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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라희는 세면대의 물을 틀어 얼굴을 씻으며 취기를 다스렸다. 타월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비치된 몰튼 브라운 (Molton Brown) 로션을 바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용기 화장실은 꽤 넓은 편이었다. 보통의 비행기 화장실(Lavatory)같은 부스가 아니라, 투명 유리 샤워실과 붙어있는 구조였다. 앞칸에 설치된 더블 베드룸과 욕실은 과연 하늘 위를 나는 개인 전용 호텔 같아보였다.
라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화끈거렸던 뺨에 차가운 물을 끼얹어 세수를 했음에도, 달아오른 취기는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샴페인의 위력이란.
머릿속에 지난번 런던 아이에서 샴페인을 비운후 그와 템스 강이 흐르는 사우스뱅크를 거닐다 키스했던 것을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자, 찌릿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흐르면서 이제까지의 노력이 무색하게 양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래, 샴페인의 위력이란 무시무시한거다. 하지만, 이제 그와 내외할 사이도 아니고 어찌 되었든,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다.
"더?"
자리로 돌아와 앉은 라희를 향해 바흐가 물었다. 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탕 마신 뒤 술에 취해 한숨 자고 나면 뉴욕이 아닐까?'
그도 그럴것이, 라희는 술을 마시면 늘 졸렸다. 단 잠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좁은 샴페인 잔 안에 가득 따라진 황금빛 음료를 기울여 조르륵 마시다가, 이내 아까 먹다가 만 과일을 안주 삼아 하나씩 집어 먹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처음 놓였을 때부터 둘이서 먹기에는 과도한 양이라서 아직 접시에는 꽤 많은 분량이 남아 있었다.
'뭘 먹지? 파인애플과 망고는 먹었고…. 이제는 베리류?'
라희는 선홍빛 탱탱하게 영근 라즈베리 위에 포크를 가져다 대려다 멈칫했다. 포크로 찍으면 툭, 하고 붉은 즙액이 지저분하게 터져 나올 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포크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토독, 잇새로 산딸기가 으스러지면서 상큼하고 새콤한 달달한 과즙이 혀끝에 맴돌았다. 거기다 샴페인을 한 모금 곁들이니 아직 감각이 남아 있는 입안에 환상적인 맛이 났다. 붉은 라즈베리를 하나 더 입에 넣어 샴페인과 함께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라희는 과일과 샴페인의 조합이 근사한 맛을 낸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대에 차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가만 있자, 라즈베리는 지금 먹었고 다음은 블루베리와 체리..."
접시 위로 손가락을 세워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긴 손가락이 불쑥 끼어들었다. 바흐였다.
옆에서 라희를 말없이 지켜보던 그가, 짙은 검붉은 빛 잘 익은 체리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작은 사과 모양 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하트모양 같기도 한 탐스러운 붉은 핵과가 손가락 아래 뻗어나온 녹색 줄기 아래 대롱대롱 매달린 채 허공에 들려 있었다.
"자."
먹으라고 입 쪽으로 내밀며 건네는 것이 아닌, 손에 들린 과일로 다가와 어서 한번 따 먹어 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라희를 향해 낮아진 눈빛은 장난기를 띠고 있었고, 살짝 올린 입매는 부드럽게 올라간 채였다.
아까 생선 튀김을 먹어 주었으니 그에 대한 답례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한번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 건가. 라희의 흐릿하게 풀어진 눈은 고민으로 조금 흔들렸다가, 이내 천천히 한번 감았다가 뜨고는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
둥근 곡선. 입술 끝에 체리가 닿았다. 맨질맨질하고 냉장고에서 들어 있던 거라 조금 차가운 느낌. 둥글게 오므린 입술로 체리를 감싸 입안으로 빨아당기니, 툭 하고 체리 꼭지가 끊어졌다.
입안에 들어와 혀에 미끈하게 감기는 동그란 과일을 어금니로 씹으니, 탱탱한 껍질이 툭 터지면서 몰캉한 과육이 으깨졌다. 달콤하면서도 농도 짙은 과즙의 진한 맛, 천천히 씹히면서 뭉그러진 과육과 즙액이 혀끝에 세세하게 스미는 감각. 동시에 바로 앞에 몽롱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마저 달콤해 보였다.
