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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와 그와 나-47화 (4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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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표현해야 한다 말인가. 라희는 눈동자를 위로 올려 그의 어깨너머 펼쳐진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반짝, 눈길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별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이어 다른 쪽에서도 또 다른 황금빛이 밝은 선을 주욱 그리며 사라져져갔다.

총총한 별로 가득 찬 사막의 하늘 아래는 지평선의 어둠과 맞닿았다. 그 안을 가득 채운 별들은 각기 다른 색깔과 빛을 가지고 있었다. 황금빛, 주황빛, 푸른빛, 은빛, 붉은빛.

오색으로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끊임없이 황금빛 꼬리를 가진 유성이 대지 위로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은, 멀리서 불어온 선선한 바람과 함께 꿈결 같은 별빛이 흘러내렸다.

라희의 눈은 그 가운데 서 있는 바흐에게 머물렀다. 낮게 불어오는 모래바람의 노랫소리 가운데 신비로운 이국의 하늘 아래 서 있는 그. 맑은 수면 위로 그의 모습이 또렷이 비췄다.

불 켜진 테라스 너머의 사막은 어둠이 넘실대고 있었다. 태고의 신비가 머문 듯 아스라한 바람이 낮은 소리를 내며 불어왔다. 라희는 어깨너머를 향했던 시선을 움직여 그를 마주했다.

“......이 소리 들려?”

그가 침묵을 깨고 나지막하게 입을 뗐다. 들렸다. 낮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라희는 눈을 한번 느리게 감았다 뜨며 말없이 대답했다.

황금빛 조명과 에메랄드 초록빛 수영장 안에 그가 미묘한 눈빛을 머금고 라희를 바라보았다. 그때 낮게 불어오던 바람 소리가 멈췄다. 마주 보는 허공 안에 순식간에 기이한 정적 같은 고요가 찾아들었다.

따뜻한 미온수가 몸을 감싸는 수영장 한가운데서 그는 라희를 가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라희의 입술을 향하고 있었다. 깊은 눈매가 살짝 가늘게 좁혀졌다. 라희의 입술 위에 머무르는 그의 어두운 시선은 무게가 느껴졌다. 검푸른 밤하늘의 고요를 담은 정적을 깨고 그가 입을 열었다.

“사막의 바람이 멈추면 주위가 너무 고요해서 지구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말을 멈춘 그의 눈이 깊어졌다. 라희는 빨려 들어갈 듯 그윽한 검은 눈길에 갇혔다.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숙여왔다. 순간, 그의 움직임과 함께 찰박찰박 잔물결이 너울졌다. 가까이 다가온 그의 숨결.

“흐읍...”

그의 단정한 입술이 라희의 달뜬 입술 위로 내려왔다. 그의 입술은 처음 닿는 것처럼 서성이며 머뭇거리다 스치듯 닿았다. 그의 눈길 속에서 은근하게 달아오르던 몸은 입술이 닿자 가늘게 떨렸다. 맞닿은 두 입술은 떨어지지 않고 잠시 멈춰 서 머물러 있다가 조금 더 깊이 눌렸다. 미세히 떨리는 움직임과 그런 그녀를 품 안에 가두는 그의 몸짓에 흐려진 두 사람의 잔상이 맑은 수면 위로 파동 쳤다.

“지금, 내가 듣고 싶은 소리는.”

그가 촉촉한 혀끝을 내밀어 라희의 입술 위를 가볍게 핥았다. 부드러운 혀끝이 민감한 입술 위를 스치듯 자극할 때마다 감미로운 숨결과 함께 은은한 그만의 체취가 입술 위로 스몄다. 순식간에 라희를 감싸고 있던 공기가 말할 수 없이 농밀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얇은 피부 위로 스미어 감각을 달아오르게 만들어 이성을 마비시키는 익숙한 내음.

마주하고 있는 검고 깊은 눈동자.

그 안에서 암적색으로 낮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열기를 견디지 못한 라희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며 내려 감겼다.

느릿하게 입술을 핥던 그의 혀끝이 살짝 벌어진 라희의 입술 안쪽을 부드럽게 덧그렸다.

“너야.”

그의 목소리가 남긴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내려와 라희의 입술을 다시 덮었다.

