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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와 그와 나-124화 (12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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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수.'

라희는 테이블 위 포크를 손에 쥐었다. 다른 손으로 나이프를 들어 접시 위 놓인 먹음직스러운 살덩이를 갈랐다. 탄력 있는 살코기에 칼끝이 파고들자, 안에 머금어 있던 선홍색 육즙이 주룩 흘러나왔다. 평소라면 얼굴을 찡그리고서 질겁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짜로 유치한 얕은수라는 게 뭔지 보여줄까. 살이 타고 뼈가 녹아내리고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게 어떤 느낌일 줄 알기나 해? 유진.'

라희는 양고기를 한 조각 큼지막하게 썰어서 입에 넣었다. 어금니로 천천히 사리 물어 짓누르자 잇새로 퍼져나오는 강한 향신료 향과 혀끝에 스미는 들큰한 피 맛이 느껴졌다. 고깃덩이를 잘게 씹어 넘긴 라희는 손을 뻗어 앞에 놓인 레드 와인을 기울였다. 농밀한 와인 맛과 육즙 어린 피 맛이 섞여들다가 목구멍을 타고 천천히 흘러들었다. 와인의 쌉싸름하고 묵직한 뒷맛이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라희가 식사하며 조용히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자, 바흐는 제임스의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야기를 듣던 도중 고개를 살짝 돌려 유심히 그 모습을 살폈다.

"여기."

그는 와인병을 집어 들어 반쯤 비워진 라희의 잔을 채웠다. 라희는 그의 배려에 짧은 미소로 답했다.

"고마워요."

그도 옅은 미소를 피워올렸다. 그의 깊은 눈을 마주하고서 라희는 다시 한번 의도적으로 입매를 끌어올려 미소 지었다.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라희의 표정을 그는 잠시 비스듬히 바라보다가 제임스가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자네 뉴욕엔 언제 갈 텐가? 곧 가봐야 하는 걸로 아는데."

"글쎄. 조만간 가보긴 가봐야겠지."

바흐는 중얼거리며 다시금 스테이크를 큼지막하게 썰어 입에 넣고 있는 라희를 힐끔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본체만체했던 라희는 갑자기 식욕이 돋은 듯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제임스의 눈길도 라희에게 잠시 머물렀다.

"뉴욕에서는 브랜다의 집에서 머물렀었나?"

"그랬지. 그쪽이 아무래도 편하니까."

"흐음. 그래. 에오르그 씨 때문에 자네가 싫어하는 파티니 사교모임이니 매일같이 열렸을 텐데 잘도 버텨냈군."

"고모님의 상태 때문에 그렇게 빈번하지는 않았네. 그리고 행사가 있을 때는 호텔에서 지냈으니까."

"호텔은 아무래도 장기간 지내기에는 불편하지. 내가 각지에 숙소를 마련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야. 다들 부동산 투자라고 속 편히 말하지만, 실상은 내 한 몸 맘 편히 지내기 위해서라네."

제임스는 마치 자신이 바흐가 된 양 콧등을 살짝 찡그리고서 포크를 움직였다.

"그래도 호텔이면 최소한 조용하긴 하겠군. 자네 고종사촌 동생인 제니퍼는 굉장히 수다스러우니."

"제니퍼는 수다스러운 게 아니라 발랄한 거라고요. 오빠."

두 사람의 대화 도중 옆에 가만있던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제임스는 대꾸없이 눈썹을 조금 들어 올렸다.

"같이 있으면 얼마나 기분 유쾌해지는데요. 에오그르씨 영향 때문인지 유대인 특유의 사교적이고 밝은 성격이라서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너야, 또래인 제니퍼를 좋아하니 그렇지, 나나 데이빗에게는 그저 백만장자 아버지의 비호 아래 홀로 공주처럼 자라나 자기주장이 강한 시끄러운 여자아이일 뿐이야."