그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가만 라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희가 입안에 남은 씨를 어디다 뱉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과육보다 부드럽고 말캉하면서도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
조금 전, 체리 때문일까. 열기로 가득한 입술은 향긋하면서 정말 달콤했다. 거부할 수 없는 달달하고 촉촉한 감각이 입술 안을 헤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맞닿은 미끈한 속살에 스미는 따스한 숨결. 등을 가볍게 감싸 안는 손길.
자연스레 몸이 그를 향해 밀착되면서 고개가 위로 들리고 부드럽게 설키던 혀와 혀가 더욱 깊게 얽혀들어 갔다. 입안으로 진득하고 농밀한 타액이 섞여들어 질척이는 혀 사이로 오가고 취기 어린 혀끝은 그를 향해 뻗어져 나른하게 감겨갔다.
미끈하고 말캉한 혓바닥과 닿는 느낌은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좋았다. 아래가 뜨끈하게 젖는 기분. 몸이 들뜬 몽롱한 술기운 속 키스는 들큰하고 달큼했다. 맞닿은 속살에 뭉근하게 감겨 입술과 작은 혀끝을 살짝살짝 얕게 빨아들이던 촉촉한 감촉은 이내 멀어져갔다.
"하아..."
참았던 호흡이 내쉬어지고 작은 숨소리가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그러다 라희는 입안에 들어 있던 딱딱한 작은 씨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찾느라 입안 이리저리 혀를 굴리며 재차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앞을 보니 어느 틈에 그의 손바닥 위에 놓인, 물기에 번들거리는 둥근 베이지색 체리 씨가 보였다. 그는 간단히 손바닥을 기울여 체리씨를 테이블 위로 굴려 떨어뜨렸다.
나른하게 치켜뜬 눈동자에, 조금 전 키스로 약간 붉은빛이 도는 촉촉한 입술이 보였다. 남자의 입술이 붉어지면 상당히 섹시해 보인다. 아니, 말을 정정해야겠다. 상당히가 아니라 엄청나게. 저 달콤한 입술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술기운이라도 키스 중에 그의 입안에서 감쪽같이 체리 씨를 빼낼 능력은 없었다.
뭔가, 다른 게 없을까. 라희가 잔뜩 노려보듯 그를 바라보자, 그가 가라앉은 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시선이 닿아 잔뜩 예민해진 아랫입술을 잘끈 깨물던 라희는 이내 샴페인 잔을 기울여 한 모금 벌컥 마셨다. 알코올 기운의 한도치에 다다랐는지, 이제 목을 타고 뜨끈한 기운이 확 솟아올랐다. 동시에 뚝, 머릿속 칭칭 옭아매던 사고 회로 중 뭔가가 끊어져 버렸다.
-달그락.
라희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초콜릿을 하나 집어 들었다. 달콤한 맛에 더 달달한 맛을 더해볼까. 엄지손톱만 한 주사위 크기의 초콜릿은 컵케이크 모양으로 조금 전 먹었던 체리보다는 컸지만, 한입에 쏘옥 들어갈 만해 보였다.
".........?"
그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라희는 입가를 늘어뜨리며 팔을 길게 뻗어 엄지와 검지 끝으로 감싼 초콜릿을 붉게 다 물린 입술 가운데로 힘껏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움직여 그의 무릎 위에 올라타 머리를 끌어안아 깊게 키스했다.
굳이 키스해 주길 기다리며 애탈 필요 있을까. 라희는 예이츠를 중얼거리던 잘난 입술을 삼키듯 물어 거칠게 빨았다. 혀끝에 질척이며 감기는 맛은 진득했다.
"하, 하합.."
나른한 취기에 얼얼한 입안으로 흘러드는 타액에서는 진하고 농밀한 초콜릿 맛이 났다. 달콤 쌉싸름한 맛. 혀끝에 착 감기는 초콜릿 특유의 싸르르한 맛은 아예 단맛보다 더 감칠맛 나고 자극적이었다. 라희는 그의 턱을 두 손으로 붙잡고 머리를 숙여 달콤한 혀를 헤집고 숨결을 삼켰다. 입안 가득 찬 저릿한 달콤함. 찐득하게 질척이며 적셔지는 혓바닥의 미끈한 달달함에 취해 몸이 붕 뜨는 것 같다.