“으응....”

입안 깊이 들어와 느릿하게 설키는 혀끝에선 쌉쌀한 에스프레소 맛이 났다. 씁쓰름한 커피의 진한 맛은, 그의 체취와 어우러져 되려 진한 달콤함이 느껴졌다. 나른한 몸에 힘이 풀렸다. 물속에 잠겨 쳐지듯 늘어지는 몸을 그가 단단하게 끌어안을 때마다 심장 아래 깊은 곳이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고요하고 잔잔한 물결이 사방에 너울치고, 두 입술이 조심스럽게 맞닿으며 천천히 휘감기는 소리가 그 위를 미끄러지듯 퍼져나갔다.

라희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몽롱한 눈빛 속의 그는 심연처럼 어둡고 관능적이었다. 만약 칠흑 같은 검은색을 핥아 맛볼 수 있다면, 그를 닮아 감미롭고 부드러운 묵직한 맛이 나리라.

“으.. 으응....”

매끄럽고 부드러운 혀는 그녀의 몸을 한껏 자극해왔다. 촉촉한 입술 너머 깊숙한 곳의 혀와 타액이 따스하게 흘러들어 입안으로 스몄다.

그윽한 에스프레소 맛과 함께 흘러드는 그의 은은한 체취.

애타게 만드는 농도 짙은 베르가못향.

물에 잠긴 감싸고 미미하게 올라오는 온기는 그의 키스와 함께 발화점에 도달한 것처럼 거침없이 타올랐다. 라희는 혀끝을 내밀어 그가 주는 감촉을 음미하듯 휘감으며 빨아들였다.

갈증이 났다.

감미로운 그는 갈증은 깊게 빨아들이며 삼켜도 삼켜도 채워지지 않았다.

말캉하고 따스한 혀와 혀가 온기를 피워올리며 맞닿아 얽히고설켰다. 내밀하게 엉켜드는 혀끝에서는 맞비벼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드나들었다. 맞닿은 혀끝의 민감한 부분을 통해 달콤함이 퍼져나갔다.

“하아..응....”

입술이 비벼지는 틈 사이로 농도짙은 숨결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그의 숨결에 취해 키스를 멈출 수가 없었다. 혀와 혀가 끈적하게 엉켜드는 그 느낌은 몸에 차올랐던 열기를 화르륵 지폈다.

혀끝이 움직일 때마다 감각은 춤을 추듯 흐느적거렸고 부드러운 기분에 취해 몽롱함 속에 몸이 녹아들 것만 같았다.

그의 키스에 취한 라희의 머릿속은 멍해졌다.

그의 키스는 언제나 감각의 저 끝을 애타게 했기에 라희는 정신없이 매달렸다.

아래가 뻐근해지면서 몸이 붕 떠오르고 이성이 마비되는 느낌. 엉켜드는 혀끝에서 실금 같은 타액이 달콤하게 늘어질 때마다 뜨거운 기운이 사방에 뻗치고 아래가 뜨겁게 뭉쳤다.

“으..으응..”

입 안쪽 깊이 파고드는 혀끝은 나른한 의식을 두드렸다. 느리게 대답하듯 휘감아지는 혀는 따스하고 말할 수 없이 감미롭다. 그윽한 베르가못 향에 중독된 것처럼.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치명적인 미약.

"아....."

그러다 순식간에 그의 입술이 떼어지고, 농밀한 관능의 감각을 전해주었던 그의 혀가 빠져나갔다.

하아, 격한 숨결이 입술 사이로 토해져 나왔다. 아쉬움에 그를 따라 나간 분홍빛 혀끝은 붉게 달아오른 아랫입술 위만 축였다. 라희는 몽롱한 눈을 들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검고 깊은 눈매의 끝이 살짝 가늘어졌다.

“.......말해봐.”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촉촉하게 잠긴 그의 목소리는 낮은 선율 같았다. 곧게 쏟아지는 시선을 이기지 못한 라희는 눈길을 아래로 내렸다. 초록빛 수면이 보인다.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반사된 그의 얼굴이 비친다. 그는 라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해 줄까."

