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면무사(외전)
겨울, 그 바람
“그, 그만 좀 해. 그만……. 흐윽.”
새어 나온 애원의 소리가 여지없이 헐떡임으로 변했다. 엉덩이 안으로 뜨거운 게 쑤욱 밀려들어 왔다. 벌써 몇 번이나 진탕 드나들어 벌어진 구멍 속으로 나민이의 것이 무리 없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굵고 긴 좆이 안을 빈틈없이 가득 메웠다. 난 담요가 깔린 바닥 위에 엎어진 채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 등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담요가 흠뻑 젖어 축축했다.
“날 죽일 셈이냐, 진짜. 왜 넌 정도를 몰라.”
“한 번으론 모자라.”
등 뒤에서 녀석의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 번이라니. 너 벌써 세 번이나…… 흐아앗!”
나민이가 내 엉덩이를 꽉 움켜쥐더니 성기를 뿌리 끝까지 퍽 처박았다. 안쪽 자극점이 또다시 자극당하며 배 속에서 불꽃이 터졌다. 엉덩이가 절로 위쪽으로 튕겨 올랐다. 녀석은 사정 봐주지 않고 연이어 짧고 빠르게 퍽퍽 쳐 댔다. 더 이상 쥐어짜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립선을 쑤셔 주니 성기가 또 바짝 곧추서서 꺼떡거렸다.
“하, 흐으읏, 하으으, 아, 아파. 천천히, 천천히 좀…… 주, 죽을 것 같…… 으으읏.”
“안 죽어. 안 죽으니까 제대로 조여 봐. 한 번 했는데 벌써 느슨해지면 어쩌겠다는 거야.”
한 번이 아니라니까. 왜 자꾸 한 번이라고 해. 그 소리 대신 벌어진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퉁퉁 부은 내벽을 잔인하게 할퀴며 끝까지 빼내지 않고 삽입한 채로 연이어 처박아 댔다. 질컥대는 소리와 함께 안이 샅샅이 후벼파였다. 녀석의 불알이 엉덩이 골 아래를 마구 때리는 감각도 느껴졌다.
죽을 것 같았다. 엄살이 아니었다. 소리를 내지르다 못해 목이 쉬어 벌어진 입에서 꺽꺽대는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숫제 흐느끼는 소리로 변했다. 한계치까지 벌어진 구멍이 찢어질 듯한데도 용케 버티고 있었다.
안에서 녀석의 좆이 땡땡하게 부푸는 게 느껴졌다. 당장 빼라는 소리를 하기도 전에 녀석이 내 안에서 울컥 쏟아 냈다. 녀석의 좆이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안에 쏟아 낸 뜨거운 체액이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난 힘이 빠져 바닥에 풀썩 엎어졌다. 벌어진 구멍이 쉬이 오므라들지 않고 빠끔대며 정액을 찔끔찔끔 토해 냈다. 안에다 싸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욕을 퍼부어 주고 싶어도 그럴 기운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어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녀석의 손이 내 다리 사이로 쑥 들어왔다. 내 성기와 불알을 매만지더니 엉덩이 골 사이를 더듬었다. 화끈거리는 구멍 입구를 손으로 덧그리고 안을 긁어내듯이 후볐다. 안에 제가 싸 놓은 정액을 긁어내기라도 할 듯이. 소름이 끼쳐서 엉덩이가 크게 움찔했다.
“하지 마. 그만해, 제발…….”
간신히 잔뜩 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이미 눈은 감겨 있었다. 아래를 집요하게 지분거리던 손길이 멈췄다. 대신 내 뺨에 손이 닿았다. 볼을 감싸 고개를 돌리게 하는가 싶더니 보드라운 입술이 닿아 왔다.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 대고는 가볍게 입술 살점을 핥는다. 상냥하게 빤다. 그만하라고 목 놓아 애원해도 실컷 내 아래를 쑤셔 대던 놈이.
녀석의 입술이 내 입 끝을 지나 뺨, 귓불, 눈가를 지나갔다. 한시도 입술을 떼지 않고 내 얼굴에 키스하며 손으론 내 몸을 만졌다. 머리카락, 목, 어깨, 팔뚝 부분. 간질간질, 기분 좋은 손길이었다.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근 것처럼 몸의 근육이 기분 좋게 풀어졌다.
