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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와 그와 나-177화 (17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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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약지 위에 반짝이는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 빛에 반사될 때마다 영롱하게 빛난다. 저녁 식사 도중 라희가 숟가락을 멈추고 홀린 듯 제 손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 맞은편에서 라희를 가만 보고 있던 바흐가 짓궂게 물었다.

"다이아몬드가 작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큰 것으로 교체할까?"

작냐니. 이미 충분히 컸다.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라희는 냉큼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예뻐서요."

라희는 얼굴을 붉히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바흐는 그런 라희를 보며 옅은 미소 담긴 입술을 열었다.

"반지 알 사이즈가 크면 노티나 보인다길래. 지금 그 사이즈도 젊은 아가씨가 일상생활 중 가볍게 착용하기에는 어색하다는 소리를 들었거든."

확실히 그랬다. 다이아몬드가 아닌, 그냥 큐빅으로 보기에도 조금 큰 사이즈였으니까. 오늘 오후, 다시 거실로 내려와 만난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위층 방 리모델링을 상담하면서 라희의 손에 걸린 반지가 신경 쓰이는지 은연중에 눈길을 던지곤 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겠지. 좀 전 까지 집주인과 냉랭하게 있다가 올라갔는데 갑자기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나타나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란 듯 끼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누가 바흐에게 그런 말을 한 걸까.'

궁금했다. 말하는 분위기를 보니 드비어스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는 솔직하게 물어봐도 되겠지. 라희는 눈을 들어 바흐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그말 어디서 들었어요?"

"음."

그는 말해주지 않으려는 듯한 표정이었다가, 라희가 계속 주시하고 있자 슬며시 입매를 올렸다.

"고모님께서."

"아..."

그럼. 바흐가 청혼할 거라는 것을 알고 계신 거구나. 젊은 아가씨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확실히 이유진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이유진을 떠올리자 가늘어진 눈동자 너머 라희의 뇌리에 올 초 뉴욕에서 고모님을 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바흐와 함께 방문한 라희더러 자리를 비켜 달라고 했었는데 그때 남은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몹시 궁금했었다. 뉴욕을 떠나기 직전 들은 제니퍼 말로는 고모님이 평소 이유진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던데 이렇게 바흐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매한 것을 보고 직접 조언해주신 것을 보면 아마도 마음을 바꿔 허락한 걸까.

라희는 식탁 위에 놓인 접시들을 바라보면서, 반년 전 일을 떠올렸다. 미간이 미미하게 좁혀졌다. 도망치듯 벗어난 뉴욕. 그리고 바흐의 회사와 고모님이 계신 곳.

"저....."

라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바흐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유심히 눈길을 던졌다.

"이제 한국으로 귀국한 건가요?"

내내 묻고 싶었던 말. 바흐는 분명 뉴욕에 회사가 있는데, 이번 한국에 돌아온 것은 귀국한 걸까 아니면, 잠시 들른 걸까. 오늘 오후 갑작스레 청혼을 받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니. 조만간 뉴욕으로 돌아가 봐야 해. 지금은 잠시 들른 거라서. 국내에서 처리할 일들을 마치면 가봐야겠지."

라희는 미간을 좁혔다. 바흐가 곧 뉴욕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라희는 한국을 떠날 수 없다.

"저는 아직 학기가 남았는데요."

졸업까지는 아직 2학기가 남아 있었다. 지난해 한 학기 휴학했기 때문에, 내년 2월 졸업이 아닌, 하계 졸업을 해야 했다.

"흐음."

바흐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가 반쯤 비워진 식탁 위의 음식을 살폈다. 그는 라희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식사 다 했으면, 올라가서 이야기를 마저 할까."

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때, 주방 쪽에서 임 여사가 후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오며 공손히 물었다.

"과일과 차를 방으로 올려 드릴까요?"

바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로 부탁해."

"알겠습니다."

임여사가 정중히 말하고서 주방으로 향하자, 라희는 바흐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주눅이 들어서 올랐던 계단이었는데 따스한 손을 맞잡고서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오늘 일어난 일 모두가 마치 꿈만 같았다.