"흐흡..."
숨이 차오르면서 몸 안에 갇힌 들뜬 열기가 정수리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에게 올라타느라 벌린 허벅지 안쪽에 딱딱하게 느껴지는 뜨거운 그 무언가와 맞닿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들큰한 숨결이 섞여들면서 서로를 향해 휘감긴 혀와 혀가 마찰되어 연신 물기 어린 소리를 냈다.
엉겨붙는 질척한 느낌. 마치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처럼 그에게 감겨든다. 젖어서 말캉이는 속살은 힘있게 달려들었다가 착 감겨서 부드럽게 옭아 매고서 쓰다듬듯 쓸어내렸다. 동시에 몸 아래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으로 밀려들어온 들큼한 혀. 흡착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압박하듯 깊게 빨아당기자 무언가가 빨려 나가는 얼얼한 느낌에 등줄기를 쭉 타고 흐르는 전율과 같은 떨림이 내달렸다.
"흣...."
그에게 기울여 닿아있는 허리를 단단한 팔이 옥죄며 눌러왔다. 끌어 안겨지자 맞물린 몸의 은밀한 부위가 더 강하게 밀착된다. 저 안쪽 속살이 더욱 젖어들면서 불에 덴듯 아래가 뜨겁다. 입안과 은밀한 곳이 눅진하게 녹아드는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하,."
황급히 벗어나려 달아나는 혀끝을 그가 붙잡았다. 목구멍 안쪽까지 파고들듯 거칠게 와닿는다. 어느새엔가 미끈한 혀와 혀사이를 오가던 초콜릿은 뜨거운 열기에 녹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대신 불덩이처럼 달구어진 혀끝이 작은 혓바닥을 힘주어 눌러 내렸다. 샅샅이 쓸어올려 지다가 누르듯 매만져지다가 이내 숨이 막혀 혼미해질 정도로 깊숙이 파고든 침입에 라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하. 아..."
깊게 엉켜 드는 혀를 더는 감당하지 못했다. 라희는 입술을 떼고서 숨을 할딱였다. 흐릿하게 가늘어진 시선에 그의 입술이 보인다. 아까보다 훨씬 붉어져 섹시한 선홍색으로 촉촉한 윤기마저 흘렀다. 먹으면 먹을수록, 탐하면 탐할수록 갈증이 난다. 숨을 고른 라희가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기울이려 할 때였다.
"앗.."
단단히 잡힌 허리와 함께 몸이 위로 붕 들리면서, 그가 고개를 숙여 가는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서 덥썩 이를 박았다. 펄떡이는 살갗을 짓누르며 파고드는 아찔한 느낌. 흡착해 목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야릇한 기운으로 몸이 나른하게 풀린다. 강하게 빨리며 흡착되는 찌릿한 느낌.
순간, 몸이 하강하면서 푹신한 감촉이 등을 감쌌다. 아득한 흐린 눈을 들어 올려 주위를 바라보니, 아까 화장실을 사용하느라 지나치던 침실 안이었다.
"흐읏..!"
순식간에 옷가지가 벗겨져 나갔다. 먼저 바지가 아래로 벗겨지면서 그다음 윗옷 전체가 속옷과 함께 들려져 침대 위에 던져졌다. 나신. 침대에 길게 누워있는 채로 둥글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거뭇한 수풀 덮인 은밀한 곳이 훤히 드러났다. 그가 위에서 내려다보자, 부끄러워진 라희는 허벅지를 모으고 팔로 가슴 앞을 감싸 가렸다.
"앗.."
그러자 커다란 손에 팔목이 잡혀 머리 위로 들려 올라갔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 놓인 팔목이 깊게 눌려지면서 외기에 노출되어 잔뜩 움츠러든 살갗 위로 뜨끈하고 촉촉한 입술이 확 덮어와 한쪽 가슴을 한입 베어 물고 흡착해 빨아냈다.
