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136화 (136/156)

굿바이 (2)

* * *

[19억 5천! 20억 없으십니까?]

경매사는 주변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정적이 흘렀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휙!

경매사는 패들을 든 쪽을 향해 소리쳤다.

[20억!]

― 오…….

― 대박.

― 영웅 옥션은 네모의 신 때문에 돈 많이 버네.

경매가 20억이 넘어가면 초대박에 속한다.

강태평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고.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도 마치 자기 작품이 경매에 올라온 것마냥, 긴장되어 바라봤다.

특히 ‘네모천국’ 팬클럽 회원들은 욕망을 억누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미치겠어. 소리치고 싶어. 힝.

― 안돼…… 퇴장당해. 참어.

강태평은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사랑 자동차. 20억……. 너무 높은 거 아니야?’

하지만…… 아직 멀었다.

[20억5천! 21억! 네, 전화 응찰이요? 21억5천! 서면 있습니까? 네, 서면 없습니다. 네! 22억!]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정말 사람들은 전투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작가가 네모의 신이기 때문이다.

120만이 넘는 유튜버에 많은 팬층을 보유한 네모의 신.

그 많은 추종자 중에는 알부자도 있었던 것이다.

‘실체를 알아갈수록 무섭다. 왜 내가 네모의 신인데, 네모의 신이 무서운 거지.’

이리저리 손을 뻗어가며 낙찰가를 부르는 경매사를 보며 강태평은 생각했다.

‘진짜 돈 벌기 쉽구나. 종이만 접으면 다른 사업할 필요도 없겠어. 은퇴 선언…… 실수한 게 아닐까?’

[23억! 23억 5천만 원! 전화 응찰이요?]

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본인의 종이접기 능력도 문제지만…….

말도 안 되는 네모의 신 영향력을 보면서 다시 생각을 고쳐잡았다.

‘아니야. 역시 종이접기는 관두는 게 나아. 이런 식으로는 불편해서 못 살아. 이건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잖아.’

삼십 평생을 똥손 때문에 숨어 살았던 강태평. 요즘은 금손 때문에 얼굴을 숨기고 다니는 격이다.

그는 그저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랐을 뿐이다. 큰 욕심 없다.

돈은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24억!]

이제 점점 올라가는 패들의 수가 적어졌고

이제야……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24억!]

“…….”

경매사는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외쳤다.

[24억! 현재까지 입찰가 24억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높이 올라왔다.

이게 과연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인지, 네모의 신 때문인지.

현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일부 사람들은 패들을 드는 게 뭔가 좀 맹목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에는 한계가 있다.

[24억 5천 없으십니까?]

그때 뒤에서 등산모를 깊게 눌러쓴 한 남자가 패들을 살짝 들었다.

― 오…….

[24억5천! 24억 5천 나왔습니다. 25억…….]

번쩍!

좀 전에 24억에 패들을 들었던 여성분이 무지성으로 그냥 또 올려버렸다.

그녀는 가장 앞자리 앉아서 핑크색 ‘네모천국’ 티셔츠를 입고, 시작부터 열정적으로 입찰에 참여 중이었다.

등산모 남자가 다시 패들을 들었다.

[25억 5천! 26억!]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패들을 들었는데.

어째 좀 꺼림칙하다.

혹시 김정식 의원이 심은 사람은 아니겠지.

여자분은 아닐 거 같은데, 등산모 남자가 좀…….

[현재 26억까지 나왔고요.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경매사는 입찰 경쟁이 과열되자, 한 타임 쉬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불 능력이 있으신 분들만 패들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낙찰 후 취소 시에는 위약금이 부여되는 걸 반드시 인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약간은 실례될 수 있는 안내였으나, 경매사는 핑크색 ‘네모천국’을 신경 쓰는 듯싶었다.

[물론, 저희 영웅 옥션에서 검증한 분들에게만 입찰 참여 권한을 드렸기에 큰 걱정은 안 합니다.]

웅성. 웅성.

3분 정도 후에 경매사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경매사는 주위를 환기한 후, 입찰가를 다시 호명했다.

