 텐데도 깊게 묻지 않고 덤덤히 알았다 말해주는 그가 정말 고마웠다.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여 그의 어깨에 기댄 라희는 단단하게 잡힌 손아귀에서 삐져나온 손가락을 세워 그를 꼭 맞잡았다.

***

"아가씨, 오셨어요."

대문을 열고 시골집 마당에 들어서자, 마당에 나온 미현이 입매를 길게 끌어 늘리며 웃었다.

"어머, 진욱씨도 오셨네요."

어젯밤 도착했으면서 마치 이 집 오랜 며느리인 것마냥, 현관에 있던 엄마 고무신을 신고 나온 미현의 모양새가 자연스러웠다. 라희는 집주인처럼 앞에 서 있는 미현을 한번 쓱 쳐다보고서 묵례했다. 반갑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일단 집안에서 마당까지 나와 웃는 낯으로 맞아주기는 했으니 깨끗이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왔니."

마당 뒤뜰에서 일하다 왔는지, 한 손에 푸성귀가 가득 쌓인 바구니를 든 엄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인사했다. 걸어오던 걸음을 멈춘 엄마는 이내, 라희 뒤에 서 있는 바흐를 향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어머님, 이분이 아가씨 약혼자 한진욱씨에요. 제가 주말에 만났다고 말씀 드렸던."

미현이 경계하는 표정의 엄마를 향해 친근한 척 말하며 다가가 사삭거리며 눈짓했다. 배 아파 낳은 친딸보다 더 능숙한 가족흉내를 내는 미현을 흘겨보던 라희는 엄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엄마, 한진욱씨. 결혼할 사람이야."

혼인신고 내용은 어차피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가족관계부를 떼어보지 않은 이상 알 방도가 없으니 당분간 함구하기로 정했다. 무엇보다, 첫 인사인데 아무런 통지도 없이 불쑥 혼인신고 한 사이라고 말하면 부모님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부모 동의도 없이, 혼인신고를 처리했다는 것 자체부터 반감요소였으니 첫 만남의 호감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불미스러운 오해는 피하고 싶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한진욱입니다."

바흐가 엄마께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 드렸다.

"어......"

멍한 표정으로 바흐를 바라보던 엄마는 문뜩 정신을 차린 듯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어서 와요. 반가워요."

엄마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눈을 깜빡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먼데서 이 시골까지 오느라 수고했어요. 참, 점심은 먹었어요?"

"아니요. 아직입니다."

바흐가 대답하자, 엄마는 손에 든 바구니를 눈짓했다.

"그럼,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안에 바깥양반이랑, 라현이도 있으니까 인사하고요. 마침 겉절이 하려던 참이었는데, 좋아해요?"

"예. 물론입니다. 그리고 말씀 편히 놓으시지요. 장모님."

장모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장모라니. 그런 말 듣기에는 밭일하다 와서, 차림새도 영 이상한데다가……. 일단 들어가서 라현 아빠와 인사 나누고요. 기다리고 있거든요. 라희야, 집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앞장서서 시골집 현관문을 열었다. 미현이 엄마를 따라 먼저 쏙 들어가고, 그 뒤를 이어 라희와 바흐가 안으로 들어갔다. 한여름. 나무 장판 끝자락에 햇살이 밝게 비쳐 드는 거실 구석 1인용 소파에 기대앉은 아버지는 맞은편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밝은 실내는 서늘했다. 손님이 온다고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 놓은 상태였다.

"아버지, 저 왔어요."

라희가 밝게 말하자,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버지는 이내 소파에서 일어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라희를 맞았다.

"온다고 네 엄마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다만."

아버지가 말하며 라희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바흐에게 시선을 던졌다.

"결혼할 사람이에요."

라희가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인어른. 한진욱입니다."

라희의 소개말에 손에 들고 있던 한우 선물 세트를 신발장 앞에 놓아둔 바흐가 재빨리 아버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며 다가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던 아버지는 얼떨결에 인사에 답하며 건네진 양주 쇼핑백을 손에 들었다.

"아니, 뭘 이런 걸.."