매번 같다. 욕정에 눈이 돌아간 녀석은 날 한계치까지 몰아붙여 쥐어짜고는 지쳐 푹 쓰러진 내게 상냥하게 키스하고 어루만졌다. 이곳에 살기 시작한 이후 계속 이런 식이었다.
“나민아…….”
눈을 감고 나직하게 녀석의 이름을 불러 봤다.
“응.”
낮은 저음이 돌아왔다.
“한나민.”
“어.”
“나 어디 안 가. 네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음성이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 대답을 하는 대신 나민이는 날 가만히 끌어안았다. 동물이 어리광을 피우듯이 자기 머리를 내 몸에 비볐다. 미안해. 녀석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녀석의 보드라운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밀려드는 육중한 피로감에 온몸이 잠식되어 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마당 가득히 벚꽃이 필 거야.”
나민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음악 소리처럼 살랑거렸다. 내가 반응해 주지 않는데도 녀석은 혼자서 떠들었다.
“왕벚꽃이라 꽃이 탐스럽고 예뻐. 무척. 벚꽃 보면서 고기 구워 먹자.”
그래, 그러자. 재밌겠다. 그 소리가 내 목구멍 속에서만 맴돌았다. 한기가 들어 저절로 몸이 바르르 떨렸다. 땀에 푹 젖어 있던 몸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이 계절에 거실에서 알몸으로 뻗어 있으니 추울 만도 했다.
“추워?”
묻는 소리에 난 대답 대신 눈을 감은 채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말았다. 나민이가 부스스 일어나더니 곧 이불을 가지고 와 내 몸 위에 덮어 주었다. 새 이불이 더러워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난 본능적으로 포근한 이불 깊숙이 파고들었다.
컹컹컹! 밖에서 누렁이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이 발코니 위로 펄쩍 뛰어올라 거실 창문을 박박박 긁어 대는 소리도. 나민이가 창문을 열어 준 모양이었다.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 들더니 다시 따뜻해졌다.
누렁이가 안으로 들어온 모양인지 머리맡에서 녀석이 ‘컹!’ 짖는 소리가 났다.
“조용히 해. 형이 자잖아.”
나민이가 혼내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헥헥대며 이불 밖으로 비어져 나온 내 머리카락을 핥았다. 머리맡에서 뿜어지는 짐승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난 기분 좋은 잠에 빠져들었다.
*
*
“죽겠다.”
난 욕조 속에 늘어져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세 시간 넘게 자고 늦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 욕실로 기어들어 온 참이었다. 체액이 말라붙어 엉망이 된 몸을 대충 씻고 안을 비워 내고 긁어냈는데도 아직 배가 살살 아프다. 복통뿐만 아니라 온몸이 난리였다. 온통 씹히고 물리고 빨려 몸 여기저기가 울긋불긋한 게 피부병에라도 걸린 듯했다.
퉁퉁 부은 유두 살갗이 벗겨졌는지 물이 닿으니 따갑고 쓰리다. 아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따뜻한 물 속에 잠긴 구멍이 숨만 쉬어도 화끈거렸다. 나민이의 몸이 닿은 부위가 전부 쓰렸다. 녀석의 손이 쓰다듬고 주무르던 피부, 잘근잘근 씹어 대던 목덜미, 꼬집어 비틀던 젖꼭지, 마구 훑어 대던 성기, 녀석의 좆이 드나들던 구멍. 온몸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게 녀석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들어온 이후.
우린 매일같이 뒤엉켰다. 어디서든 했다. 나보다 한참 어린 나민이가 주로 달려들었다. 눈만 마주쳐도 달려들어 날 깔아 눕혔다.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 나도 아직 젊고 섹스하는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뭐든 적당해야 좋은 거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후우우. 난 길게 숨을 몰아쉬며 늘어졌다. 목까지 푹 물속에 잠기며 또 눈이 스르르 감겼다.
“언제까지 씻을 거야?”
갑자기 욕실 문이 벌컥 열리며 나민이가 들어왔다. 난 힘없이 늘어져서 녀석을 흘긋 보고만 말았다. 녀석이 욕조로 성큼성큼 다가와 물에 손을 담가 물 온도를 확인했다.
“물은 아직 따뜻하네. 어디 아파?”
“아프다, 그래.”
“뭘 했다고 아파?”
