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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와 그와 나-65화 (6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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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지?"

서울에 도착해 원룸의 닫힌 현관 앞에 선 뿔테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라희는 눈을 들어 그를 마주했다. 피곤? 운전은 그가 다했는데, 무슨 피곤이란 말인가. 휴일의 귀경길 고속도로는 사고라도 났는지 빽빽한 차들로 꽉 막혀서 서울까지 진입하는데 평소보다 두 시간이 더 걸렸다.

차라리, 고속버스였다면 버스 전용차선으로 달려 더 빨리 도착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한 도로 정체였다.

"아니요. 어서 가서 쉬세요. 운전하느라 신경 썼을 텐데요. 내일 출근도 하셔야하고요."

"음....."

무표정하게 던지는 라희의 말에 그는 못내 미련이 남는지 발걸음을 떼지 않고 라희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잔뜩 오므렸다.

"우리 아까 과일 먹고 아무것도 안 먹어서 빈속이잖아. 저녁, 같이 먹자."

"......."

조르듯 말하는 그를 보며, 라희는 조금 전 차에서 내리기 전 시간을 떠올렸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으로 늦은 저녁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다들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시간.

만약 뿔테가 저녁을 먹겠다고 한다면, 라희로서는 당연하게도, 조금 억울하지만서도, 라희 본인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힘들게 운전해서 서울까지 왕복한 그에게 밥을 사야 했다.

라희는 눈을 들어 이 근처 갈만한 음식점을 떠올려 보았다. 뷔페식당이라면 대부분 9시에 입장을 클로징 하기 때문에 음식이 바닥났을 테고, 한정식이나 일식 집 등 갖춰서 먹는 식당은 음식 재료가 떨어질 시각.

결국 이 시간에 편히 갈수 있는 곳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감자탕, 국밥, 닭갈비 등 일품요리와 술을 함께 파는 식당이나 고깃집이 대부분이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왜? 사주게?"

그가 반색하며 묻자, 라희는 마지 못 한 듯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우와."

뿔테는 배시시 웃으며 눈가를 가늘게 접어 라희를 바라보았다.

"오늘 자기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린 보람이 있구나. 자기가 밥도 사준다 하고."

"운전하느라 피곤해 보여서 그런 거예요. 어찌 되었든 서울까지 데려다 주셨는데 보답으로 밥은 먹여야 될 거 같아서."

"에이. 그런 건조한 이유라도 뭐 어때. 좋아. 난 자기가 사주는 거, 아무거나 콜."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장난스럽게 말려 올라간 입술 끝을 내밀어 라희의 이마에 짧게 입맞춤했다. 재차 다가오는 입술을 라희가 손가락을 세워 막자, 그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자기가 해주는 따뜻한 밥 먹고 싶은데. 아무래도 밤이 늦어 무리겠지?"

".....하아."

이래서, 틈을 보이면 안 된다는 거다. 라희는 속눈썹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앞에 서 있는 뿔테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볍게 찔렀다.

"아야,"

순간, 뿔테가 얼굴을 찡그리며 몹시 아픈 듯한 행동으로 옆구리를 손으로 덧대 감싸 쥐고 허리를 접히자, 라희는 놀라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요?"

그냥 가볍게 쳤을 뿐인데 혹시 힘 조절이 잘 못된 걸까, 아니면 급소라도 찌른 걸까. 라희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그가 찡그렸던 얼굴을 펴며 장난기를 가득 담은 눈매로 라희를 향해 눈을 흘기다가 갑자기 픽,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 그런 표정, 정말 언제 봐도 좋다."

"아_. 네네."

한순간 조금 당황했던 라희는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영혼 없는 대꾸를 했다. 그러자 뿔테는 그런 그녀를 가만 내려다보다가 팔을 앞으로 뻗어 라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우리, 그래도 오늘 많이 친해진 느낌이야. 과수원에서 부모님도 뵙고, 자기가 이렇게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말이지."

