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와 그녀와 그와 나-132화 (13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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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오십시오. "

릭의 안내에 따라 대리석 바닥이 반질반질 빛나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는 마치 귀족가 저택인 듯한 고풍스러운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미국인데도, 런던 한복판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힐끗 본 휴게실은 윌버리 하우스의 응접실 중 하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유서 깊은 호텔인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우아한 곡선의 거실 가구들과 벽을 차지하고 있는 짙은 청동빛의 대리석 벽난로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위층에 담당 버틀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릭의 말과 함께 라희는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14층. 황금빛 무광 문이 번쩍이는 엘리베이터가 스륵 멈추자, 열린 엘리베이터 앞에는 검은색 연미복 수트를 입은 인상 좋은 중년의 백인 남자가 서 있었다.

"이쪽은 티파니 스위트의 담당 버틀러, 토마스입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수고했네. 릭."

토마스가 부드럽게 말하자 릭은 임무를 마쳤다는 듯이 모두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엘리베이터로 돌아갔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한, 미스 송."

초로의 노신사처럼 보이는 토마스는 입가를 끌어올려 반갑게 인사했다.

"티파니 스위트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플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저희 티파니 스위트는 신부님들의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 결혼식전날 파티) 장소로 아주 인기가 만발이라서요. 그래서 최근에는 거의 여성 손님분들을 뵈었었죠. 아, 말이 길었군요. 이쪽입니다."

버틀러인 토마스 안내로 두 사람은 이내 '1403 티파니 스위트 (TIFFANY SUITE)'라고 적힌 고풍스러운 청동 문패가 걸린 문 앞에 섰다. 뉴욕의 초호화 호텔인 세인트 레지스의 티파니라. 거기다 브라이덜 샤워 장소로 인기가 높다면, 뭔가 기대할만한 방이지 않을까? 라희는 동화 속 공주님 방문 앞에 걸려 있을 법한 소녀풍의 문패를 가만 응시했다.

"티파니 스위트입니다. 스위트 룸 내부는 모두 티파니사의 제품이지요. 도자기, 은식기, 그리고 잔과 술병 등 모든 물품이요. 당연하게도, 스위트룸 실내 전체는 티파니 사의 수석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꾸며졌습니다."

토마스는 자부심이 깃든 조근조근 한 말투로 설명하면서 한쪽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로, 현관의 맞은편 벽이 보였다. 티파니 스위트의 현관 벽지는 티파니 특유의 파란 색과 은색이 어지럽게 섞인 패턴이었는데 텅빈 벽은 아니었다. 천장에 매달린 케이크 뚜껑을 엎어 놓은 것 같이 생긴 둥근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가로로 눕힌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거울과 특이한 모양의 선반이 설치된 벽이다.

"저희는 현관 입구를 홀리 고라이틀리(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햅번의 배역 이름)의 포이어(foyer:현관)이라고 부릅니다. 극 중에서 홀리가 가장 열망하던 것을 담고 있으니까요."

현관 벽 정중앙에 매달린 은색 거울의 테두리는 두꺼운 금속 액자 모양이었는데, 은빛 프레임이 가운데로 촘촘한 원이 빼곡히 뚫려 둘린 형태였다. 그리고, 그 아래 정말로 특이한 선반이 놓여 있었다. 검은색 널빤지 같은 상판과 그 반만 한 맨 아래의 검은색 받침 가운데로 둥근 원형의 두터운 원형 조형물이 상판과 상판을 잇는 선반의 다리 역할을 했다.

"보시다시피, 스위트의 현관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 장면에서 오드리 헵번이 열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티파니의 아이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배치가 무얼 뜻하는지 한번 맞춰 보시겠습니까? 정답을 맞히신다면 거실 안쪽에 준비된 상품을 드리지요."

릭이 상냥하게 제안했다. 같이 서 있던 바흐는 비스듬히 시선을 내려 흥미로운 표정으로 라희를 바라보았다. 라희는 다시 한 번 눈을 들어 주의 깊게 현관 벽을 찬찬히 살폈다.

눕힌 직사각 모양의 금속 테를 두른 거울과 그 아래 둥근 원형 고리 모양의 선반.

