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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와 그와 나-40화 (40/214)

40

침묵이 자리한 가운데, 테이블 위에 직원이 다가와 하얀 접시를 내려놓았다. 접시 위에는 마들렌 크기의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버터가 3종류 놓여있었다. 곧이어 따끈따끈한 식전 빵이 나왔다.

맞은편 앉아있던 그가 빵을 쪼개 나이프로 버터를 넓게 펴 발랐다. 버터는 빵에 닿자마자 크림처럼 녹아 부드럽게 발렸다.

“먹지.”

그가 버터 발린 빵을 라희의 빈 접시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따끈한 빵의 온기로 노랗게 발린 버터가 촘촘한 공기구멍 난 빵조직 사이로 촉촉이 스며들어 황금빛으로 고였다.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모양새였지만, 라희는 선 듯 손이 가지 않았다. 조금 전,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머릿속은 분주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가, 그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라희가 앞에 놓인 빵에 손도 대지 않고 가만 보고 있는 사이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이보리 빛깔의 스프가 놓이고 바로 애피타이저가 놓였다. 에피타이저는 바삭하게 구운 키조개 관자살과 상큼한 어린잎 샐러드가 어우러져 크리미한 무스 위에는 버즈 알 아랍의 호텔 모양을 본뜬 랍스터 테일이 꽂혀있었다. 그저 가만 그것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라희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입맛이 없어?”

서늘한 눈빛으로 묻는 그를 잠깐 눈을 들어 설핏 바라본 라희는 눈빛이 짧게 마주치자 다시 시선을 테이블 위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움직여 앞에 놓인 포크를 들었다.

“.....아니요. 잘 먹겠습니다.”

그와 눈이 마주친 그 짧은 순간, 어쩐지 전에 뿔테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원룸 앞을 지키고 있다던 검은색 에쿠스. 그는 그런 방식으로 알게 된 걸까. 라희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는 것을 본 그가 덧붙였다.

“먹고 바로 방으로 올라갈 거야.”

“네.”

어떻게 식사가 마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그는 그에게 익숙한 침묵 속에서 앞에 차례로 놓인 음식들을 예의 유려한 식사매너로 깔끔하게 먹었지만, 라희는 그가 했던 말을 생각하느라 건성으로 삼킨 음식들이 목구멍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았다. 정신없이 식사가 끝났을 때 남았던 기억은 그럼에도 음식 맛은 꽤 맛있었다는 짧은 감상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와 짙게 가라앉은 침묵과 함께 호텔 방으로 돌아온 그가 라희의 허리를 잡고 바로 2층으로 이끌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1층 소파 테이블 위에 레드 와인, 색색깔의 마카롱, 앙증맞은 모양의 초콜릿이 세팅된 것이 보였다. 아마 방을 비운 사이 버틀러가 준비해준 모양이었다. 라희는 고개를 들어 위로 길게 펼쳐진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2층에 있는 거라고는 침실과 욕실뿐인데 대체...

“흡........”

2층의 침실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라희의 허리를 자신 쪽으로 끌어와 거칠게 키스했다. 강하게 입술 위를 덮어와 내리누르며 비벼대는 그의 입술은 라희의 닫힌 입술 위로 거친 숨결을 뿜어냈다. 촉촉한 혀가 날을 세워 맞다문 입술 틈 사이로 다가오자 라희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의 뜨거운 혀는 입안으로 곧게 파고들어 왔다.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통보를 끝으로 방 위에 올라오기까지 한마디 말도 없던 그의 행동에 놀란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짧은 호흡으로 그가 피워올리는 뜨거운 열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라희의 숨결도 서서히 달아올랐다.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히고 뜨끈한 타액과 함께 은근하게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그의 체취가 입속에 스며들었다.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매혹적인 향기에 취해 혀와 혀가 단단하게 엉켰다. 그의 혀는 라희를 촘촘히 옭아매며 꿈쩍 못 하게 만들어 붙들었다. 열기로 흐려지는 눈을 들어 올리자 짙은 베르가못 향이 주위를 감싸는 가운데 낮게 타오르는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라희를 파고드는 그윽한 그의 체향이 숨 막히게 다가왔다. 그와의 키스가 이어지면서 라희의 턱이 뒤로 서서히 기울어졌다. 단단하게 허리를 붙잡던 그의 손길 하나가 스르륵 풀렸다.

