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151화 (151/156)

놀라운 소식 (1)

* * *

[잠시만요.]

집중해서 통화하기 위해 난 재빨리 4번 룸으로 이동했다.

꿀꺽.

결과가 좋아야 할 텐데.

이정수 팀장의 목소리가 밝아 보여서 안심은 되었다.

[아, 네 팀장님 말씀하세요.]

[네! 강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소더비에서 보석 위탁받기로 했습니다!]

나이스!

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 팀장님. 감사합니다. 모두 팀장님 덕분입니다.]

[하하. 뭘요~]

소더비는 정말 국보급 보물만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소개를 했기에…….

난 궁금해서 물었다.

[팀장님 말씀하셨던 대로 ‘비둘기 핏빛 루비’가 통한 건가요?]

[아~ 하하.]

이정수 팀장은 큰 소리로 웃고는 말했다.

[물론, 그 영향도 있는데요. 강 작가님의 이름값도 한몫했습니다. 제가 네모의 신님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거든요.]

[네?!]

[하하. 잠깐만요. 소더비에서 어떻게 답변이 왔냐면요…… 제가 의역해서 읽어드릴게요.]

노트북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정수 팀장이 말했다.

[의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더비입니다. 귀하가 보내주신 작품 흥미롭게 봤습니다. 버마산 비둘기 핏빛 루비가 꽃봉오리 모양의 백금 위에 마운트 된 게 참 인상적이더군요. 이 보석의 역사는 깊지 않지만, 만드신 작가님의 이력이 흥미로워서 위탁을 받고자 합니다. 제네바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네바? 많이 들어 본 도시 이름인데…… 이태리인가 스위스인가. 유럽인 건 알겠는데, 국가는 약간 헷갈린다.

이정수 팀장이 말했다.

[어때요? 만족하시죠?]

[네, 대만족입니다.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하하.]

[하하. 네. 제 생각에는 분명히 흥행에 성공할 겁니다. 자세한 일정 등은 만나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내방 해 주시면…….]

[오늘 오후에 가겠습니다. 괜찮으세요?]

[네~ 물론입니다. 그럼 오후에 뵙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고, 난 바로 직원들이 있는 3번 룸으로 갔다.

덜컹.

난 문을 활짝 열고 소리쳤다.

“소더비에서 솔러 루비 위탁받는답니다~”

신나서 소리쳤는데, 의외로 직원들 반응은 덤덤했다.

―축하해요. 잘됐네요.

―그럴 줄 알았는데 뭐.

―위탁 안 받는 게 이상하지.

난 왠지 김이 새서 변 이사에게 말했다.

“이사님, 좀 좋아해 주시면 안 돼요?”

“뭐 좋긴 한데…… 일반인이 봐도 장난 아닌데. 그 사람들이 몰라봤겠어? 예상했던 거라…….”

“…….”

“어쨌든 잘됐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된대?”

변 이사의 물음에 대꾸했다.

“오늘 오후, 영웅 옥션에 가기로 했어요. 만나서 얘기해 봐야죠.”

“아, 그래.”

이정수 팀장에게 들었던 소더비 회신 내용이 생각나서 한마디 했다.

“아, 근데 제네바래요.”

“제네바? 뭐가?”

“경매 열리는 곳인가 봐요. 거기로 오라고.”

변 이사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초 단위로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었는데.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직원들은 재빨리 핸드폰을 켜서 검색했고.

오 대리가 가장 먼저 말했다.

“스위스네요. 스위스 제네바.”

“아~ 그래? 스위스 좋잖아~ 유럽이네~ 선진국.”

난 일부러 밑밥을 깔았는데.

미얀마 출장 경험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서일까.

직원들은 내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난 좀 더 말을 해봤다. 혼자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너무 반응이 없어서, 급기야…….

“스위스 좋잖아~ 요를레히요~”

변 이사는 가까이 다가와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사장님 체면 봐서 다른 직원들 안 들리게 말하는 거야.”

“네.”

“좀 닥쳐줄래?”

“…….”

하지만 난 포기할 수 없었다.

오 대리 옆에 가서 장난스럽게 말해봤다.

“저 알프스에 꽃과 같은 스위스 아가씨~ 귀여운 목소리로 요로레잇디~”

오 대리는 인상을 쓰고 말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여성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을 건드려봤다.