[경매 재개합니다. 현재 26억. 26억까지 나왔습니다. 26억5천 있으…… 네! 26억5천만 원!]

등산모 남자의 패들을 든 팔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27억 있으십니까?]

“…….”

경매사는 ‘네모천국’여자 쪽을 바라보며 도발적으로 말했다.

[더 없으십니까? 후회 없으시겠죠? 이대로 괜찮으시겠죠?]

“…….”

[26억5천만원! 현재 최고가입니다.]

경매사는 양손을 좌우로 뻗으며 카리스마 넘치게 외쳤다.

[27억! 27억 없으십니까? 없으실까요?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죠?]

“…….”

‘네모천국’ 여자분을 향한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아니, 좀 전에는 무리하게 입찰 참여 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더니.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할아버지 일생’ 때의 경매사와는 다른 분 같다. 그때는 이렇게 공격적이지 않았다.

[정말 후회 없으시겠죠? 이대로 끝입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죠? 후회하지 않으실까요?]

네모천국 여자는 부들부들 떨다가…….

번쩍!

패들을 결국 들었다. 속삭임에 넘어간 것이다.

패들을 든 이후에 ‘네모천국’ 여자가 뱉은 첫마디.

“어머 어떡해.”

[27억! 27억입니다!]

경매사는 승리자의 표정으로 ‘네모천국’ 여자를 바라봤다.

‘네모천국’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X됐다.’는 표정이었다.

경쟁자 등산모 남자.

그의 등산모 챙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27억5천 없으십니까? 정말 후회 없으시겠죠? 이대로 끝입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죠?]

경매사의 타깃은 등산모 남자로 바뀌었다.

등산모 때문에 남자의 얼굴이 가려져서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등산모 챙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몹시 고심 중이라는 걸.

하지만 확실한 건 등산모 남자가 패들 한 번만 들면 끝날 것 같았다.

‘네모천국’ 여자는 후회하고 있었기에.

[후회 없죠? 끝이죠? 27억에 마무리 지으면 될까요?]

경매사는 마치 등산모 남자 옆자리에 앉아서 묻는 것 같았다.

‘엇?’

그때 떨리는 등산모 챙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슬쩍 비쳤는데.

아는 얼굴이었다.

‘설마…….’

얼굴을 확인하고 나니, 난 더 긴장됐다.

두근. 두근.

등산모 챙의 떨림이 멈췄고.

척!

등산모 남자는 패들을 들었다.

[27억5천입니다!]

― 오…….

― 대박…….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라는 걸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네모천국’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자…….]

고오…….

경매사가 운을 떼자, 장내의 술렁임이 멈췄다.

경매사는 더 이상 ‘악마의 속삼임’ 스킬을 펼치지 않았다.

의미 없다는 걸 잘 아는 것이다.

[최고가 3번 호명하고 마치겠습니다.]

.

.

.

.

[27억5천! 27억5천! 27억5천!]

따당!

경쾌한 경매봉 소리가 울렸고…….

[축하드립니다! 네모의 신 작가의…….]

우와아~!

장내에 터지는 환호성 소리에 경매사의 멘트는 들리지 않았다.

나와 함께 온 사랑산성 직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외쳤다.

만세! 만세!

* * *

직원들과 기쁨을 나누고.

언론사들의 질문에 응대하면서도.

강태평은 계속 등산모 남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는 혼란함을 틈타서, 조용히 홀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잠깐만. 나 화장실 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네모의 신!

― 오빠악~!

등산모 남자가 나간 방향을 따라서, 강태평은 뛰다시피 따라 나갔다.

터벅. 터벅.

앞서 걸어가고 있는 등산모 남자.

그는 코너를 돌았고, 주차장에 진입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들은 꽉 차 있지만, 사람은 없고 조용했다.

강태평은 달려가서 그의 팔을 잡았다.

“네모 씨.”

멈칫.

네모 씨는 걸음을 멈췄다.

“하하.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강태평은 웃으면서 말했고.

네모 씨는 돌아섰다.

“어떻게 아셨어요? 어?”

네모 씨는 강태평의 얼굴을 보고, 당혹스러움에 얼어버렸다.

강태평은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왜…….”

