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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Layla)."
집 앞에서 자동차 시동을 켜고 기다리던 사라가 라희를 불렀다.
"Here!(여기요!)"
라희는 2층 자신의 방에서 급히 계단으로 내려가며 소리쳤다.
"Are you going to the City Centre?(시내에 갈 거지?)"
사라의 물음이 들리자, 라희는 현관 문앞에서 목도리를 집어 들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Yes!(네!)"
"Are you ready? Jump in.(준비됐니? 타렴.)"
라희는 급한 발걸음으로 현관문에서 벗어나 쪼르르 달려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다더니, 괜찮은 거니?"
앞을 보며 운전하면서 사라가 물었다. 라희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사라. 생리 중이라 조금 그렇긴 한데, 그럭저럭 버틸만해요."
"흐음, 참 귀찮지. 여자에게 생리란."
사라는 콧등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나처럼 나이가 들어 생리가 없어지면 조금 우울해진단다. 어쩐지 여자가 아닌 거 같거든. 지나고 보니 축복이었던 거 같아. 생리는 생식 능력 있는 건강한 여자라는 증거거든."
그녀의 말에 라희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서 그녀가 불쾌하지 않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 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무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라는 올해로 60세로, 한국에서라면 할머니로 분류될 나이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었고, 은퇴 전까지 활발한 사회생활을 했던 만큼 젊어 보여서 겉보기에는 약간 나이 든 중년 여성으로 보였다.
"오늘 K 어학원에 등록한다고?"
"네. 그동안 미뤄왔는데 집에서 빈둥거릴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지. 관광비자라도 6주간 공부할 수 있으니까."
"네."
라희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내까지 쭉 뻗은 도로 옆에는 빽빽하게 심어진 가로수들이 낙엽이 반쯤 떨어진 앙상한 가지 흔들고 있었다. 영국에 온 지도 벌써 두 달 남짓 지났다.
한국을 떠날 때는 10월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12월이었다. 영국 관광비자는 6개월로, 앞으로 4개월가량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6주의 어학 수업을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골골대다가 사라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한 뒤 차츰 건강이 회복되어 집밖에 나갈 기운이 생겨 학원 등록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라의 집은 바스(Bath) 외곽에 있었기에, 도심에 위치한 어학원을 다니려면 부지런해야 했다. 영국은 위도가 높아서 겨울 철에는 3시가 조금 넘으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만큼 하루가 짧아지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두 시간 뒤 데리러 오마. 오늘 저녁에 찰스가 온다고 해서 장을 봐야하거든. 라일라, 이따 보자."
사라가 K 어학원이 위치한 트림 스트릿(Trim Street) 앞에 내려 주며 소리쳤다.
"네. 고맙습니다. 다녀오세요."
사라의 소형차는 이내 출발했다. 라희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라희라는 한국 이름이 어려워, 라일라라고 부르던 사라도 이내 손을 흔들어 답했다.
차가 코너를 돌아 멀어지자, 라희는 뒤돌아서 우뚝 서 있는 유서 깊은 3층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푸른색 문 가운데에 K 어학원이라고 조그많게 적혀있었다. 바스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인 만큼, 도심에 위치한 모든 건물과 거리가 멋스럽고 고풍스럽다. 처음에는 정말 낯설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거리 풍경이다. 라희는 주저 없이 K어학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어학원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 K 어학원 등록을 마치고, 학비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6주 학비에 등록비를 포함해서 350만 원 가량으로 다소 비싸다 할 수 있었지만, 바스에 있는 유일한 사설 랭귀지 스쿨이어서 더 이상의 대안이 없었다.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랭귀지 코스는 단기 코스가 아예 없을뿐더러 K어학원 보다 학비가 두세 배 더 비싸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어학원에 출석하면 된다는 이야기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교재와 등록 서류를 받아 어학원을 나왔다.
"음...."
생각보다 어학원 등록이 일찍 끝나서 라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사라가 쇼핑 중인 세인즈베리 (Sainsbury:영국 대형 마트)로 걸어갈까 망설이다가 요즘 성황 중인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려고 길을 나섰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부터 12월 중순 크리스마스 전까지 각 도시에서 열리는 풍물 시장으로, 관광지인 바스가 특히 유명하다. 통나무로 지어진 80개의 마켓에서 수공예품과 유럽 각 나라의 물품을 판매하는데 특히 밤이 되면 아름다운 조명으로 반짝여서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
라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바스 대성당(Bath Abbey)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아기자기 예쁜 가게들이 즐비한 바스지만, 웅장한 성당 앞 작은 통나무 코티지 판매소마다 불을 환히 밝히고 알록달록 녹색과 붉은색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 쭈욱 늘어서 있는 길거리 가게들은 상설 매장과 조금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영국 각지에서 관광 온 사람들로 발 디딜 데 없이 붐볐다. 예쁜 수공예품이나, 예술품, 음식, 음료 등을 팔았는데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절 특유의 들뜨고 설렌 분위기가 전해져서 물건을 사지 않고 길을 걷고만 있어도 기분이 산뜻하니 좋아졌다.
