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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기2 (2)
“개 or 고양이, 선택해.”
흰 가운을 걸치고 침대에 걸터앉아, 앞에 서 있는 알몸의 나를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나는 침대 시트 위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개 목걸이 같은 검은 가죽 목줄과 손잡이가 달린 긴 사슬 쇠줄, 그리고 기묘하게 생긴 물건이 놓여 있었다. 어찌 보면 고급 옷장의 손잡이 같은 모양. 전체적인 생김새는 원뿔모양의 그 물건은 끝에 달린 둥근 단추 같은 부분에 핑크색 크리스탈이 박혀있었다.
'뭘까?'
나는 그 물건을 보며 뭉툭하고 짧은 발 받침대가 있는 버섯 같다고 생각했다.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초코송이? 아이들 먹는 초코송이 과자 모양처럼 끝 부분이 뭉툭하고, 유선형에 가운데는 잘록한 그런 모양이었다. 단지 그 바닥에 세울 수 있도록 둥근 받침대가 달려있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받침대 밑 부분이 핑크색 크리스탈로 장식되어 있달까. 총 길이는 엄지손가락 보다 조금 길었다. 내가 이상하게 생긴 알 수 없는 은색 물체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 그가 말했다.
“개는 충성심이 강하니까. 적어도 넌 아니겠군.”
볼이 화끈거렸다. 방금, 이 말은 뿔테를 염두에 두고서 하는 말일까? 하지만 내가 개처럼 충성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가. 그와 나는 단지 돈으로 계약된 관계인데. 순간 치밀어 오르는 반발심에 발끈하려다가, 그가 오천만 원을 통장에 찍어준 사실을 생각해 내고서는 그냥 애먼 입술 끝만 지그시 깨물었다.
그 돈 오천. 그 돈이 그때 절실하게 필요하긴 했다. 낯선 발신자 번호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어두운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온몸이 피떡이 된 오빠가 배를 질질 끌며 기어와 피가 맺혀 부르튼 손가락으로 내 종아리를 움켜잡으며 울면서 매달렸던, 그 감촉. 마치 오늘 일처럼 뇌리에 생생히 떠오른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그는 검은 가죽 목줄을 들고 천천히 일어나, 내 목에 갖다 댔다.
-흠칫.
그가 말한 선물이라는 것은 포근한 목도리도 아니고 부드러운 스카프도 아닌, 이런 음침한 가죽 목줄. 나는 그가 내게 목줄을 채우는 것을 가만 보고 있었다. 다행히, 목이 졸리도록 바싹 잡아당겨 채우지는 않았다. 느슨하게 목에 걸칠 정도로만 채워진 가죽 목줄. 그는 목과 줄의 틈에 손가락을 넣어 여유를 확인해 보았다. 그의 손가락 한 개가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로 헐겁게 채워져 있었다.
“흐음.”
행동을 마친 그는 날 감상하듯 위아래로 훑었다. 단지 목줄 하나를 채웠을 뿐인데, 그의 시선이 내 알몸을 샅샅이 훑어 보고 있자, 갑자기 묘한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와 계약한 뒤 계속해서 내보인 알몸이었지만, 지금은 눈길이 닿는 곳 마다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이 뜨거웠다.
“이렇게 목줄을 채워 놓으니 잘 어울리는걸? 생각보다 훨씬.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검은 목줄이 잘 어울려.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세트라고 했으니.”
그는 침대 위의 쇠줄을 집어 들어 손잡이를 손가락에 칭칭 감고, 나머지 한쪽 둥근 고리를 내 목줄에 걸었다.
-달깍.
고리가 맞물렸다. 그는 침대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는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리뜬 시선과 마주한 그의 한쪽 눈썹 끝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불쾌한 걸까? 내가 감히 내려다보고 있어서?'
역시나, 이어지는 그의 말은 명령이었다.
“무릎 꿇고 앉아.”
나는 그의 말에 따랐다. 매끄럽고 차가운 나무 바닥이 무릎 아래 느껴졌다. 다소곳이 앉아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개처럼 목줄을 매고 쇠사슬 끈까지 채워진 마당에 굳이 그를 쳐다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내가 선선히 명령을 따르자, 그의 차분한 시선이 얼굴 위로 따갑게 느껴졌다. 그는 가만 앉아서 나를 감상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재미있군.”
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게 재미있다고? 악취미다.'