“네모 씨, 고맙습니다.”

강태평의 손이 따뜻하게 빛나며 네모 씨의 손을 꼭 잡았다.

“마지막 작품이…… 네모 씨의 손에 들어가다니. 하하.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왈칵.

강태평은 분명 웃으면서 말하는데,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강태평은 고개를 젓고는 네모 씨의 손을 꼭 잡고 다시 말했다.

“덕분에 종이접기를 알게 되어, 잘 살게 되었고…… 행복했습니다.”

“왜 그래요…….”

네모 씨는 영문은 모르지만, 어쨌든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혹시 어디 가세요?”

강태평은 네모 씨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계속 눈물만 흘리면서 말했다.

“이 손이…… 미워질 때가 다 있네요. 하하.”

“네?”

강태평은 살며시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축하드리고요. 고맙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가끔, 제 작품 보러 가도 되죠?”

이 말에 네모 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이죠. 근데 너무 비싸게 주고 사서, 관람료는 받아야 될 거 같은데요? 하하”

두 남자는 웃으며 연신 손을 잡고 흔들었다.

어두운 주차장 안. 두 사람이 맞잡은 손.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일주일 뒤.

아셀라 보육원.

띠링.

[입금 : 영웅 옥션 2,090,000,000원]

난 핸드폰을 열어보고 활짝 웃었다.

위탁수수료와 양도소득세를 제한 수령액 20억9천만원.

“이사님. 낙찰대금 들어왔네요.”

오늘은 토지 매도 잔금일.

변 이사와 나는 아셀라 보육원 부지에서 고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 어떻게 된 게 목돈 들어오는 날이 겹쳤어. 오늘이 강 사장님 운수 대길 하는 날인가?”

“하하. 그러게요.”

변 이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 큰일 날 뻔했어. 경매가 대성공을 거둬서 다행이지. 어쩔 뻔했어.”

오늘 토지 매도를 준비하면서 세금을 알아봤는데, 양도소득세만 10억 원이 넘었다.

“진짜 이럴 때는 솔직히 안 내킨다니까. 차익이 22억 원인데, 양도소득세를 10억2천을 내야 하냐고…… 하아~ 참나. 이거 진짜 내야 해?”

“…….”

솔직히 나도 좀 식겁했다.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땅 사서 판 건지.

어쩔 수 없는 건 그냥 내려놓는 게 낫다.

많이 아깝고, 솔직히 배가 좀 꼬이지만. 그냥 좋은 곳에 쓰겠거니 해야지…….

“됐어요. 법이 그런데 뭐 어째요. 이곳에 사는 이상 지켜야죠. 뭐.”

“아~ 짜증 나.”

끼익.

그때 차 소리가 들렸고, 고진수가 내리며 인사했다.

“먼저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의정부 카페에서 만나도 되는데, 고진수에게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 했다. 그게 정석이라며.

“하하. 어서 오세요. 잘 지내셨어요?”

나와 고진수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자~ 그럼 계약사항 다시 한번 확인하고요.”

고진수와 매매 일자, 등기부등본, 오늘부터 6개월간 임대할 임대계약서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확인 끝나고요. 지금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임대 보조금 5억 원 제하고 보낼게요.”

“네.”

[입금 : 고진수 2,000,000,000원]

난 웃으며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네, 이제 양도소득세 준비하셔야겠네요.”

“하하. 잘 아시는군요.”

“그럼요. 제가 수시로 내는 세금인데요.”

그러면서 그는 웃으며 팁을 주었다.

“토지에 투입된 필요경비가 있었는지 잘 살펴보세요. 그런 게 있으면 공제되니까요. 없을 거라고 쉽게 포기하지 마시고요. 잘 뒤져보면 뭐라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하하. 네.”

고진수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럼 6개월 뒤, 임대계약 끝날 때 뵙겠습니다.”

“네.”

“강 사장님, 건투를 빕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경매 건 축하드립니다.”

고진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먼저 갔다.

부웅~

고진수의 차가 떠나가는 걸 지켜보며 난 변 이사에게 말했다.

“이사님.”

“응?”

“그럼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까요?”

그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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