"얼 그레이로 주세요."
라희는 바스 대성당 근처 카페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아 차를 주문했다. 아직 사라와 만나려면 시간이 꽤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새하얀 홍차잔에 담긴 진한 수색의 얼 그레이를 가져다주었다.
영국에 와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차 문화가 발달한 홍차의 나라답게 그간 즐겨 마시던 아메리카노 보다 홍차를 더 자주 마시게 되었다는 거다.
라희는 홍차잔을 기울여 마시면서 창밖을 건너다보았다. 불과, 두 달 전,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 민박집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영국의 유서 깊은 관광지인 바스에서 지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우연? 인연. 아니, 인복인가.
인연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라희는 A 민박집에 들어서면서 하루 숙박비인 7만 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한 달이면 생활비까지 얼추 300만원. 그런 식이라면 6개월이면 2천만 원에 가까운 거금이 든다.
어차피 이곳은 임시로 온 거기 때문에 휴학 기간이 끝나면 학교로 복귀하러 국내로 돌아가야하니까 자취방 월세 보증금은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라희는 할 수 있는 한 돈을 아끼기로 결심했다. 도착한 당일부터 영국의 유명한 벼룩시장인 Gumtree.com을 들여다보며 어디로 숙소를 정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런던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모든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낯선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라희는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고 느꼈다. 목도 따갑고 부어서 연신 기침이 났다. 열은 얼추 느낌상으로는 39도가 넘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앓았던 적이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급성 편도염.
이렇듯 팔팔 끓는 열로 받는 고통은 실로 오랜만이라서, 아침에 간신히 물만 마시고서 내내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온몸의 근육이 쑤시고 아팠다. 가까스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을 빼면 거동도 거의 하지 못했다. 깔깔한 입안과 따끔거리는 목 때문에 식욕도 전혀 없고 음식을 먹으면 고열로 이내 토했기에 거의 물과 우유로 버티면서 꼬박 나흘을 앓고 나니,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긴장과, 불규칙한 식습관, 거기다 여독까지 겹쳐서 몸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아침에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기운을 차리기 위해 토스트라도 먹을까 해서 민박집 공용 식당의 식탁에 앉아있는데,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아있던 여자가 말을 건넸다.
"설마, 오늘까지 아팠던 거에요?"
".........네?"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퀭한 몰골로 힘없이 대꾸하는 라희의 눈에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여자는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통통하니 사람 좋아 보였다.
"저, 그쪽이랑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투숙했거든요. 가운데 방이죠? 저는 저쪽 끝방이에요."
"아.... 네."
라희는 별생각 없이 대꾸했다.
"그날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걱정이 되긴 했는데 방이 조용해서 매일 어디 나가서 관광이라도 하고 다니는 줄로만 알았거든요. 얼굴 보니 내내 앓았었나 봐요."
"아.. 네. 조금. 몸살감기로."
"어휴. 이제 좀 괜찮아요?"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는 친절하게 말을 건넸는데, 듣고 있던 라희는 문득 기분이 묘했다. 여행 관련 자료 조사를 했을 때, 해외여행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사람이 친절한 한국 사람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라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자, 여자는 이내 방긋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경계하지 마세요. 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나? 라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여자는 이내 싱긋 웃으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영국은 처음인지, 아파 보이는데 약은 있는 건지. 공부하러 온 것인지 등등.
여자의 관심 어린 말에 잔뜩 경계하긴 했지만, 낯선 타국에서 꼬박 앓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처음 만나 대화한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라희는 단답형이지만 비교적 성실히 대답했다.
영국이 처음이고, 6개월간 관광하러 온 거라고 하니 여자는 그럴 것 같았다면서, 영국에서 10년 정도 살다 보니 대충 새로 들어온 사람은 분위기만 봐도 알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라희에게 먹을 것을 챙겨다 앞에 놓아주며 말을 건네는 여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대충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영국 중서부의 바스 대학교에서 박사까지 마쳤고 이제 영구 귀국에 앞서 런던에서 지인들을 만나고 가기 위해 잠시 민박집에 체류 중이라는 것과, 나이는 30대인데 정확한 나이는 비밀이라는 것, 그리고 예쁜 여자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마침 앓고 나서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는 라희가 자신의 병약한 여자 선호 취향이라서 말 걸고 있는 거라는 것.
"레즈비언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병약해 보이는 가냘프고 예쁜 여자를 보면 눈길을 거둘 수가 없거든."
어느새 나이를 밝혀 말까지 편하게 놓은 여자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19세기 영국 문학 작품 속 등장하는 병약하고 파리하고 가냘픈 여성의 모습을 주제로 바스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던 여자는 자신을 한혜영이라고 소개했다.
"라희씨가, 어쩐지 눈에 밟혀서."