"공사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될 거라더군."

침실에 들어오자마자 바흐가 텅 빈 한쪽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고 있다. 바흐가 공사 서류를 넘기며 사인하는 동안 라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리모델링 테마와 가구 배치를 상의했었으니까. 바흐의 제안이 너무도 갑작스러웠고 실내 인테리어는 처음이라서 적당히 고를만한 취향이랄 것도 없었지만, 디자이너가 내민 포트폴리오 시안 테마중에서 가장 깔끔한 화이트를 선택했다. 기존의 바흐의 공간과 다를바 없는 것으로 보아 오피스텔과 본가의 디자인도 화이트였나 보다 추측했다.

'함께 지낼 공간...'

생각만으로도 어쩐지 쑥스럽고 부끄럽지만, 몽실몽실 기분 좋은 설렘이 뺨을 확 달아오르게 했다. 라희는 뺨의 열기를 달래려 양 손바닥으로 뜨끈한 볼을 가볍게 찍어 눌렀다. 그렇게 벽을 보며 잠깐 서 있는데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바흐가 들어오라고 대답하자, 쟁반을 들고 들어온 임여사는 방안 소파 테이블에 떡과 과일 그리고 커피를 올려두었다. 임여사가 조용히 목례하고 방을 나서자 바흐는 자리에 서서 에스프레소를 들어 기울였다. 라희도 커피를 마시며 개운하게 입안과 속을 달랬다.

"음."

그는 잔을 내려놓고서 침대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 자리를 손으로 가볍게 치면서 눈짓으로 라희를 불렀다. 라희는 커피잔을 내려 놓고 침대로 다가갔다.

"말해봐.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라희가 그의 옆에 앉자, 나직한 음성이 바로 옆에서 울렸다. 침대에 함께 앉아있기 때문일까. 바로 옆에서 귓가를 간지럽히는 저음은 야릇하게 들렸다.바흐의 곧은 시선이 얼굴 위로 쏟아지고 있음이 생생히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달아올랐다. 라희는 눈을 들어 옆에 앉은 바흐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매와 눈길을 마주하자, 쿵쿵 가슴이 떨렸다. 천천히 다가오는 짙고 검은 눈동자. 가깝다. 아주.

라희를 향해 낮아진 새카만 눈동자가 바로 앞이라고 생각해 숨을 들이켠 순간 입술이 닿았다. 연한 살갗. 보드랍고, 따스한 감촉. 코끝을 스치는 진한 커피 향.

잠시 내려앉았던 입술이 떼어지자마자 입술에서 뻗어져 나와 목줄기를 타고 찌릿한 감각이 일었다. 아주 가벼운 키스였지만, 닿은 입술 위에 스위치가 켜지듯 온몸의 감각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그가 얼굴을 마주하고 지그시 응시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린다는 듯이.

"저는......"

라희가 입술을 작게 달싹이자 낮게 잠긴 허스키한 음성이 튀어나와 라희는 급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사이, 쪽, 다시 입술이 맞닿는다. 이번에는 가벼운 키스가 아닌, 조금 더 긴 키스.

뜨거운 입술이 작은 입술 위를 덮고 촉촉한 속살로 살며시 빨아들였다. 윗입술이 빨리면서 찌르르한 감각이 돋았다. 그 뒤 아랫입술을 슬쩍 잡아당기는 느낌. 촉촉하고 말캉한 혀가 잡은 입술 안쪽을 미끈하게 훑었다. 자연스레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뜨끈한 혀가 입안을 타고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은은한 체향과 함께 마신 커피 향이 입안 가득 퍼져들어와 스민다. 쌉싸름한 맛이 지나자, 오랜만에 맛보는 들큰한 그의 맛이 났다. 그게 너무 좋아서 라희는 입술을 깊게 맞대고 그에게 애타게 매달렸다.

