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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와 그와 나-105화 (105/214)

105

열기. 맞닿은 입술 위가 따가울 정도로 찌릿한 열기가 느껴졌다.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질 때마다 살과 살이 만들어 내는 짧음 마찰음, 그 사이사이 서로가 내뱉는 불규칙한 숨소리. 입술이 겹쳐질 때마다 여리디여린 점막을 흡착하는 흡입감과 맞부대진 속살의 보들보들함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미끌하게 젖은 혀가 혀를 만나 매끄럽게 섞이고 뜨겁게 부벼지고 애타게 핥아질 때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숨결이 그 틈 사이사이로 섞여들었다. 그가 간질이듯 혀끝으로 입안의 속살을 살살 문지르다가 훑듯이 휘감아 부볐다. 혀로 핥으며 타액을 빨아들이다가, 혀끝으로 뜨겁게 휘저었다.

혀가 끈끈하게 감기어 들어 그에게 뒤엉킬 때마다 아래 속살도 함께 휘둘리며 젖어들어 갔다. 뜨겁게 달아올라 채워지지 못하는 열기로 머리가 팽하고 돈다.

"..으응...."

그는 아랫입술을 거칠게 빨아들이다가 놔주다가 다시 짧게 빨아들였다가 머금고 혀끝으로 핥았다. 입술을 입안에 머금고 잔뜩 흡입하다가, 숨이 격해지면 놔두고 아랫입술을 지분거리며 빨아들였다. 그럴 때마다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것처럼 몸이 움찔대고 뜨거워졌다. 얼얼하게 빨린 입술 위에 파닥파닥 얕은 맥박이 뛰듯 작열하는 열기가 여운으로 남았다.

그가 껴안고 몸을 겹쳐오자 서서히 몸이 뒤로 기울고 있다. 그러다 머리가 먼저 푹신한 베개에 닿고, 등이 매트리스에 닿았다. 몸이 허해서인지 묵직하게 눌러오는 따스한 육체의 압박감이 싫지만은 않다. 라희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팔로 감아 껴안았다.

"하아. 아..."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키스하면서 어느덧 옷 속으로 들어온 몸통과 밀착된 그의 손바닥이 온기를 머금고 등을 느릿하게 쓸어내린다. 섬세한 손길로 등을 따라 매끄러운 피부 결을 매만지던 손끝이 점점 아래로 향해, 보드라운 엉덩이에 닿아 손바닥으로 둥글게 쓰다듬다가 꽉 움켜쥐었다.

"흣..!"

그의 몸에 밀착되자 오므린 허벅지 사이, 단단하고 뜨겁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남성이 생생히 느껴졌다. 그와 함께했던 기억을 몸이 서서히 떠올리자 열기로 숨이 막힌다. 턱을 살짝 비틀자, 그가 입술을 떼고 라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코끝을 스친다. 서로를 끌어안고 누운 상태로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던 그가, 턱을 들어 귓가에 속삭였다.

"꽤나, 참았거든. 하지만."

그는 라희의 등을 꽉 껴안았다. 서로의 몸이 강하게 밀착된다.

"약해. 하루종일 굶은 사람 괴롭히는 악취미는 아직 개발 전이라. 일어날 수 있겠어? 아래층에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있을 거야."

***

간단하게 겉옷을 걸쳐입고 그를 따라서 1층으로 계단을 내려가니 복도에서 마주친 엘리자베스가 새침하게 바흐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아침까지 방해 말라면서요?"

그녀가 새치름하게 흘겨보며 뾰로통하게 투덜대자, 바흐가 간단히 답했다.

"그럴 계획이었지."

엘리자베스는 바흐에게 눈을 흘기다가 뒤에 쭈뼛거리고 서 있는 라희를 발견하자 다가와 반갑게 손을 붙잡고 식당으로 이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 무심한 남자가 이제 막 몸도 못 추스른 라일라 괴롭힐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가요,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라이스 포리지(rice porridge: 쌀죽) 만들어 놓으라고 해놨어요. 구글로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는 아픈 사람들이 먹기 쉽도록 뭉근하게 끓인 라이스 포리지에 소이 소스( Soy Sauce: 간장) 넣어 먹는다면서요. 소스는 주방에 없어도 준비해둔 김치가 있으니까. 그거라도 곁들여 먹어요."

