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와 그녀와 그와 나-173화 (17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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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내리더니 그쳤다.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축축한 습기에 젖어 서늘하다 느껴졌다. 지금은 수업시간. 계절학기의 첫 번째 금요일 마지막 수업인 교육사회 수업은 굉장히 지루했다. 라희로서는 당연하게도 이번에 처음 보는 여자 교수님이었는데, 나이는 40대 초중반, 아니 모르겠다. 혹시 30대 후반일지도. 솔직히 말하면, 눈썰미가 좋은 편은 아니니까.

여하튼, 더이상 젊지 않은 나이의 여자 교수님이다. 얼굴은 약간 각이 져서 무뚝뚝하게 생긴데다가 염색기라고는 전혀 없는 칙칙한 검은색 단발머리, 답답해 보이는 정장 옷차림, 거기다 높은 콧등에 걸친 붉은색 뿔테안경은 포인트 컬러로 착용했는지는 몰라도 마치 예전 고등학교 때 학급 문고에서 우연히 읽은 B 사감과 러브레터라는 소설 속 B 사감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그런 여교수님인데, 정말 목소리마저 지루했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교육의 형평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을씨년스러운 서늘한 날씨, 온통 칙칙한 교수님, 단조로운 목소리, 거기다 날카로운 사회 비판적인 내용의 강의를 듣던 라희는 지루함을 달래려 한동안 노트에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다가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

그러다, 문득 하얀 노트 가득 어지럽게 써 놓은 낙서 중에 빈번하게 반복되는 영어 단어를 발견하고는 스스로에게 고개를 내저었다.

bach.

이 정도면 중증이다. 고개를 들어 힐끗 벽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2시 50분을 향했다. 길고 길었던 하계 계절학기의 첫주가 마감되고 있었다.

"그럼 첫 번째 레포트 나갑니다. 주제는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의 학제와 교육시스템에 대해서 비교 분석해오세요. 분량은 A4 5장 이상, 도표나 사진 자료를 제외한 순수 텍스트 분량입니다."

B 사감을 닮은 교수님은 계절학기 첫 주말을 맞아 은혜로운 과제를 투척하면서 훈훈하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라희는 내내 손 등위로 빙빙 돌리고 있던 펜의 뚜껑을 닫아 책과 함께 가방에 담아 넣고서 강의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나와 계단으로 향하는데, 저 앞쪽 자판기 근처에의 창가에 키가 제법 큰 남학생 서너 명이 서서 종이컵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쪽으로 슬쩍 시선을 던진 라희는 이내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잔상을 지운 머릿속으로는 계속 지난번 미라가 라희의 연애상승 모드를 북돋기 위해 넌지시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 학과 복도에서 미라에게 바흐가 먼저 말 걸었다던.

'만약......'

바흐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 어땠을까. 그것도 미라네 학교가 아닌, 라희와 같은 대학교라면. 조금 전 스치듯 보았던 복도의 남학생들처럼, 그렇게 흔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무난한 상대라면. 어쩌면 지금처럼 몇 달 내내 전화를 걸까 말까, 연락해 볼까 말까 머리 싸매고 망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럽지 않을 테니까.

처음부터 돈으로 맺어진 관계였기에, 매춘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섣불리 먼저 연락했다가는 그의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슨 평가를 받게될지 뻔했다. 떨어져 있으니 돈맛이 그리웠던 거라고 비아냥거리며 가볍게 말하겠지.

사람들로부터 돈을 노리고 접근한다는 싸늘하고 모멸감 섞인 시선을 받는 일은 겪을 만치 겪었고 이제 더는 사양이었다. 차라리 지금 바흐의 모습 그대로 금전적인 부분만 여느 평범한 대학생이나 30대 직장인 같았다면 좋았을 뻔 했다.