따끈한 입안, 뾰족하게 끝을 세워 올린 혀에 눌려 날름 굴려지면서 안쪽 깊숙이 삼켜지는 유두 끝이 불에 덴 듯 뜨겁다. 혀끝으로 중심부를 가를 듯이 위아래로 핥아지다가, 툭툭 건드려지다가, 빙글 돌려 살살 굴려지다가 쭉, 깊게 빨리는 느낌은 쭈뼛, 소름이 머리끝까지 돋을 만큼 아찔했다.
"흐, 아..."
동시에 허벅지 안쪽의 숲을 헤치고 들어오는 손길. 붉게 갈라진 균열 주위를 투명한 점액질로 미끌하게 적신 물기에 잠겨 든 손끝이 은밀한 속살에 가운데 닿았다. 흥건히 고인 샘 안, 쑤우욱, 달아올라 뜨거운 미끌거리는 틈을 젖히고 찔러 들어오는 감촉.
"하읏, 하."
숨이 깊게 삼켜지면서 좁혀진 안쪽. 엉덩이가 펄떡 퉁겨져 올라갔다. 미끈하게 깊숙이 쑤셔 들어와 손끝을 세워 내벽을 박듯이 긁어 훑어낸다. 달아오른 젖은 속살이 쫀쫀하게 눌리면서 밀쳐지고, 헤집히다가 젖혀졌다. 속살에 넓은 손바닥까지 맞닿은 깊은 곳에 다다라 툭툭, 건드려진 그때.
"아앙, 앗! 핫! 하앗!"
허리가 활처럼 휘면서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높은 신음소리가 내질러져 나왔다. 끈끈하게 젖은 안쪽을 몇 번이고 저릿하게 누르며 자극하는 느낌에 몸이 비틀리고,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마구 흐트러졌다.
뜨겁게 젖어버린 안을 위고 타고 거슬러 오르락내리며 세세히 탐색하던 그가 단단히 융기된 살점 어느 지점을 누르듯 손끝을 세워 긁어 올리자 짜릿한 전율로 몸 안쪽이 잘게 떨리면서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 올라왔다. 강렬한 자극에 눈이 절로 질끈 감겼다.
"하, 앗! 하앗..!"
바로 그때, 팔목을 묵직하게 누르던 힘이 스륵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벌린 입술 위로 길게 세운 곧은 손가락이 툭, 닿았다.
"쉬이...."
그가 깊게 빨며 희롱하던 젖가슴에서 입술을 슬며시 떼고 낮은 치찰음을 냈다. 라희는 가늘게 풀어진 눈으로 그를 비스듬히 내려보았다.
"밖에 들려."
이글거리는 열기를 낮게 억누른 목소리. 섹시하게 들리는 저음. 뭔지 모를 갈증이 났다. 라희는 물기 어린 작은 혀를 내밀어 입술 위를 덮은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길게 핥아 내렸다. 그러자 미세히 떨리는 손끝이 입술 위를 덧그려 지그시 눌러 쓸어내리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촉촉한 입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라희는 단단하고 미끈한 긴 손가락을 열띤 혀로 휘감아 쳐 쪽쪽 빨아냈다. 타액으로 끈적하게 젖은 손끝이 입천장에 닿고, 혀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말캉이는 혓바닥에 둘러싸여 감겨들었다.
"하아, 춥춥.. 하아.."
입안 가득 들어온 긴 손가락을 잘게 빨아들였다가 미끌거리는 혀로 진득하게 쓸어올리고 내리면서 힘껏 뜨끈하게 감아내자, 쫀득하게 조여들는 압박감을 참아내며 아래를 살살 긁어내듯 자극하며 드나들던 진퇴가 멎었다. 질 안쪽을 건드리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으..."
아래를 빠져나간 젖은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쓸어 나가면서, 긴 물기어린 흔적을 남겼다. 이내 한손으로 바지를 급히 벗어낸 그가, 허리를 낮춰 단단히 세운 기둥의 뭉툭한 끝을 맞추더니 단숨에 아래로 깊이 찔러들어왔다.
"아, 하아으으읏."