제니퍼? 라희는 가만 귀 기울였다. 어쩐지 알 마하 리조트에서 바흐의 휴대전화기에서 다급하게 흘러나왔던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이 제니퍼였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뒤 이어지는 저녁 식사는 와인 두 병을 비우고서야 끝났다. 제임스는 술이 들어가면 말이 더 많아지는 성격인지, 아니면 단순히 친구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식사가 끝나도 좀처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저녁 식사 이후 내내 안절부절못하며 라희의 안색을 살피다가 오빠더러 집으로 어서 가자고 재촉했다. 술이 오른 제임스는 동생의 채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서 바흐더러 이제 체스나 한판 하자고 졸랐고, 보다 못한 바흐가 객실 직원을 호출해 테이블을 치우라고 시키자 그제야 밍그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갈 채비를 차렸다.

"아아. 조만간 체스 한판 둠세. 자네에게 이겨 보여서 그렇게라도 오늘의 금전적 손실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내야겠어."

열린 현관문 앞에 선 제임스가 중얼거리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외쳤다.

"어떤가? 자네. 오늘 번 돈으로 뉴욕의 내 펜트하우스를 인수하는 것은? One 57 정도면 자네를 충분히 만족하게 할 수 있을걸세. 맨해튼에서 가장 최신의 최고급 아파트니까. 어차피 브랜다 때문에 뉴욕엔 종종 들러 머물러야 하니, 이왕이면 이번 기회에 마음 편히 들락거릴 수 있는 집을 따로 마련해 두는 편이 좋을 거야."

"제임스. 난 법률관계 복잡해지는 부동산에는 흥미가 없네. 그저 호텔이면 족해."

"오빠, 어서 가요. 리프트가 도착했어요!"

엘리자베스가 현관 뒤 복도에서 재촉했다. 제임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리프트를 향해 돌아서려다 고개를 비틀어 돌렸다.

"그래도."

제임스는 바흐 뒤에서 팔머 남매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나온 라희에게 시선을 잠시 던지고서 말을 이었다.

"한번 생각해보게나."

"잘가게."

-달깍.

바흐는 그 말을 끝으로 현관문을 굳게 닫았다. 여자들의 수다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말이 주저리주저리 많았던 제임스가 사라지자, 넓은 스위트 룸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방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이제 단둘이 남은 시간. 라희는 눈을 들어 올려 그를 응시했다.

바흐는 현관문 앞에서 몸을 돌려 뒤에 서 있던 라희를 내려다보았다. 마주 선 얼굴을 유심히 훑어내리던 시선은, 볼 터치가 옅게 들어간 뺨에 머물렀다가 붉은 입술에 다다랐다. 짙은 눈매가 좁혀지며 끝이 가늘어졌다.

"혹, 로드윌 갤러리에서...."

무언가 말을 하려 벌어졌던 단정한 바흐의 입술은 까치발을 올려 덮어 오는 붉은 입술로 순식간에 막혀버렸다. 라희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아 뜨겁게 키스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행동에 잠시 멈칫했던 그가 이내 고개를 숙여 입안을 파고드는 말캉한 혀에 화답했다. 그의 목에 두른 팔이 바짝 조여지면서 혀와 혀가 깊숙이 맞닿아 달콤하게 얽혀들었다. 서로의 타액으로 촉촉이 젖어 늘찐하게 엉키는 두 혀끝에서는 진득한 와인 맛이 배어났다.

라희는 그의 혀를 깊게 빨아들이며 따스한 타액을 가득 머금어 삼켰다. 부드러운 입술 안쪽을 혀끝으로 살살 굴려 핥아낸 라희가 천천히 입술을 떼고 키스의 맛을 음미하듯, 잇새로 혀끝을 말아 넣어 제 입술을 핥으며 아랫입술을 즈려 물어뜯자 그의 시선이 사로잡힌 듯 탐스럽게 번들이며 빛나는 붉은 입술 위에 흐릿해져 머물렀다.

라희는 다시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들뜬 호흡을 내뿜는 단정한 입술과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뜨거운 숨결이 스친다.

".........그녀와는."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새에서 허스키하게 잠긴 목소리가 유혹적으로 흘러나왔다. 열기로 들뜬 호흡이 서로의 입술에 스며든다. 그가 내리뜬 시선을 맞춰오자, 라희는 입술 끝을 맞대고 말을 이었다.

"끝난건가요."