그의 낮은 음색은 순식간에 이성을 마비시키고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래만 바라보고 있는 라희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그가 손을 움직여 그녀의 턱을 가볍게 쥐며 들어 올렸다. 다른 한 손으로는 허리를 깊게 끌어당겼다. 움직임이 일자 거울 같던 수면이 흐릿하게 일그러졌다.

단단히 밀착된 물에 젖은 서로의 옷이 맞닿아 미묘한 온기를 만들어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미온수의 온도와는 다른, 서로의 몸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 나오는 열기. 단단한 팔 안에 가두어져 맞닿은 육체로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 옷 위로 닿은 살갗 위에 감겨드는 익숙한 온기가 좋았다. 그리고 맞닿은 수면 아래 일어선 그의 딱딱한 남성이 주는 이물감. 좀 전부터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솟아오른 남성이 라희의 원피스 들린 허벅지 안쪽의 속살이 달아올라 욱신거렸다. 점차 아래쪽이 뜨겁게 젖어 들어가는 느낌에 다리를 오므리려 힘이 들어갔다.

그의 짙은 눈동자는 줄곧 라희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곧게 쏘아지는 집요한 시선. 턱 아래를 쥐고 있는 그의 손가락이 닿는 곳이 뜨겁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화륵, 점화된 열기가 높게 타올랐다.

그의 눈길이 머문 촉촉이 벌린 붉은 입술 사이로 그를 향하는 달뜬 숨결이 새어 나왔다.

그가 주었던 통증, 쾌감, 전율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 감각을 일깨워 아찔하게 녹아 젖어들어 몸의 깊숙한 곳에 머금어졌다. 라희는 그가 주었던 절정에 대한 갈증을 삼키며 살짝 열린 입술 안쪽을 혀끝으로 핥았다. 열망 어린 연갈색 눈동자 안에 오롯이 담긴 그.

매번 애타게 갈구하며 애원하게 만드는 그를 향해 라희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어쩔 수 없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하는 수밖에. 라희는 입술 끝을 달싹였다.

".........키스, 해 주세요."

라희를 응시하던 그의 입술 끝이 살짝 비틀리나 싶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느리게 내려온 입술은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멀어져 갔다. 그의 짧은 입맞춤은 잔뜩 부푼 가슴을 두근거리며 뛰게 만들었다. 주위를 감싼 농밀한 공기 속에 안에서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그에게도 생생히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더요.”

라희는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는 라희의 등을 감싼 채로 미동도 없었다. 두근, 두근. 뛰는 가슴을 감싼 등을 그가 지그시 눌러왔다. 라희는 고개를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주 보는 눈빛이 얽혔다. 그의 깊은 눈이 짙어졌다. 순식간에,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처럼 그의 입술이 내려와 라희를 가득 덮어 삼켰다.

“흐흡..읍..”

그의 뜨거운 혀가 거침없이 파고든 순간, 라희의 갈증난 혓바닥이 그를 받아들여 부드럽게 젖어들었다. 서로의 타액으로 젖어 촉촉해진 혀끝은 거칠고 애타게 얽혔다. 두근두근 뛰던 심장의 안쪽 깊은 곳이 아릿하게 간질거렸다.

그는 라희의 엉덩이를 한 손바닥으로 감싸 안아 움켜쥐어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의 움직임에 수면이 흐려지고 그의 바지 아래 일어선 단단한 이물감이 둔탁하게 아래를 자극했다. 다른 한 손은 라희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가 감싸 안은 손은 순식간에 라희의 등을 거슬러 올라가 원피스 뒤 지퍼를 끌어내렸다. 벌어진 등의 매끄러운 살갗 위를 쓰다듬는 그의 맨손바닥이 느껴졌다.

투툭, 그의 손이 등에 걸려있는 브래지어를 버클을 풀었다.

“하아...하아..”

등줄기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에 라희는 허리를 가늘게 떨며 신음했다. 허기. 이런 것이 정서적 허기일까. 그에게 길들여진 육체는 그가 스치는 손길 하나하나에 감각의 깊은 떨림을 만들어낸다. 젖은 피부 위를 매끄럽게 쓰다듬는 손길 아래서 라희는 뜨거운 숨을 연신 내뱉었다.

============================ 작품 후기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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