그와 하복부가 빈틈없이 맞물려들자 찌릿거리는 아찔한 감각에 라희는 높고 긴 신음을 내질렀다. 이미, 이성 따윈 날아가버린지 오래였다. 밖에 들리든 말든 상관 없었다. 움찔거리며 달려드는 질벽을 찌르며 들어오는 그의 느낌은 정말, 좋다.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속살을 저릿하게 짓누르며 묵직하게 맞물려드는 감촉. 미치도록 좋다.
몸을 가르듯 좁은 틈사이로 길게 쑤셔들어온 그는 조금씩 빠져나가는 듯 했다가, 얕게 찌르듯 들어왔다가 다시 조금 빠지면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깊게 푹 파고들어왔다. 아래를 가득 쳐올리며 느닷없이 밀려드는 강렬한 쾌감. 빠져나갔다가 진입할 때마다 찌릿하게 조여들면서 끈끈한 액이 샘솟듯 쏫아져 나와 살갗에 스미자 간질간질한 느낌마저 들었다. 뭉클한 속살에 파고들어 짓누르는 야릇한 느낌.
허릿짓에 꿈틀거리며 몸을 파고드는 단단한 기둥이 달아오른 살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듯 갈라 내리눌렀다. 그럴 수록 끈적이는 안쪽은 더욱 불타올랐다.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찔걱거리는 습한 마찰음이 방안을 가득 울렸다.
가슴이 들썩이며 호흡이 짧아져 점차 거칠어지면서, 속 살 깊숙한 곳에서 미끌거리는 진득한 액이 그를 감싸안았다. 깊게 찔러오며 애타게 빠져나가 아래에 걸리다가 다시 안으로 쑤욱 드나들 때마다, 미끌거리는 진득한 액은 마찰하는 아래를 녹여버리기라도 할듯 뜨겁게 뿜어져나왔다. 활활 타올라 버릴 것만 같은 열기. 정말로 그 속에서 뚝뚝 녹아버릴 것만 같아 눈 앞이 아찔했다.
"아...으..."
쫀쫀한 속살이 그를 꾹 짓눌러대자, 그가 허리에 힘을 빼면서 뒤로 빠져 나가려 움직였다. 라희는 순간, 그를 붙잡아 은밀히 꿈틀거리는 안으로 쪽 빨아들여 삼켰다. 묵직한 그를 감싸 품고 있자, 저릿한 쾌감에 끈끈한 질벽이 흥분으로 잘게 떨었다. 파들거리며 번저나온 찌릿함을 더욱 만끽하고 싶어서 라희는 엉덩이 끝에 힘을 주어 움켜쥐고 있던 그를 누근하게 내리 눌렀다. 밀착하면서 좁게 조여드는 느낌.
"하읏!"
순간, 몸이 반응하면서 속살이 제멋대로 수축하기 시작했다. 꽉 맞물려있는 불끈거리는 남성이 자극에 못이겨 터질듯이 부풀어올랐다. 그러다 잘게 떨리는 뜨거운 내벽의 휘몰아치는 자극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가 몸을 뒤로 급히 빼냈다.
"읏.....!"
순식간에, 아래를 채우던 묵직함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로, 평평한 배 위로 뜨끈한 기운이 쏘아지며 흩어져 떨어졌다.
"하아, 하아....."
파정 후 숨을 고르던 그가 몸을 일으켰다가 돌아와 손에 든 마른 타월로 평평하게 누운 배 위를 쓸어내렸다. 땀에 젖은 알몸을 가볍게 스치며 매만져주는 손길에 힘겹게 뜨고있던 라희의 눈꺼플이 점점 아래로 감겨갔다. 온몸에 힘이 쫙 풀려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잠들기 전에 씻어."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아 윙윙거리자 라희는 나른한 기운을 떨치려 미간을 좁히다가 이내 포기했다. 도저히 밀려드는 잠을 이길 수가 없다.
"High라구요. 이제 막 가입했으니 탈퇴할 시간을 줘요."
술기운인지 잠결인지. 라희는 작게 툴툴대며 중얼거렸다. 피식, 꿈결에 젖어 들어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 낮게 웃음 짓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다가 아스라이 아득해졌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