아래로 내리뜬 가지런한 속눈썹이 라희를 향해 깜빡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직한 음성.

"그래."

그 순간, 나른하게 치켜뜬 연갈색 눈빛과 마주한 새카만 눈매가 놀라 크게 뜨였다. 순식간에 그의 입안 깊숙이 파고드는 작은 혀끝이 입안을 따스하게 적시며 어루만지며 깊이 침입해 들어왔다. 이내, 뾰족하게 세운 미끈한 혀가 혓바닥을 감싸고 휘감아 돌면서 애타게 문지르며 훑어내렸다. 질척이며 젖어가며 사르르 녹는 느낌. 라희가 턱을 들어 올려 더 깊이 맞대어 키스하자, 그의 긴 속눈썹이 아래로 스르르 감겼다. 라희는 부드러운 혀를 얽어서 삼킬 듯이 휘감았다.

"흐읍.."

입술과 입술의 여린 속살이 맞부딪혀 깊게 맞물려지면서, 호흡과 숨결이 차츰 짧은 간격으로 잘게 흩어져 섞여들어 갔다. 작게 내밀어 진 혀는 그에게 닿아 느리게 쓸어올렸다가 혀끝으로 살살 문지르며 쓸어내렸다. 라희의 허리를 감싼 단단한 팔에 힘이 점점 들어가 숨 가쁘게 죄여왔다.

아니, 점차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호흡은 흥분으로 가쁜 것인지, 속살끼리 촉촉하게 얽혀들어 간 감미로운 감촉에 녹아내려 가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입술이 부드럽게 얽혀들고 혀가 찐득하게 설켜 들면서 그 사이사이 낱낱이 부서져 잘게 흩어진 거친 호흡은 마구 뒤섞여 두 사람의 귓가를 떠돌며 맴돌았다. 좁은 가슴 안쪽 맹렬히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은 머릿속에 박히기라도 한 듯 시끄러웠다.

라희는 힘껏 그를 포개 빨아들였다. 혀뿌리를 잡아채 안으로 삼킬 듯이 강렬하게 옭아매며 끌어당기는 자극에 그의 감겨진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가늘게 뜨인 시선으로 그 모습을 올려다보던 라희는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갈듯이 거칠게 빨아들였다. 미처 새어나오지 못한 호흡과 그윽한 체향 가득한 달콤한 타액과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솜사탕 같은 혀를 가득 머금고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 날름 삼켰다.

빈틈없이 맞물린 입술 사이로 머리끝까지 오싹해지는 강렬한 흡착에 그의 눈이 나른하게 들렸다. 서로의 몽롱한 시선이 허공 어디선가 맞부딪치면서, 입안이 질척하게 적셔지고 본능에 이끌린 들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흐으흣......"

순간 강하게 죄여진 허리에 힘이 들어가더니 몸이 그에게 깊게 밀착되었다. 맞닿아진 아래 허벅지 옷감 사이로 터질 듯이 솟아나 불끈대는 남성이 생생히 느껴졌다. 들쑤시며 파고들고 싶어 안달 난 남성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그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유진의 말대로 그가 내게 홀린 걸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언제까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럴지도.'

라희는 묵직하게 아래를 눌러오는 압박감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물론, 유진의 말대로 육체적 관계는 얼마 안 갈지도 모른다. 애당초 그리 오래갈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녀가 조소했던 얕은수로 유진의 심장을 갈가리 찢어놓고 빡치게 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리라.

오늘 당했던 무자비한 폭력과 치욕스러운 모욕은, 라희로 하여금 예정된 귀국을 접고 당장 뉴욕으로 달려가 바흐의 몸에 착 달라붙어 대롱대롱 매달려 유진 앞에서 얼쩡거리고 싶게끔 만들었다.

어차피 복학까지는 반 학기가 남아 있었다. 그 시간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값지게 쓸 수도 있었지만, 젊음의 특권이라는 무모함과 방탕으로 일구어낸 잉여로움으로 한진욱을 혹하게 하는 반반한 낯짝과 몸뚱어리를 가지고 얼마나 유진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직접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를 완전히 홀딱 빠져들게 만들어서, 입안의 혀처럼 살살거리며 굴면서 유진 앞에서 보란 듯 같이 붙어 다니는 것은 오늘 받은 치욕의 앙갚음이 되고도 남을 성싶었다. 그사이 바흐가 싫증을 낸다면 미련없이 귀국해 복학 준비를 하면 된다.