나의 싸늘한 냉소를 느꼈는지, 그가 짧게 명령했다.
“고개를 들어.”
나는 얼굴에 떠오른 경멸을 지우기 위해 빠르게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 후 천천히 고개를 위로 들었다. 이런 상태로는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고개를 들고 침대 모서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길게 뻗어 내 턱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손끝으로 턱을 느리게 쓸어내렸다. 그가 손가락 끝으로 내 턱을 들어 올리고 짧게 말했다.
"날 봐."
나는 마지못해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눈이 아닌 입술을 바라보았다. 이런 모습인 채로 눈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너무도 굴욕적이니까. 그때, 그가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내 턱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알몸으로 목줄이 채워진 채, 무릎을 꿇고 그의 아래에 얌전히 앉아서 고개를 들린 나는 금방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진 단정한 입술을 응시했다. 숨결이 곧이라도 닿을 듯 아주 가까워졌다.
'.....키스, 하려는 걸까?'
순간, 그의 단정한 입술 끝이 살짝 비틀어 올라갔다. 그리고 내 턱을 가볍게 밀어내고서 그가 말했다.
“씻었으니, 소파로 가볼까? 침대는 너무 노골적이잖아?"
노골적? 이렇게 만들어 놓고 관계를 갖는 것이 노골적이라고? 헛웃음이 나왔지만 속으로 삼켜졌다. 내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순간 강한 힘이 어깨를 내리눌렀다. 왜?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침대 앞에 우뚝 일어 서 있는 그가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내 어깨를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목줄이 채워진 이상, 서서 걸을 수 없어.”
무슨 소리지?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내가 날카롭게 그를 올려다보자, 마침내 눈을 마주한 그가 짙은 심연의 나락 같은 어두운 눈동자로 나를 주시하며 말했다.
“무릎으로 기어가. 고양이가 산책하듯이.”
잠시 머리가 멍했다. 무릎으로 기라고? 그럼 동물처럼 엎드려서 가라는 건가. 미쳤어? 그런 짓을 하게. 내가 전혀 움직이지 않자, 그가 손에 감고 있던 쇠줄을 확,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목줄이 당겨진 방향으로 목이 턱 당겨졌다.
“기어.”
그가 다시 한 번 낮게 말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목에 걸려 있는 줄과 그의 손에 감겨 있는 손잡이를 잇는 사슬이 팽팽해지자, 목을 당기는 힘이 점점 강해졌고, 나는 목을 꺾이지 않기 위해 잔뜩 힘을 주고 버텼다. 그때 갑자기 강한 힘이 나를 잡아챘다.
“읏...!”
그가 갑자기 세게 잡아당기자, 순간 몸이 휘청했다.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져서 있어 버티고 있는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뻐근할 정도였다. 쇠줄을 단단히 손에 감아 비틀어 쥔 그는 입술 끝을 옅게 올리며 말했다.
“이 줄은, 말을 듣지 않을 때 유용할 거라더군. 다시 당길까?”
요컨데, 나는 오늘 그에게 짐승인가? 말을 듣지 않는 짐승은 폭력으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럼, 맞기라도 해야 할까?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설마, 이제까지 그와 지내온 성향으로 봐서 지독히 차가운 그가 이성을 잃고 때리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겠지만. 어차피, 그가 나를 짐승취급 하기로 결심한 이상 선선히 따르는 편이 나았다. 괜한 반항으로 심기를 어지럽혀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보다야 현명하겠지.
"후."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두 손바닥을 마룻바닥 위에 짚었다. 직립보행하는 인산으로서 당당히 걸어 다닐 때는 미처 몰랐는데, 이렇게 엎드리고 보니 반얀트리의 객실바닥은 전부 매끄러운 원목이었다. 반질거리면서 딱딱한 느낌이 원목이 피부 아래 생생하게 느껴졌다.
손을 앞으로 짚은 채로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고 엎드리고 있으니 마치 개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그의 말에 따르면 ‘충성심’이 없으니 고양이랬나? 개나 고양이나 어쨌든 인간이 아닌, 짐승이다.