사각 포장지 안에 든 선물이 양주인 것을, 더군다나 한 병도 아닌 두 병인 것을 알아차린 아버지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엄마를 통해 미리 같이 올 거라는 통보를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신 건지, 지난번 뿔테 때처럼 난감한 기색은 아니었다.

"저쪽에 편히 앉게나."

아버지는 바흐에게 넓은 4인용 소파 자리를 권했다. 바흐와 라희가 가서 앉아 있자 재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건너간 엄마가 이내 시원한 식혜를 내왔다.

탁. 원목 소파 테이블 위에 예스러운 질그릇에 담긴 살얼음이 동동 띄워진 식혜가 놓였다. 자리한 가족들은 눈짓이 오가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조용히 잔을 기울여 식혜를 마셨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감칠맛은 나지만 단맛은 옅은 숭늉 빛의 식혜였다.

"어, 라희 왔네."

작은 방에 편히 누워 있다가 미현에 의해 끌려 나온 것이 분명한 라현이 소파에 앉은 손님을 보며 헝클어진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현은 옆에서 가식적으로 입매를 올려 미소 지었다.

"여기서 또 보는군요. 한진욱 씨."

바흐와 눈이 마주친 라현이 조금 날을 세운 말투로 말을 건네자, 바흐는 손 에든 식혜 잔을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놓고서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고 나서 태연히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처남."

"처남이라. 뭐 집에까지 와서, 라희가 결혼할 사람이라 선포하니 부정할 수가 없긴 하군요. 매제."

라현은 말을 길게 끌어올리며 비아냥거리듯, 호칭을 불렀다. 인척간 서로 부르는 말은 잘 알지 몰랐지만, 어찌 되었든 라현보다 손 위인 바흐에게 동생 제(弟)가 붙은 말은 조금 어색하게 들렸다. 그때, 가만 앉아 엄마와 눈짓을 교환하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나."

"서른 하나입니다."

바흐가 차분히 나이를 말하자, 아버지는 눈을 돌려 거실 한가운데 한 다리로 삐뚜름하게 서 있는 라현을 보며 말했다.

"너보다 손윗사람이니 라희와 결혼하게 되면 매제(妹弟)가 아니라, 매부(妹夫)다. 호칭 바로 하도록 해."

아버지의 지적을 받자 라현은 마뜩잖은 기색으로 작게 답했다.

".....네."

툴툴거리는 오빠를 달래듯, 어깨를 슬쩍 잡고서 웃음을 흘리던 미현은 이내 작은 방에서 간이 의자를 가져와 소파 옆에 놓았다. 못마땅한 얼굴로 서 있는 라현을 의자에 앉힌 미현은 싱글거리는 미소를 짓고서 라희를 향해 말을 건넸다.

"지난번에도 봤는데, 반지가 참 예쁘네요. 언제 받으셨어요? 아버님, 아가씨 반지 너무 예쁘죠?"

순간 모든 시선이 라희의 왼손가락 위에 쏠렸다. 라현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시큰둥한 표정이었고, 미현은 생글거렸으며, 아버지는 말없이 흘깃, 반지를 보고 시선을 다른 데로 옮겼다.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반지를 살폈다.

"어머, 반지네. 왜 여태껏 못 봤지. 다이아몬드 반지가 크기도 해라. 참, 청혼했다고 했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엄마의 말을 놓칠 새라, 미현이 바흐를 향해 눈웃음치며 말했다.

"그러게요, 지난번 봤을 때부터 참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듣기로는 회사 다니신다고 들었는데, 나이가 나이시니만큼, 그간 모아둔 재산이 꽤 되시나 봐요?"

"......"

바흐는 대꾸 없이 조용히 식혜 잔을 기울였다. 첫 인사 자리라 부담되고 어려운 자리인데도 거리낌 없이 돈 이야기를 꺼낸 미현은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입매를 올리며 생글거렸다. 바흐로부터 가타부타 답이 없자 슬쩍 시선을 옮겨 미간을 내리 좁힌 라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런 반지, 모르긴 몰라도 꽤 비쌀 텐데. 우리 오빠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서 부담될까 봐 걱정이었거든요. 이렇게 좋은 반지로 프러포즈도 받고, 정말 부럽네요. 아가씨."