라희는 몽환적으로 가늘어진 눈빛을 흘리며 그의 목에 두른 팔을 풀어내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뜨끈하게 달궈진 단단한 목덜미와 열기가 솟아오르는 잔 근육 물결 진 등을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탄탄한 게 올려 붙은 엉덩이 근육을 감싸 어루만지던 손길은 천천히 앞쪽으로 향했다.

"읏..."

바지 위로 터질듯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두꺼운 기둥을 감싸며 훑어 쥐는 작은 손길에 그는 억누른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가늘고 여린 손끝은 흥분한 남성 위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투둑. 지이익.

손끝의 움직임에 그의 바지가 열려서 허벅지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드로즈의 밴드를 끌어내리는 은밀한 손길에 그가 숨을 들이켜며 멈췄다. 라희는 나른하게 치켜뜬 눈으로 그를 응시하면서 서서히 몸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아...."

쇳덩이처럼 불끈거리며 뜨겁게 달궈진 기둥을 둥글게 감싸 쥔 손바닥이 느릿하게 표피를 앞뒤로 움직이자 그가 쾌감에 감겨든 신음을 토했다. 라희는 혀끝으로 제 붉은 입술을 촉촉이 적시고서 불끈대는 기둥을 향해 혀를 앞으로 디밀었다.

"........!"

뭉툭한 뜨거운 살덩이 끝에 닿은 말캉하고 미끌거리는 감촉에 그가 몸을 흠칫 굳혔다. 살랑거리며 다가온 혀끝이 갈라진 틈새를 잇는 살 끝을 문지르며 핥아내자 바흐의 미간은 급격히 좁혀지며 얼굴은 쾌감에 취해 일그러졌다. 뭉클하고 따스한 혀끝이 기둥을 따라 축축한 타액을 적시며 핥아 내려가자 그의 표정이 급격히 찡그려졌다. 라희는 손안에 둥글게 감싸 쥔 터질듯한 살덩이를 입술 안쪽으로 천천히 빨아들여 입안 가득 삼켰다. 기둥 아래 닿은 혀를 미끈하게 움직여 낼름낼름 문질렀다.

"으으읏....."

순간적으로 그의 커다란 손이 라희의 어깨를 다급하게 움켜 쥐었다. 라희가 혓바닥으로 그를 감싸고 깊이 삼킬 듯이 빨아들이자 그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라희가 손과 고개를 동시에 움직이자 입안을 가득 채운 그의 물건을 미끈하게 감싼 흥건한 타액이 기둥뿌리까지 질척하게 흘러내려 희게 방울 방울졌다.

거대한 그의 물건이 삼켜지고 혀끝에 미끈하게 넘겨지면서 내뱉어지는 중첩된 열기와 반복된 행위가 몇 번이고 계속됐다. 그때마다 찐득거리며 잘게 거품 지는 타액은 벌어진 붉은 입술 주위를 적시며 번지고 좁은 턱을 타고 번질번질이며 휘어진 가는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흐읍, 하, 흡..."

입속 끝에 닿는 그를 목구멍 깊이 삼키려는 찰나,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그가 허리를 뒤로 쓰윽 뺐다. 입안을 가득 채웠던 그의 물건이 혀 위로 미끌거리며 쑤욱 빠져나갔다.

"하아, 하아.. 하,.."

라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위로 들어 그를 올려다보자, 그 역시 미간을 잔뜩 찡그려 흐려진 짙은 눈매로 라희를 내려다보았다. 어깨에서 등으로 움직이는 커다란 손에 의해 몸이 위로 들리면서, 타액에 흠뻑 젖은 입술 위로 뜨거운 혀가 내려앉아 윤곽을 더듬어 덧그리다가 이내 마른 입술이 내려앉아 덮어버렸다.

"하...으읍.."