뿔테는 고개를 숙여 다시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가자, 밥은 내가 사줄게. 아무리 그래도 학생에게 얻어먹는 것은 직장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뿐더러, 남자친구로서 도리도 아니니까. 그런데,"

뿔테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민망한 듯 라희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조금 부끄럽지만, 그전에 화장실 좀 쓰면 안 될까?"

갑작스레 튀어나온 뜬금없는 화장실 이야기에, 라희는 그를 한번 올려다보곤 짧은 한숨을 내쉬며 원룸 현관 문을 열었다.

아까 정체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휴게실에 들러 그가 화장실을 갔었는데, 그새 또 가고 싶은 건가. 어쩔 수 없지. 생리적인 현상이니까.

라희가 천천히 문고리를 비틀어 열자, 텅 비고 어두운 원룸 방안이 들여다 보였다. 발걸음을 옮겨 현관 안으로 먼저 들어서자, 천장에 붙어있던 센서 등에 불이 들어와 어두운 가운데 주위가 갑자기 오렌지빛으로 환해졌다.

"쓰세요."

라희는 현관 맞은편에 위치해 센서 등의 가장자리에 비치는 욕실 문을 눈으로 가리켰다.

라희를 따라 들어와 뒤에 서 있던 뿔테의 기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욕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달깍, 조금 열어 두었던 현관문이 굳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

순식간이었다.

뿔테의 커다란 손이 양 뺨을 감싸 쥔 것은.

갑자기 몸이 확 뒤로 밀쳐지면서, 급작스러운 손길에 붙들려 위로 들려진 라희의 턱 위로 바로 뜨거운 입술이 밀어붙이듯 내려앉아 분홍빛으로 앙당 물린 입술 위를 덮쳤다. 그 바람에 현관 앞에 서 있던 라희의 등이 차가운 벽에 맞닿았다.

".......!"

입술 위를 덮은 뜨거운 입안은 굳게 닫힌 입술 끝을 삼키듯 빨아들이다가 혀끝을 세워 다문 입술 틈에 밀어 넣고 벌려 입 안쪽 점막을 핥아 내리며 키스하기 시작했다. 마치 갓난 아이가 엄마 젖을 찾아 갈망하며 헤매는 것처럼 거칠고 더운 숨결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라희는 턱이 들려 고정된 굳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그를 빤히 바라다보았다. 다급하게 빨아들이던 입술이 맞물렸다가, 그가 시선을 느낀 듯 눈을 들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면서, 검정색 뿔테 안경의 사각 프레임 속에서 낮게 일렁이는 그의 눈동자가 라희의 시야 가득 들어오는가 싶더니, 마침내 입안으로 파고 들어온 혀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가지런한 속눈썹을 아래로 내려와 살며시 눈을 닫았다.

뜨거운 혀끝이 라희의 입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그의 닫힌 속눈썹 끝이 가늘게 파르르 떨렸다.

“........”

어쩐지 그 모습이 가슴 저미게 애처로와서, 차가운 상대에게 매달려 간곡히 애정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에, 라희는 뻣뻣하게 굳어있던 목의 힘을 살짝 풀었다.

그러자, 턱을 더 벌리고 촉촉하고 뜨거운 혀가 입안에 가득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라희의 굳은 혀에 천천히 다가와 부드럽게 감아 핥으며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할짝, 할짝.

미동하지 않는 작은 혀에 부비적거리며 달래듯이 다가와 혀를 묻었다. 뒤로 슬며시 물러서려는 혀를 낚아 채듯 감싸 혀끝을 감아올리며 살짝살짝 슬며시 빨아들이는 그의 애타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으, 으응...”

조금씩, 조금씩 라희의 혀가 그의 입안에 가두어졌다. 촉촉한 입술 안쪽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면서, 더운 타액이 서로 뒤섞였다. 미끌거리는 타액으로 혀끝을 적시고 또 깊이 빨아들이면서 그는 소중한 것을 감싸듯 섬세하게 뻗어낸 혀끝으로 빨고 훑어내렸다.

그는 라희의 혀를 감아올리며 옭아매고 다시 할짝이며 달랬다가 빨아들이기를 반복했다. 끈적이며 질퍽거리는 촉촉한 혀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보드라운 벨벳처럼 입안에 감겼다가, 혀끝의 미세한 돌기를 세워 융단처럼 덮어 감싸 안았다.