“스위스 아가씨~ 스위스 아가씨~ 요로레잇디~”

결국, 최경리가 짜증 냈다.

“강 사장님 이상해. 보석 만든 이후로 이상해졌어. 뭐 하는 거야. 성스러운 회사에서.”

쾅!

그리고 나가버렸다.

“아니, 그렇다고 왜 반말을 해.”

“…….”

“내 회사에서 내가 노래도 못 불러? 길게 부르지도 않았구만.”

이젠 회사도 직원들도 너무 편하다. 나 원래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노래는 안 부르는데.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안 대리~”

“아, 맞다!”

김지안은 내가 부르자, 할 일이 떠올랐다며 방을 나가버렸다.

“…….”

아니…… 그렇게 싫은가? 스위스인데?

내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자, 변 이사가 내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고 싶지는 않은 거야.”

“…….”

“이번에도 주말에 가야 할 거 아니야. 레스토랑은 빠질 수 없으니까.”

“아니, 그래도 미얀마는 개도국이고 스위스는 선진국이잖아요. 다르죠.”

“미얀마는 비행시간 6시간인데. 스위스는 14시간이잖아.”

헐…… 그렇게 오래 걸려?

제네바 얘기하자마자, 다들 핸드폰부터 켜더니…… 벌써 거기까지 검색을 해봤구나.

“14시간 거리를 2박 3일…… 누구 죽일 일 있어?”

이걸 어쩐다. 나도 엄두가 안 난다.

몸이 레스토랑에 묶여 있으니…… 제한사항이 많네.

보육원 짓는 대로 레스토랑 사업은 분리하기로 했는데. 보육원 짓는 거 기다리지 말고, 분리하는 작업 먼저 할까?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변 이사님. 그래도 이사님은…….”

“미안해~”

변 이사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나가버렸다.

난 방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오 대리를 바라보았는데.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는 바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안 돼요. 말씀하지 마세요. 저도 나가버릴 거예요.”

하아~ 일단…… 영웅 옥션부터 가보자.

* * *

영웅 옥션에 가는 중.

난 운전 중이었고, 조수석에 앉은 김지안이 말했다.

“사장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담당자라서 영웅 옥션 미팅에 따라갈 뿐이지, 절대 제네바에…….”

“아유~ 알았어! 알았어! 그만 좀 해.”

김지안은 내가 출장 명령을 내려 버릴까 봐 두려운 모양이다.

영웅 옥션에 가는 내내 학부 일정 등을 이유로 대며, 멀리 갈 수 없다는 말을 하는데.

주말에 출장 가는데, 학부 일정과 무슨 상관인지…….

어쨌든 진짜 싫어한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말 한마디 꺼내려 하면 김지안은 잔뜩 긴장할 정도였으니

영웅 옥션에 도착했다.

이정수 팀장은 이번에도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 작가님~ 오셨습니까.”

“아, 네 팀장님. 안녕하세요.”

그를 따라서 회의실로 이동했다.

“제가 사랑산성으로 가도 되는데.”

“아닙니다~ 의뢰자가 와야죠. 하하.”

회의실에 앉자마자, 이정수 팀장은 화면에 일정을 띄었다.

“2주 후에 소더비 제네바에서 경매가 열리고요. 적어도 물건은 1주 전까지는 도착해야 합니다.”

“아, 네.”

2주 후에 경매가 열리는데, 1주 전까지 가야 한다면…….

그럼 레스토랑을 최소 일주일 이상을 비워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이걸 어쩐다.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고민하는 게 눈에 띄었는지, 이정수 팀장이 물었다.

“아…… 그게 제가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어서.”

“아~”

이정수 팀장은 살며시 웃고는 말했다.

“그럼 저희 영웅 옥션에 맡기시는 게 어떠십니까?”

“네?”

이정수 팀장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사실, 저도 이 솔러 루비를 보면서 욕심이 생겼거든요.”

“아~ 영웅 옥션에서 경매를 하겠다고요?”

“아~ 아니요. 경매 규모도 그렇지만, 보석은 저희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직접 맡는다는 건 아니고요.”

난 유심히 그의 이야길 들었다.

“저희 영웅 옥션이 중개를 하겠습니다. 소더비 옥션과 사랑산성 사이에서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런 방법이 있겠구나!