빈틈없이 흡착된 입술의 진한 키스가 오가는 사이, 아래 바지 버클을 풀어내려 드러난 허벅지 사이를 거침없이 파고드는 손길에 라희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흠뻑 젖어 열기가 피어오르는 속살 안쪽에 길고 단단한 손끝이 매만져졌다. 끈적이며 감겨드는 손끝의 황홀한 감각에 취하듯 젖어들어 가는 느낌도 잠시, 그가 커다란 몸을 라희 쪽으로 밀어붙이자 순식간에 작은 몸뚱어리가 벽 쪽으로 쏠리면서 등에 딱딱한 벽이 맞닿았다.

-쿵.

벽과 몸이 부딪치는 작은 마찰음도 잠시, 몸이 뒤로 밀쳐지며 그가 몸을 밀착해왔다. 그의 팔에 걸쳐져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뭉툭하고 뜨거운 남성이 거칠게 짓이기듯 문질러져 왔다. 흠뻑 젖은 속살을 가르듯 위아래로 문지르는 감각은 아찔했다. 맞닿은 살덩이가 꽃잎의 정중앙에 비벼질 때마다 몸이 잘게 떨릴 정도로 좋았다. 뜨겁게 젖은 입구에서 조이듯 맞물리는 속살의 감촉을 음미하던 단단한 기둥은 작게 벌어진 좁은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안쪽을 향해 깊게 파고들어 왔다.

"흣!"

흥분으로 달아오른 내벽을 꽉 채우며 깊게 찔러 들어오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가득한 충만감, 애타는 공허감을 달래주듯 묵직하게 채워주는 느낌. 그가 빈틈없이 쑤셔 들어오면서 같이 밀려들어 오는 속살의 미끄러운 감촉은 짜릿짜릿하다 못해 찌릿거렸다.

"하읏..하으..."

묵직한 압박감으로 밀고 들어와 안쪽 깊은 곳 쾌락으로 안달 나 달아오른 세포를 툭툭 건드리며 하나하나 일깨우며 깨어나 등줄기를 타고 목덜미까지 치솟는 쾌감에 라희는 숨을 몰아쉬며 아래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의 몸을 단단히 붙잡았다.

"하, 흣. 아...으흣...!"

몇 번이고 속도감 있게 꿰뚫기라도 할듯 치고 들어왔다가 옴죽거리는 속살에 걸려 빠져나갈 듯 아래를 가득 채우는 감각. 서로 엮이듯 이어진 안쪽이 뭉클하게 죄어들어 좁혀지면서 그와 맞닿아 차오르는 열기. 조여들며 비좁은 틈을 드나들 때마다 발끝까지 찌르르 퍼지는 쾌감.

쭉 흡착되듯 빨려들어 왔다가 쑤욱 빠져나가며 다시 거세게 들이박혔다. 몸이 벽에 몰아붙여 져 거세게 밀쳐지면서 그가 내밀한 깊은 속살에 파고들었다. 미끌거리며 찐득거리는 결합부에서 피어난 오싹 거리는 쾌감에 라희는 허리를 비틀었다. 라희가 허리를 비틀어 올리면 올릴수록, 아래에서 쑤셔 올리는 그와 더 깊이 감겨들어 맞물렸다.

"하으으으..."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가 뜨끈한 습기 어린 열기 속에 파고들어 휘저어지면서 속살이 감겨든다. 머릿속이 쾌감으로 어질해지면서 아득해진다. 비좁은 틈에서 맞물려 쫀득하고 쫀쫀하게 얽혀드는 속살. 단단히 뭉쳐 휘몰아치던 감각의 폭풍은 지끈거리며 조여드는 아래의 감각에 신음하던 라희의 몸에서 쑤욱 빠져나가며 폭발했다.

"하아, 아...."

육체와 쾌락의 향연에 흠뻑 취한 두 사람의 가쁜 숨결이 뒤섞여 넓은 스위트룸을 가득 채웠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거센 호흡을 내뱉는 그의 들썩이는 가슴에 땀으로 젖은 이마를 가볍게 기댄 라희는 잠겨서 탁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자유의 여신상, 보고 싶어요."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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