“뭘 했긴. 널 상대하며 쥐어짜였지. 너야 한창때라 힘이 넘쳐난다 하지만 난 아니거든. 봐줘라, 좀.”
말을 하니 부어오른 목이 긁혀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녀석이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뜨겁네.”
뜨거운 물 속에 있었으니 몸에 열이 오른 건 당연한 거 아닐까. 그 소리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엄살이 아니라 심한 감기에 걸린 것처럼 나른하긴 했다.
“일어나. 물속에 있으면 감기가 더 심해져.”
나민이가 그러며 날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욕조의 물이 찰랑거리며 넘쳐 녀석의 옷을 적셨다. 녀석은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 젖은 내 몸과 머리카락까지 닦아 주었다. 그러곤 목욕 가운까지 꺼내 입혀 주곤 욕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욕실 바로 옆 파우더 룸 의자에 앉혀 헤어드라이어를 작동시켰다.
난 힘없이 눈을 끔뻑이며 거울에 비친 나와 나민이의 모습을 봤다. 내 뒤에 선 녀석이 제법 정성껏 내 머리칼을 말려 주고 있었다. 셔츠와 청바지 차림을 한 호리호리한 몸. 이마를 덮은 머리칼에 윤기가 자르르 돌고 얼굴도 희고 맑다.
이젠 사람들이 저 얼굴을 보면 예쁘다는 소리보다 남자답게 잘생겼다는 소리를 할 것 같다. 어째 부쩍 성장한 것 같았다. 저 녀석은 성장기가 지난 성인이고 이곳에 온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뚝 멈췄다. 거울 속에서 녀석의 시선과 마주쳤다.
“왜 그렇게 봐?”
“많이 큰 것 같다, 너.”
녀석이 픽 웃었다.
“큰 게 아니라 늙은 거겠지.”
이번엔 내가 웃어야 할 차례였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자식이 늙은 거라니.
“너 인마, 형 앞에서 늙었단 말 할래?”
입을 여니 또 기침이 터져 나왔다. 콜록대며 기침을 하니 온몸이 다 울렸다. 따뜻한 손이 들썩이는 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기침하고 몸을 부르르 떠는 와중에도 배는 고팠다. 점심 식사 이후에 먹은 게 없기도 했다.
“밥은 먹었냐?”
녀석이 피식 웃었다.
“그 밥 먹었냐는 소리, 노인네 같아.”
“밥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다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비쩍 말라서는.”
“형이 더 말랐어.”
형 소리에 심장께가 간질거렸다. 저 녀석의 입에서 형 소리만 나오면 늘 이렇다. 들을 때마다 괜히 가슴이 뛴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이 내 어깨를 둥글게 쓰다듬었다. 도드라진 뼈 모양을 확인하듯 쓰다듬는 손길에 목욕 가운 자락이 열려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드러난 가슴이 거울에 비쳤다. 올라붙은 유륜 위에 자리 잡은 유두가 거울로 비쳐 봐도 붉다. 여지없이 녀석의 손이 미끄러져 내려와 탱탱 부은 유두를 지분거렸다. 찌르르한 감각이 온몸을 내달렸다. 움찔하며 등이 튀었다.
“젖꼭지가 한쪽만 커졌어.”
“네가 한쪽만 물고 빠니까……. 하지 마. 아프다고.”
난 짜증을 내며 녀석의 손을 탁 쳤다. 하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여린 젖꼭지를 꼬집어 비틀었다. 숨넘어가는 신음이 목에서 튀었다. 몸이 저절로 앞쪽으로 오므라들었다. 집요하게 드러난 한쪽 유두를 문지르고 비트는 손길에 난 꿈틀대며 버둥댔다. 녀석의 손을 떼어 내려 하면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함부로 손도 대지 못했다.
“하, 하지 말라고. 아파. 오늘은 그만 좀……. 하으으.”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꿈틀대며 애원하면서도 다리 사이가 뜨거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두를 애무당하는 것만으로도 선다. 녀석이 얼굴만 쓰다듬어도 팬티 앞이 젖는다. 조건 반사같이. 매일같이 반복된 섹스에 몸이 길들여진 것이리라.
의자에 않은 채로 꼼지락대느라 엉덩이가 의자의 거친 천에 쓸렸다. 속옷을 입지 않아 그대로 노출된 애널이 거친 마찰에 자극당해 화끈대며 벌름거렸다. 쓰리고 뜨겁고 아프다. 하지만 그 화끈한 통증마저 아찔한 쾌감이 되어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튕겼다.