그가 위에서 쇠줄을 잡아당기자, 나는 하는 수 없이 한 손을 앞으로 뻗어 짚었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서 딱딱한 나무 바닥 위를 네발로 기어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침대에서 몇 발짝 떨어졌을 때, 그는 갑자기 멈춰 섰다. 나 역시도 멈췄다. 몇 걸음밖에 가지 않았지만, 단단한 나무 바닥 위를 손과 무릎만을 사용해 기고 있으니 바닥과 맞닿은 무릎 끝과 손바닥이 얼얼했다. 그는 무언가 잊었던 것이 있었던 듯 침대로 발걸음을 옮겨, 그 위에 있던 그 기묘한 핑크색 크리스탈 장식의 금속을 손에 쥐었다.
"흣-."
다시 목줄이 당겨지자, 나는 그를 따라서 발걸음에 맞춰 네발로 기었다.
침실을 나와 복도를 조금 지나자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 옆 투명 유리벽 아래 디귿 자 플런지풀이 훤히 내다보였다.
이 계단을 기어서 내려가라고? 내가 멈칫하고 움직이지 않자, 그가 갑자기 팔을 뻗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아 위로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들려진 몸은 그의 품에 안겨졌다. 내가 그를 빤히 올려다보니 그가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목적이 괴롭힘은 아니니까.”
계단 아래로 내려와서, 그는 다시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앞으로 기어서 움직이기 위해 나는 몸을 둥글게 말고 엎드렸다. 순간 뭐하는 짓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묵묵히 그의 발걸음에 맞춰서 내가 들어왔던 객실의 문 앞에 놓인 소파까지 기어갔다. 그는 천천히 걸으면서 알몸으로 목줄이 채워진 채 손과 무릎으로 기어가는 내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이 느껴져 기어가는 동안 내내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한걸음 내 디딜 때마다 얼굴에 수치심이 차올라 확확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무릎의 통증을 참고 기어간 소파 근처에는 다행히 희고 두툼한 카펫이 깔렸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이 이렇게 포근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내 그는 푹신한 가죽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소파 위에 손에 내내 쥐고 있던 그 기묘한 물건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의 옆 카펫 위에 웅크려 엎드린 채로 그대로 멈춰 있었다. 윗 층에서부터 그의 행동을 찬찬히 생각해 볼 때, 그는 내가 개나 고양이가 된 듯 코스프레하며 행동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
그의 손길이 머리 위에 닿았다. 그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개를 칭찬하며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럽게 쓰다듬던 그의 손길은 이내 머리에서 어깨로, 그리고 등을 지나 천천히 허리 위로 그리고 엉덩이까지 이어졌다.
샤워 후 알몸으로 서늘한 방안을 그대로 기어 다녀서인지 내 몸은 차가웠다. 그의 따뜻한 손길이 닿자, 피부 위에 온기가 느껴지면서 기분이 나른해졌다. 이렇게 목줄이 채워진 채로 엎드려서 내 차가운 살결 위에서 그의 손바닥이 피워내는 온기를 느꼈다.
엎드린 몸의 윗부분을 쓰다듬던 손길은 이내 등을 타고 옆구리를 스쳐 아래로 내려왔다. 그가 내 가슴을 가볍게 쓰다듬자 나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의 손길에 순간 피어오르는 뜨끈한 느낌이 싫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봉긋한 가슴을 어루만졌고, 마침내 손길이 둥근 가슴 아래에 매달린 유두에 끝에 스쳤다.
순간, 옆구리 끝이 찌릿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내 빳빳해진 유두를 지그시 눌러서 문질렀다. 예민한 유두가 쓸리자, 그의 손끝에서부터 피어오른 열감이 온몸으로 번져나갔다. 찌르르 떨려오는 느낌에 내가 몸을 조금 움직이니 그가 유두를 손가락을 집어 살짝 비틀었다.
“으응..”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고, 언 듯 보인 그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던 것 같다. 그는 유두를 비틀던 손을 들어, 내 턱밑에 갖다 댔다. 내 턱이 살짝 그를 향해 들어 올려지고, 나의 얼굴 가까이 다가온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눈길을 마주하자 부끄러운 마음에 나는 재빨리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시야 가득 그의 입술이 보였다. 가만히 있을 거 같던 그의 입술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이내, 단정한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맞닿은 입술. 내 몸을 쓰다듬던 손과 같이 뜨거웠다. 쪽, 그의 입술은 짧은 입맞춤을 남기고 떨어져 멀어졌다. 나는 아쉬워하며 입술 위에 남은 부드러운 감촉을 음미하고 있었다. 이 달콤함을 좀 더 원했다. 그때, 내게 채워진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앗..”