서서히 허리 위로 미끄러지듯 올라오던 그의 손이 라희의 둥근 가슴을 아리게 움켜쥐고 꽉 조였다. 순간 가슴이 짓눌리는 통증과 함께 야릇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혀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다가 거칠게 조여들어 정신 못 차리게 하면서 순식간에 그의 손길에 의해 원피스 뒷지퍼가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라희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다시 움켜 잡힌 가슴과 허리가 그에게 붙들려 이미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퍼가 풀린 원피스는 그가 끌어내리자 스륵, 바닥에 떨어졌다. 그에게 입술을 빼앗긴 채 속옷 차림이 된 라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뒤에 딱딱한 것이 닿았다. 2층 침대와 한 면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윈도우 사이에 놓인 반원 모양의 탁자였다.

“흐...으읍..”

밀착된 입술 안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혀와 혀가 뜨겁게 설키고 얽히며 맞닿아졌다. 끈끈한 타액이 입안을 가득 채워 그의 거친 움직임 가운데 미끈거리며 마찰 되자 아랫배 쪽에서 짜릿한 전율이 등골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올라왔다.

“하아..”

그가 짧은 신음과 함께 잠시 입술을 뗐다. 은색 실 같은 타액이 라희의 붉게 달아오른 입술 위에서 이어져 걸렸다. 라희를 뜨겁게 응시하는 그의 깊은 눈매가 낮아졌다. 다시 입술이 닿았다. 그는 촉촉한 라희의 입술 위를 입술 안쪽으로 빨아들일 듯 문지르다가 불쑥 파고들어 와 입안을 맹렬히 탐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격렬한 키스를 하면서 그는, 한손으로는 라희의 허리를 단단하게 움켜 쥐고, 다른 한 손을 브래지어 위로 움직여 얇은 패드 밑의 정점을 둥글게 쓸어내리며 라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뭉친 가슴 위로 흥분으로 부푼 유두가 솟아오르면서 그에게 눌리고 문질러져 찌릿한 쾌감이 전해졌다. 뜨거운 혀가 입속을 헤집는 사이, 그의 긴 손가락은 어느 틈에 브래지어 버클을 풀어 내렸다.

― 툭

버클이 풀리는 이질적인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귓가에 명료하게 들리면서 그의 뜨거운 손바닥은 갈비뼈를 어루만지다 올라와 그 위의 부푼 흰 가슴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다시 찌릿하면서 참을 수 없는 신음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지만, 입술을 맞물려 덮은 그의 더운 숨결에 섞여 흩어졌다.

그가 라희의 둥근 가슴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가 다시 쥘 때마다 허리 끝이 울리면서 몸이 뜨겁게 반응했다. 그의 검기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이 빳빳이 단단해진 연분홍빛 유두를 조이듯 비틀었다.

“흐으읏....”

그의 뜨거운 입술이 유두 끝에 닿았다. 그가 선홍빛으로 솟아오른 유두를 한입 가득 머금자 라희의 허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바로 뒤 탁자의 둥근 모서리가 엉덩이를 누르며 압박해왔다. 그는 입안 가득 머금은 붉은 유두를 혀끝으로 살살 굴렸다. 그러다 세차게 빨기 시작했다. 찌릿하고 아릿하면서 짜릿한 감각이 가슴의 끝에서부터 퍼져나와 모세 혈관을 타고 몸속 깊이 퍼져 나갔다. 원초적인 자극에 라희의 아래는 본능적으로 뜨뜻하게 젖어들어 갔다. 전류처럼 퍼져나오는 자극을 주면서 입안 가득 머금고 빨아들이던 그는 돌연 떨어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강한 힘이 라희를 허리를 붙잡아 활짝 펼쳐진 창으로 밀어붙였다.

"아, 아앗...."

순식간이었다. 그가 라희를 뒤돌아 창문을 마주 보며 기대게 했다.