뒤에 선 녀석이 집요할 정도로 유두를 만져 대며 내 정수리에 얼굴을 묻어 키스했다.
“형은 이제 젖꼭지만 만져 줘도 질질 싸는구나.”
녀석이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얼굴이 붉어졌다. 위에서 고스란히 내려다보일 것이다. 벌어진 목욕 가운 사이로 우뚝 서서 액을 뚝뚝 흘리는 내 성기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새까만 음모 위에 묽은 액이 방울져 흘렀다.
컹컹컹! 갑자기 누렁이가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딩동, 하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나도 녀석도 흠칫 놀라 행동을 멈췄다. 이 시간에 찾아온 손님은 딩동딩동, 초인종을 연이어 눌러 댔다.
“나민아, 슈퍼 집 아줌마야!”
바깥의 손님은 목청도 컸다. 나민이가 손을 떼고 뒤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난 잠시 숨을 몰아쉬다 기침을 쏟아 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몸이 울리며 녀석에게 희롱당한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듯이 쓰렸다. 거울에 유두며 유륜까지 시뻘겋게 부어 있는 게 보였다. 숨을 몰아쉬는 내 얼굴도 만만치 않게 붉다.
망할 자식. 속으로 구시렁대며 난 벌어진 목욕 가운을 여몄다. 나가고 싶었지만 문을 열고 나가면 거실에서 바로 보일 터라 여자가 나갈 때까진 이러고 있어야 했다. 의자 위에 늘어져서 우뚝 선 성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먹다가 남으면 잘 넣어 뒀다가 내일 먹어.”
“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여자가 나가는 소리와 나민이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타박타박 발소리를 내며 나민이가 다시 파우더 룸으로 들어왔다.
“아주머니가 잡채를 가지고 오셨는데. 한 발 빼고 먹는 게 낫지 않겠어?”
“안 한다고. 안 할 거라고, 도저히 못 한다고 했다. 분명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난 발끈하며 일어서서 문 앞에 선 나민이를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 배가 땅겨 어기적거리며 옷 방으로 곧장 걸어가 목욕 가운을 훌렁 벗고 옷을 갈아입었다. 유두가 셔츠에 쓸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래가 아직 채 가라앉지 않아 흠뻑 젖어 있었고. 속옷을 입을 수가 없어서 통이 넓은 슬랙스를 대충 꿰입었다.
괜히 짜증이 벌컥 치밀었다. 몸도 아프고 뜨겁고 짜증은 나는데 배는 고프다. 주방 식탁 앞에 앉아 슈퍼 집 여자가 가져온 잡채를 퍼먹고 있으려니 나민이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안해.”
녀석이 작게 웅얼거렸다. 난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축 처져서 저러는 꼴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저렇게 축 처져 있을 때면 녀석은 한없이 작아 보인다. 웅크린 작은 동물 같다.
별수 있나. 저런 놈이지만 좋은데. 좋아서 함께 지내겠다고 찾아온 건 나인데.
“뭐 하냐? 너도 먹어.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다.”
녀석이 부스스 일어나 젓가락을 가지고 다시 앉았다. 우리는 둘이 앉아 한 냄비 가득 가져온 잡채를 열심히 퍼먹었다.
누렁이가 침을 질질 흘리며 끙끙대기에 녀석한테도 좀 나눠 줬다. 내가 주는 잡채를 찹찹 받아먹는 녀석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녀석은 평범한 개일까. 만들어진 귀면일까. 불시에 떠오른 생각을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아무러면 어떤가 싶었다. 이젠 아무 상관 없다.
내 앞에 앉은 저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한나민이고 내 다리 아래에 앉은 이 개는 애교 많고 착한 누렁이다. 그거면 됐다.
*
*
“후우우. 춥다.”
오늘만 해도 춥다는 소리를 열 번 넘게 반복한 것 같았다. 더럽게 춥다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는 날씨였다. 하늘은 쨍하게 맑았지만 피부를 스치는 찬 바람이 매섭다.