오가는 숨결이 뒤섞이고 이제는 익숙해진 그의 더운 체취가 입안에 가득 스며들었다.

청량한 향.

입술이 깊게 맞물리면서 두 빰을 감싸 쥔 손바닥의 따스한 열기가 살갗 밑으로 은근하게 전해졌다. 빰위 에 머물던 한 손이 느릿하게 떼어지면서 아래로 향했다. 허리에 닿아 티셔츠 아래의 곡선을 타고 쓸어내듯 올라온 손길은, 이내 봉긋 솟아오른 가슴 위를 덮어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부풀고 둥근 가슴의 말랑말랑한 감촉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던 그의 손길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 티셔츠 밑단을 헤치고 맨살에 닿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느릿하게 지그시 누르듯 쓸어올리며 닿은 맨 손바닥의 따스한 온기를 타고 피부의 감각이 일어섰다. 동시에 아래 바지 사이로 그의 빳빳하고 탄탄한 허벅지가 파고들면서 몸이 벽을 향해 더 밀렸다. 마침내 브래지어를 헤치고 들어온 그의 손끝은, 조금 솟아 오른 분홍빛 유두를 스치듯 지났다.

“흣...!”

그 생생한 감각에 흠칫 놀란 라희가 등을 움츠리자, 입안에서 움직이던 촉촉하고 끈적이던 혀가 더욱더 깊이 파고들었다. 미끈하게 세운 혀끝으로 깊은 혀뿌리를 핥아 내리면서, 혀끝을 감아 뜨거운 숨결과 함께 질척하게 비벼왔다.

“아, 흡..”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혀의 부드러운 공격을 이기지 못한 라희가 숨을 몰아쉬며 입을 벌리자, 그는 새어 나온 호흡 한숨까지 다 삼킬 듯이 깊이 빨아들였다.

“하아, ......맛있어. 그 어떤 것보다.”

매끄럽게 혀를 감싸 옭아매던 움직임을 멈추고, 가느다랗게 눈을 뜬 그가 나직하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로 라희를 바라보는 그의 가지런한 속눈썹이 나른하게 위로 들렸다.

라희가 그를 향해 뭐라 입을 달싹이려 하자, 다시 촉촉하게 미끈거리는 혀가 입안 가득 채우며 들어왔다. 뾰족하게 끝을 세운 혀로 혀 안쪽 속살에 깊이 찔러 들어오며 은밀하고 진득하게 목구멍을 향해 휘감아갔다.

“흐, 읏..”

라희를 향한 가느다란 눈길이 유혹적으로 휘어졌다. 미끌거리며 찐득하게 얽히고 설키는 숨결에 섞인 더운 향취가 혀를 타고 목구멍 안까지 흘러들어와 몸 안 가득 들이차고, 애타는 나긋나긋 부드러운 손길이 고운 피부 위를 쓸어올리고, 쓸어내리며 자극하자 서서히 달아오른 열기가 뺨 위로 느껴졌다.

라희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 위에 손가락을 묻었다. 손가락 사이로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스치고, 부드러운 손길이 나른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아......”

그가 기분이 좋은 듯 낮은 탄성을 흘렸다. 뜨거운 숨결에 혀가 서로 섞이면서, 라희의 가슴 위에 머물던 손은 느릿하게 내려가 배꼽 아래의 금속 단추에 닿았다. 툭, 바지 단추가 풀리면서, 지익 지퍼가 내려갔다.

라희가 손을 뻗어 그의 손길을 걷어내려던 찰나, 순식간에 아래로 그가 몸을 수그렸다.

“흣......,”

배꼽 아래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던 팬티의 가운데가 옆으로 밀려 젖혀지고, 다물려 갈라진 속살의 틈 위로 뜨거운 숨결이 뿜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촉촉한 혀끝이 닿았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 라희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조금 전까지 입안을 가득 채웠던 부드러운 혀끝은 닫힌 수풀 사이의 틈을 가르고 분홍빛 속살을 조금씩 적시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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