그랬더라면, 스스럼없이 먼저 손 내밀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

기숙사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내내 라희는, 오늘 수업 중 낙서로 아른거리는 머릿속 가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언니!"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웬일로 옷을 쫙 빼입은 수진이 방문 앞에서 반기며 맞았다.

"수업 끝났어요? 이제 자유?"

밝은 목소리로 질문을 받은 라희가 수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화장은 풀 메이크업, 옷은 몸매를 또렷이 드러내는 검은색 원피스, 구두는 붉은색 하이힐이었다.

"응. 불금이야?"

라희의 물음에 수진은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며 답했다.

"네. 유후! 이따가 친구들과 청담동 클럽 가기로 했어요."

수진은 대답과 동시에 신 나게 몸을 흔들며 옷장 안쪽에 걸린 거울을 보고서 옷매무시를 가다듬다가 고개를 돌려 라희에게 말을 건넸다.

"참, 언니도 갈래요? 지금 인원이 셋이라서. 한자리 비는데."

"아니."

"왜요, 불금이잖아요. 언니는 몇 달 만에 쉬는 거면서 진짜 기숙사 안에서 미드나 보며 뒹굴거릴거에요?"

"응. 시끄럽고 어두운 곳은 딱 질색이야."

수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니, 가만 보면 취향 참 건전해요. 술도 잘 안 마셔, 춤도 싫어해, 남자는 물론이고, 사람도 잘 안 만나고, 말 수도 별로 없고. 무슨 재미로 살아요? 언니 맨날 즐겨보는 크리미널마인드나 멘탈리스트 같은 범죄수사물 미드 보는 재미로 살아요?"

라희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 침대맡에 비스듬히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런거 같네. 예전에는 법정물도 좋아했는데, 보스턴 리갈하고, 고전이지만 앨리맥빌."

"후훗. 언니 실제 생활상의 모습으로는 딱 건어물녀라니까요.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죠. 이 불금에 방안에서 연쇄살인범과 뜨거운 밤 보내세요. 전 그동안 나가서 친구들과 청담동 킹카들을 굴비 엮듯이 줄줄이 엮어올게요."

수진은 다시 한 번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서 몸을 비춰보다가, 멈칫. 발걸음을 멈췄다.

"아, 맞다. 아까 언니한테 등기 왔다고 호출 왔는데 제가 내려가서 대신 받았어요. 이거."

A4 반만 한 크기의 자그마한 상자. 수진은 라희에게 튼튼하게 포장된 두꺼운 종이 상자를 건넸다. 맨 위에는 [수령인: 송라희] 라는 글자만 적혀 있었다.

"배달하는 아저씨가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한다고 까다롭굴던데요. 대충 얼굴 보고서, 책상 서랍 안에 들어 있던 언니 학생증 내밀고 수령증에 사인하니까 언니인 줄 알고 맡기고 갔어요. 제대로 확인도 못할 거면서 괜히 까탈 부리기는."

"이게..."

라희가 손에 받아들고 요리조리 살피며 고개를 갸웃하자, 수진도 궁금한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뭐에요? 짐작해 보려고 해도 일반적인 택배 상자는 아닌데다가, 겉에 아무것도 안 쓰여 있어서."

"글쎄. 딱히 인터넷에서 뭘 주문한 적은 없는데."

"열어봐요, 언니. 궁금해 죽겠다."

수진의 은근한 재촉 속에 라희는 손을 움직여 종이 포장을 벗기기 시작했다. 칭칭 감긴 테이프를 뜯어내고 상자를 여니 안쪽에서 뽁뽁이로 두껍게 둘둘 말린 물건이 나왔다. 불투명 뽁뽁이를 풀어내서 안에 든 내용물이 똑똑히 보인 그 순간, 수진이 크게 외쳤다.

"와, 진짜 이쁘다! 이거, 어디서 팔아요?"

황금빛 아이폰.

라희는 너무나 깜짝 놀라 숨을 멈췄다. 굳어 있는 라희를 눈치채지 못한 듯 수진은 손을 뻗어 아이폰을 들어보며 감탄했다.