바깥 공기를 쐬며 여유롭게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겠답시고 커피를 타서 나왔는데 티타임은 무슨, 얼어 죽게 생겼다. 하지만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커피를 홀짝였다. 보온이 되는 컵인데도 벌써 커피가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하는 게 없는데도 시간이 물처럼 흘러갔다. 이곳에 온 이후 한 일이라곤 먹고, 자고, 무료하게 뒹굴다가, 섹스하는 것뿐이었다. 날이 좋으면 동네 산책을 하다 해가 지면 다시 돌아와 밥을 먹고 따뜻한 바닥에 늘어졌다.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일상 아닌가.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터라 갑자기 주어진 휴식이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어색한 건 잠시였고 금방 이 기분 좋은 나태함에 몸이 적응됐다.
어느새 나민이도 밖으로 나와 내 옆에 섰다. 녀석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컵을 들고 있었다.
“안 추워? 밖에서 왜 이러고 있지?”
“나민아, 붕어빵 먹고 싶지 않냐?”
“붕어빵?”
뜬금없는 소리에 녀석이 날 보며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먹고 싶네. 겨울엔 붕어빵 사 먹는 게 낙이었는데.”
“슈퍼에 가면 붕어빵 틀이 있긴 해. 아주머니가 예전에 붕어빵 장사를 하셨다던데.”
“됐다. 거기 가면 아줌마들한테 붙잡혀서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슈퍼가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이었다. 거기 가서 붙잡히면 강제로 아줌마, 할머니들의 수다를 들어 줘야 한다.
“시내에 나가면 있긴 할 텐데. 차고에 처박힌 차가 있는데 차 타고 나갈까? 마침 오일장이 들어서는 날이야.”
“나민이 너 운전도 할 수 있어? 대단하네. 젖비린내 폴폴 풍기면서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따라다니던 놈이. 우리 나민이 다 컸네, 다 컸어.”
난 실실 웃으며 녀석의 엉덩이를 톡톡 쳤다. 녀석이 정색을 하며 표정을 굳혔다.
“왜 이래?”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이번엔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녀석이 인상을 썼다. 내가 만져 주는 게 좋긴 하지만 애 취급 하는 건 싫어서 저러는 거다. 귀여운 놈. 난 정신 나간 놈처럼 킬킬거리면서 들고 있던 커피 컵을 녀석에게 건넸다.
“안에 들어가서 차 키 가지고 나와. 시장 구경 가자.”
그러며 난 차고가 있는 쪽으로 추정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창고로도 사용하는 차고에 덮개를 씌워 둔 차 한 대가 보였다. 덮개를 벗기자 웬 광이 번쩍번쩍 나는 외제 차가 있었다. 처박아 둔 차라기에 낡은 트럭 같은 걸 예상했는데. 곧 나민이가 차 키를 가지고 왔다.
“이거 누구 차냐?”
“내 차야.”
녀석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차 문을 열었다. 입이 쩍 벌어졌다.
“너 돈 많나 보다?”
“많아. 그러니 일하지 말고 계속 놀아. 형 하나쯤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어이가 없어 웃음이 픽픽 새 나왔다.
다시 봐도 기가 막히게 멋진 차였다. 언젠가 사고 말겠다고 벼르고만 있던 내 드림카이기도 했다. 이런 좋은 차를 처박아 두기만 하다니.
“내가 운전해도 돼?”
나민이는 아무렇지 않게 선뜻 내게 차 키를 건넸다. 난 신이 나서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차가 마음에 들면 형이 가져.”
나민이가 조수석에 타며 건성으로 중얼거렸다.
“어어? 진짜?”
“어차피 난 탈 일도 없어.”
“진짜지? 내가 타고 다녀도 돼? 진짜 내가 가진다? 내가 막 몰고 다닌다? 나중에 딴말하지 마.”
예고도 없이 녀석이 얼굴을 들이밀어 내 뺨에 쪽 키스했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입술에도 키스가 내려앉았다.
“귀엽기는.”
녀석이 내 입 끝을 매만지며 속삭였다. 음습하게 빛나는 눈이 진한 남자 냄새를 풍기는 듯했다. 그 눈과 속삭이는 목소리가 숨 막히게 섹시해 어린놈이 형한테 귀엽다는 말을 하냐며 따지지도 못했다. 녀석은 한 번씩 이렇게 지나치게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밀어낼 타이밍을 놓친 것뿐인데 녀석의 손이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입술이 다시 닿아 왔다. 아까와는 달리 힘을 주어 입술 살점을 짓눌렀다. 강하게 빨아 당기는 감촉에 입술이 벌어져 후으으, 얕은 숨이 새 나왔다.