라희는 엘리자베스의 배려가 고마웠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감사인사를 전하자, 엘리자베스는 정감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내, 일행은 저녁 식사용으로 세팅된 식탁에 앉았다. 조금 있으려니 저녁 요리가 차례로 놓였다. 엘리자베스와 바흐가 식사를 시작한 가운데 라희는 햄버튼이 직접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쌀죽을 내려다보았다.

스프 볼에 가득 담겨 있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끈한 쌀죽은, 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남아 쌀 모양으로 한국의 쌀보다는 길쭉하고 컸다. 하지만 식탁 위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익히 알던 냄새와 비슷했다. 그동안 서양식만 먹어서 조금 그립기도 했던 밥 내가 섞인 구수한 향이다.

입맛이 당기는 음식을 앞에 두고 식욕이 동하자 빈속이 요란하게 요동쳤다. 라희는 넓적한 수프용 스푼을 들고 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밋밋하고 담백한, 그리고 끝 맛은 살짝 들쩍지근한 쌀죽은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갔다.

엘리자베스와 바흐는 라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라희가 뜨거운 죽을 천천히 먹는 동안 식사를 간단히 마친 두 사람은 이내 식사 시간에 어울리는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엘리자베스가 말하고 바흐가 들어주는 식이었지만, 어쨌든 식탁 위에는 대화가 오갔다.

그때, 제임스가 식당 문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왔다. 그는 식탁에 멈춰 서서 빠르게 입을 열었다.

"아, 데이빗. 식사 중이었군. 아까 전 보안 관리실에서 CCTV를 돌려보는데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네. 정확히는, 오늘 아침부터 람퍼트 양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정확을 포착했지."

"어서 말해줘요. 데이빗 오빠도 궁금할거라구요."

엘리자베스가 식사를 마쳤다는 표시로 식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제임스를 재촉했다.

"CCTV상으로 람퍼트 양이 식당에 들른 후 응접실을 거쳐, 라일라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확인했다네. 그런데, 오늘 아침 여기 식당에서 있었던 아주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거든. 햄버튼."

제임스가 고개를 들고 이름을 부르자, 벽에 조용히 서 있던 햄버튼이 다가와서 식탁 가까이에 섰다.

"데이빗과 엘리자베스에게 말해주게."

제임스가 바흐를 보며 기대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햄버튼이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람퍼트 양께서는 아침 식사로 스테이크를 주문하셨지요."

"스테이크라구요? 아침으로 먹기에는 너무 과한(heavy) 음식인데요. "

엘리자베스가 놀라서 외쳤다.

"과하다기보다는 매우 드물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스테이크 굽기를 특별히 지정했다는 거야. 뭘 주문했지? 햄버튼."

제임스는 어쩐지 조금 들뜬 목소리였다.

"레어로 주문하셨습니다. 겉만 살짝 익혀서 드렸지요."

햄버튼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뭔가, 냄새가 나는 정황이 아닌가. 루퍼스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트뤼플 오일을 뿌린 생고기지. 오전 중 나와 자네의 사냥 수발을 드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녀 평소보다 활동량이 훨씬 많았으니 허기지고 배도 고픈 상태였을 테고. 신경이 예민해 본능이 날카로웠겠지."