등뒤로 묵직하게 등을 쓸어내리며 누르는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를 향해 몸이 밀착된다.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 위로 탄탄한 가슴이 닿는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저릿하게 눌리는 느낌. 혀와 혀가 넘나들면서 마주 댄 서로의 박동이 맞아들어간다. 뭉근한 안정감이 맞닿은 가슴으로 퍼져 든다. 제 것인 양 포근하고 안온한 감각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미끌, 촉촉한 혀끝이 혓바닥을 나릿하게 문지르다가 서서히 입안을 빠져나갔다. 벌어진 입술 위를 슬며시 핥은 혀끝이 완전히 떼어지자, 라희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렸다. 바흐가 옅은 미소를 띠고서 라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해."

귓가에 나직하게 흘러드는 저음. 그의 시선 안에 꼼짝없이 갇혀서 풀어진 흐릿한 눈을 느리게 두어 번 깜빡였다. 라희는 나른하게 감겨드는 감각을 떨쳐내기 위해 다시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감각의 늪, 그 어딘가를 배회하던 이성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졸업, 해야 돼요."

대학 졸업이 일 년 남았다. 이대로 바흐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뉴욕에서 그의 옆에 서 있으려면 예일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학은 졸업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그쪽에서는 알아주지도 않고 모르는 대학이라도, 대학은 대학이니까. 미국은 졸업을 더 중시한다고 들었으니 중퇴보다는 대졸이 더 낫겠지.

"흐음.

그는 낮아진 짙은 시선으로 라희의 눈동자를 직시하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 본능적인 긴장으로 움츠린 몸을 훑어내렸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 가운데 느릿하게 움직이는 곧은 눈길의 움직임이 읽힌다. 입술을 지나 턱을 지나 목덜미를 타고 아래로 내려온 그의 시선은 자신의 가슴과 맞닿은 봉긋한 가슴에 머물렀다가 다시 라희를 향했다. 바흐가 천천히 고개 기울였다. 귓가에 스치는 뜨끈한 숨결.

"생각이 바뀌도록 노력해야겠는걸."

낮게 울리는 목소리.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이고, 야했다. 그가 뿜어내는 숨결이 귓가를 어지럽힌다 싶더니, 순간 움찔. 미끈한 혀끝이 귓불에 감겨들면서 귓불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 약하게 빨린다. 귓불과 귓가를 슬며시 빨아내던 입술은 목덜미를 타고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부드러운 입술이 피부 위로 닿을 때마다 몸이 조금씩 움찔 움찔거렸다. 목이 자연스레 뒤로 비스듬히 뻗었다.

"흐읏..."

살갗에 닿는 뜨끈한 느낌. 움푹 팬 쇄골에 코를 깊게 파묻은 바흐가 숨을 길게 들이켰다. 그가 체중을 실어오자 몸이 서서히 뒤로 무너진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등이 닿고 위에서 바흐가 몸을 겹쳐왔다. 묵직하게 육체가 눌리는 감각이 너무 좋아서 라희는 자기도 모르게 팔을 길게 뻗어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옆으로 젖혀진 여린 목덜미로 그가 더 파고들었다.

찌르르, 촉촉한 입술에 눌린 살갗이 빨리고 혀로 문질러질 때마다 야릇한 쾌감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가빠진 호흡이 길게 벌어진 입술 새로 터져 나왔다.

긴 손가락이 허리를 더듬다가 윗옷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손바닥이 미세히 떨리는 몸을 느릿하게 쓸어내리면서 위로 올라가 브래지어 밑을 파고 들었다.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을 둥글게 움켜쥐었다가 풀어주었다가 다시 움켜쥐었다.

어느새 뻣뻣해진 유두가 손바닥 아래 쓸리면서 야릇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그의 손이 가슴을 감싸 만지작거리는 감촉이 못 견디게 좋았다. 그간 억눌렀던 감각이 자연스레 피어올랐다. 라희는 몽롱하게 풀어진 눈동자로 흐릿한 신음을 내질렀다.

"아.."

연신 목덜미를 빨리고 가슴이 짓눌러지는 쾌감에 매트리스에 허리가 깊게 눌리면서 몸을 뒤틀린다. 뜨끈한 손바닥 아래 눌리는 젖가슴이 땡땡하게 뭉쳤다. 쥐었다 폈다. 손길 아래 눌리는 꼿꼿한 정점에 저릿한 기운이 몰린다.