"이거 메탈 케이스가 아니라, 그냥 본체가 황금색이네요? 자잘한 큐빅도 박혀있고. 우와, 요즘은 업체에 맡기면 이렇게도 꾸며주나 보죠? 어? 근데 언니 폰 갤럭시잖아요. 이건 아이폰인데?"

"어?...으, 응. 친구 꺼야."

대충 얼버무린 라희의 대답을 들은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거기 업체 저 소개해주세요. 이렇게 폰을 고급지게 꾸밀 수 있으면 제 것도 맡기고 싶은데. 완전 예뻐요! 언니, 한번 켜봐도 돼요? 화면에 불이 들어오면 오면 더 예쁠 거 같아서."

라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수진은 망설임 없이 손에 쥐고 있던 아이폰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켰다. 이내 화면이 환히 보이자, 손에서 놓지 않고서 계속 감탄했다.

"이쁘다! 완전! 내 취향! 블링블링해요. 내 것도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동대문 가면 이렇게 색깔 입혀주고 큐빅 박아주는 가게 있다던데, 그거 친구가 휴대폰 꾸미기 한 거 보여줬는데 정신없이 치렁치렁해서 싫어했었 거든요. 근데 이건 딱 고급스럽게 아주 예뻐요."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수진은 아쉬운 표정으로 라희에게 아이폰을 건넸다. 다시 수진이 거울 앞으로 가서 옷차림을 점검하는 동안 라희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살폈다.

바흐로부터 갑작스레 도착한 휴대폰. 겉은 예전과 똑같다. 아무런 변화 없었다. 안쪽 통화목록도 마지막에 지웠던 그 모습 그대로 깨끗했다.

라희는 저장된 사진을 살폈다. 라희가 찍어 놓았던 바흐의 사진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진을 자세히 감상하는 일은, 수진이 기숙사를 나간 뒤에 해도 되기 때문에 라희는 재빨리 포토 앱을 종료시켰다. 다른 기본 메뉴들을 들여다보며 한동안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체 왜? 그것도 뜬금없이.'

눈매를 좁히며 아이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라희는 차례로 맨 아래 버튼을 다시 눌러 보았다. 폰, 메일, 사파리, 그리고 뮤직.

맨 마지막 버튼인 붉은색 뮤직을 손끝으로 눌러 클릭하자, 안쪽에 리스트가 떴다.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리스트에는 0이라는 이름의 음악 파일이 들어 있었다. 영(0)? 숫자 zero? 대체 이게 뭘까 싶은 마음에 클릭해 눌렀더니 이내 플레잉이 시작되었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위에 플레잉 바는 서서히 움직이며 시간이 지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혹시 소리가 작아서 그런가 싶은 라희가 조급증을 느끼며 볼륨 버튼을 최대로 높였을 때였다.

스피커 안쪽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 그리고 바로 피아노곡이 흘러나왔다.

-따다단 따 다다단 다......

천천히 귓속을 파고드는 선율. 느리게 시작되었다가 차츰 밝고 경쾌해진다. 정신을 사로잡은 세련된 연주 솜씨는 어딘가 푸른 하늘 아래로 이끌었다. 햇살 밝은 잔디밭 위를 천천히 산책하는 듯한 가벼우면서도 아련한 느낌. 포근하고, 안락하면서도 따스한.

들어 본 곡이었다.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치는 한 장소. 바흐와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방문했던 사우스 햄턴, 겨울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커다란 여름 별장의 거실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로 그가 연주해주었던 곡.

처음의 느린 버전이 아니라, 두 번째 연주해준 보통 빠르기의 연주곡.

라희는 눈 한 번 깜박하지 못하고 그대로 숨죽인 채, 그가 보낸 아이폰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그때였다.

"어?"