일부러 들으라는 듯, 말꼬리를 길게 늘여 뺀 미현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엄마가 말했다.

"라현이가 네게 반지를 안 줬니?"

아주 찰나, 걸려들었다는 표정이 얼굴 위로 떠올랐다. 미현은 조금 처량한 표정으로 힘겹게 입매를 끌어 올리며 답했다.

"네에. 오빠도 직장 다니느라 정신 없어서요. 그래도 식전에는 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어머님. 이렇게 아가씨 반지하고 진욱씨를 보고 있으려니 저 지금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은 거 있죠."

미현은 반지 핑계로 의도했던 본론을 꺼냈다. 결혼식. 지난 한정식 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전셋집 구할 자금을 요구했던 그녀였다. 이번 본가 방문으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셋집뿐만 아니라 결혼식 일체가 목표인 듯 보였다.

"어제오늘, 이렇게 어머님 아버님과 지내보니까 정말 우리 집처럼 너무 좋기도 한데, 아직 식전이라서 빈번하게 드나들면 말이 나올까 봐서요. 시골은 도시와 다르게 조금 보수적이라고 들었거든요."

어서 빨리 라현과 결혼식 올려달라는 이야기였다. 라희는 이미 혼인신고를 마쳤기에 언제가 되었든 결혼식이야기를 꺼내기는 꺼내야 할 참이어서,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생각에 잠긴 표정의 엄마를 향하던 눈길을 슬그머니 혼자 앉아 있는 아버지를 향했다. 아버지를 보며 애교 웃음을 흘린 미현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먼저 식을 올려야, 손아래인 아가씨도 수월하지 않겠어요? 진욱씨 나이도 있으신데."

그러자 잠자코 오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자네, 우리 딸애와 만나지 얼마나 되었는가?"

미현의 결혼식 이야기는 이제 본격적인 바흐의 호구 조사로 넘어갔다. 며느리를 들이기에 앞서, 사위 될 사람의 신상을 파악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인지라, 라희는 가만 바흐의 말을 기다렸다.

"일년 정도 되었습니다."

"어휴, 요즘 세상에 일 년이면 충분하죠. 서로 잘 맞았으니 큰맘 먹고 프러포즈 하셨겠죠."

미현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덧붙였다.

"아가씨도 잘 생각해 본 끝에 받아들이셨을 테고요."

아버지는 무언가 생각하듯, 미간을 잠시 좁히다가 바흐를 향해 말했다.

"결혼생각이 있는가 본데, 우리 애는 보다시피 아직 어리네. 자네보다 나이 차도 나고, 대학도 졸업전이고."

"예."

바흐는 공손히 긍정했다.

"회사를 다닌다고 들었네만. 어디 회사인가?"

"삼성동 H 매니지먼트 입니다."

바흐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이름을 말하자, 다들 낯선지 고개를 갸웃했다.

"H 매니지먼트는 처음 듣는 곳이로군."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소규모 자산운영사입니다."

"어머, 금융계네요. 어쩐지."

미현이 호들갑스럽게 말하며 라희의 반지에 시선을 고정했다가, 슬쩍 옮겨서 양주 선물 세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금융 쪽은, 연봉이 세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였구나. 아가씨, 정말 좋으시겠어요?"

"네?"

"약혼자 분께서, 금융 쪽이면 앞으로 돈 걱정이 없잖아요."

다시 돈 이야기. 미현은 작정한 듯 보였다. 라희가 그런 그녀를 싸늘히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와, 아버지. 이거 라희가 가져온 양주인가 보네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라현이 쇼핑백을 발견하고서 크게 소리쳤다.

"오빠 저쪽에 선물 세트도 있어요."

미현이 넌지시 현관 앞을 보며 말하자, 라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선물 상자를 들고 와 소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첫 인사 온다고 잔뜩 힘을 주셨나. 야, 이거 뭐냐."

"고기 아니에요? 오빠."

미현이 확신해 차 말했다.

"한우에요."

라희가 짧게 대꾸하자, 눈빛을 반짝인 미현이 엄마를 보며 입매를 올렸다.

"어머니,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식사라도 하면서 마저 이야기해요. 아가씨와 진욱씨 모두 시장하실 텐데."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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