토마스의 말대로, 스위트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이 특이한 모양새는 분명히 의도가 엿보이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이방은 데스크에서 들은 대로 일명 디자이너 스위트. 그야말로 디자이너가 기획하에 만든 특실이다. 대체 현관 벽 설치 형태의 의도가 뭘까 생각하던 라희는 이내 이 특이한 거울과 선반의 배치가 뜻하는 바를 깨달았다.

하나하나 뜯어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보니,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반지요."

라희가 대답했다. 흔히 에메랄드 컷이라 불리는 사각 보석 반지. 거울은 에메랄드 컷을 상징하는 사각형이었고, 그 아래 둥근 원형 선반은 반지의 원형 고리를 뜻했다. 그리고 현관의 푸른색 벽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잘한 크리스탈로 온통 뒤덮여 있어서 둥근 샹들리에 조명 아래 눈부시게 빛났으니까 아무래도 티파니 보석 상자 안에 담긴 반지를 형상화한 모양 같았다.

"대단히 예리하시군요. 그 어떤 힌트조차 없이 정답을 맞히시다니요. 놀랍습니다. 주로 신부님들은 바로 맞추시던데, 그 외 분들은 고전하셨거든요. 한두 개의 힌트를 듣고 나서야 정답을 말씀하셨죠. 자, 그럼 이제 상품을 수령하러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라희는 예전 아주 예전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언뜻 스쳐 보았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오드리 헵번을 떠올렸다. 꼭 그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여자들이 티파니의 반지에 열광하니까. 현관을 이렇게 선물 케이스에 든 반지로 형상화해 놓은 것이 이해가 갔다.

현관 공간 안에 들어서니 왼쪽으로 하얀 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고 그 틈 사이로 소파가 놓인 거실이 보였다. 토마스는 거실문을 활짝 열고서 안으로 안내했다.

"와아."

방을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티파니 스위트룸은 전체가 1,700ft(약 50평)로, 거실, 침실과 욕실 그리고 식당으로 나뉘어 있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간단히 제 고유의 임무인 스위트룸 소개를 수행하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토마스의 말에 바흐는 라희를 바라보았고 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버틀러에게 안내를 받아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스위트 룸을 소개하는 일이 무척 즐거워 보이는 토마스의 안내로 차례로 거실과 식당 그리고 침실을 안내받았다. 내부는 전반적으로 흰색과 민트빛 청색, 그리고 은빛 실버의 조합으로 티파니 특유의 색상과 화려함을 고대로 담은 모양새였다.

"거실의 가구들 모두 티파니사의 제품이랍니다. 여기 바 세트(bar set)조차도요."

토마스는 거실 창가 곁에 놓여 있는 웨곤 위의 식기를 가리켰다. 여러 음료를 마시기 위한 다양한 모양의 크리스탈 잔과 실버 아이스 버킷 그리고 칵테일 쉐이커가 은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라희는 그의 소개에 따라 거실을 둘러보았다. 푹신한 패브릭 스타일의 모던한 거실의 가구부터 마치 디즈니 공주 성에나 나올법한 우아한 곡선의 흰색 테이블의 윗부분은 티파니 블루의 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천장. 스위트룸의 새하얀 색 천장은 구석구석 모서리마다 고풍스러운 꽃과 거울 장식의 흰색 부조가 붙어 장식되어 있었다. 거실의 탁 트인 두 개의 창문 밖으로, 한쪽은 멀리 센트럴 파크가 내다보이고, 다른 한쪽은 화려한 뉴욕 5번가의 밤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멋지네요."

라희는 창밖은 내다보며 바흐를 향해 짧은 감상을 말했다. 바흐는 들떠 있는 라희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이쪽이 침실입니다."

토마스가 침실로 안내했다. 침실 한가운데 놓인 킹사이즈 베드는 흰색과 블루의 티파니 느낌이 물씬 풍겼다. 특히, 침대가 놓인 침실 벽은 하얀 꽃 모양의 도자기 조형물들이 마치 활짝 만개한 꽃처럼 벽 위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우아한 화려함을 더했다.

"저쪽은 신부님들이 특히 좋아하시지요."