제임스는 턱을 비틀며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엘리자베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람퍼트양이 오전에 너와 함께 응접실에 간 복도 CCTV를 살폈다고 말했었지? 응접실 안 CCTV도 방금 확인하고 오는 길이다. 네가 운전기사에게 전화하는 동안 람퍼트 양의 의심스러운 행동이 화면에 잡혔더구나. 불행히도, CCTV는 네 얼굴 쪽을 잡고 있어서 람퍼트 양이 등 돌리고 뭘 했는지는 보여주지 않았지. 그래도 뒷모습을 보면 대강이나마 무슨 짓을 했는지 추측할 수 있겠더구나. 그래서 여기로 오기 전 응접실에 가서 확인해 보니 트뤼플 오일의 양이 확연히 줄어있는 것을 발견했단다. 트뤼플 오일은 너도 알다시피 아침마다 햄버튼이 부족하지 않게 채워놓는데, 오늘은 밖에서 사냥하느라 쓰지 않았음에도 오일의 1/3가량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했지."

엘리자베스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손가락을 올려 턱을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흐음. 그리고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가 라일라 방에 들어갔다 나왔군요.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의심스러운 정확이에요. 오빠. 하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지 않나요?"

그녀의 물음에, 제임스가 대답했다.

"라일라의 몸에 직접적으로 트뤼플 오일을 도포했을 리는 없고, 가장 의심되는 것은 역시 옷이지. 특히 외투. 다행히 물에 젖은 옷들이 아직 세탁 전이길래 모두 모아 포장해두었단다. 앞으로 정식 사건 진행에 앞서 사설 검사소에 보낼 예정이야. 물론, 연말이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 그리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안부 인사차 바스 시장과 의회의 의원들에게 전화로 새해 인사를 나눠야 할 필요성을 느꼈단다."

제임스가 데이빗을 향해 여봐란듯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오, 차기 팬든 백작으로서의 사회적 영향력을 시험해 보는 건가요? 로열 모터클럽에서 죽치고 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길 바래요. 오빠. 이번일은 영국 내에서 말많은 남성전용 사교클럽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인맥의 시험장이 되겠군요. 부디 이런 곤란한 때에 유용했으면 좋겠어요."

엘리자베스는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그렇지, 마침 바스시장인 마틴 빌(Martin Veal) 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거든. 이번기회에 새해 안부 전화를 걸어야겠구나. 그가 운용하는 내년 1분기 예산 중 기부와 자선단체 기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듯 싶구나. 더불어 그의 시청에서 일하려는 람퍼트 양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특별히 인상 깊었던 소감도 남길 겸 말이야. 더불어 올해에는 연초 사교계 행사를 건너뛰나 싶었는데, 런던 안팍에서 즐거운 연휴를 보내고 있을 중앙고위 관료 지인들에게도 안부차 인사를 해야겠다. 오늘 나를 슬프게 만든 끔찍하고 비참한 불행에 대해 긴 넋두리를 늘어놓아야겠어. 더불어 모레 버킹엄 궁에서 개최되는 신년서훈 만찬식 때 주변 인사들과의 대화거리가 아주 풍부해지겠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굳건한 애견가들에게서 불쌍하고 충직했던 루퍼트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말도 심심찮게 받을 거 같구나."

제임스의 말에 엘리자베스가 바흐에게 힐끔 시선을 던지고나서 거두고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오랜만에 불쌍한 짐승들을 총으로 쏴 맞혀 죽이고 쫓는 것을 제외한 흥미가 생겨서 참 활기차 보이는군요. 축하해요 오빠. 활력은 젊음의 필수 요소라잖아요. 오빠는 연애도 곧잘 하지 않고, 오늘 자리한 누구와는 다르게 딱히 마음에 둔 사람도 없으니 있으니 이런 식의 활력이라도 넘쳐야지요."

긴 대화 중 어느덧 식사를 마치고 이야기에 집중해있던 라희는 문뜩, 아침 마주친 소피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기 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쪽에서 먼저 잘못한 건 변함없어요.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은 라일라가 나쁜 거에요.

나빴다라. 소피가 그리 말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식당에서 오가는 대화 내용을 종합해 들어보니, 소피가 라희의 외투에 무슨 짓인가를 했고 그것이 루퍼스가 광분해 달려든 원인이 되었다. 커다란 루퍼스가 갑자기 달려든 것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었다. 소피 입장에서는 불쾌해서 그런 짓을 저질렀는 지는 몰라도, 정말로 커다란 루퍼스가 달려 들어와 노려보고 있을 때는 곧이라도 죽는 줄로만 알았다.

