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117화 (117/156)

사장의 특권 (2)

* * *

철컥.

점심 영업이 끝난 뒤, 내 집무실 3번룸으로 왔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 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다.

월급날 전에 낙찰대금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다행히 월급날 이틀을 앞두고, 낙찰대금이 들어왔다.

사랑산성을 창업한 이후, 직원들은 기존 업무에서 추가된 과업을 해야 했다. 즉, 업무량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제로백컴퍼니 때보다 월급이 오른 것도 성과급이 오른 것도 아니었다.

난 내 금손의 능력을 확신하기에, 조금만 참고 고생하면 직원들이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힘내자, 열심히 하자, 수고한다.’ 이런 소리는 안 하려 했다.

왜냐면 내가 직원일 때 그런 말 듣는 게 별로 좋지 않았다.

그딴 말 필요 없이 그냥 월급 많이 주고, 성과급 챙겨 주면 되는 것이지.

그것이 직원에 대한 최고의 격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말보다는 성과급으로 입증하고 싶었다.

내 결정이 옳았고. 직원들이 수고했다는 것을.

“어디 보자…… 그럼 월매출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최경리에게 받은 ‘매출보고서’.

인건비, 마진율, 객단가, 방문고객 수, 월매출, 영업이익…….

보고서 내의 자료를 전반적으로 검토했다.

사실, 창업한 후 처음 보는 것이다.

어차피 제로백 컴퍼니와 비슷하게 책정될 게 뻔했기에.

“역시, 외식 영업 매출액은 비슷하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손님은 항상 꽉 찼으니까.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마진율만 더 올라갔는데, 홍지아가 하다가 말았던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최경리가 맡아서 진행했었다.

‘마진율 : 72.9% ―> 76%’

무려 3% 가까이 올렸다.

외식업 매출액은 매월 비슷한 6억1천만 원 정도였는데, 마진율 상승만으로 영업이익이 3,000만 원 정도 증가했다.

“하여간 최경리…… 일은 잘해. 숨 막혀서 그렇지.”

원자재 거래처들을 얼마나 볶아댔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계산기를 두들겼다.

“그럼 외식업 영업이익이 4억5천2백만 원. 경매 이익금이 13억6천8백만 원…….”

두 금액을 더한 후, 성과 기금을 15%를 곱했다.

‘성과기금 : 2억7천3백만 원.’

“하하. 대박이네! 직원들 눈 돌아가겠는 걸?”

성과 기금을 단순히 총직원 5명으로 나누면

‘1인당 54,600,000원.’

한 명 당 5천만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게 된다.

연간 성과급도 아니며, 월 성과급으로…….

“우리 회사 대리들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연봉 대리 되겠어. 하하.”

벌써부터 신이 난다.

성과급 받고 놀라 까무러칠 직원들 얼굴을 떠올리면.

성과 기금 2억7천만 원.

큰돈이긴 하다.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성과 기금을 제해봐야, 회사 월 영업이익 18억에서 15억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내 개인회사고.

15억은 내 돈이나 마찬가지인데.

2억 7천만 원이 아깝나?

그깟 거 벌라면 또 금방 벌 수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돈 버는 것 보다, 직원들 기쁘게 하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하게 느껴진다.

내 직원들이 대기업, 글로벌기업 부러워하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그깟 돈으로서.

* * *

난관에 봉착했다.

성과급을 주려면 성과평가를 해야 한다.

모두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성과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

그래야 더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할 것이며, 그래야 성과급이기 때문에.

성과급을 1/N 할 수는 없다.

“일단…….”

네 명의 직원들을 종이 쓴 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한 달간의 일들.

특히 이번 경매 수익금이 컸기 때문에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비중값을 넣어보았다.

#성과비중(1안)

강태평(나눔) 10%

변 이사 20%

최경리 20%

오 대리 27%

김지안 23%

일단 직관적으로 위와 같이 기입해 봤다.

이번 경매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아무래도 오 대리와 김지안이다.