“야. 하지 마.”
“급할 거 없잖아. 시장에는 오후 늦게 가도 돼.”
“차에서 이러지 마. 더러워지잖아.”
내 차도 아닌데 시트가 더러워질 게 걱정됐다. 바르작대며 밀어내는데도 아랑곳없이 녀석은 날 강하게 끌어안고 차체에 몰아붙였다. 벌어진 입 안으로 혀가 밀려들어 와 입 안을 훑었다. 달콤하고 농밀한 키스에 금방 아래에 열이 오르며 팬티 앞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키스가 달콤해 온몸이 녹아내려도 차가 더러워질 게 계속 신경이 쓰여서 안 되겠다. 가죽 시트나 바닥이 더러워지면 청소하기가 힘들 거다.
“나가자. 나가서 하자.”
달래듯이 말하자 녀석이 몸을 일으켜 내 팔을 붙잡고 차 밖으로 끌고 나갔다. 마당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집 안,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날 내던지곤 뒤집어엎었다. 윗옷은 그대로 둔 채 바지 버클만 급하게 풀어 속옷까지 끌어 내렸다. 선득한 한기가 공기에 노출된 엉덩이에 닿았다. 항문이며 음낭, 그 아래로 늘어진 성기까지 녀석의 눈앞에 노출됐을 터였다.
가죽 소파에 얼굴을 묻고 숨을 헐떡일 때마다 항문이 벌름거리는 게 느껴졌다. 빠끔거리는 구멍을 나민이가 뚫어지게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부끄러워졌다. 내 뒤에서 찌익, 바지 지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뜨거운 기둥 같은 게 퉁 튕겨 나와 엉덩이 골에 비벼졌다.
“아무한테나 밑구멍 보이지 마. 너무 야해.”
녀석이 뒤에서 헐떡이며 엉덩이 살점을 쫙 잡아 벌려 구멍을 최대한 노출시켰다. 움찔대는 구멍 위에 발기한 제 성기를 마구 비벼 댔다. 이 꼴을 누구한테 보이겠나. 누구한테 짐승처럼 엉덩이를 치켜올리고 헉헉대는 꼴을 보여 주겠어. 이 녀석이니까 이러는 거다. 상대가 한나민이니까 내 치부를 죄 보여 주는 거다.
굵은 손가락이 아래에 푹 꽂혔다. 반복된 섹스로 길이 들 대로 든 구멍이 무리 없이 손가락을 빨아들였다. 사정없이 안을 휘젓다가 쑥 빠져나와 구멍 주위의 주름을 꾹꾹 누르다, 또 손가락 개수를 늘려 쑤셨다.
“흣, 으으, 하으으.”
신음이 연신 터졌다. 위로 쳐들린 엉덩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퉁퉁 튕겼다.
“여기로 나와만 해. 나랑만 하는 거야. 다른 놈이랑 하면 죽일 거야.”
“내가 누구랑 이 짓을 한다고…… 아무나 안 받아. 흐으윽!”
안을 쑤시던 손가락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대신 성기가 꿰뚫고 들어왔다. 사정 봐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쑤셔 꽂혔다. 그야말로 꿰뚫렸다. 내 사지가 파들파들 떨렸다. 엉덩이 근육이 수축하며 구멍도 꽉 닫혔다. 하지만 녀석의 성기가 박혀 있어 바르르 경련하며 뻐끔댈 뿐이었다. 이대로는 괴로울 뿐이란 걸 잘 알기에 난 천천히 숨을 내쉬며 아래를 이완시켰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녀석의 성기가 미끄러져 나갔다. 내벽이 잘게 경련하며 녀석의 성기에 달라붙어 딸려 나가는 듯했다.
완전히 빼지 않고 귀두를 구멍 입구에 걸친 채, 또다시 강하게 허리 짓을 했다. 아까보다 더 깊숙이 처박혔다.
하아악! 숨넘어가는 신음이 터지며 몸이 소파 앞쪽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간신히 버틸 만하다 생각한 순간 뒤에서 요란한 허리 짓을 해 댔다. 퍼억퍼억, 정신없이 쑤셔 박혔다. 달리 붙잡을 게 없어 소파 표면만 긁어 대야 했다. 윗옷은 그대로 입고 있는 터라 옷 속이 땀에 흠뻑 젖었다.