여자는 이내 자신의 방에서 이것저것 약을 꺼내다 라희에게 쥐여주었다. 자신은 어차피 오늘 오후면 한국으로 돌아가니, 필요 없다면서. 라희는 그녀가 건넨 약중에 타이레놀을 발견하고 한알을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
라희를 챙겨주며 한참동안 런던에서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이나, 휴대폰 사용법, 인터넷 쓰는 법에 관해 깨알 같은 팁을 건네던 여자는 이제 공항에 가봐야겠다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혹시 영국 생활에서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라면서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떠났다.
한혜영이 떠넘기고 간 알약들은 효과가 있었다. 다음 날이 되자, 그럭저럭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호되게 앓고 난 라희는 바로 숙소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해서 런던 변두리의 홈스테이 (하숙)을 알아보았다.
영국, 특히 런던은 사회계층이 명확히 분리된 편으로 대부분 노동계층(working class)의 사람들이 금전적 필요에 의해 홈스테이를 운영했다. 때문에 처음 뷰잉 (방 보기) 했을 때 만난 홈스테이집은 거주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민박은 숙박비가 부담이되니 일단 방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대부분은 주당 페이로, 일주일 치 선불금을 내고 홈스테이에 들어갔다. 호스트홈 (하숙집)은 젊은 부부와 젖먹이 아이가 사는 집이었다.
아침 식사는 시리얼과 우유를 주고 저녁 식사는 첫날부터 3분 레토르트 식품 같은 것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접시에 놓아 주더니 일주일 내리 그런 음식을 주었다. 어차피 식사는 평소에도 잘 챙기는 편이 아니었으니 그러려니 넘어갔는데 낮에 아이가 쉴 새 없이 우는 통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는데다가, 밤에는 부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대판 싸워대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삶이 피폐해져 갔다.
설상가상으로, 주인집 여자가 라희에게 왜 낮에 밖에 안 나가느냐고 짜증을 부렸다. 대부분의 홈스테이는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하기 때문에 낮에는 집을 비우는 것이 원칙이라며 몰아세우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라희는 그 길로 홈스테이를 나와, 다시 민박집에 일주일 가량 머물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플랫 쉐어 (공동 자취)를 구했다. 자취는 가격이 천차 만별이어서 처음 3주 치 보증금을 미리 내고 방에 들어갔는데, 1주일에 40만원 가량했다. 그곳에서 10일 가량 지냈는데, 라희는 거기서 또다시 크게 앓았다.
플랫 쉐어는 식사를 주는 여타 다른 숙박과 달리 자취와 같아서 3끼 모두 알아서 챙겨 먹어야 했는데, 낯선 곳인 데다가 잔뜩 긴장해서 인지 식욕이 생기질 않았다. 더군다나 낮에 런던의 박물관, 공원, 미술관등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홀짝인 커피나 음료로 배를 채우고 나니 별달리 음식이 땡기지 않아서 잘 챙겨 먹지 않고 있다가 몸에 탈이 났다.
이번에는 장염인 듯, 배를 감싸 쥐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같은 집을 쓰는 한국인에게 발견되어 택시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링거를 맞고 입원하게 되었는데 관광 비자인 데다가 여행자 보험도 없다 보니 이것저것 검사비에 입원비까지 병원비가 하루 130만 원가량 나왔다. 총 3일을 입원해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 달 치 생활비가 병원비로 훌쩍 사라지고 난 뒤였다.
대부분의 의료비가 공짜에 가깝다는 영국에서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유학생 비자가 있었거나, 여행자 보험을 들었으면 커버 되었을 텐데, 라희는 둘 다 해당 되지 않아서 벌어진 사고였다.
병원을 퇴원해서도 건강이 좋지 않아 나날이 힘들어져 갔던 중,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한혜영의 연락처를 발견하자, 친절했던 그녀가 생각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라희의 전화를 받은 혜영은, 고생이 많다면서 혹시 영국에 오래 머무를 생각인지 물었다. 라희가 5개월가량 더 머무를 생각이라 하니, 그러면 자신이 머물렀던 바스에 숙소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
작고하신 지도 교수님의 와이프가 적적해서 운영하는 홈스테이로, 단기는 받지 않고 장기간 머물 유학생을 위주로 받는데 단점은 도심에서 꽤 먼 거리라는 것과, 장점은 교수님 부인분 취미가 베이킹과 집안일이라서 세끼 음식 걱정은 할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집이 교외에 위치한 만큼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라 살기 쾌적하다는 점이라고 일러 주었다.
우연히 만난 한혜영의 소개로 라희는 바스의 사라 집으로 향했고, 그녀의 보살핌과 돌봄 속에서 차차 건강을 회복했다.
라희는 어느덧 비워진 홍차잔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 전용 온천 휴양지인 바스는, 알고 보니 오만과 편견의 저자 제인 오스틴이 애정했던 도시였고, 도심 한복판에 제인 오스틴 기념관까지 있었다.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만큼, 거리가 고풍스럽고 잘 가꾸어져 있었고 영국에서 내로라하는 관광지이니 쇼핑과 생활 편리가 다 갖추어진 매력적인 곳이다. 우연히 머물게 된 도시였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라희는 휴대폰 화면의 시각을 확인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쇼핑을 마치고 룰루랄라 신 나할 사라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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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