특히 종이접기 과업을 최초에 오 대리에게 맡겼었고.

오 대리는 ‘again 단양 수도원’ 너튜브 영상부터 시작하여, 종이접기 광고 영상의 초반을 다졌고.

이후 종이공예의 감정, 위탁심의, 경매까지 전 과정을 어우르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사실 27%의 성과 비중값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 대리 못지않게 다른 직원들도 한 일이 많았다.

특히 김지안 대리.

종이접기 사업이 커지면서 뒤늦게 담당으로 세웠으나.

웰시페니의 광고 수주, 미팅, 영상 시퀀스 구성, 업로드.

그렇게 만든 광고 영상은 순항을 하고 있고, 300만 뷰가 눈앞이다.

“김지안 대리가 23%인 건 적어 보인단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변 이사는 또 어떤가.

중요한 고비마다 나서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었고, 그가 있어야 풀리는 일들이 많았다.

약방의 감초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존재.

그리고 안방마님 최경리.

외식업에서 그녀가 중심을 잡고 버텨주었기에 다른 인원들이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종이접기 사업 과정 과정에서도 감정평가협회에서 그녀의 칼 같은 거절이 아니었다면…… 흐지부지 끌려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경매는 생각도 못 했을지도.

“아~ 그렇네! 최경리도 한 일이 많았어.”

최경리 성과 비중 20%.

적어 보인다.

변 이사도 마찬가지.

“내 비중은 그냥 넣지 말까? 하아~ 고민되네.”

개인사업이고 월급 받는 사장은 아니기 때문에, 제로백 컴퍼니의 변 사장과는 다르다.

굳이 성과 비중을 안 넣어도 되긴 하지만…….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잖아?”

이번 일에 내가 한 일이 없었던가?

‘할아버지의 일생’ 만든 작가가 누구며.

‘단양 수도원’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성과평가는 공정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사장이라서 성과 비중 10%로 낮춰서 넣은 것이다.

그 금액도 받으면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다 쓸 생각이다.

우선 충주 살미면의 할아버지부터.

“하아~ 미치겠다.”

#성과비중(2안)

강태평(나눔) 10%

변 이사 22%

최경리 22%

오 대리 24%

김지안 22%

이렇게 수정해 봤다.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엔 김지안의 역할이 변 이사와 최경리보다는 더 컸던 거 같은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 비중 숫자를 이리저리 바꿔본 지 1시간째.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씨바, 그냥 다 똑같이 해버려?

아니야…… 그건 아니지.

종이접기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모두 똑같은 비중값을 줬었다.

식당 일은 다 똑같으니까.

근데 이번에 새로운 일을 했고, 기여한 사람이 분명하게 있으니까…….

“변 이사님은 처음에 어떻게 하셨을까?”

난 머리를 쥐어뜯다가, 결국 변 이사에게 전화했다.

[이사님.]

[어, 강 사장님.]

[잠깐 제 방에 좀 오실 수 있어요?]

[알았어. 지금 갈게.]

똑똑.

철컥.

난 잠긴 문을 열어 주었다.

“뭐야? 문까지 걸어 잠그고?”

“아, 그게요.”

1시간째 뭘 하고 있었는지 변 이사에게 말하였다.

“흠…….”

변 이사는 잠자코 듣더니,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한테 뭘 묻고 싶은데?”

변 이사의 말투가 뭔가 달갑지 않아 보였다.

“아 네. 직원들 기여도를 어떻게 할지 의견 좀 구해보려고…….”

변 이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강 사장님 성과평가 방침이 뭐야? 본인이 세운 룰이 뭐냐고.”

“네? 아…… 변 이사님이 제로백 컴퍼니 때 주던 방식 있죠. 그대로 답습하려 합니다. 그게 적절해 보여서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 그 룰의 기본이 뭐야? 내가 당시에 설명하지 않았었나?”

“…….”

“KPI 따위 없다. 내 눈에 보인대로 평가한다. 성과평가에 불만 있으면 문제 제기해라. 책임은 내가 진다. 누락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 성과평가 때 반영하겠다. 기억해?”