야하게 농익은 구멍이 윤활제도 없이 그 굵은 걸 받아들이고 좆이 빠져나가면 아쉬운 듯 빠끔거린다. 한나민의 크기에 맞춰 구멍이 늘어난 기분이었다.
접합된 부위가 찌걱거렸다. 쉴 새 없이 안의 쾌감 지점을 찌르고 쑤시고 짓찧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번쩍번쩍 터졌다. 이성을 잃은 건 녀석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 하아아, 흐윽, 아, 안에다 하지 마. 안에다 싸면 죽인다. 하으으, 으으응!”
듣기 민망한 신음이 연방 터져 나왔다. 날 알던 놈들이 높이 쳐든 엉덩이를 음란하게 흔들며 앙앙대는 이 꼴을 보면 실컷 비웃을 게 분명했다.
안쪽 깊숙이 박힌 게 부르르 떨리며 커지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이번엔 내 애원을 들어줬다. 녀석은 사정 직전 빠르게 잡아 빼서 내 엉덩이에 정액을 싸 갈겼다. 그와 동시에 나도 부르르 떨며 사정했다.
난 사정 직후의 여운에 움찔움찔하며 소파 위에 엎어졌다.
“나가지 말까?”
나민이도 내 옆에 누우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나갈 거다. 차 운전하고 싶어.”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무슨 짓을 당하려고. 하지만 자꾸 눈이 감겼다. 주체 못 할 졸음이 밀려와 몸이 나른하게 늘어졌다.
일단 한숨 자고. 잠깐 낮잠 좀 자고 나가도 되겠지. 그렇게 합리화시키며 난 밀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
*
“붕어빵 주세요.”
난 붕어빵 노점상에게 천 원짜리 두 장을 내밀었다. 노점 주인이 종이봉투 가득 붕어빵을 담아 주었다. 그런데 2천 원어치치고는 양이 너무 많았다.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
“마감하고 가야 돼서 구워 놓은 거 다 드렸어요.”
“고맙습니다.”
난 꾸벅 인사하고는 붕어빵 하나를 입에 물었다. 바삭바삭하고 달콤한 게 아주 맛있었다. 직접 기른 채소 같은 것을 장에 가지고 와 팔던 상인들이 분주하게 좌판을 정리하는 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해가 질 시간이었다. 시골이라 해가 빨리 지고, 해가 지면 엄청나게 추워진다.
딱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려 했는데 눈을 뜨니 5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부랴부랴 차를 끌고 장에 나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뭐가 이렇게 많아?”
주위를 둘러보던 나민이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붕어빵 하나를 가져갔다.
“사장님이 마감하신다고 남은 걸 다 주셨어.”
“이걸 누가 다 먹는다고.”
“내가 다 먹을 거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다 먹을 자신이 있었다. 우리 둘은 붕어빵을 씹으며 시장 길을 걸어 다녔다. 나이 드신 어르신이 대다수인 시장에 젊은 남자 둘이 걸어 다니니 사람들의 이목이 죄 집중됐다.
“이러고 다니니까 우리 꼭 장 보러 나온 신혼부부 같지 않냐?”
나민이가 가볍게 웃으며 내가 든 종이봉투에서 붕어빵 하나를 더 들어 올렸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시장 길목에 부쩍 차가워진 바람이 불어닥쳤다. 벌써 길 끝, 저 너머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갔다.
바람이 유난히 차가워서 난 몸을 떨었다. 그러자 나민이가 조용히 제 머플러를 풀어서 내 목에 둘러 주었다. 붕어빵을 먹으며 시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종이봉투가 텅 비었다. 진짜 그걸 다 먹었다면서 나민이가 웃었다. 너도 반은 먹었지 않느냐며 난 녀석에게 핀잔을 줬다.
난 머플러에 턱을 파묻고 꽁꽁 언 손을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길게 뿜어져 나왔다.
“집에 가자, 나민아.”
응. 짧게 대답하며 나민이가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은 내 손을 꺼내 꼬옥 붙잡아 주었다. 나도 손을 활짝 펴 녀석의 따뜻한 손을 맞잡았다. 녀석의 손은 따뜻했다, 무척.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겨울바람이 차가웠지만 못 견딜 수준은 아니었다. 난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 둘은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두 개의 그림자가 사이좋게 달라붙은 채 길게 늘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