― 텅

가벼운 울림과 함께 두 손바닥에 닿은 유리의 촉감은 서늘했다. 파노라마 윈도우 바로 앞에 펼쳐진 것은 이국적인 에메랄드빛 바다였다. 라희는 끝없이 펼쳐진 아라비안 해협을 마주한 투명한 창 위에 양 손을 짚고 서 있었다. 그 상태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뒤에서 허리를 감싸고 꼼짝 달싹 못하게 붙들어 잡고 있었다.

창문을 마주한 라희의 뒤에서 그의 손길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왔다. 피부를 누르듯 쓰다듬으며 허벅지 안쪽 은밀한 곳까지 올라온 그의 손길은, 이내 비부를 아슬아슬 가리고 있던 팬티를 옆으로 밀어냈다.

"흐읏......."

순식간에 은밀한 곳을 파고든 말캉하고 촉촉한 감촉에 라희는 몸을 움츠리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는 따스한 액이 찐득하게 고인 그녀의 살집을 살짝 벌려 안쪽 뜨거운 살집에 혀끝을 묻었다. 라희는 참을 수 없는 자극에 양 무릎을 모았다. 허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길게 뻗은 그의 혀끝은 부들부들하고 촉촉한 속살 안을 파고들었다.

엉덩이 아래 뜨끈한 숨결이 느껴지면서, 은밀한 그곳이 그의 타액으로 촉촉히 젖어갔다. 참을 수 없는 열기가 턱밑에서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뾰족하게 끝을 세운 부드러운 혀는 거침없이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매끈하고 미끄러운 감촉에 아래가 뜨거운 온기로 적셔지면서 옆으로 밀쳐진 팬티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의 혀가 아래의 민감한 살점에 닿아 부드럽게 핥아 내리자, 견딜 수 없는 아찔함이 밀려왔다. 그의 손 아래 잡힌 허리 끝이 파르르 떨렸다.

“너는.......”

그가 뒤에서 혀로 속살을 핥으며 허스키하게 잠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혀로 핥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순간, 매끌매끌 애액에 흠뻑 젖은 꽃잎을 그가 가득 머금고 빨아들였다. 입술 안쪽으로 아프지 않게 지그시 빨아들이면서 윗정점에 솟은 분홍빛 돌기를 혀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하...앗...하..”

유리창을 짚고 있는 라희의 손목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가 뒤에서 흠뻑 젖은 꽃잎을 깊이 빨아들이자, 다리에 힘이 풀려가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퍼지는 물기 어린 츠릅거리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견딜 수 없는 자극에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팔목과 팔굼치까지 유리창에 눌리고, 차가운 유리창이 볼에 닿았다.

“깊게 빨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가 클리토리스를 혀끝으로 길게 핥아 내고 몸을 일으켰다. 허벅지 안쪽에 남은 미끌거리고 뜨거운 여운에 몸의 안쪽부터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라희의 허리를 붙잡아 돌려 자신에게 밀착해 끌어당겼다. 라희는 단단한 팔에 감싸여 그에게 안겼다. 그의 뜨거운 가슴이 유리창에 닿아 차가웠던 볼에 와 닿았다. 이글거리는 열기가 볼 위로 스며들면서 탄탄한 피부 아래 두근두근 힘차게 뛰고 있는 그의 심장이 느껴졌다.

그는 두 손으로 라희의 정수리에서부터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고는,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어깨를 서서히 아래로 눌러오는 힘이 느껴졌다. 천천히 라희의 몸이 아래로 내려갔다. 바닥에 무릎이 닿고, 정강이에 도톰한 카펫의 촉감이 까끌거리게 느껴졌다.

라희의 얼굴은 볼록 튀어나온 그의 바지 앞에서 멈춰있었다. 어깨를 누르던 그의 힘이 스르륵 사라졌다. 라희가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자 앞에 우뚝 멈춰 서 있는 그가 무릎으로 서 있는 라희를 내려다보았다. 오똑한 코 위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깊은 눈매는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 빠는 것을 좋아하지.”

그가 바지를 풀어 내리자, 우뚝 솟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요히 내려다보는 그의 눈이 동의를 구하는 듯 이채를 띄었다. 그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라희의 속눈썹이 낮아졌다.

============================ 작품 후기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다음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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