라희의 뇌리에, 네더 강에 빠져 흐린 시선으로 위를 쳐다보았을 그때, 루퍼스가 곧이라도 덮치려고 노란 눈을 번뜩이며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던 생생한 공포가 되살아났다. 쭈뼛 소름이 돋은 라희는 창백하게 굳어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주먹 쥐고 가늘게 떨었다.

악의다. 그것도 죽음에 이르는 악의. 정말로 소름 쭉 끼쳤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태연한 얼굴로 죽음에 가까운 증오와 악의를 뿜어냈다니. 정말로, 큰 사고가 나기라도 했었다면. 라희는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저녁으로 먹은 음식이 흰죽이라서 망정이지, 다른 음식을 먹었다면 그대로 음식물이 목구멍에 얹혀서 내려가지 않아 체했을 것이었다.

라희가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곧 쓰러져도 이상치 않을 창백한 표정으로 앉아있자, 그 모습을 유심히 본 바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곁으로 다가와 라희의 주먹 쥔 손을 손바닥으로 감싸 지그시 덮었다. 라희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라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이내 손목을 가볍게 쥐고서 라희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라일라는 이만 올라가서 쉬어야 할 거 같네."

바흐가 말하자 라희의 모습을 힐끔 본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그래야 할 거 같군. 오늘 있었던 일로 몹시 지쳐 보이는 군요."

엘리자베스도 자리에서 일어나 라희의 모습을 살피며 걱정 어린 투로 말했다.

"어머, 라일라 안색이..... 저녁 식사도 마쳤으니 어서 방에 올라가서 편히 쉬는 편이 좋겠어요. "

라희는 걱정하는 두 사람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식당에서부터 줄곧 그는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걷고 있는 라희의 손목을 가볍게 쥐고 있었다.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도는 체온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악의가 아닌 따스한 온기를 가진 사람이 곁에있다는 사실이.

방으로 향하는 1층 아치형 계단 앞에 이르자, 그는 발걸음을 돌연 멈췄다. 라희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갑자기 몸이 위로 들렸다. 라희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는 사이, 라희를 품에 안은 그가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몸에 안겨서 있으니 순식간에 계단을 지났다. 바로 방 앞이었다. 방문 입구 옆을 지나치면서 환히 밝았던 천정의 간접 조명 불을 모두 끈 그는 어둠 속의 침대에 라희를 조심스레 뉘었다. 그리고 라희 바로 옆에 그가 길게 누웠다. 그리고 한쪽 팔로 팔베개를 만들고 다른 팔로 라희를 품에 끌어 앉으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눈 감고 쉬어. 그냥 옆에 있을 테니까."

등을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이내 그가 좀 더 라희를 밀착해 꽉 끌어안자, 얼굴 위 닿은 얇은 셔츠를 사이에 두고 그의 가슴과 뺨이 닿았다. 뺨 위에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고, 코끝에 은은한 체향이 스민다. 옆으로 모로 누워 끌어안겨 진 라희의 귓가에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심장 소리가 울려 전해져왔다. 라희는 그의 셔츠 깃에 코를 묻었다.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 아래, 가만 누워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다가, 어깨 위에 내려앉은 손이 빳빳하게 굳은 라희를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토닥이자 자연스럽게 눈이 스르륵 감겼다.

주위를 둘러싼 익숙한 체향. 몸에 닿은 따스한 체온. 그와 마주 닿은 뺨으로 전해져 머릿속을 울리며 번잡한 사념들을 가라앉히는 규칙적인 심장박동. 그라는 악기가 만들어낸 깊고 낮은 울림의 잔잔한 선율 같은 심장 소리가 전해져왔다.

고요한 어둠 속 따스한 정적 속에서 그가 호흡하는 얕은 숨소리가 들렸다. 눈감은 얼굴에는 심장 박동소리가 스몄다. 귀와 얼굴에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를 가만 숨죽여 듣고 있던 라희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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