토마스는 창문 옆에 놓인 고풍스러운 흰색 탁자를 가리켰다. 탁자 위에는 우아한 은제 거울이 작은 병풍처럼 세워져 있어서, 고전 스타일의 화장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화장대 앞에는 티파니 로고 선명한 은접시 위에 크리스탈로 만든 티파니의 향수병들이 놓여 있었다.

"예쁘네요."

토마스가 처음 설명했던 대로, 방안의 모든 제품은 심지어 침대 옆 협탁 위의 스탠드와 은제 장식물조차도 전부 다 티파니 제품이었다. 하지만 침실과 연결된 옷장과 욕실은 그동안 바흐와 함께 다니면서 구경한 여느 스위트 룸과 비슷했고, 솔직한 인상으로는 버즈 알 아랍의 황금빛 호사스러움에 미치지 못했다.

"자, 마지막으로 이곳은 모든 손님의 애정이 어린 공간이지요."

토마스의 안내로 마지막 안내 코스인 식당에 들어서자, 침실에서 조금 시큰둥했던 라희는 눈을 크게 뜨고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와."

당장 화려한 디너파티를 열어도 손색없을 10인용 흰 사각 식탁이 놓인 넓은 식당은 온통 티파니 블루의 색상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마치 자신이 스스로 반지가 되어 티파니의 사각 선물 상자 한복판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어떻습니까."

토마스가 뿌듯한 표정으로 샹들리에를 가리키며 라희를 향해 의견을 물었다. 라희는 한눈에 들어온 식당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과연, 티파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좋아할 만 하네요."

식당의 천장에는 티파니 스위트에서 가장 압권이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눈을 즐겁게 했다. 길게 늘어진 샹들리에는 여느 화려한 샹들리에와는 전혀 달랐다. 번쩍이는 크리스탈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거나, 커다란 크기로 보는 사람을 압도케 하는 것이 아닌, 당당한 기품이 넘쳐 흘렀다. 마치 우아한 공주님의 가느다란 목에 둘린 크리스탈 비즈 목걸이 같은 줄이 샹들리에의 뻗어나온 가지마다 촘촘히 매달려 늘어져 있어 눈 부신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 약속드린 상품입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군요."

안내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온 토마스는 소파 테이블에 놓인 둥근 흰색 선물 상자를 건넸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티파니 선물 케이스 색상과 같은 민트색 마카롱 10여 개가 원형으로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마카롱은 라희가 영국에서부터 맛 들이기 시작한 달다구리로 이렇게 받게 되니 기분 좋았다. 밝은 표정의 라희를 본 바흐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가운데, 토마스는 다시 접시를 하나 내밀었다.

"그리고 이것은 티파니 스위트의 시그니쳐 디저트입니다."

토마스가 들고 있는 접시에는 티파니 선물 상자 모양의 민트색 슈가크래프트 사각 케이크가 흰색 포장지에 싸여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입 크기의 푸른색 위로 선물 리본 모양으로 데코된 흰색 장식이 앙증맞았다.

"와아, 예뻐요."

라희는 케이크의 예쁜 모양에 반해 무심코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가 곧 후회했다. 맛은 정말 달았다.

"으..."

라희는 혀를 강타하는 아찔한 단맛에 미간을 찡그렸다. 안은 촉촉한 파운드 케이크 같은 빵이었지만, 겉의 블루색 슈가 코팅은 그자체로 설탕 덩어리이였다. 라희의 찡그린 표정을 본 토마스가 곁들일 차를 준비해 드리겠다며 황급히 스위트를 빠져나갔다.

"드시지요."

"고마워요."

은쟁반에 뜨거운 홍차 두잔을 들고 들어온 토마스는, 라희가 소파에 기대 찻잔을 기울이며 혀끝의 단맛을 씻어내리는 동안 이렇게 말했다.

"저는 티파니 스위트 담당 버틀러로 24시간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요청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데스크 위에 놓인 스마트 패드로 메세지를 보내시거나, 0번을 눌러 전화 주시면 됩니다. 머무시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침내 자신의 임무를 기쁘게 수행한 토마스가 손에 들린 두둑한 팁을 들고 싱글벙글하며 스위트 룸을 나가자, 라희는 찻잔을 내려놓고 앞에 앉아있는 바흐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지잉.