나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거칠게 당겨진 목줄에 의해 얼굴이 위로 들리게 되었고, 그의 얼굴이 보였다. 눈빛이 마주쳤다. 그는 검게 타오르는 눈으로 날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두 손이 내 얼굴에 닿았고, 나는 그에게로 거칠게 끌어당겨 졌다.
“읍..”
순간, 맞닿은 뜨거운 숨결과 함께 벌려진 입술 안으로 촉촉하게 젖은 혀가 헤집고 들어와 매끄럽게 감겼다. 깊숙이 밀려든 부드러운 혀가 유연하게 구부러져 구석구석을 자극하면서 끈끈하게 감싸며 움직이자, 막혀버린 호흡으로 머리가 몽롱했다. 혀가 녹는다. 부드럽게 녹아버릴 것만 같은 혀의 감촉 사이로 그에게서 흘러들어오는 따뜻하고 달큰한 타액이 감미롭다. 다디달다.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아서 나도 모르게 눈을 스륵 감았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키스는 잘했다. 그의 키스는 농밀하고, 그윽한 베르가못 향으로 늘 나를 애태웠지만, 항상 부족했다.
그가 이렇듯 내게 키스를 해준 적은 몇 번 없었기에 나는 정신없이, 정말로 취한 듯, 그에게 매달렸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고 끌어안아 당기면서 그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느낌에 중독되어 갔다. 따뜻하고 달콤한 키스. 간절하게, 그의 혀끝에 매달려 이 느낌이 계속되기를 애원했다.
“하아. 하..”
그의 입술이 내게서 멀어지자, 나는 멈췄던 호흡을 거칠게 내쉬며 아쉬워했다. 입술과 뺨과 턱. 그의 손이 닿았던 모든 곳이 화끈거렸다. 나른하고 몽롱한 느낌. 눈을 살며시 떠서 그를 바라보자, 그가 긴 손가락을 뻗어 나의 촉촉한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예민한 입술은 찌릿한 감각을 피워올렸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흑요석같이 검고 어두운 눈동자도 나처럼 가늘어져 있었다. 다시 키스해 주려나, 내가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그의 손가락을 핥으려던 그때였다.
“헉!”
그가 목줄을 갑자기 세게 잡아당겼다. 그와 키스하느라 무릎으로 서 있던 나는 순간, 허리가 뒤로 꺾이듯 휘청였고, 그가 나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를 향해 강하게 끌어당겼다. 허리가 뒤로 젖혀진 채 그의 품에 안겨 숨을 헐떡이자,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아니었다. 그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 그는 봉긋 솟아올라 내밀어 진 둥근 가슴 위 붉게 달아오른 팽팽한 유두를 한껏 베어 물었다.
“흐..흣...”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꼼짝없이 잡혀 휘어진 허리. 뜨겁다. 아니, 짜릿하다. 민감한 젖꼭지는 붉게 달아올라 그의 혀에 휩쓸리고 있다. 뜨거운 숨결이 연신 피부 위로 내려앉는다. 그의 입술 안은 촉촉하다. 정신없이 옭아매 진다. 빨려 들어간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찌릿찌릿, 꿰뚫는 듯한 쾌감이 찌르듯 파고들어 등줄기까지 신경을 타고 흘렀다. 나는 온몸을 바르르 떨면서 신음했다. 내 도드라진 살갗 위에서 붉게 일렁이는 쾌감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감각에 불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신음. 하악, 하악, 가쁜 호흡 사이로 목이 한껏 뒤로 젖혀졌다. 바들 거리며 떨린다. 그가 감싸 쥐고 있는 허리의 아래, 그의 몸과 맞닿은 부분에서 단단하게 발기된 그의 남성이 느껴지자 나는 정신없이 그에게 매달렸다.
"하앙, 하.."
내 안에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를 그가 잠재워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나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내 가슴에서 입술을 떼고 날 내려다보며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그윽해진 새카만 눈빛은 검게 타오르며 이글거리고 있었다. 난 신열에 들뜬 환자처럼 헐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방안에는 나의 거친 숨소리만 가득 들렸다. 이윽고, 그가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그 기묘한 물건을 손에 들어 내게 내밀며 낮게 속삭였다.
“이제, 아까 말한 선물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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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선물 이미지는 작품 설정에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