촉촉한 혀끝으로 빳빳한 열기를 달래주고, 입술을 흡착해 똘똘 뭉친 쾌감을 풀어줬으면 하는 갈망. 팽팽히 달아오른 유두와 젖가슴을 입안에 가득 머금고 빨아내고 잘근 씹어주었으면 했다.

가슴이 뭉근하게 눌리고 뭉쳐지고 문질러져 쓸릴 때마다 그리웠던 손길 아래 활짝 열린 감각들이 그를 원했다. 열기로 탁하게 달뜬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라희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뻗어 바흐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가 손끝에 힘을 주어 은근하게 그의 머리를 아래로 눌렀다.

"말하면."

잔뜩 달아오른 몸으로 달뜬 신음을 흘리던 귓가에 흘러들어 가늘게 몸을 떨게 만드는 야한 저음. 뒤에 잘린 말은 해줄게 인가. 잠시 부끄러움으로 망설이며 아랫입술을 짓깨물던 라희는 욕망에 굴복하고 흐리게 벌어진 입술을 달싹였다.

".....빨아주세요."

젖가슴을 더듬던 손길이 아래로 내려와 옷단을 잡고 윗옷을 벗겨 냈다. 순식간에 입고 있던 티셔츠가 벗겨져 나가고 능숙한 손길로 브래지어가 풀렸다. 벗겨진 몸 위로 낮아진 시선이 샅샅이 훑어내렸다. 그의 아래 훤히 드러난 젖 가슴이 부끄러워 라희가 눈을 질끈 감자, 그가 라희의 두 손을 붙잡아 봉긋한 양 가슴 아래로 손바닥을 받쳐 얹었다.

"이렇게."

모으고 있으라는 듯 말한 그의 손은 허리 아래를 향했다. 라희는 제 손으로 두 가슴을 모아 깊은 젖무덤 사이 골짜기를 만들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면서 가운데로 몰린 둥근 젖가슴 위로 더운 숨결이 내려앉았다. 살갗 위를 얕게 스치는 코끝 아래 숨결이 견딜수 없이 야릇했다.

이내, 솟아오른 가슴 위로 뜨끈한 입술이 내려앉아 봉긋 돋은 분홍빛 유실을 한입 베어 물었다. 미끈한 혓바닥이 유두 아래를 타고 입안으로 유실을 빨아들이자, 땡땡 달아오른 유두 끝이 축축한 혓바닥 위로 넘어들어갔다. 곧추선 젖꼭지는 그의 입안에서 뜨끈하게 짓눌리면서 깊이 빨렸다.

뾰족하게 세운 혀끝이 유두 끝을 타고 둥글게 빙글 굴리다가 가운데를 찌르듯 툭툭 두드렸다. 미끈한 혓바닥 전체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날름 문지른 유두를 잇새로 가두고 쭉쭉 빨아들일 때마다 잔뜩 뭉쳤던 쾌감이 풀어져 저릿저릿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 흣!"

입술 사이로 젖꼭지를 압박하면서 젖가슴을 흡착해 쭉 빨아내니 견딜 수 없는 쾌감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허리가 들리면서 몸이 비틀렸다. 그가 양쪽 가슴을 번갈아 가며 발갛게 달아오른 유두를 입안으로 삼켜 빨아내고 혀끝으로 짓누르고 혓바닥으로 휘감아칠 때마다 하얗게 일어난 쾌감이 머리끝까지 넘실댔다.

"흐...으...하..."

물컹이는 혀끝은 힘있게 유두를 짓눌러 뭉그르고 빙글 돌려 핥아냈다. 매끌매끌 살갗 위를 압착하는 농밀한 흡착. 그 가운데 몰린 유두는 그가 빨아내고 핥아 낼 때마다 눌리고 흔들리고 위로 솟아나 짜릿짜릿한 쾌감을 전신에 흩뿌리며 퍼트렸다. 그럴 때마다 배꼽 아래가 미끈하게 젖어들면서 욱씬거리며 뭉쳤다.