옷장 앞에서 거울을 비춰보던 수진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놀라 눈을 똥그랗게 뜬 라희를 바라보던 수진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언니, 이거 직접 피아노 레코딩 했나 봐요. 소리가 엄청 깊고 풍부해요. 이렇게 들으니까 원곡이랑 좀 느낌이 다르네요."

"원곡?"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에 놀란 라희가 다시 목을 가다듬고서 물었다.

"이곡, 원곡이 있어?"

수진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름 유명한 곡이에요."

"......?"

라희가 잔뜩 긴장한 눈으로 수진을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수진이 갑자기 풋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와, 언니 표정 대박. 그런 표정 처음 봐요. 그렇게 궁금해요? 이거."

수진이 가볍게 입매를 올렸다.

"사티의 곡이에요."

"사티?"

라희가 빠르게 되묻자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릭 사티요. 프랑스 작곡가."

수진의 대답을 들은 라희는 지금 이 대화가 어디선가 되풀이된 것 같은 데자뷰(Deja-vu: 기시감)라는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 그 속에서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가다가, 이내 묘한 기시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바흐가 언급했었다. 작년 연말, 런던 아이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바흐를 향해 바흐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을 던졌을 때 그가 답했었다.

-지금은 사티를 듣고 있어.

-사티요?

-에릭 사티.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대부분 곡이 피아노지. 최근에 각광받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어디선가에서 들어봤을지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말하고 지나쳤던 그 말.

한데, 지금 이 곡이 사티의 곡이라고?

"제목이 뭔데? 혹시 알아? 제목."

라희가 다급하게 묻자, 수진은 조금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뜨브요.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조수미 앨범에 성악곡으로 들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원곡은 피아노곡이라더라고요."

"주뜨브? 불어야?"

라희는 다그치듯 재차 물었다.

"네."

의아해하는 수진을 뒤로한 라희가 급히 손을 뻗어 휴대폰을 켰다. 인터넷 화면이 보이자 검색창에 주뜨브를 검색했다. 곧바로 검색 결과가 나왔다.

에릭 사티 (Erik Satie): Je te veux (주뜨브)곡명이 주뜨브라는 것은, 맞았는데 정작 라희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 아래 쓰인 해석.

불어인 Je te veux의 뜻은, 영어로는 I want you 한국어로는, 나는 그대를 원한다.

한국어 뜻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리고 그 아래 적힌 작곡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나자 심장이 쿵 내려앉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일순, 느리게 흐르고 있던 시간이 갑자기 딱 정지한 기분. 라희는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놀라 벌어지려는 입술을 내리 눌렀다.

"언니, 괜찮아요? 안색이..."

옆에서 눈매를 좁히며 물어오는 수진에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라희가 손짓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쿵쿵쿵, 미친듯이 쿵쾅이는 심장 소리 때문에 주위의 소리가 점점 묻혀갔다. 라희는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세차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도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불쑥, 라희는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빠른 걸음으로 책상으로 다가가 첫번째 서랍을 급히 열어젖혔다. 안쪽 깊숙이 놓여있던 메모지를 낚아 채듯 들어올려 떨리는 손으로 잡고서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몸을 휙 돌려 다시 침대맡으로 걸어갔다.

"언니, 왜 그래요?"

수진이 물었다. 라희는 침대에서 들어올린 종이 뭉치에 쓰여있는 [수령인:송라희]를 뚫어지게 들여다보면서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이거, 오늘 오후에 왔다고 그랬지."

라희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자, 수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네... 언니, 그런데 괜찮아요?"

수진의 걱정스러운 물음을 들은 라희는 고개를 느리게 한번 끄덕였다.

"어, 응."

그러다 잠시 미간을 좁히고 서 있던 라희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아이폰을 손에 들고서 옷장으로 곧장 다가가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그 안에서 급히 핸드백을 꺼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기숙사를 뛰쳐나갔다.

"언니, 갑자기 어디가요?!"

등 뒤에서 수진이 외쳤지만, 앞을 향해 뛰기 시작한 라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2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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