이정수 팀장은 콧잔등을 찡긋하곤 말했다.

“물론, 수수료는 좀 더 드시겠지만…….”

더 들을 필요 없었다.

“할게요! 저희야 완전 좋죠!”

김지안의 표정도 완전히 환해졌다. 살았다는 표정

“이정수 팀장님이 직접 챙겨주시는 거죠?”

“아, 네. 강 작가님이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직접 물건을 들고 제네바로 가려고 합니다.”

“하하!”

난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때땡큐죠. 좋아요! 아주 좋아요!”

이정수 팀장이라면 믿을 만하다.

그라면 아무 걱정 없이 맡길 수 있다.

“그럼 수수료와 경비 관련해서는…….”

서류를 꺼내어 협의하려 하기에, 난 손으로 밀어내고 말했다.

“에이~ 그냥 알아서 하세요. 수수료는 저희 하던 대로 하시고, 경비는 당연히 저희 쪽에서 대야죠.”

“아, 그럴까요?”

“수수료 올려야 하나요? 필요하시면 올리시죠.”

“아, 아닙니다. 저희는 중개역할만 하는데, 수수료를 그대로 해주신다는 것도 감사하죠. 그럼 ‘사랑 자동차’에 적용했던 수수료로 하겠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난 이래서 이정수 팀장이 좋다. 사람이 참 상식적이다.

원래 위탁수수료는 10%. 근데 사랑 자동차는 5%로 적용해줬다.

서로 논란이 없도록 가장 최근 것으로 적용해준 것이다.

“네네. 알아서 해주세요~ 일 얘기 그만하고, 지금 시간 어떠세요?”

“네? 지금요?”

“오랜만에 저녁 함께하시죠. 이번엔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실게요.”

“하하. 네~ 좋습니다.”

난 김지안에게 말했다.

“김 대리도 같이 가지?”

김지안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설마…… 사랑산성에서 저녁 먹겠다는 건 아니시죠?”

뜨끔.

“아, 아니야~ 요 근처에 소고기 먹으러 갈까요.”

“훗, 좋아요.”

난 재빨리 새로운 목적지를 떠올려야 했다.

“팀장님~ 가시죠!”

* * *

정확히 일주일 뒤.

이정수 팀장은 제네바로 출국했다.

그는 보안요원 3명을 대동하여갔고.

보안요원까지 포함한 모든 경비는 사랑산성에서 부담했다.

[강 작가님. 이정수입니다. 오늘 무사히 소더비 제네바에 작품 인계했습니다.]

그가 떠난 다음 날, 바로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이어서 위탁한 사진과 접수문서 스캔도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이제 경매까지 일주일을 더 기다리면 된다.

어차피 위탁은 끝났으니, 경매는 기다리면 되는 것이고. 낙찰가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판매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그간 보석 세공 때문에 신경 쓰지 못했던 일들을 체크했다.

특히, 분묘 공고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온 곳은 없습니다.”

오 대리가 보고 했다.

“2차 공고도 한 거지?”

“네. 한 달쯤 된 거 같아요. 법적 절차에 따라서 2차 공고도 이상 없이 완료했습니다.”

“그래…… 그럼 좀 기다리면 되는 건가?”

옆에서 듣고 있던 변 이사가 말했다.

“그래~ 기다리기만 하면 돼. 아직까지 연고자 비스무리한 연락도 없어. 설마 뭔 일 있겠어.”

“네.”

보육원 건설 사업도 이제 2주만 더 기다렸다가 삽 뜨면 되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소더비 경매가 한국 시각으로 오늘 새벽에 열린다고 했다.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되어 간밤에 잠을 설쳤다.

출근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너무 일찍 일어났다.

출출하고 할 일도 없어서, 아침밥이나 먹을 생각으로 집 밖에 나왔다.

푸르스름한 새벽 5시.

24시 순댓국집에 들어가서 한 숟가락을 떴다.

후르릅―

벽면에 걸린 TV 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JBS 아침 뉴스입니다. 해외토픽 전해드립니다. 오늘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최고 경매가가 나와서 화제입니다.]

난 숟가락을 뜨다 말고, ‘소더비’라는 단어에 홀린 듯 TV를 바라봤다.

[해당 낙찰 물품은 버마산 ‘비둘기 핏빛 루비’로 제작된 반지로서…….]

덜그럭.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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