라희는 허벅지 안쪽에 힘을 주어 적셔지는 갈망으로 허리를 뒤틀었다. 양 가슴이 쪽쪽 빨리면서 그를 향해 잔뜩 모아쥔 가슴을 받치는 가녀린 손끝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양 가슴을 희롱하는 동안 가는 허리께를 더듬던 긴 손가락이 투둑, 바지 단추를 풀어냈다. 그는 한 손으로 바지를 재빨리 벗겨 냈다. 걸치고 있던 팬티까지 발목을 빠져나가 완전히 알몸이 되자, 뜨끈하게 젖은 아래로 서늘한 바깥 공기가 와 닿았다. 라희가 놀라 움츠리며 허벅지를 오므리는 사이, 숙였던 몸을 바로 세운 바흐는 자신의 옷도 훌렁 벗어버리고서 라희의 몸 위로 체중을 실었다.

더운 체온을 지닌 묵직한 육체가 가녀린 몸을 눌러오면서 불끈 솟아난 뜨거운 살덩이가 미끈한 허벅지 사이를 짓눌렀다. 잔뜩 감각이 예민해진 피부 위에 닿는 묵직하고 뭉툭한 남성이 주는 본능적인 기대감으로 허벅지 깊은 곳 젖은 안쪽이 미끈하게 수축하면서 허리 끝이 찌르르 떨렸다. 서로의 맨 살갗이 밀착되며 피부를 스치자, 눌리는 자리마다 야릇한 감각이 오소소 돋아났다. 라희는 몸을 움직여 그의 몸에 깊게 감겨들었다.

"아...흐으읏.."

천천히 허벅지 안쪽을 쓸어 올라가던 긴 손끝이 흠뻑 젖은 수풀을 가르고 달아오른 속살을 지분거렸다. 미끌거리는 꽃잎 사이를 가볍게 건드리면서 그 아래 움푹한 깊은 구멍 위를 미끈하게 타고 문질렀다. 물기 어린 속살과 단단한 손끝이 마찰하면서 찔벅거리며 젖은 소리가 들뜬 귓가를 어지럽혔다. 슬며시 눌리며 건드릴 때마다 한껏 달아오른 뜨끈한 젖은 속살이 오므라들어 손가락 끝에 달려들었다.

끈적이는 더운 액을 담뿍 묻힌 손끝이 아래를 둥글게 짓누르다가 위로 미끄러져 올라와 잔뜩 성이 나서 빳빳해진 붉은 돌기를 지그시 매만지며 짓누르자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어질어질한 쾌감이 뻗쳐올라 왔다.

"하읏!"

라희는 고개를 뒤로 힘껏 젖히고 허리를 튕겨 올렸다. 미끌 미끌 젖은 애액이 긴 손가락 끝에 묻어 한껏 달아오른 클리토리스 위로 연신 끈끈하게 덧발라졌다. 끈적한 손끝에 짓눌리고 문질릴 때마다 뿜어져 나온 더운 열기가 몸 안을 가득 채웠다. 미끈한 움직임이 꽃잎을 가르고 손가락을 세워 길게 위에서 아래로 저릿하게 누르며 젖은 속살을 파고들었다. 흠뻑 젖은 아래의 샘 위를 간질거리는 손끝은 안의 열기를 음미하는 듯 위아래로 지날 뿐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애태웠다.

"하앙..."

라희가 허벅지 안쪽을 움찔거리며 가운데 박힌 손을 가두듯 다리를 모으자, 긴 손가락이 아슬아슬하게 잔뜩 움츠러든 질구를 짓눌렀다. 야릇야릇 움찔거리는 안쪽을 넘나들며 잔뜩 몰려든 뜨거운 욕구를 달래주었으면, 하는데도 얄미운 손가락은 쉬이 들어오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끈끈한 액으로 온통 뒤덮인 꽃잎과 음핵을 건드리며 간질간질 애만 태웠다. 라희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그의 손끝에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열기로 들떠 온통 흐리고 가늘어진 눈빛이 그를 원망하듯 쏘아보자,

"어떻게 해줄까."

거부할 수 없는, 탁하게 잠긴 낮은 목소리가 야하게 귓가에 감겨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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