낮은 기계음이 희미하게 들렸다. 그는 잠시 눈을 맞추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흠.."

그가 집중해서 액정화면을 들여다 보며 미간을 좁히고 있는 사이, 라희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방안의 이질적인 풍경도 멋졌지만, 충분히 소개 받았고 어차피 머물 거였다. 그 보다는 조금전 힐끗 내다본 창밖의 풍경에 먼저 관심이 갔다. 창가에 기대 서서 창밖을 내다 보고 있으니 새삼, 이곳이 뉴욕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라희가 서 있는 맞은편에 바로 그 유명한 뉴욕 페닌슐라 호텔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뉴욕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쇼핑거리라는 미드타운 5번가(Fifth Avenue)가 불야성을 이루고 길게 펼쳐져 있었는데, 연초의 설렘을 간직한 밤거리는 휘황찬란한 보석처럼 반짝였다. 갭, 폴로, 보테가 베네타, 발렌티노, 아덴, 익숙한 브랜드의 플레그쉽 스토어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는데 그중에는 조금 낯선 이름도 보였다.

헨리벤델(Henri Bendel)?

한블럭 앞쪽의 헨리벤델이라는 이름이었는데 브랜드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려 했지만, 거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라희가 눈매를 좁히며 창문을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이, 바로 뒤에서 바흐의 기척이 느껴졌다.

"헨리 벤델?"

라희가 보고 있던 것을 힐끗 바라본 바흐가 뒤에서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라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는 한 손으로 어깨를 덮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젖히고 드러난 가는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순식간에 살갗 위로 내려앉는 따스한 숨결. 찌릿한 감각이 그의 가슴과 맞닿은 등줄기를 따라 내달렸다. 라희의 몸은 가늘게 떨려왔다. 그러자 더 힘주어 감싸 안은 단단한 팔이 허리 근처를 아찔하게 죄여왔다.

"……. 티파니를 먼저 갈 줄 알았는데."

그가 목덜미에 자잘한 키스를 하며 중얼거렸다.

"아...."

흡착된 입술 안쪽이 아찔하게 살갗을 빨아들이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찌릿하게 빨리면서 목덜미 부근이 나른하게 풀린다.

"헨리벤델도 나쁘지 않지."

"흣..."

천천히 타고 올라온 손길은 봉긋한 두 가슴을 감싸 쥐었다. 맞닿은 등허리 아래 엉덩이 위로, 찌를 듯 우뚝 선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젖가슴을 감싼 커다란 손바닥 아래 저릿하게 눌린 유두 끝이 딱딱하게 곤두섰다. 뜨거운 숨결이 어깨에서부터 내려와 그의 손에 쥐여 잔뜩 모인 가슴골 사이로 스민다. 피부가 기분 좋게 따끔따끔한 아찔한 기분에 라희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뭐 먹을래?"

그가 입술을 떼고 나직하게 물었다. 라희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생각 없어요."

열기로 들뜬 탁한 목소리가 잠겨 나왔다. 그가 허리를 다시 꽉 껴안더니 스륵 힘을 풀었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나서 그가 목덜미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배고프면 룸서비스 이용하고. 집에 일이 생겨서 난 잠시 나갔다 와야 해. 아마 늦을지도 몰라."

집. 그에게는 뉴욕의 고모 집이 집인가 보다. 고모 이름은 브랜다 한. 언뜻 들은 고모님 이름을 상기하자, 유진이 런던에서 귀가 아프도록 크게 소리친 악다구니가 떠올랐다.

-진욱이가 유일하게 따르는 브랜다가 네까짓 것 받아줄 거 같아? 꿈도 꾸지 마.

브랜다. 고모. 집. 라희가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그가 뒤돌아서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라희는 급히 몸을 돌려 그를 따라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 다녀오세요."

라희가 어색하게 말하자, 밖으로 나가려던 그가 우뚝 멈춰서 몸을 돌렸다. 그는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라희의 정수리 주변 머리카락을 가볍게 흐트러트리며 답했다.

"갔다 올게."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티파니 스위트 사진은 설정에 올렸습니다 ^^ 모바일에서는 작품 위쪽 ...을 보시면 설정 보는 화면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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