“네…….”

“이렇게 우왕좌왕해서야. 어떻게 평가를 한다고 그래?”

“그래서, 변 이사님께 조언을 구하려고…….”

하아―

변 이사가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미안한데, 나 잠깐 말 좀 편하게 해도 될까?”

“네?”

변 이사의 눈빛이 순간 매서워졌다.

“야, 강태평.”

“…….”

“조언을 구할 게 따로 있지. 평가대상자 중에 나는 없어?”

그의 말을 듣고 앗차 싶었다. 고민이 깊다 보니…….

“줏대 있게 해~ 니 직원들이야. 만약 실수가 있다면 인정하고 수정하면 되는 것이지. 뭘 망설이나?”

“죄송합니다. 선배님. 하하. 사장 어렵네요. 하하.”

난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이해는 하는데. 담부터 이러지 마. 나 강태평이한테 실망하기 싫어.”

“알겠습니다.”

변 이사는 날 가만 보더니, 씩 웃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간다~ 평가 잘 줘~ 나 애가 둘이야~”

쾅.

피식.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변 이사 같은 선배와 함께 일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변 이사의 직장생활 백서

7) 애매할 때는 상식대로 가면 된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어렵게 생각할수록 꼬인다.

직관적으로 생각한 게 가장 맞았던 것 같다.

괜히 직원들 반응 걱정하지 말고.

처음 내가 생각한 대로 가자.

성과 비중 최종안을 정리한 후, 경리업무를 맡고 있는 최경리를 불렀다.

#성과비중(최종안)’

성과기금 2억7천3백만 원.

강태평(나눔) 10%

변 이사 20%

최경리 20%

오 대리 27%

김지안 23%

* * *

퇴근 10분 전. 노트북의 창을 닫고 정리하고 있는데.

드르륵. 벨소리가 울렸다.

‘이정수 팀장’

“아, 맞다. 전화 준다고 했었지.”

덜컥.

[네~ 팀장님!]

[아이고~ 죄송합니다. 오후에 전화를 드린다는 걸 너무 늦게 전화했네요.]

[아니에요~ 아직 회사에요. 아까 하실 말씀 있으시다는 거 때문에 전화 주신 거죠?]

[네네~ 맞습니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주변에 다른 직원분 계십니까?]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조심스러워하는 거지?

[아니요~ 저 혼자예요.]

난 3번룸. 내 집무실에 있었다.

[아 네 다름이 아니라. 낙찰자님이 작가님을 좀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네? 낙찰자요? 할아버지의 일생?]

[네네.]

낙찰자가? 왜?

이미 낙찰대금은 받았고…….

왠지 꺼려졌다.

[꼭 만나야 하는 건 아니죠?]

[네? 아, 아~ 그게. 그분이 꼭 만나고 싶어 합니다!]

뭐야? 왜 말을 더듬어?

[저는 별로 내키지 않는데요…… 안 만나고 싶은데…….]

[강 작가님~! 만나주셔야 합니다. 꼭이요!]

이정수 팀장은 갑자기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작품에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듯 말하는 게 좀…….

[아닙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냥 그분이 꼭 만나야 한다고 하셔서요.]

굉장한 실력자인가? 누구길래 이정수 팀장이 이러는 거지?

이정수 팀장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마냥 거절만 하기도 어려웠다.

[뭐 하시는 분인데요? 듣고 만날지 말지 판단하겠습니다.]

[그게…… 흠.]

이정수 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뭐 하는 분인지는 그분이 만나서 얘기하고 싶답니다.]

[아, 진짜. 신원도 안 밝히면서 다짜고짜 만나자고.]

어이도 없고, 약간 기분도 불쾌해졌다.

[그분과 다시 얘기해보시고 연락 주세요.]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자, 잠깐만요! 작가님!]

이정수 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속초 기적의 남자…….]

번쩍. 눈이 번쩍 떠졌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속초? 기적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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